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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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에 묻힌 금괴. 할머니의 농담은 농담이 아니었다. 돌고 도는 인생이랬던가, 돌고 돌아 금괴를 손에 넣은 사람은 바로!!!!

🌳 우리나라가 통일되면 평양가서 땅에 묻은 금괴를 찾아오라는 할머니.
집 주소도 모르시면서 어떻게 찾으라는건지 웃어넘기는 인찬이었다.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신 후 할머니와 함께 살던 인찬과 인지는 할머니가 엄마였고 아빠였다.
그랬던 할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게 된 후 고모들이 할머니의 얼마 되지도 않은 재산을 가지고 왈가왈부하기 시작했고 인찬은 이런 상황이 영 불편했다.
장례식까지 모두 치룬 어느 날, 눈빛을 반짝이며 찾아온 동생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역시 손을 내밀며 돈을 내놓으라는 인지. 조의금뿐만 아니라 할머니가 인찬에게 미리 챙겨준 땅 판 돈도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인찬은 이미 주식으로 홀랑 날려먹은 후 였다.
그때 인찬은 동생에게 비밀 하나를 알려준다.
할머니의 금괴, 평양에 묻혀 있는 금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고!!
할머니는 늘 주소를 기억하지 못했고, 수의로 입을 한복에 아주 작게 적어놓으셨다. 그걸 발견한 인찬은 동생과 공유했고 둘은 월북을 계획한다.
평양으로 들어가는 일부터 만만치 않았는데...

🌱p14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냐. 통일이 언제 될라나 모르겠다만서도 나 죽고 나면 너라도 한 번 꼭 다녀와라."
"가서 금괴 찾아오너라. 금괴."
🌱p37
"더 많겠지만, 일단 금괴 150개로만 계산해보자. 얼마야?"
"십일억...아니...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막, 천만, 억...십 억..백...백..?"
"112억"
🌱p76
위도 39°02'08.46 경도 125°45'01.56
"대략 여긴데. 한국으로 따지면... 용산 대통령 집무실하고 재벌가 부촌이 그냥 한자리에 몽땅 몰려 있다고 보면 돼."
🌱p125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설상가상 같은 차림의 군보글 입은 두 명의 열차원까지 이쪽으로 온 상태였다. 그리고 순식간에 총구가 눈앞까지 오자 깨달았다. 다 끝났다는 것을.
"야, 니들 손 올려."

🌳 그 노래가 생각난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하나 밖에 없는 친손자에게 통일되면 평양가서 금괴 찾아오라고 늘 말씀하시는 할머니.
그 대사에 맞춰 멜로디를 입혀 따라 부르게 된다.
그 한 문장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나같아도 금괴찾아 월북할 액수이니 말이다!!! 🤭

이 소설은 금괴를 찾으러 떠난 인찬과 인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려낸다. 브로커 원과 꽃제비 애꾸와의 동행은 순탄하지 않았다.
서로의 뒤통수만 바라보며 숨겨둔 자신들의 계획들만 생각하는 그들이었다.

또한 할머니의 아버지와 오빠들을 때려죽인 삼태와 삼지연관현악단의 가수 손향의 이야기도 나온다. 할머니와 어떤 인연이 있길래 이들을 소개하는 것일까 궁금해하며 읽게 된다.
그러다 밝혀지는 얽히고 설킨 그들의 인연.
원수이기도 하고 핏줄이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한 과거의 업보였다.

목숨 건 월북.
중국을 통해 월북하는 모습은 긴장감이 맴도는데 그 와중에도 코믹 포인트가 곳곳에 있다.
"이 장면은 영화화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며 읽게 된다.
월북하는 과정, 탈북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서 어두운 뒷거래가 아직도 자행되고 있는건 아닐까 상상하게 됐다.
또 북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했다. 말투만 흉내낸게 아니라 그들의 생활모습도 살펴볼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다.

북한의 이모저모를 알게 되는 소설.
발칙한 상상으로 최악의 모험을 떠나게 하는 소설.
술술 잘 읽히는 킬링 타임용 소설로 추천해봅니다. 🌟🌟🌟🌟🌟

⭕️이 서평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chae_seongmo)님이 모집하신 서평단에 당첨되어 델피노 출판사(@delpinobooks)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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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친절한 거짓말 - 총리가 된 하녀의 특별한 선택
제럴딘 매코크런 지음, 오현주 옮김 / 빚은책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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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가 무너지려는 순간에도 음모가 난무한 그들만의 전쟁 속에서 급하게 내뱉은 거짓말 하나가 가장 친절한 거짓말을 낳았다.

