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1928, 부산
무경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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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주'는 고보시절 불의의 사고로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수술이나 약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낙은 자신이 경영하는 작은 다방 '흑조'에 앉아 손님들이 가져오는 기이한 이야기를 청해 듣고, 그 이면의 진상을 파악해보는 것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권유로 부산 동래온천에 요양을 하러 가게 되고, 그 여정에서 여러 사건을 만나게 된다.

마담 흑조는 매구의 이야기를 듣는다

1929년 그때는 그랬을 것이다. 나쁜일은 무조건 조선인이 저질렀다고 덮어씌우고 정작 당사자인 일본인들은 빠져 나갔을 것이다. 그래서 그 사이에서 조율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사람은 양쪽에서 욕을 먹으면서도 조선인들이 조금이라도 괴롭힘을 덜 당하게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을 것이다. 

마담 흑조는 감춰진 마음의 이야기를 듣는다

절대 범인이 아닐거라고 확신하고, 마담 흑조가 도와줄 테니 걱정마라고 힘내라고 응원햇는데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았다. 믿는 마음이 컸기에 배신감도 그만큼 더 컸다. 뻔할 수도 있는 이야기가 전혀 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마담 흑조는 지나간 흔적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녀에 대해 더 궁금해지고 그녀에 대해 더 알고싶어진다. 부산에 직접 가서 지도에 등장하는 장소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상상해 보며 그녀와 좀 더 가까워 지고 싶어진다.

세상에는 항상 양면이 존재한다. 선과 악, 행운과 불행,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려는 사람이 있으면 배신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 할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모두 알아차리는 사람도 있다. 그것들 덕분에 세상이 더 재미있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의 등장은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을 극대화 시켜준다. 

이야기들이 참 자연스럽다. 모든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 소설이 아니라 현실 속에 있는 듯 해,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어떤 등장인물에 누가 어울릴지, 배경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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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요시다 아쓰히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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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량짜리 노면전차가 지나가는 교외의 작은 마을 이야기다. 역 앞 상가 내 작은 샌드위치 가게 '트르와'는 평범하지만 맛있는 샌드위치를 팔고, 근처 낡은 영화관에서는 팝콘 냄새와 함께 오래된 영화가 상영중이다.

아주 오래전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한 마을이다. 또는 오래전 시간이 멈춰버린 듯 한 마을이다.

잔잔하지만 따뜻함이 있고, 음식을 만드는데 진심인 트르와와, 관객이 거의 없는 영화관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인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함께 샌드위치, 스프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사람들을 더 끌어들일 영화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그들은 함께 서로의 끼니를 챙기고, 다른 사람의 집을 편하게 드나들고, 진심으로 서로를 믿는다.

잔잔하고 따뜻하고 평화롭고 소소한 행복들이 가득찬 마을이다. 꼭 가보고 싶은, 아니 살고 싶은 마을이다.

저자가 소년 시절을 보낸 도시인 '세타가야' 구의 '아카쓰쓰마'를 무대로 '달의 배 마을' 삼부작을 썼다. 그 첫번째가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두번째가 이 책이다. 세번째 책 '레인코트를 입은 개' 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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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인더스 오브 힘
콜린 후버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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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행복의 절정에 있던 순간,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실수로 발생한다. 그 사건으로 '케냐'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감옥에서 복역한다. 그녀는 출소한 후, 한번도 본적 없는 딸 '디엠'을 보기 위해, 비극적 사건이 있었던 마을로 돌아온다.

그녀는 그 마을에서 자신을 기억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피해다니며, 생계비를 벌어야 하지만, 복역한 과거 때문에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고, 딸을 만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 그녀가 우연히 들린 바에서, 그녀의 운명이 바뀔 일이 일어난다.

그들 모두 이해가 간다. 그 누구도 틀렸다고 말 할 수 없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판단했을 뿐이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반응에, 그 사람이 슬퍼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하고, 그 오해는 가혹한 원망의 피해자를 만들어 낸다.

