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마십니다, 맥주 - 이왕이면 지적이고 우아하게 한잔합시다
이재호 지음 / 다온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1







 난 맥주를 마시는 걸 정말로 좋아한다. 알코올이 약해서 맥주밖에 못 마시는 게 아니라, 정말로 맥주 특유의 씁쓸함과 시원함을 좋아하는 것이다. 맥주만큼 갈증을 달래는 술도 없고 맥주만큼 덜 취하고 맛을 음미할 수 있는 술도 없다. 술에는 저마다 역할이 제각각인 것 같은데 그중 나는 맥주가 주는 느낌을 가장 선호한다. 물론 막걸리도 좋고 와인도 좋고 소주는... 가끔 좋다. 최근엔 칵테일도 먹게 됐지만 그래도 역시 맥주가 좋다. 해외로 여행가면 여행지 근처에 맥주 공장이 있는가 살펴볼 정도니 말 다했다.

 그런 내가 맥주에 대해 얘기하는 책을 이제서야 처음 읽은 건 어떻게 보면 신기할 지경이다. 이 책 <오늘도 마십니다, 맥주>는 순전히 저자가 자기 친구에게 어떤 맥주를 추천하면 좋을지 생각하면 쓰게 됐다는데 그런 것치곤 너무나 전문적이었다. 저자는 겸손하게 말하지만 이건 뭐 어느 뭐로 보나 전문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각 장마다 쓰게 된 목적이나 개요를 밝히는 게 친절했는데, 어느 한 문장이라도 허투루 읽고 싶지 않아서 정독해버렸다. 맥주의 역사는 진짜 흥미롭더라. 그 뒤 내용은 전문적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좀 머리 아파졌지만... 아무래도 편의점에서 일반적으로 구매할 수 없는 맥주에 대해 얘기하니까 쫓아가기 버거웠던 측면이 있던 것 같다. 추천하는 맥주를 전부 마셔보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맥주 구입을 편의점에서 다 해버려서 우연히 그 맥주들을 발견해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까 싶다. 하도 많은 맥주를 소개받아서...


 책의 퀄리티가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웠다. 사진이나 일러스트도 큼지막하고 알아보기 쉽게 수록됐고 특히 맥주의 종류를 설명함에 있어 용이하지 않았나 싶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니 맥주에도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던데 저자가 족집게처럼 잘 짚어줘서 그간 마셨던 맥주들의 맛을 몇 차례나 떠올릴 수 있었다.

 '못난 맥주는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맥주는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라는 게 저자의 지론이다. 정말 그 말대로다. 수많은 맥주가 저마다의 이유로 시장에서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는 게 무척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크래프트'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수제'라는 말이 아닌, 만드는 이의 철학이 들어갔다는 의미로 이해하니 비로소 크래프트의 존재 의의가 와 닿더라. 펍이나 어디 식당엘 가면 수제 맥주는 꼭 주문하는데 앞으로도, 아무리 비싸더라도 꼭 주문해 마셔야겠다고 다짐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맥주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겐 이보다 더 적합한 책은 없을 듯하다. 맥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읽어보면 재밌을 듯하다. 맥주의 다양한 종류에 잠깐 넋이 나갈 테지만 그건 그것대로 상상이 자극되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맥주를 마시는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 5~6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