🌊 성곽 도시 프래스토에 두 달동안 비가 내렸다. 시민들은 이 총체적 난국에서 자신들을 구원해 줄 사람은 총리뿐이라 믿었다. 해결방법을 찾아내 줄거라 믿는 시민들의 기대는 총리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코베트 상원의원은 성문을 닫아서 물이 더이상 들어오지 않게 해야한다고 했고 총리는 기상학자들의 보고서를 보고 결정하자고 한다.
기상학자가 가져온 보고서를 읽은 총리는 모든 의원들에게 웃으면서 곧 비가 그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거라고 발표한다.
그랬던 총리는 그날 곧바로 큰 여행가방을 싸서 기차역으로 출발한다. 웃돈을 주고 자리를 만들어서 프래스토를 떠나려했다.
하녀 글로리아만 남기고 모두를 해고한 총리.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글로리아였지만 총리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기차역에 도착한 총리는 웃돈을 챙겨주며 자신과 가족들의 자리를 마련한다. 기차가 떠날 땐 총리와 강아지 한 마리만 기차에 탑승한 상태였고, 총리 남편 티모르와 하녀 글로리아, 강아지 한 마리는 남겨졌다.
계속되는 국가적 문제들로 신문기자가 총리를 직접 만나고 싶어했고 티모르는 급하게 글로리아를 총리 대역으로 세우려 하는데....

💧p14
"하지만 총리님! 오늘 신문을 아직 보지 못하신 건가요? 북부 지역에서 오는 전보는 받아 보셨나요? 강이 범람 직전이란 소식은요? 가옥들이 물에 잠겼다는 얘기는요? 비가 이토록 많이 내리니 강물이 점점 차오르고 있어요!"
💧p64
"어쩌면 그 소문이 사실인지도, 총리는 정말 이 도시를 탈출했고, 아까 그 사람은 대역일 수도 있어!"
💧p137
다섯 공장이 프래스토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그러니까 우편배달부, 교사, 제빵사, 점원 할 것 없이 모두를 집어삼키고 있다는 것이 정말이니?
💧p306
"제가 아는 한, '여기 있는' 이 친구가 총리님이십니다. 선생님, 증서는 없지만 이 친구는 필요한 자질을 갖췄어요. 부모들은 모두 다 동의할 거예요. 그러니 죄송하지만, 선생님. 저는 여기 이 총리를 지지합니다."

🌊
작가님의 이력이 화려하면서 특이하다.
많은 작품들을 쓰셨고 능력을 인정받아 다양한 상도 수상하셨다. 하지만 글을 쓰기 이전엔 기자, 비서, 교사, 언론인 등 많은 직업을 경험했다.
(그 경험들이 소설 속에 잘 그려졌다.)

총리는 아주 작은 여인이었다.
늘 망사장갑을 끼고 챙이 넓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사람들 앞에 나섰다. 그래서 대역을 세우겠다는 생각도 가능했던 것이다.
발음을 연습하고 당당한 행동을 연습하는 동안 글로리아는 모두를 속이는 이 일이 탐탁치 않았다.
솔직하게 말하고 방법을 찾아보자고 해도 티모르는 막무가내로 총리 대역을 주장했다.
이 일로 프래시토 도시는 새로운 총리의 관리를 받게 된다.

공장을 방문해 노동자들의 불편을 살펴보고, 더이상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성벽을 닫았다.
경비대들이 더이상 공장인부들의 집을 뒤지지 못하게 했고, 댐을 폭파하지 못하게 했다.
이전의 총리라면 절대 허락하지 않을 일들을 지금의 총리인 글로리아는 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누구의 승인도 없이 마음대로 진행된 일이지만 서서히 시민들의 지지를 얻게 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정치인들과 총리 남편 티모르에게선 늘 비난을 들어야했다.
분명 다른 도시들에도 사람들이 있는데 계속해서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의 안위만 고집하는 그들과 글로리아는 외롭게 싸워야했다.
한 도시가 처한 종말과도 같은 재난 중에도 힘을 내세워 언론을 장악하고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한 음모가 존재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상황.
글로리아의 가장 친절한 거짓말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도시를 정상화할 수 있을까?

