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소녀 & 위험한 파이 시공 청소년 문학 15
조단 소넨블릭 지음, 김영선 옮김 / 시공사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7.1






 이 산만한 제목의 소설은 내가 좀처럼 체험할 수 없는 감정선을 중점적으로 얘기하는 작품이다. 형제가 없는 외동이라 형제애를 그린 작품을 보면 크건 작건 와 닿지 않았는데 흔히 '현실 형제', '현실 남매' 등의 표현이 있는 걸 보면 형제가 있는 다른 사람도 형제애란 게 어색하긴 마찬가지일 듯하다. 내 주변만 해도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났거나 나중엔 아예 얼굴도 안 보고 살 계획인 사람이 적잖아 보이니.

 외동인 내가 보기에 형제 관계란 애증의 관계인 것 같다. 온전히 사랑할 수도 없고 온전히 미워하기도 힘든 관계일까. 자기 동생 욕하는 친구에 합승해 나도 한마디 거들었더니 너무 막말하지 말라고 표정이 굳어졌던 한 녀석이 떠오른다. 결과적으로 미워하곤 있지만 본질적으로 가족이기에 사랑할 수도 있는 관계라니, 이렇게 말하는 중에도 감이 안 잡히지만 - 얼마 전에 기리노 나쓰오의 <그로테스크>를 봤더니 더욱 그런 것 같다... - 이 작품에서처럼 백혈병 환자인 동생이 있다면 형제애란 것도 제법 일리 있게 다가오는 것 같다.


 형을 따르는 사랑스러운 동생과 그런 동생이 귀찮고 얄밉기만 한 형, 이 둘의 관계는 동생의 병이 발발하면서 변화를 맞이한다. 물론 다른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하루라도 눈물이 마를 일 없이 동생을 저 멀리 있는 병원에 같이 가느라 몸을 혹사시키는 지경에 이르렀고 아빠는 그런 가족의 변화에 주인공인 형한테는 신경도 못 쓰고 자기만의 슬픔에 빠져있다. 그런 상황에서 학교 친구들이나 선생님의 관심이 적응 안 되고 집안의 상황에도 안주할 수 없는 주인공은 커다란 혼란과 슬픔을 겪는데 그 과정을 아주 직접적으로 표현한 게 바로 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인칭 서술이 일반적인 청소년 성장 소설 중에서도 이 소설은 유난히 문체나 표현을 특기할 만한 작품이었다.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중학교 3학년생 정도 되는 주인공이 학교 작문 시간에 제출하는 과제를 독자가 엿보는 형태로 소설이 진행되는데 확실히 특유의 연령대를 제대로 표현하는 문체긴 했다. 격의 없고 폼 잡고 오버해서 호불호가 은근히 갈릴 것 같은데 - 난 좀 부담스러웠다. - 실감나는 묘사가 많아서 가볍지 않은 소재의 이야기임에도 유쾌하게 읽혀졌다. 작가가 실제로 학교 선생님이라서 이만한 문체를 구사할 수 있는 걸까? 아이들한테 관심 없는 교사도 있는 걸 생각하면 이 작가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선생님이겠구나 싶었다.


 작가의 작품을 보면 음악이나 악기를 연주하는 주인공이라는 요소가 꼭 들어가던데 이 작품에선 드럼이 제법 나온다. 하지만 하도 오랜만에 읽고 또 그 사이에 여러 창작물을 많이 접해서 이런 요소들에 대한 묘사가 그리 흡입력 있진 않았는데 - 드럼하니 <위플래쉬>가 바로 떠오른다. 그 작품은 알다시피... - 이 작품을 내가 중학생 때 읽었던 걸 생각하면 이런 감상의 변화는 당연할 수밖에 없겠다. 성장 소설만큼 다시 읽으면 실망스러운 소설도 없는 게 아닐까.

 다시 읽으니 첫인상과 판이한 감상이 나왔는데 소재에 대한 취향이 갈렸기 때문이 아니라 다시 읽는 그 10년 사이에 내가 여러 문학을 접했기 때문이 클 것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동생의 병이 발발함으로써 동생을 솔직하게 사랑하게 된 주인공처럼 사람은 누구나 아이러니하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법이니까.

주제는 ‘만약 세상을 묘사할 수 있는 단어를 하나만 고르라면 어떤 단어를 고르겠는가. 그리고 그 이유는?‘ 이었다.

내 대답은 이랬다.

불공평. - 20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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