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재즈 콘서트 시공 청소년 문학 18
조단 소넨블릭 지음, 김영선 옮김 / 시공사 / 200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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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꽤나 유쾌하게 시작하고 있지만 이 작품도 무거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겹쳐 아무튼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 마을을 질주하다 남의 집 정원에 들어가 겨우 잔디 도깨비 인형을 박살내버린 주인공의 처지가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이는 엄연히 범죄다. 고작 도깨비 인형을 박살냈을 뿐이지만 결과가 좋았다고 그냥 넘아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판사는 주인공에게 사회 봉사 100시간을 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주인공은 당초 예상보다 많은 변화를 겪는데 자기 죄를 인정할 뿐더러 새로운 삶의 지표를 얻기에 이른다. 갱생이란 단어를 담기에 시종 가벼운 분위기가 일관되긴 하지만 그 진실됨과 설득력에 있어서 이래저래 성숙한 작품이라 하고 싶다.

 작가의 전작은 직전에 읽은 어떤 작품 때문에 형제애가 크게 와 닿지 않은 반면에 이 작품은 최근 소년의 갱생에 대한 이야길 접하고 난 다음에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감동적으로 읽혔다. 거의 10면 만에 읽어서 문체나 여러 부분에서 처음 읽을 때만큼의 신선함은 없었지만 - 심지어 반전은 뻔했고 - 100시간 봉사를 하는 주인공 알렉스와 그런 알렉스가 요양원에서 담당하게 된 괴짜 할아버지 솔로몬과의 유대 및 캐미가 워낙 찰져서 심심치 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작가의 작품들의 특징이라고 하면 음악을 빼놓을 수 없겠는데 개인적으로 전작에서의 드럼이란 요소가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했단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던 것에 비해 이 작품에선 재즈 기타가 수단 그 이상의 소재라서 인상적이었다. 괴짜 할아버지 솔로몬도 왕년에 주름 잡던 재즈 기타리스트였고 이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둘이 가까워졌고 알게 모르게 알렉스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가족이나 친구와의 인연을 소중히 하게 되는 역할도 겸하고 있어서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전작 이상으로 탄탄하게 읽혔다. 뭐, 연주를 통해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되는 건 더 말할 것도 없고.

 무려 10년도 더 전에 읽은 작품을 읽는 게 솔직히 걱정되는 일이었지만 책을 읽는 게 단순히 그 작품 하나만 읽는다기 보단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이나 갖고 있는 생각에 따라 감상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라 지레 겁먹었던 것 같다. 과거에 재밌게 읽은 작품을 지금은 시큰둥하게 읽히는 게 어쩔 수 없는 동시에 또 씁쓸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두 번 읽기를 포기할 수 없는 건 위에서 말한 점말곤 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옛날에 읽은 책을 또 읽는 건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

언젠가 너도 진짜로 사과할 때는 중간에 ‘하지만‘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 -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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