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 힘들 때 나를 지켜 주는 내 손안의 작은 상담소
김호성 지음 / 온더페이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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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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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대체 뭐가 힘든 건지 모르겠어요."
"너무 힘든데, 뭐가 힘든지 모르겠어요."
저자를 찾아오는 내담자들이 한숨 쉬듯 내뱉는 첫마디였다.
저자 역시 힘든 유년시절을 보냈고, 자신도 뭐가 힘든지 몰라 헤매던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정신과 약을 최고 허용량까지 처방받아 복용했을 정도였다고.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해 시작한 심리학과 뇌과학 공부로 죽음의 문턱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었던 저자.
그래서 내담자의 고통과 아픔, 상처를 자신의 일처럼 공감할 수 있었고, 누구보다 내담자가 자신처럼 치유되길 바랐다.

우리는 각자의 위치에서 여러가지 임무를 띠며 살고 있다. 부모님의 기대를 안고 사는 자녀로, 연인 혹은 배우자의 짝으로, 자녀를 돌봐야 하는 보호자로, 회사에선 자신이 맡은 임무를 해내야 하고, 사회에선 다양한 인간 관계로 감정을 소모하며 산다.
빠르게 변하는 사회는 어떤가.
쫓아가지 않으면 도태된 것 같고, 타인과 비교하고 경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게 되는 현실. 자신을 돌볼 기회는 매번 다음으로 미뤄지고 있으니, 상처는 더욱 곪아 마음을 병들게 했다.

저자는 나중으로 미뤄진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 보고, 방어 기제로 감춰져 있던 상처 입은 기억을 끄집어 내는 게 치유의 첫단계라고 했다.
심리학, 뇌과학, 의학최면까지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은 상처입은 과거의 '나'를 타인처럼 보지 말고, 현재의 '나'인 것처럼 공명해 당장 이 아이를 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거나 안타까움에 목놓아 통곡해야 할 정도로 동일시해야 치유가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저자가 말하는 치유프로세스는 그동안 미뤘던 나의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마음아이에게 내가 듣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주는 등, 스스로를 돌보고 아끼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었다.

책은 각 단계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마음아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질문들을 제공한다.
독자는 책과 함께 동봉된 어른의 감정일기장에 하나하나 기록하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정보 전달에 치중하기 보단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경험을 하도록 구성된 책.
당신이 지금 힘든 이유가 과거의 상처로부터 시작된 것임을 깨닫게 하는 책.
상처 입은 과거의 나와 대면하고 스스로를 돌보는 삶을 살길 바란다면, 이 책에 소개되고 있는 치유프로세스를 참고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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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21
지금까지 우리는 주로 '상대에게' 공감하는 방법을 배워 왔지요. 상대의 아픔이나 상처에 공감해 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아가 '공감을 잘하는 법'에 대해 많은 일화와 책을 접했을 겁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바로 그 중요한 '공감'을 스스로에게는 인색하게 합니다.


>밑줄_p31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과 감정은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뇌의 감정 기관인 편도체는 감정에 시간 개념을 부여하지 않습니다. 즉,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면 그것은 그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지금의 감정인 것이죠. 그렇게 과거로 치부해 온 감정의 덩어리들은 어느 순간 커다란 눈덩이가 되고, 결국 현재의 나를 짓누르게 되는 겁니다.





>> 이 서평은 독파(@dokpa_challenge) 앰배서더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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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김애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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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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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은 수학 여행을 떠난 학생들이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된 날이다.
그들의 삶도. 그들의 미래도.

세월호 참사 이후 출간된 계간 <문학동네> 2014년 여름호와 가을호에 실린 글을 엮은 단행본.
"눈먼 자들의 국가"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 사회학자, 언론학자, 정신분석학자, 현대정치철학연구자 쓴 12개의 글엔 세월호, 구조, 고통, 변화, 희망, 진상규명, 진실, 거짓말, 국가, 정부 등 그 시간을 뜨겁게 달궜던 단어들로 가득했다.
어떤 저자는 죽은 자를 애도했고, 또 다른 이는 이 사회의 뿌리깊은 부조리에 분노했고, 누군가는 살아남은 자의 이야기를 썼다.
같은 사건을 보지만, 시선은 각기 다른 곳을 향했다.
하지만, 그날을 기억하려는 것만큼은 똑같았다.

