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안송이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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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제목만 보면 페미니즘 도서인 것 같은데 의외로(?) 저자의 스웨덴 적응기를 그린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스웨덴어를 전공하고 지금까지 20년 넘게 스웨덴에서 살고 있는 작가의 짤막한 일기를 엮은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스웨덴이란 나름 신선한 배경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보통의 책이라면 스웨덴이라는 특이점을 큼지막하게 어필하겠지만 이 책에선 배경이 스웨덴일 뿐 결국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려는 작가의 뜻에 맞게 겉보기엔 심심해 보이는 제목과 표지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요즘 같이 소설이건 에세이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시대에 참 보기 드문 책이었다.

 간간이 스웨덴과 한국의 문화 차이에 대해 쓴 글도 있긴 하지만 만약 이 책을 스웨덴 문화를 알고 싶어서 펼쳤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 나 같은 독자를 말하는 거다. 저자가 느꼈을 컬쳐쇼크나 스웨덴 문화 길라잡이 같은 걸 기대했던 나는 심심하게 전개되는 글에 약간 당황했고 개인적으로 이런 글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 살짝 후회도 했지만 저자가 워낙에 진정성 있게 글을 써서 그런대로 몰입하며 읽을 만했다. 단, 출판 목적으로 집필되는 글과 그렇지 않은 글 사이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간극이 있는데 이 책은 그야말로 후자에 가까웠던 지라 확실히 글의 밀도가 좀 낮은 편이긴 했다. 글의 방향성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심심하게 읽히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과시하듯, 또는 무언가를 어필하려고 안달이 난 글과는 거리가 있어 그에 걸맞게 편하게 읽힌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저자의 딸 선물이가 자폐아 판정을 받고 남편과 이혼하고 직장 사람들과 교류를 나누는 등의 내용이, 저자로선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이 과장되지 않게 편안하게 스며들었다. 근래 겪어본 적 없는 편안하기 이를 데 없는 독서였는데 그래서 인상적이라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 덤덤하게 술술 읽을 수 있을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할 거 같다. 스웨덴 관련 책으로는 말고. 개인적으로 따로 한 번 더 언급하고 싶을 만큼 인상 깊은 내용은 없었지만 - 저자의 길이 꽃길인 건 아니지만 저자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을 잘 정리하고 용기를 내고 있어서 끼어들 틈이 적기 때문인 것 같다.  - 편안한 문체만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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