작가님의 말에서 소설이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난 일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설이니까 그렇겠지'하며 읽었던 내용들이 현실에선 훨씬 심각했고, 더욱 비열했다고 한다.
이것 저것 재지 않아 대담하고,
진심을 다하니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글로리아가 과연 도시를 구했을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

※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서평단의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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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 - 유리멘탈에서 강철멘탈로 거듭나는 방법
스기타 다카시 지음, 양필성 옮김 / 한밤의책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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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걱정에도 공식이 있다
ㅡ 사람들이 고민하는 유형을 5가지로 정의하고 어떻게 자신의 문제에 적용하는지를 서술한다.
무조건 따라하라는 말로 현혹시키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깨달음을 선사한다.
🌱p20
고민이란 드러난 욕구와 숨어진 욕구 사이의 충돌이다.

1️⃣ 잡생각에 먹이를 주지 마라
ㅡ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집중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는 미련을 두지 않아야 한다. 이 둘 사이를 구분하는 것이 진정한 힘이자, 지혜이다.
ㅡ 노력은 결과에 비례하지 않고, 그저 수단일 뿐이다.
ㅡ 복합적인 감정이 드는 것이 사람이다. 인정하자.
2️⃣ 갈등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
ㅡ 마음을 움직이려면 반대쪽을 자극하라. 공감이 그 공략법이다. 스몰 토크도 가능하다.
(ex 아휴, 일하기 싫어 ㅡ 맞아, 그럴 때가 있지. ㅡ 얼른 해치우자!!)
ㅡ 상대방을 관찰하고 장점을 정확하게 말로 칭찬하라. 별명, 호칭이 대인관계의 긴장을 풀어준다.
3️⃣ 불안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
ㅡ 고민하는 것도 어쩌면 그저 도전을 미루기 위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만 할 수 있다면'이라고 말하면서 아무런 행동도 안하고 그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가?)
ㅡ 못 하는 걸 못한다고 인정하자.
ㅡ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자. 현타를 극복할 수 있다.
ㅡ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균형이 필요하다. 과하면 즐거움이 줄어든다.
4️⃣ 자괴감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
ㅡ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약간의 흠이 매력적이다.
ㅡ 갈등이 일어날 상황을 만들지 말자.
(휴일 점심 식사 후 낮잠으로 하루종일 뒹굴거린 적이 있다면 그저 점심 전에 밖으로 나가면 된다.)
ㅡ 잘하려고 무리해서 노력하지 마라.
ㅡ 시도하는 노력(시작)과 지속하는 노력(통제감)
ㅡ 다른 사람들의 좋은 평가를 근거로 자신감을 키우자. 칭찬을 받아들일줄도 알아야한다.
5️⃣ 편견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
ㅡ 현실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중 어느 쪽을 바라볼지 결정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ㅡ 단점이라고 치부하고 무조건 억누르지 마라. 어떤 상황에선 도움이 되기도 한다. 차라리 그 분야의 전문가가 돼라.
ㅡ 당연히 해야하는 것은 없다. 당연히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벗어나자.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당신은 행복한가?

🌳걱정으로 내 배를 불리는 법
ㅡ 하루하루 참고 살고 있지만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 💧이들은 우울한 기분이 만성화된 상태, 즉 생활에 지장은 없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가 지속된다.
ㅡ 그런 나라도 껴안아줘야 한다.
(자신의 부정적인 부분도 받아들이자!)
🌱p198
고민은 자기 자신의 어떤 부분을 무시하거나 싫어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
서른 중반이 되도록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나날이 자신감을 잃어갔다. 스트레스는 술을 불렀고 취한 김에 잠을 잤다.
그렇게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수순을 밝았던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스기타 다카시'였다.

그는 꼬리를 무는 걱정에 난생 처음 심리 상담을 받았고 그때 '걱정을 키우느냐, 키우지 않느냐'로 불행한 사람과 아닌 사람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사유들을 담은 책이 바로 <걱정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였다.

모든 이야기의 결론은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으로 통한다.
새로운 접근과 해석이 신박했다.
"맞아. 정말 그러네."하며 공감가는 말들이 많았다. 어디서 들어본 말들이지만 인과관계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이라 메모할 게 많았다.

고민들이 걱정을 부르는 과정을 설명하고 적절한 예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그래서 성인 뿐만 아니라 공부로 힘든 청소년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유리멘탈을 강철멘탈로 탈바꿈해 흔들리지 않는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게 할 방법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걱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라 한다. 남들은 모르는 자신만의 고민들에 잘 적용하면 분명 효과를 보게 될거라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걱정과 함께 사는 슬기로운 방법.
이 책에 다 있다.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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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거리
야마시타 히로카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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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줄 알았다. 에세이같은 소설 한 편에 마음 한 편이 묵직하다.