뉴스로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가 생각났다.
특보로 뜬 뉴스엔 수학여행을 가는 아이들의 모교가 나오고, 세월호의 사고 전 모습을 비춰줬다.
"모두 구조됐다"는 말을 의심없이 믿었다. 다행이라며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고라고 했다.
하지만, 하나 둘 밝혀지는 진실은 기가 찼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니라 예정된 수순이었고, 안타까움은 나날이 깊어졌다.
생존자의 입을 통해 들었던 그날의 참상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가만히 있어라."
어른들의 말을 들었을 뿐이었던 아이들은 모두 수장되었고, 진실도 수장될 뻔한 그때.
한나라의 대통령은 하...

정치와 언론이 그날의 진실에 침묵하고 있을 때,
다방면으로 진실을 규명하고 기록한 것은 또 다시 작가였다.
국가의 부조리를 고발했고, 피해자와 생존자의 입장을 대변했고, 사건의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들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일로 그날을 기록했다.
사건이 일어난지 11년이 지났지만, 첫줄을 읽자마자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해지는 기억과 감정들.
잊지 말아야 할 진실과 슬픔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진데, 어느새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나보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방면으로 다루고 있으니, 많은 독자들이 읽고 그날의 진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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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9
그러자 곧 거기 모인 이들의 분노와 원망, 무기력과 절망, 죄책감과 슬픔도 결국 모두 산 자의 것임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무엇보다 가슴이 아팠던 건, 죽은 자들은 그중 어느 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겨였다. 산 자들이 느끼는 그 비루한 것들의 목록 안에서조차 그들이 누릴 몫은 하나도 없다는 단순한 사실이었다.


>밑줄_p23
삶은 가만히 있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몇 겹의 다른 그림자를 드리우고 하염없이 검은 바위를 철썩거리는 파도처럼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고밖에 말 못해서 미안하고, 가만히 있어서 미안하고, 미안하다고밖에 말 못해서 미안해지는, 어쩔 줄 모르겠는 밤입니다.





>> 이 서평은 독파(@dokpa_challenge) 앰배서더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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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강자의 철학 - 파괴는 진화의 시작이다
민이언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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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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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는 당연하다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모국어라 여기며 듣고 말하고 읽었던 언어조차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믿는다.
왜 그래야 하는지.
왜 그러면 안 되는지.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는 과정을 놓치고 사는 것은 산다고 표현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니체는 삶의 모든 순간에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았다.

책 한권의 내용을 몇 줄로 요약하고자 한 니체.
한 번에 읽히는 글을 쓰지 않았으니, 읽을 자격이 필요한 것. 어렵지 않게 썼지만, 축약된 의미가 많은 글.
그런 만큼 니체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살면서 던져지는 무수히 많은 질문에 고민한 시간이 전제해야 한다.

니체의 철학은 많은 철학자가 이론을 구축하는 데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니체의 철학을 정복했다고 기뻐할 때, 과연 그곳 한 사람만 있었을까? 현대철학의 시작은 니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니체의 글은 아주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고 비유한다. 오르는 길은 많으나 험준하다. 도달했을 때의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
사람마다 살아가는 모습과 경험이 다르니, 같은 문장을 보아도 해석하는 게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동화, 소설, 경험, 오페라, 영화 등 다양한 곳에서 니체의 철학이 담긴 순간을 찾아낸 저자.
서양철학을 논하지만, 동양철학을 넘나들며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저자가 정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함축적인 니체의 문장은 글의 중후반부에 등장한다. 저자의 사유에 공감하거나 비판하면서 읽다가 만나는 니체의 문장은 그대로 독자에게 흡수된다. 이미 생각 거쳤고, 함축된 문장은 읽는 순간 이해되는 구조다.
철학자의 글을 발췌하고 해석한 일반적인 교양철학서와는 차별성을 띠는 부분이다.