그래도 그들은 모두 천성이 선하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슬픔과 충격이 그들의 눈을 가렸을 뿐이었다.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그들은 진실을 보게 된다.

살면서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 실수가 가져오는 결과가 때로는 사소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엄청날 수도 있다. 어떤 결과든 그 사람의 본성이 선하면 용서 받을 수 있고, 이해 받을 수 있고, 사랑 받을 수 있다. 그게 바로 우리가 잘 살아야하는 이유이다. 

이 책은 부모와 자식의 관계, 모성애, 사회 문제도 담고 있고, 긴장과 반전이 있어 단순한 로맨스 소설 이상이고,  흡인력이 엄청나, 시작부터 몰입해 순식간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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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23 제17회
박소해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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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의 아들  ㅡ 박소해
과거의 경험은 몇 세대가 지나도 계속 이어진다. 좋은 과거보다 생존에 관련된 아픈 과거가 훨씬 더 긴 시간 계속된다. 그래서, 과거일 뿐인데, 왜 거기서 벗어나지 못할까라고 여겨서는 안된다. 현장에서 고통을 고스란히 보고 겪은 그들에게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죽일 생각은 없었어  ㅡ 서미애
성장 과정만으로도 인생을 바꿀만큼 충분한 영향력을 갖는다. 그런데 타고난 성향과 성장 과정 둘다가 한 방향을 가리킬 때는, 그 방향으로 갈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진다. 무섭고 잔인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슷한 경험을 겪은 적이 있기에, 속이 시원해 지기도 한다.

40피트 건물 괴사건  ㅡ 김영민
나도 대학교 사진 동아리 난사 멤버가 되어 그들의 대화에 참여했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갸웃거리기도, 추임새를 넣기도 했다. 정말 별거 아닌 걸로 치부했던 것들이 모두 작가의 의도 였다는 걸 알았을 때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학교 사진 동아리 친구들을 계속 볼 수 있다니 기대가 된다.

꽃은 알고 있다  ㅡ 여실지
집은 그 집에 살거나 돌보는 사람이 없으면 금방 훼손되고 무너진다. 물리적인 것만 아니라, 그 집이 담고 있는 정신도 마찬가지다. 무너져버린 집의 최후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몰락하는 것 뿐이다.

연모  ㅡ 홍선주
자신이 모든 것을 주도하고 있다고 확신 하고 있지만, 사실 상대방에 의해 그렇게 믿도록 조종당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동안은 괜찮다. 어쩌면 그 사실을 알고 나면 더 좋아할 지도 모른다. 비슷한 사람들은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서로를 향해 끌린다. 그들만의 그 끌림이 나같은 일반인에게는 참 다행이다 싶다.

팔각관의 비밀  ㅡ 홍정기
전형적인 대기업의 가정이다. 자녀들은 모두 돈이 더 필요하고, 원하지 않는 정략결혼을 해야하고, 능력있는 후계자와 정석적인 후계자가 다르다. 그런 가족들 속 팔각에 집착하는 회장이 있다. 그 집착 때문에 마지막에 이르렀지만, 또 그 집착 덕분에 사건도 해결 할 수 있었다. 나의 실타래는 과연 몇개나 될까, 아니 존재는 할까라는 뜬금없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내 가슴을 쳐다 보았다.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ㅡ 송시우 
이 단편을 읽으면서 기억나는 사건이 있었는데, 작가의 말을 통해 역시 그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몇년전의 그 사건이, 다시 생생하게 다가온다. 10대라는 나이와, 사건의 잔인함과 엽기성이 여전히 충격적이다.

