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 세계 8대 문학상에 대한 지적인 수다
도코 고지 외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7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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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항상 기대에 미친다고 할 수 없지만 언제나 '무슨무슨 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은 책을 고를 때 꽤 중요한 기준이 아닐 수 없다. 아마 나만 그런 건 아니리라. 하지만 특별히 선호하는 문학상은 없다. 유서 깊은 문학상일수록 항상 그 상의 이름에 걸맞지 않는 예외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항상 무슨 문학상이건 간에 새로 수상작이 발표되면 관심이 가고 평소 이름을 많이 들었던 작가가 타기라도 하면 '드디어' 라며 내 일 못지않게 반가워하기도 한다. 책이나 작가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즐거운 일인데 거기다 문학상은 좋은 얘깃거리이기까지 하니까 늘 수상 소식에 관심이 간다.


 이 책은 일본의 번역가, 소설가, 시인, 비교문학자, 문학 교수, 서평가, 자유기고가 등이 문학상에 대한 대담집으로 읽기 전부터 적잖이 흥미로울 것으로 예상했다. 예상과는 살짝 다르게 내가 거의 모르는 작가와 작품을 얘기하니 그렇게 흥미진진하지 않았는데 의외의 작품이 화두에 올라 나름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다. 부끄럽게도 책에서 다뤄지는 문학상 중에 나오키상, 아쿠타가와상만 조금 읽어봤고 나머지 노벨문학상, 부커상, 공쿠르상, 퓰리처상, 카프카상, 예루살렘상은 많이 접하지 못해서 그만큼 낯설었는데 그래도 이번에 몇몇 책을 전문가들한테 추천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나저나 설마 나오키상 얘기할 때 후나도 요이치의 <무지개 골짜기의 5월>에 대해 얘기할 줄이야.

 처음 노벨문학상에 대해 얘기할 때도 그렇고 '비정상회담'에서 소설가 김영하 씨가 얘기하기도 했지만 특정 문학상이 세계 모든 문학의 기준이 될 수 없는 것 같다. 사람들 취향은 천차만별이고 하물며 나라별 취향이나 소설을 볼 때의 주안점도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소위 이름난 문학상들은 다 유럽 및 서구 기준에 맞는 작품이 수상하며 그 기준에 맞지 않았다고 해서 특정 작품을 무가치하다고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매년 수상 시기가 가까워지면 한국 문학은 언제 이런 상을 받느냐 하는 식의 기사가 나오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런 기사가 참 부질없게 느껴졌다. 문학상은 역시 훌륭하고 명예롭거니와 독서가들 사이에서 재밌는 얘깃거리긴 하나 책을 고르는 절대적인 척도까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상을 진작에 받아야 할 작가가 못 받는 경우도 더러 있는 것처럼 문학상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문학상의 권위를 너무 인정할수록 그에 비례하게 인정받지 못하는 작가들이 늘어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역시 문학상은 재미로 들여다볼 기준으로 여기는 게 제일 좋을 듯하다.

다만 드라마의 탐정은 범인이라든가 동기 등 해명하려는 것이 분명히 밝혀지지만, 소설은 지금 자신이 해명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불모지요. 하지만 왠지 불모가 아니면 안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19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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