체계를 거부하는 것.
틀을 깨부수는 것.
한계를 지우지 말 것.
원래 그런 거라는 말에 반문하는 것.
그래야만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낼 수 있는 강자가 된다고 말한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루틴화된 아침을 보내고 있는 필자는 니체의 글을 읽고 약간 혼란스럽다.
'오늘의 규칙을 폐기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다'라는 니체의 어록을 곱씹게 된 이유기도 하다.
일반인이 니체의 철학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어려울지 모르나, <니체, 강자의 철학>이 도움이 될 것이니 참고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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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38
착각은 깨달음에 대한 확신에서 시작되고, 오류 또한 자기 나름대로의 이해에서 시작된다. 이해와 확신이 되레 오류이고 착각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납득할 수 있으며 수긍할 수 있는가?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당신에 대한 이야기란 사실까지도 눈치챘는가? 너와 나,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앓고 있는 정신질환, 자기애적 우월감이다. 그러나 남의 증상에만 관심이 있지, 스스로에 대한 진단을 거부한다.


>밑줄_p89
인간은 누구나 관습의 결과다. (...) 그러나 시대정신에 맞지 않아도 그 이유를 따져 묻지 않고 답습하는 '미덕'의 명분이란 것도 있다. 니체가 강변하는 '이기심'이란, 그 부당한 사회성에 저항하는 개인을 요구하는 것이다.




>> 이 서평은 다반(@davanbook)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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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3
소재원 지음 / 프롤로그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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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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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4일 11시 22분에 온오프라인 서점에 모습을 드러낸 책.
소설 <20241203>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8분.
"카톡" "카톡 카톡"
"띠링" "띵"
수많은 알림음들은 한가지를 외쳤다.
"비상계엄령이래!!"
"이거 진짜야?"
"서울에 탱크 왔대."
낮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는 아이들.
남편은 회식 자리에서 남은 술을 비우느라 여념이 없었던 시각.
애들이 깰까 봐 소리 없는 텔레비젼 화면을 보는 내내 의아했다. 황당했다. 믿기지 않았다.
"미친 거 아냐?"
욕지거리가 절로 나오고,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렸다. 진동때문인지, 긴장으로 인한 떨림인지 알 수 없지만, 해제를 알리는 뉴스를 보고도 밤새 잠들 수 없었다.

소설은 필자 같은 평범한 시민들의 눈과 입을 통해 그날의 진실을 보여준다.
택시운전사 오상진, 직장인 남편을 걱정하는 아내 이수진, 707부대 중사 박재형, 경찰 기동대원 안현모, 성소수자 한선영과 오현정 그리고 작가 소재원.
덮으려 해도 덮어지지 않을 거라 믿었지만, 이긴 자가 쓴 역사는 늘 왜곡됐지 않은가!!!
어디서 어디를 뜯어 고쳐서 시민들의 눈을 가려볼까, 심사숙고하며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 부산에도 들렸으니. 두말 하면 입 아프다.

누구보다 빠르게, 가장 먼저 역사의 순간을 기록한 저자 소재원.
늘 낮은 자리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확성기가 되어주는 저자는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펜을 들었다.

어두운 곳에 빛을 비추고, 소리없는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주는 저자의 행보는 그간의 작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호스트바의 실태, 아동성범죄자에게 유린 당한 피해자 이야기, 더딘 구조 현장과 생존자, 가습기 살균제 이야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자로서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는 과정을 그려낸 이야기까지.
저자가 다루지 않은 이야기는 없었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늘 한결같았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그의 소설은 늘 영상화되었고, 시간이 흘러 사람들 기억에서 잊히게 된 사건에 숨을 불어넣어,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눈물이 글썽여 혼났다.
감동적인 이야기라서가 아니다.
그 추운 겨울 야광봉을 흔들며 어깨를 나란히 한 국민들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 눈시울이 뜨거웠던 것이다.
이 책도 그 마음과 다르지 않을 터. 뭐라도 해야하지 않겠냐는 마음이 모아지고, 제대로 알리고 싶은 마음이 담긴 책이니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
>밑줄_p181, 182
오현정이 먼저 흥얼거렸다. 뒤를 이어 택시 기사가 따라 불렀다. 오상진과 이수진도 함께 노래를 불렀다. 안현모와 대원들도, 박재형과 대원들도 하나둘 목청을 높였다.
"저들의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한 없는데~~"


>밑줄_p204
우리의 피가 이 땅 전역에 뿌려져 있다는 말이다.
우리 권력자의 탐욕을 지키기 위해 쓰러져 갔단 말이다. 그렇게 희생된 우리 이름은 역사책에 한 줄도 쓰여있지 않았단 말이다.
나는 이 땅의 역사가 원통했다.
단 한 번도 이겨본 적 없는 우리가, 이용만 당했던 우리가, 어떤 역사에도 기록되지 못했던 우리가, 가여웠다.






