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헬싱키 안그라픽스의 ‘A’ 시리즈
김소은 지음 / 안그라픽스 / 201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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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사진 하나 없는 여행책인 것 같아 호기심이 동해 읽어봤는데 작가의 아기자기하고 유려한 일러스트 덕에 읽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핀란드 국기 색깔인 흰색과 파란색 - 이 두 색은 각각 눈과 호수를 상징한다. 한국이 영어로 코리아인 것처럼 핀란드는 핀란드어로 호수의 나라라는 뜻의 '수오미'라는데 이런 이름이 붙을 정도로 핀란드엔 호수가 많다고 한다. - 으로만 채색된 일러스트는 예쁜 걸 넘어 상쾌했다. 단순하지만 희로애락이 분명히 표시되는 명쾌한 화풍도 순진무구한 분위기와 잘 어울려 보는 맛이 있었다.

 최근에 읽은 장 자끄 상뻬의 <뉴욕 스케치>보다 모든 면에서 괜찮은 책이었다. 일단 내가 한국인이라 같은 한국인의 이야기가 더 와 닿았던 것도 있고, 그림도 만만찮게 예쁘면서 양도 많고 텍스트 또한 나름 빠짐없이 빼곡히 들어찬 것도 괜찮았다. 내용의 심오함에 있어서는 상뻬의 책보단 비등비등하거나 조금 떨어지지만 이 책 자체가 소소함을 지향하는 만큼 단순 비교는 좀 힘드리라 본다. 정말이지 소소한 일기를 읽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림이 너무 예뻐 이 정도면 꽤 엿볼 만한 일기가 아닌가 싶었다. 적어도 만듦새에 있어서 페이지 넘버가 없었던 것만 빼면 더 바랄 나위 없을 정도였다.


 신혼 부부가 1달 동안 핀란드 헬싱키에 여행을 갔다는 일기 같은 형식의 이 책은 내용에 있어서 특기할 요소가 부족하긴 하다. 특히 헬싱키 여행 정보를 얻으려고 하면 다소 두서 없고 기분 따라 흘러가는 듯한 전개나 정보의 나열 때문에 별로 정리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한편으론 염장질에 가까운 자기 자랑으로 비춰질 법도 해 별로 몰입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 작가가 해외에서 긴 시간 동안 살아본다는 로망을 실현하는 것에 있으므로 이 책을 통해 뭔가 대단한 것을 얻으려는 과도한 목적의식을 띄고 접근해선 곤란할 것이다. 그렇기에 일러스트에 감탄하는 동시에 머릿속으로 나만의 헬싱키를 그려보거나, 혹은 내가 좋아하는 다른 도시에서의 삶을 상상할 때 참고만 한다는 식으로 읽는다면 제법 행복한 시간과 여운을 만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그 이상은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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