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 있는 악마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43
김민경 지음 / 비룡소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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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개인적으로 문학 작품을 접할 때 꽃이나 회화로 이야길 풀어나가거나 의미를 더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다름이 아니라 그저 내 취향에 맞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취향 같이 사소한 문제로 작품 감상을 방해받고 싶진 않다. 취향을 넘어서도 뭔갈 전달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좋은 문학이란 반증일 테니까.

 이 작품은 군대에서 한 번 읽었지만 거의 기억에 남질 않았다. 당시엔 컨디션의 문제라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까 - 다시 읽어본다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기억에 없다. 기록만 있을 뿐. - 유독 취향에 맞지 않은 소재가 등장했기 때문이었구나 싶었다. 부모 없이 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고등학생 주인공이 할머니의 죽음 이후 자신의 출생과 가족의 비밀과 마주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고 군더더기 없이 전개됐지만 꽤나 많은 부분을 할애해 감정선을 그려낸 그림에 관한 묘사가 나를 크게 좌절시켰다.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 지난 한 달간 포스팅 좀 부지런히 쓸 걸, 진짜. - 러시아의 어떤 그림이 주인공의 부모님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나의 취향이, 그것도 이 빌어먹을 취향이 작품의 재미를 크게 깎아먹었다는 아쉬움을 떨쳐낼 수 없다.


 '앉아있는 악마'라는 제목의 그림은 검색창에 치면 바로 나온다. 나도 이번 포스팅을 하면서 보게 됐는데 관심 있는 사람들은 더 알아보면 좋을 듯하다. 소설 <앉아있는 악마>는 자칫 축복받지 못한 출생이라며 자책을 할 법한 주인공이 해묵은 감정과, 혹은 그러한 감정을 낳게 한 대상과의 화해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인데 거듭 말하지만 묘사 스타일이 나와 맞질 않아서 엄청나게 감동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게 이 작품의 단점이랍시고 특기할 요소는 절대 아니다. 최근 학교 수업 때 각자의 소설로 하여금 합평하는 시간이 많은데 그때마다 사람마다 취향과 관점이 정말 다른 만큼 힘들더라도 상대를 존중하고 비난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걸 간과하고 급우들한테 너무 날선 말만 해댄 것 같아 개인적으로 미안하기 그지없는데... 당사자들한테 제대로 사과를 해야겠지만 아무튼 그런 반성으로 말미암아 이 작품의 본질까진 차마 건드리진 못하겠다. 물론 몰입을 못했다고 다시 읽어야겠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취향엔 맞지 않지만 괜찮은 작품'이란 여지는 남겨둬야겠다. 그게 독자로서의 예의라면 예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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