🌳 나의 가족 구성원은 말도 안된다. 평범하지 않다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어째서 바람핀 남편의 엄마를 키이짱은 부양하고 있는걸까?
모든 부당한 소리를 들어가며 그 비위를 맞춰주고 있는걸까?
생활비도 제대로 받아내질 않는걸까?
엄마라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보살펴줘야 할 부양가족 중에 한명이다.
아흔살의 할머니는 입맛 열면 내 속을 긁어댄다. 당신의 병수발도 생활비도 병원비도 엄마와 내가 부담하고 있는데 늘 바람피고 이혼해서 떠나간 아빠만 찾는다. 손주는 바람난 여자한테서 태어난 손자밖에 없는 듯 행동한다.

누가 칭찬을 바랬나? 인정해달라고 했냐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고 싶다는 유메였다.

🌱p59
바람피우고 애까지 가져서 집 나간 남자와 결혼한 것만 해도 꽝인데, 그 남자의 엄마를 갈라서고 난 지금까지 부양하고 앉았으니 꽝도 이런 꽝이 없다.
🌱p89
깡마른 두 팔도, 튀어나온 어깨뼈도, 살이 간신히 붙어 있는 다리도. 온갖 것들이 떨어져 나가 심이 되어가는 과정 같은, 생의 경계를 건드리고 있는 듯한 공포와 거북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p94
신발도 없이 홀로 아빠 집을 뛰쳐나온 할망구를 나는 조금 측은하게 여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나는 할망구를 단 1초라도 '불쌍하다'고 여긴 스스로를 두들겨 패주고픈 심정이었다.
🌱p107
나는 비틈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빈틈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기적이고 거만하고 신경질적이고, 말로 상대를 헐뜯고, 비난하고, 얄밉게 욕지거리만 해대는 감당 못 할 여자로 여겨지는 게 마음 편했다. 그래야만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
"어째서 인생은 끝이 없을까. 언젠가 끝난다는 걸 알면 좀 더 버티기 쉬울텐데 말이야."
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 생각을 그대로 그려놓은 소설이 <욕지거리>다.
끝없는 인생의 고단함과 부담감을 그려냈다.

소설 속엔 3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아흔의 나이에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지만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내고 싶은 할머니.
늘 큰소리로 고집을 주장하고 이겨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할머니다.
잘 해줘야 한다는 마음과는 달리 얼굴을 마주하면 욕지거리가 튀어나온다. 그 욕지거리의 수준은 할머니를 '할망구'라 부르는 정도와 높은 톤으로 할머니의 억지를 되받아치는 정도지만 그래도 화가 좀 풀린다.

그 모든 투정과 억지스런 고집을 고스란히 받아주는 엄마, 키이짱.
아빠가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도 이혼하자고 서류를 내밀 때도 시어머니인 할머니가 우리 집으로 오셨을 때도 순종적으로 모든 일을 받아드렸던 키이짱. 나는 그런 엄마가 못마땅하다. 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고 늘 모든 걸 책임지고 생병이 나는지 그런 엄마가 못마땅하다.

이 집의 경제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유메. 이제 곧 스무 살이 되는 아이다. 늘 현재의 모든 일들이 짜증스럽고 화가 난다. 그래도 벗어나지 못하고 책임지고 있는 딸이고 손녀다.
회사에선 계약직이라 늘 불안한 위치였고 남자친구는 부자집 아들이라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늘 철없는 행동만 한다. 집으로 가서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집으로 가는 발길이 무거운 유메.

멀리 떠나고 싶은 마음이어도 발길은 떨어지지 않는 유메와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책임지려는 키이짱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지쳤다.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는 글이나 그때의 감정을 묘사하는 글이 좋았다. 명확하게 전달되는 비유들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네모 바퀴로 굴러가는 가족이었다."같은 표현들 말이다.

또한 거침없는 감정표현들이 대리만족을 하게 했다. 사는 동안 체면때문에 참았던 말과 행동들이 유메의 입을 통해 쏟아졌다.
내심 속시원했던 마음과 달리 아직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들이 남았다는 말에 또다시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유메가 쓴 소설은 결말이 있는데 왜 인생은 끝이 없는걸까.
"어째서."라는 유메의 한마디에 모든 고단함이 전해져 마음이 무거웠다.

