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넘은 소녀 - 남장 시인 김금원의 나 홀로 여행기 오늘의 청소년 문학 37
김미승 지음 / 다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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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원'이는 양반 아버지와 기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얼녀이다. 얼녀는 15살이 되면 나랏법에 따라 기생이나 양반의 소실이 되어야 한다.

내년에 15살이 되는, 금원은 세상을 둘러보고 난 뒤에 스스로 고민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에 겸재 선생이 그린 금강산도를 보고 꼭 가보고 싶었던 금강산에 가기로 결정하고, 남장을 하고 길을 떠난다.

그녀는 원주를 출발해 제천 의림지를 거쳐 단양 팔경을 구경하고 금강산, 관동 팔경, 설악산, 한양을 둘러 본다. 그녀는 그 여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삶의 지혜를 배우고,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깨우친다.

성인 여성도 혼자 여행 하기 불가능했던 때, 이제 겨우 14살 여자아이가 혼자 1,000킬로미터를 오로지 두발로만 여행했다. 사실 여행하는 게 많이 편리해진 지금도 쉽지 않은 여정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걸 조선시대에 해냈다.

나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내 자신이 처한 상황만을 탓하며, 현실에 안주했다. 

그런데, 그녀는 지금의 나보다 더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에 살았는데도, 순응하기 보다는 스스로 삶을 개척하려고 했다. 자신을 찾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려고 노력했다.

그녀의 그런 용기와 의지, 인내와 용감함에 내 심장도 같이 뛰었고, 그녀를 내내 응원하게 했고, 나도 담장을 넘어보고 싶어졌다.

조선시대 시 모임을 만들고, 문집까지 냈던 실존 인물 시인 김금원의 진짜 이야기를 토대로 한 소설이라 전달되는 감동과 울림이 훨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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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날의 풍경 초록잎 시리즈 13
이미영 지음, 한태희 그림 / 해와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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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3월, 함께 함께 어울려 놀던 동네 친구들이 모두 국민학교에 입학하는데 나이도 어리고 생일도 늦는 탓에 영실이만 혼자 학교에 갈 수 없게 돼 아침부터 눈물바람을 한다. 다행히 학교 선생님의 배려로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 
 
영실이와 친구들에게는 자연이 놀이터다. 산과 들에서 나물을 캐고, 오디와 산딸기 등 열매를 따 먹고, 뽕나무를 타고 놀고,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고, 옥수수와 감자를 간식으로 먹는다.

영실이네 마을에 행사가 열리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모여 즐기고, 누군가에게 일이 생기면 마을 전체가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 돕고 좋은 일은 함께 기뻐한다. 다른 집 아이도 내 아이처럼 끼니때 밥을 챙기고, 먹을 것도 서로 나눈다.

영실이네 마을은 분단선이 가까워 군인과 미군들이 함께 훈련하는 모습이나, 탱크가 지나다니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총소리가 자주 들리고, 지뢰가 묻혀 있어 철조망이 쳐진 위험한 곳도 있다. 

어른들은 위험하다고 걱정하는데도, 아이들은 사격장 근처에서 놀거나 탄피를 주워 팔기도 하고, 철조망 근처도 스스럼 없이 다닌다.

결국 마을에 일어나서는 안 될 마음 아픈 일이 발생하고, 마을 전체가 슬픔에 잠기지만, 또, 마을 전체가 함께 해서 그 슬픔을 이겨낸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영실이네 마을이 딱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영실이와 영실이 친구들은 마을 전체와 자연의 품 속에서 기쁨과 행복을 즐기는 법, 슬픔과 아픔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며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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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게임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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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사 1과 '닛타 고스케'는, 혼자 사는 원룸에서 칼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 된 '이리에 유토'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범인을  특정하려고 조사하던 중 이리에가 17살 때, 폭행 사건을 일으켜 상대방이 의식불명이 되었다가 사망한 적이 있고, 그 일로 소년원에서 1년 3개월을 보냈다는 게 밝혀진다. 이리에의 폭행으로 사망한 학생의 어머니가 이리에 살인범으로 유력해지지만, 사건 당시의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

이리에 살해 사건으로부터 3주가 지나고, 닛타는 수사 1과의 다른팀들이 맡고 있는 2건의 살해 사건이 동일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알게된다. 세팀이 함께 힘을 합쳐 수사를 계속하게 되고, 피해자들이 과거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는 걸 알게된다.

유력한 용의자로 그들이 일으킨 과거 사건의 유족들을 조사하던 중, 그 유족들이 모두 호텔 코르테시아도쿄에 묵는다는 정보를 얻게 되고, 호텔 코르테시아도쿄와 공조하게 된다.

처음에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건 전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 어디선가 듣거나, 본 듯한 익숙한 종류의 사건들이 모이지만, 그 모인 사건들이 흘러가는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가해자들과 유족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준다.

세상은 미움과 증오, 고통만 가득한 게 아니라, 책임과 반성, 성장과 희망이 있어서 아직 살 만하다는 걸 보여준다.

