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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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6월 어느 날 펜실베니아 포츠타운에 자리한 치킨힐 헤이즈 거리 근처의 오래된 우물 바닥에서 펜실베니아주 경찰이 유골을 하나 발견하고, 그 유골의 주인을 찾기 위해 대략 47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당시 치킨힐에는 유대인, 기독교인, 백인, 흑인들이 모여 살았고, 그곳의 유일한 유대인 식료품점 '하늘과 땅'에는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막내딸 '초나'가 있었다.

그녀를 중심으로, 그녀를 도우려다가 끔찍한 펜허스트 요양원으로 끌려간 청각장애 흑인 아이 '도도'를 구하려는 마을 사람들의 노력, 그리고 초나의 아버지가 세운 회당에 물을 대기 위한 두 가지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중심에서부터 몇 세대에 걸쳐 가지처럼 뻗어나가며 펼쳐지는 수많은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들이 얽히고설킨다.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그 작은 손길들은 어느덧 거대한 힘을 발휘한다.

특히 초나는 인종과 종교 상관없이 모두를 공평하게 대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아이들에게는 무료로 식료품을 나눠주고, 약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낸다. 정당하지 못한 일에는 이의를 제기하고, 불공평한 대우를 받는 모든 이들을 위해 싸운다.
그런 그녀의 의지와 용기, 사랑은 퍼져 나가고, 그 영향력은 시공간을 초월해 지금의 우리에게까지 이른다.

나쁜 짓을 한 자는 결국 벌을 받게 되고, 올바른 생각으로 그 신념에 맞춰 산 사람은 영원히 살아남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다. 더불어 1930년대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마치 내가 그 시기를 함께 살아낸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빠져드는 경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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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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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8월 30일 토요일 사이드 크릭 레인에 사는 '데보라 쿠퍼'는 숲에서 빨간 원피스를 입은 여자 아이가 어떤 남자에게 쫓기는 모습을 보고 신고한다. 잠시 후 그녀는 여자아이가 자신의 집에 와 있다는 연락을 다시 해온다.

경찰이 즉시 출동했지만 데보라는 집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채 발견되었고, 여자아이는 핏자국만 남긴 채 사라진다. 이후 아이는 오로라에 사는 15세 '놀라 켈러건'임이 밝혀졌고, 아이를 찾기 위한 대대적인 수색이 있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런데 33년이 지난 2008년, 뜻밖의 장소에서 ‘놀라 켈러건’이 발견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 전개될수록 낯익은 이름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자꾸만 튀어 나온다. 왜 그들이 거기서 등장하는지 이상할 뿐이다.

그 이상함은 의심이 되고, 그 의심은 계속해서 꼬리를 문다. 모든 사람들이 믿고, 알고 있었던 게 과연 진실이 맞는지 혼란스러워진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그 많은 사람들 중 누군가가 ‘한 발만 아니 반 발만 달랐더라면’, ‘과거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결정과 선택을 했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우연일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순간들이 나중에서야 모두 중요한 장면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철저하게 짜여져 있고, 빈틈없이 맞물려 있다.

드디어 사건이 해결 되었다고 믿는 순간, 새로운 단서와 의심이 등장하고, 이제 정말 진실을 알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또 다른 반전이 등장한다. 끝날때까지 절대 끝난게 아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수 없다.

평범한 독자로서는 쫓아가기 힘든 작가의 상상력과 사건전개에 결말까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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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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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ㆍ목재상인 '펄롱'은 엄마가 일하던 집 '미시즈 윌슨'의 도움으로 잘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은 아내와 다섯 딸의 어엿한 가장이 되었다.

어느 날, 그는 기초 교육을 제공하는 직업 여학교를 운영하고, 평판 좋은 세탁소도 겸업하는 수녀원에 배달을 갔다가 뭔가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면서도 조금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당연히 여기던 세상이 존재했다. 다른 나라뿐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도 흔했었다. 나라와 종교단체가, 나라와 군인이나 경찰이, 등등 힘있는 사람들이 모여 힘없는 이들을 가혹하고 잔인하게 대했다.

대부분 그게 잘못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봐 모른 척 눈감았고, 일부는 그들과 적극적인 한편이 되었고, 또 일부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펄롱이 사는 세상도 그랬다. 하지만, 그는 자신도 힘들게 자랐기 때문에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고,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살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무서운 일이 닥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용기를 냈다.

진짜 이제 시작이다. 아주 길고 힘든 싸움이 될 펄롱에게, 나도 손을 내밀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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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나무의 여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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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토'는 여전히 녹나무를 지키며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유키나'라는 고등학생 여자아이가 동생들과 '월향 신사'를 찾아온다. 그녀는 A4용지를 몇장 묶은 걸 들고와서 자신이 직접 만든 시집이라며 신사에서 팔아달라고 부탁한다. 레이토는 아무도 그 시집을 사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걸 시작으로 레이토에게, 귀찮은 일이 줄줄이 꼬리를 물고 생긴다. 사소했던 일이 점점 복잡하게 얽히며 소용돌이는 커진다.

자기도 모르게 여러 사건에 휘말리게 된 레이토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녹나무의 신비한 힘을 이용한다.

진정한 녹나무의 파수꾼으로 성장한 레이토를 만나 기뻤지만 누군가의 성장은 또 누군가의 쇠락를 의미하기도 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쇠락한 누군가에게 바치는 헌사였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고, 자라고, 사라진다. 사라지는 시간에 차이는 있지만 그 누구도 절대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사는 동안 끊임없이 고통을 겪게 되고, 잊을 수 없는 행복을 만나기도 한다. 힘겨움만 계속되는 것도, 즐거움만 계속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자연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지만 인간은 좌절하지 않고 살아낼 의미를 찾고 또 살아낸다. 그렇게 인간이라는 존재는 계속된다는 걸 알게 해준다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슬픈 결말이었다. 아니, 희망의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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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무경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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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주'는 고보시절 불의의 사고로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수술이나 약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낙은 자신이 경영하는 작은 다방 '흑조'에 앉아 손님들이 가져오는 기이한 이야기를 청해 듣고, 그 이면의 진상을 파악해보는 것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권유로 부산 동래온천에 요양을 하러 가게 되고, 그 여정에서 여러 사건을 만나게 된다.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

1929년 그때는 그랬을 것이다. 나쁜일은 무조건 조선인이 저질렀다고 덮어씌우고 정작 당사자인 일본인들은 빠져 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그 사이에서 조율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사람은 양쪽에서 욕을 먹으면서도 조선인들이 조금이라도 괴롭힘을 덜 당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을 것이다. 

마담 흑조는 감춰진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

절대 범인이 아닐거라고 확신하고, 마담 흑조가 도와줄 테니 걱정마라고 힘내라고 응원햇는데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았다. 믿는 마음이 컸기에 배신감도 그만큼 더 컸다.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전혀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담 흑조는 지나간 흔적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녀에 대해 더 궁금해지고 그녀에 대해 더 알고싶어진다. 부산에 직접 가서 지도에 등장하는 장소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상상해 보며 그녀와 좀 더 가까워 지고 싶어진다.

세상에는 항상 양면이 존재한다. 선과 악, 행운과 불행,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려는 사람이 있으면 배신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 할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모두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다. 그것들 덕분에 세상이 더 재미있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을 극대화 시켜준다. 

이야기들이 참 자연스럽다. 모든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소설이 아니라 현실 속에 있는 듯 해,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어떤 등장인물에 누가 어울릴지, 배경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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