>> 이 서평은 저자 소재원(@sojj1210)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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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 군함의 살인 - 제33회 아유카와 데쓰야상 수상작
오카모토 요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톰캣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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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망망대해에 떠 있는 범선 군함.
육지와는 다른 법과 규칙 아래 수백명의 사람들이 생활하는 곳. 제대로 된 의사나 경찰도 없는 군함은 말그대로 그들만의 세상이었다.
철저하게 고립된 상황, 세상과 단절된 세상.
그곳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사체는 있는데, 범인은 없다.
누구도 범선에서 내리지 않았는데, 누구도 범인을 본 사람이 없다. 클로즈드 서클의 정형적인 플롯으로 이야기는 서스펜스 분위기를 자아내며 흡입력이 상당하다.
또 다시 발생하는 살인 사건.

"도대체 범인은 누구지?"
"왜 이 사람을 죽인 거야?"

프랑스와의 전쟁을 위해 젊은 남자들을 무조건 징병하는 영국 해군. 직업과 나이는 상관없었다.
술집에 앉아 있다가 끌려간 네빌도 그런 케이스였다.
배에 관련된 일은 하나도 모르는 구두장이.
곧 태어날 아기도 보지 못하고, 사랑하는 아내도 언제 보게 될 지 모를 불확실한 미래는 그를 패닉에 빠지게 했다.
헐버트호는 2층 건물과 맞먹는 크기의 범선이었고, 해군들은 철저히 계급에 따라 움직이고, 상명하복의 규칙이 엄격했다. 규칙과 명령에 따르지 않을 시, 수병이 다 모인 앞에서 징벌을 받는다.
채찍으로 몇대 맞기, 기둥에 매달려있기, 영창에 감금되기. 그 어떤 형벌보다, 영창에 감금된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해군들.
영창에 감금되어 있던 프랑스 함장이 자살한 후, 프랑스 함장 망령에 의해 영창에 감금되었던 수병은 비운의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소문은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술에 취해 수병을 구타한 벌로 영창에 감금됐던 에릭 홀란드가 사망에 이르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배 위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범선 위에서 펼쳐지는 생활 모습 묘사와 범행 수사 장면이 오차없이 펼쳐진다.
딱 필요한 만큼 보여 준다는 느낌이 강하다.
"자, 여기까지 이야기했어. 이게 뭘 의미할까?"
필자의 펜이 움직이는대로 독자는 함께 수사하는 듯, 팽팽한 긴장감에 사로잡힌다.
빠르게 설명되는 이야기는 상황에 몰입하게 했고,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는 가독성을 높였다.

빠져나갈 곳 없는 범선 위, 살인이 시작되는 곳.
어느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고립된 상황.
범인은 바로 그곳에 있다.
'정말 망령의 짓이었을까?'
스미추를 사랑하는 독자나 미스터리 입문자에게도 추천할만한 소실이니 후더닛, 와이더닛, 하우더닛의 묘미를 한껏 느껴보시길 바란다.



>>
>밑줄_p120
"영창에 다녀온 사람은 다들 비운의 죽음을 맞는다고 들었는데요. 정말입니까?" (...)
"그 영창에는 사연이 있거든. 죽은 프랑스인 함장의 망령이 붙었어."

>밑줄_p152
"정수리가 깨졌어." (...)
수병들은 저마다 놀라움에 찬 목소리를 내질렀다. 수병이 질병이나 당직 중 사고로 죽는 일은 드물지 않았지만, 함내에서 살인이 발생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 이 서평은 톰캣출판사(@tomcat_book)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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