나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를 좋아한다. 그래서 시리즈 전작에서 등장했던 사람들을 만나 반가웠고, 새로 등장한 7팀의 '아즈사' 팀장에게 관심이 갔다. 유능하고 정의감이 넘치지만, 가끔 범인을 잡기 위해서 폭주하기도 하는 그녀는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나는 또 닛타와 나오미의 케미를 사랑한다. 그래서, '매스커레이드 나이트'에서 나오미가 로스앤젤레스 지점으로 파견가는 것으로 결정된 이후, 나오미가 어떻게 되었을지 무척 궁금했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닛타의 인생에 아주 중요한 사건이 발생한다.

그 모든 걸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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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 상점가의 기적
쇼지 유키야 지음, 권하영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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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는 꽃길 상점가 상가주택 1층에서 부모님이 차렸던 '야구루마 영어수학 학원'을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학생은 초등학생과 중학생 다해서 10명 뿐이지만 월세가 들지 않는 아버지 건물이라 생활하는데는 크게 무리가 없다.

아야는 영국인 아버지 ‘세이진’과 둘이 살고 있는데, 40년 전에 지금은 돌아가신 어머니 '시즈'와 결혼해 일본인으로 귀화했다.

세이진은 공식적으로는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프로 모형 제작자이지만, 사실 50년대말 부터 60년대까지 영국 상류층의 미술품과 금품을 훔치고도 한번도 잡히지 않은 세기의 '마지막 괴도 신사 세인트'이다.

그들이 살고 있는 꽃길 상점가는 교외에 큰 쇼핑몰이 늘어나면서 폐업을 하는 곳이 많아지고 점점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꽃길 상점가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세이진’은 그 소문속에 숨겨진 비밀을 간파하고, 꽃길 상점가를 위해 오랫동안 숨겨왔던 대도로써의 능력을 발휘한다.

꽃길 상점가는 오랜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모두 가족처럼 지내고, 서로를 잘 알고, 함께 한 추억이 많은 곳이다. 또, 사랑스럽고, 유쾌하고, 따뜻하고, 재미있으며,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이다.

과거의 활기찬 모습을 되찾을 방법도 마땅치않고, 점점 쇄락해 가는 상점가의 모습을 보고 느끼면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지 고스란히 느껴져 나도 안타까웠다.

소설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젊은사람들이 큰 도시로만 몰려가면서 시골이나 작은  외곽 도시들은 점점 인구가 줄고 있다. 거기다 대규모 자본을 가진 대형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작은 상점들은 유지가 불가능해 문을 닫고 있다. 그런곳들의 옛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사람들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걸 알고 있어서 더 공감하면서 읽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곳들에 ‘괴도 신사 세인트’를 파견 보내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어쩌면 작가님도 같은 마음으로 현실 속 바람을 작품 속에 투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부디 ‘세이진’의 도움을 받은 ‘꽃길 상점가’가 앞으로 꽃길말 걷는 나날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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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타 이슬라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남진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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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네빈슨'이 열네 살 때 ‘베르타 이슬라’가 다니던 학교로 전학을 왔다. 둘은 그 이후로 내내 친하게 지내다가 연인으로 발전했다. 

베르타가 콤플루텐세 대학교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동안 뛰어난 언어실력과 모방 능력을 가지고 있던 토마스는 옥스퍼드 대학에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재학 중 살인사건에 휘말리면서 어쩔 수 없이 영국 비밀정보부를 위해 일하는 스파이가 된다. 

이후 두 사람은 스물 셋도 안된 어린 나이에 결혼하지만, 토마스가 업무를 핑계로 자주 집을 비운다. 자신이 영국 대사관에서 일하고 있으며, 교육 때문에 자주 오랜 시간 영국에 파견을 나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집에 돌아올 때마다 토마스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 미세하게 얼굴과 몸매가 조금씩 달라져 있고, 어떨 땐 목소리나 성격도 달라져 있다. 몸에 상처를 입어 오기도 하고, 그 상처가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원래 베르타가 알던 토마스로 돌아오긴 하지만, 이 상황이 자꾸만 반복되자, 베르타는 어떤 토마스가 진짜 토마스인지, 자신이 알던 토마스가 맞긴 한건지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토마스는 사람을 속이고, 죽이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하는 목적을 이루면서, 본인 스스로는 대의와 평화, 조국을 위해 일한다는 신념이 있다고 정당화한다. 하지만, 베르타에게는 그런 신념이 무의미하다. 토마스의 신념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도 없다.

사실 어릴 적부터 비밀 정보부의 스파이는 못 하는게 없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멋있는 모습이라는 로망이 있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그건 영화나 소설 속 미화된 허상일 뿐이었다.

현실에서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의 가족은 한 순간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무사히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걱정, 불안, 초조, 두려움에 고통 받는다. 꼭 필요한 순간에 연락도 되지 않고, 옆에 있어 주지도 않는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기대거나 의지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불안한 생활이 반복될수록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조금씩 어긋나게 될 것이다.
 
가족, 특히 아내의 시선에서, 스파이 남편과 그 남편과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미묘한 감정과 영향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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