삶이 힘든 당신을 대신해 속시원하게 욕지거리 해주는 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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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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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어의 소송
ㅡ 하이트 왕국의 맥스 왕자가 살해됐다. 오비 왕국의 카스 공주와 결혼하기 하루 전에 말이다.
수개월의 수사 끝에 맥스 왕자가 떠돌이 소녀로만 알던 에일이 인어로 밝혀졌고, 살인 혐의로 기소되는데..
✒️p15
"맥스 왕자님이...왕자님이...돌아가셨습니다!"
호프는 소리치며 직감적으로 에일을 노려보았다.
🔶️ 선녀를 위한 변론
ㅡ 나무꾼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무방비 상태에서 머리를 돌절구로 수차례 맞아 죽었다. 경찰은 평소 남편에게 불만이 많았던 '선녀'를 살인 혐의로 체포한다. 이에 격분한 여성단체들이 나서서 선녀를 변호하는데...
✒️p68
피해자 이쇠돌의 절도, 약취유인, 강간, 협박 등 수년간 이어진 범죄행위로 인해 선녀의 인권이 유린되어왔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
ㅡ 서행물산 총무부에서 급여와 직원 복지를 담당하는 임기숙은 반려견 타미와 함께 산다. 요즘 해외영업부에서 일하는 추예나때문에 골치를 썩고 있다. 이젠 무단결근까지 해서 집으로 찾아가게 만들다니....
✒️p119
추예나는 인정받는 똑똑한 신입 사원에서 분노로 펄펄 끓는 싸움닭으로 변했다. (...) 서행물산 전체를 통틀어 최고의 또라이가 되었다고 요약하면 정확할 것이다.
🔷️ 모서리의 메리
ㅡ 카페 개랑이 곧 폐업을 한단다. 그동안 강아지와 함께 왔던 단골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모서리의 메리도 손님들을 빤히 쳐다보는 것으로 그들을 맞이했다. 자주 오던 손님들을 떠올리던 사장은 임기숙의 한마디에 서연이라는 손님을 떠올리는데...
✒️p161
겁이 많으면 호기심이 없든지 호기심이 많으면 겁이 없든지 해야 할 텐데 둘 다 많은 것이 메리의 딜레마였다. (...)그래서 손님이 들어오면 몸은 기둥 뒤로 숨긴 채 모서리로 슬그머니 고개만 내밀어 관찰한다.

🔘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ㅡ 10대 청소년인 김윤주는 멍하게 앉아 있었다. 어제의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윤주는 8살 서정우를 납치 살해한 피의자였다. 끔찍하게도 사체는 오른쪽 손이 잘린 채 첼로 가방 안에 있었는데...
✒️p196
"똑바로 들어. 어디서 들은 건 있나 본데, 넌 피해자가 아니야. 범죄 피해자라면, 더구나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물론 신뢰관계인을 동석해야지. 하지만 넌 아동 납치 살인 피의자고 지금 체포된 상태야. 네 부모도 신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고."

⭕️
인어공주,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오마주한 1편과 2편.
세상의 모든 맥주 이름이 다 등장해야 이야기가 끝나려나 했던 <인어의 소송>에선 초반에 이름때문에 웃음나서 혼났다.
(한동안 마트에서 맥주보면 웃음날거 같아요.😁)
하지만 작가님은 이야기가 흐를수록 사건에 집중하게 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또한 이야기를 오마주한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사법부와 과학수사 기법까지 등장시키는 등 새로운 방법으로 두 주인공의 억울함을 풀어낸다.

3편과 4편에선 임기숙과 타미의 활약이 계속 이어진다.
(첫 번째 소설집 <아이의 뼈>에 수록된 '5층 여자'와 '원주행'에 등장했던 그녀와 강아지이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있다가 문득 실마리를 풀어 한마디씩 하다보면 사건을 해결하게 되는 임기숙.
말과 행동 속에 숨긴 뜻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곤 타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그녀. 시크하기보단 불안증이 높은 여성이었다.

5편에선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 짧게 실려있다.
10대 청소년들의 범죄가 심각해지는 요즘. 그 잔인함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잘못을 깨닫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은 10대니 처벌받지 않는다고 큰소리 치는 모습을 보이며 촉법소년의 문제점을 상기시킨다.
거기다 인터넷으로 만들어진 가상 세상에서의 부캐를 실제 세상과 분리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다루고 있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다.

인어, 선녀, 임기숙, 이규영은 다양한 곳에서 존재하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법부의 등장, 수사기법의 발달, 번뜩이는 통찰력과 아이디어, 여성만의 꼼꼼한 수사력으로 자신들 앞의 부당함을 해결해낸다.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다뤄 긴장감을 높였다.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답게 다양한 소재를 다뤄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마인드를 흔들게 한다.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좋아하시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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