2023년 한국추리문학상인 황금펜상 수상작품집이다. 이미 읽은 작품은 다시 만나 반가웠고, 처음 읽는 작품은 새로워서 재미었다. 평소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이어서 더 행복했고, 읽는 내내 역시 작가님들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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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3.겨울호 - 80호
김새봄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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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
J의 몰락 ㅡ 김새봄('뉴스타파'피디)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심을 잃고, 좋은 머리와 뛰어난 능력을 잘못 사용해 결국 몰락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죄수와 검찰 사이를 오가는 게 가능했고, 그게 실화라는 게 충격적이다.

특집 2
'하라 료'라는 작가를 기억하며 ㅡ 박광규
처음에 '하라 료'를 단편으로 접했다가, 나중에 장편을 읽게 되었다. 탐정 '사와자키'가 꽤 매력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소설을 쓰기 전까지의 그의 인생 이야기가, 그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게 했다.

신인상 수상작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ㅡ 이시무
남아서 힘들게 살아갈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동반자살을 하는 사람들 소식을 이따금 듣는다. 어른들은 본인들의 선택이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아니다. 어떤 순간에도 아이를 지켜야 할 부모로부터 살해 당하는 것이다. 절대 정당화 될 수 없는 명백한 살인이다. 

단편소설
회귀 ㅡ 히라노 쥬
나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프로그래머, IT, 기술, 이런 쪽도 내 관심을 끈다. 친구도 구하고 복수도 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긴 했지만, 그 희생이 너무 커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뱀파이어 탐정 ㅡ 김유철
아이들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절망과 죄책감에 빠뜨리고, 진짜 가해자는 도망치기만 했던 그 사건을 잊을 수 없다. 시간이 오래 걸려 진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되지는 못 했다. 결국 그의 끊임없는 노력은 진실을 밝히는 시작점을 되었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도 구해냈다. 

밥통 ㅡ 황세연
시작은 밥통 하나였다. 아니, 정확히는 거짓말이었다. 그 거짓말로 인해서 일은 점점 커지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만 하다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되돌릴 여러번의 기회를 전부 놓쳐 버렸고, 이제 더 이상 남아있는 기회는 없다.

고양이 탐정 주관식의 분투 ㅡ 장우석
어렸을 때는 고양이를 무서워 했는데, 자라면서 점점 고양이가 귀엽고 사랑스러워 졌다. 나 자신을 잘 알기에 직접 키울 생각은 못 하지만, 고양이를 사랑하고 위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기분 좋다.

장편소설
탐정 박문수 (성균관 살인사건 ) ㅡ 백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읽어봤다. 사건의 전말이 다 밝혀졌지만, 시원함보다는 답답함이 더 크다. 시대가 이렇게나 많이 바뀌었는데도, 악습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게 참 씁쓸하다.

인터뷰
"잘못된 방향의 글이더라도 반드시 끝까지 써내려간다."
영화 <잠> 유재선 감독 ㅡ 인터뷰 진행 김소망
'잠'을 아직 보지 못했는데, 주변 사람들의 평이 괜찮아 관심은 가지고 있었다. '공포 영화의 외피를 둘렀지만, 결국에는 사랑 이야기'라는 말에 꼭 보고 싶어졌다.

미스터리 영상 리뷰
영국 스릴러 드라마 <비하인드 허 아이즈>, 예상치 못한 반전에 경탄하리라  ㅡ 쥬한량
드라마와 책 둘 다를 보면, 반드시 하나는 실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둘다 재미있고, 마지막에 뒤통수를 대차게 맞았다는데, 절대 안 볼 수 없다.

트릭의 재구성 
어둠 속의 저격수 ㅡ 황세연
올해 트릭 중 이번이 가장 어려웠다. 네번의 기회 중 한번은 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약간의 실마리도 떠올리지 못 했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1년 동안 계간미스터리 서평단으로 활동 하면서, 나의 추리문학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짧고, 얼마나 편향되어 있었는지 느낄 수 있었고, 추리의 세상이 얼마나 다양하고 방대한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물 밖을 조금은 내다 볼 수 있게 해준 것에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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