철도 순정만화 4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9.5







 철도와 순정만화의 조합이라니, 상당히 취향탈 것 같지만 가독성이나 완급 조절, 매력적인 캐릭터까지 뭐 하나 빠지는 구석 없는 작품이었다. 나카무라 아스미코가 순정만화, 그것도 BL로 유명한 작가던데 다행히(?) 이 작품은 BL이거나 BL을 암시하는 장면은 없었다. 그렇지만 작품을 다 읽고 나니 이 작가가 그리는 BL이라면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순정만화로 일가견이 있는 작가답게 캐릭터들의 연애 감정이나 천천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다가가는 과정이 알콩달콩하니 재밌었다. 후기에서 밝히길 작가는 철도를 타고 덜컹덜컹거리며 가까워지는 사람들의 모습이란 컨셉으로 만화를 그렸다고 한다.

 후기의 말이 끼워맞추기인 감이 없잖지만;; 저 정도면 뻔뻔한 축에도 들지 않는다. 아무튼 1권은 철도를 소재로 한 순정만화 단편집이고 2권부터 4권까지는 1권에서 단편으로만 등장했던 아코와 코다이라의 연애를 그린다. 개인적으로 1권의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나 작가의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이 더 좋았기에 2권부터 장편으로 전환된 게 아쉬웠지만 그래봤자 종이 한 장 정도의 아쉬움에 불과하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작가가 잘 그려서 도대체가 아쉬울 새가 없이 책장이 바삐 넘어갔다.


 제목에서 철도가 들어가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 철도는 그렇게 중요한 소재는 아니다. 대체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이 철도란 소재는 작가가 좋아해서 작품에 녹여낸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녹여낸 부분들이 어색하지 않다. 꼭 <에키벤>처럼 대놓고 철도를 컨셉으로 잡지 않아도 철도는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란 걸 느끼게도 해줬다. 특히 철도에 빠삭한 작가의 디테일 넘치는 묘사들은 현장감을 느끼게 해줬는데 작가와 비슷한 취향의 일본 독자였다면 - 특히 도쿄 사람이라면 - 이 부분만으로 충분히 먹혀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이나 완성도에 대해선 조금도 왈가왈부할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뽑혀서 더 덧붙일 말이 없다. 캐릭터들이 다 사랑스럽고 그림체도 개성적이며 호감형인데다 결말도 여운이 있는 등 이 정도면 완벽하다고 느꼈다. 다만, 지금부터 말할 부분은 1권부터 4권까지 한 번에 읽은 나한텐 해당되지 않는데, 작품의 규모나 전개 속도에 비해 연재와 단행본 출간 시기가 너무 길어서 만약 내가 1화가 연재되던 때부터 읽은 독자였으면 기다리다 지치지 않았을까 싶다. 뭐, 결말까지 한 번에 읽은 나한테 해당되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심정이 어떤 마음인지 알아 어쩐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위에서는 이 작가라면 BL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지만... 굳이 BL을 먼저 골라 읽을 필요는 없으니 다른 장르의 작품부터 먼저 읽을 것 같다. 아직 BL에 대한 내성이 없어서 이 점은 어쩔 수가 없다;; <브로크백 마운틴> 같은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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