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죽이기 죽이기 시리즈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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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작년에 가장 눈길이 간 책 중 하나가 바로 이 <도로시 죽이기>였다. 보통 영화가 동시 개봉하는 경우는 봤어도 책이, 그것도 추리소설이 한일 동시 출간하는 경우는 도통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첫 번째 작품인 <앨리스 죽이기>도 읽지 않았기에 더욱 신기하게 들리는 일이었다. 그 시리즈가 동시 출간될 정도로 재밌었단 말인가?

 이후로 '죽이기' 시리즈를 차례로 접한 나는 시리즈 최신작이 동시 출간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대감이 한껏 고조된 채 이 작품 <도로시 죽이기>를 읽게 됐다. 그렇게 기대를 너무 고조시켰던 탓일까. 모티브가 되는 원작을 하드코어한 추리소설과 SF적 세계관에 완성도 있게 접목시킨 시리즈의 별난 개성은 이 작품에선 완벽히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최근 기시 유스케의 <미스터리 클락>을 읽으면서도 느낀 건데, 추리소설이 지적 유희를 추구하는 장르긴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완벽하게 어려우면 독자 입장에서 벅차기 십상이란 것이었다. <미스터리 클락>이 순수하게 트릭의 어려움이었다면 <도로시 죽이기>는 세계관의 어려움 때문에 벅찼다. 아마 이 작품을 펼쳐드는 독자라면 적어도 <앨리스 죽이기>는 읽은 독자일 터다. 즉, 어느 정도 기존 설정은 숙지됐을 텐데 그렇다고 이 작품을 얕봐선 안 될 것이다. 나만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세계관의 전모가 파악하기 힘들었던 적은 해당 시리즈에서 이 작품이 처음이다. 1편의 '이상한 나라'는 원작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서 어려울 게 없었고 - 그래서 재밌었고 - 2편 <클라라 죽이기>에서의 '호프만 우주'는 생소해도 몰입하고 재미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면 이번 '오즈의 나라'는 진입장벽이 꽤 높았다. '오즈의 마법사'가 15편이 나왔을 줄이야, 그리고 속편의 세계관을 <도로시 죽이기>가 다 아우른다니...

 이번에도 생소한 세계라서 작가가 얼마나 재창조를 잘했는지 알 길은 없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둘째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으면 진심으로 책 두 권을 동시에 읽는 피곤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오즈의 나라'의 모순과 딜레마는 <차일드44>의 소련 사회 연상될 정도인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빌과 지구의 이모리의 번갈아 진행되는 시점과 정신없는 추리까지 더해져 상당히 골치 아팠다. 이번 <도로시 죽이기>의 분량도 전편들과 분량이 같던데, 혹시 그 분량을 꼭 지켜야 하는 게 아니라면 더 길게 써야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금방 '오즈의 나라'가 <차일드44>에서의 배경인 소련이 연상된다고 했는데 지금 분량으로는 그 좋은 소재의 매력이 다 다뤄지지 않은 것 같아 참 아쉬웠다. 분량을 늘리거나 아니면 다른 동화를 소재로 했더라면 보다 좋은 작품이 됐을 것 같다.  


 특이하게 첫 번째 작품 <앨리스 죽이기>를 읽을 때 참 잔인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외적인 측면에서의 잔인함에 대한 감상이었다. 그런 종류의 잔인함은 후속작 <클라라 죽이기>에서도 거의 그대로인데 내적인 잔인함, 천연덕스런 잔인함까지 배가돼 더욱 수위가 높아졌다. 이번 <도로시 죽이기>는 전작의 천연덕스런 잔인함이 더 강조된 느낌이었다. 어째 갈수록 외적 잔인함은 유지되면서 내적 잔인함은 더욱 강해지는 것 같다. 시리즈의 강점이랄 수 있는 인물들의 맛이 간 대화도 더 맛이 가서 머리 지끈거리게 만드는 건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제목에서 말하는 것처럼 동화를 소재로 했다지만 너무 잔인하게 재해석해 좋게 말하면 뭐 이런 짓궂은 작가가 다 있을까 싶다.

 아무래도 이 작품은 원작인 <오즈의 마법사>는 물론이고 작가의 다른 작품, 특히 데뷔작이라는 <장난감 수리공>을 읽고 나서 접해야 더 감흥이 일 듯하다. 이렇게 말하면 선행 학습이 없으면 얘기할 거리가 없는 작품처럼 들릴 테고 실제로도 그렇게 느끼긴 했지만... 시리즈 전 작품 모두를 단기간에 접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연결되는 스토릴 감상할 수 있었기에 그리 나쁜 인상은 또 남진 않았다. 이런 경우는 정말 흔치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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