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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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글들이 마음에 사무쳐서
소매로 훔친 눈물이 눈치도 없이 계속 차오른다.

😭😭😭😭😭😭😭😭😭😭😭😭😭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내가 목소리 높일 때마다 아버지는 말했다. 긍게 사램이제. 사람이니 실수도 하고 시람이니 배신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번만 와도 되는데. 한번으로는 끝내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그러게. 나는 무슨 유물관에 온 줄. 들었냐? 선생님보고 애기라잖아, 애기. 선생님이 애기면 야, 우리는 정자다 정자."
아이들이 키들키들 숨죽여 웃었다. 이것이 녀석들 방식의 위로였다. 한 녀석이 냉큼 담배 한개비를 내밀었다.

📌아버지 유골을 손에 쥔 채 나는 울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준 이상한 인연 둘이 말없이 내 곁을 지켰다. 그들의 그림자가 점점 길어져 나를 감쌌다. 오래 손에 쥐고 있었던 탓인지 유골이 차츰 따스해졌다. 그게 나의 아버지, 빨치산이 아닌, 빨갱이도 아닌, 나의 아버지.


ㅡㅡㅡㅡㅡㅡㅡㅡ

모든 글이 덤덤해서 더 사무치게 와닿았다.


#아버지의해방일지
#정지아
#창비
#감상문
#완독후기
#꼭읽어보시길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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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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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ㅡ 작가님의 톡톡 튀는 필력에 반하고 다양한 소재의 스토리에 빠져드는 소설이었다.

#작가소개
스티븐 킹 ㅡ 1947년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따라 여기저기 이사 다니며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형이 발행하던 동네 신문에 기사를 쓰면서 글쓰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킹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작품은 1974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캐리』였다. ‘공포의 제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간의 심층적인 두려움을 자극하는 데 탁월한 작가로 알려졌지만, 공포 소설뿐 아니라 SF, 판타지,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방대한 작품 세계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는 동시에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명실공히 ‘이야기의 제왕’으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작인 『캐리』, 『샤이닝』, 『살렘스 롯』, 『미저리』, 『돌로레스 클레이본』,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 등이 명작으로 손꼽힌다.

#줄거리
사물을 인식할 때부터 보았다. 엄마, 외삼촌, 머리가 깨진 죽은 사람.
보통 눈이 마주치면 인사 정도만 한다. 그들이 말을 걸거나 쫓아오는 일은 없다. 나 또한 말 걸거나 동행하는 일은 없다. '그냥 거기 있구나.'정도에서 끝나는 귀신과의 조우였다.
그러다 이웃집에 사는 버켓 교수님의 와이프가 돌아가시던 날 이야기를 나눌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나의 비밀을 의심하는 사람이 또 한명 늘어났다.
엄마는 혼자서 날 키웠다. 아빠 관련 질문은 노코맨트. 그 비밀은 '나중에' 알게 될 일이었다. 엄마와 외삼촌이 투자한 곳이 사기꾼들의 판이었고 쫄딱 망한 우리집. 엎친데 겹친 격으로 알츠하이머 진단받은 외삼촌까지. 거리에 나가 살게 될 판이었다.
하지만, 우리 집 월세와 외삼촌 병원비를 책임져줄 시리즈물 소설을 쓰는 작가가 아직 엄마에게 일을 맡겼고 그 완결판이 곧 나올 예정이다. 그 계약금만 300만 달러. 엄마 몫으로 나올 돈이면 한동안 월세 걱정은 안해도 될 일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고 또다시 사건이 터지고 내 비밀은 누군가에게 밝혀지고 말았다. 그렇게 늘 고비를 맞이하는 나는 제이미. 귀신을 보는 아이이다.

#발췌
📌p24
아무튼, 나는 죽은 이들을 본다. 내가 기억할 때부터 늘 그랬다. 하지만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그 영화와는 다르다. 흥미롭기도 하고, 때론 무섭기도 하고, 때론 성가시기도 한데 대개는 그저 그렇다.
📌p56
나는 울지 않았지만 눈물이 핑 돌았다. 매켄지 펀드 사기 이후 힘든 일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더 이상의 나쁜 소식은 있을 수 없을 줄 알았지만 아직 더 남았던 것이다.
📌p171
신경 쓰지 말자.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사나흘 후면 저자도 다른 유령처럼 영영 사라질 테니까. 길어봐야 일주일이야. 나한테 직접 해코지를 할 수 없어.
그런데 정말 그럴까?
ㅡㅡㅡㅡ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도 아는 이름 '스티븐 킹'
그만큼 유려한 글과 재미난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는 작가이시다.
대놓고 식스센스의 귀신보는 애와는 다르다고, 호탕하게 밝혀놓고 시작하신다.
동성애, 마약, 부패경찰, 금융 사기, 근친까지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무엇하나 어긋남없이 잘 맞물려놓은 이야기였다. 작은 퍼즐 조각들을 하나 하나 맞추다 큰 그림으로 보면 '나중에'라는 소설이 완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편모 가정에서 자라며 엄마의 애인과 경쟁하듯 사랑을 갈구하는 아들의 심리 묘사를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였다.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제이미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안타까워 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다.
또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 죽은 후의 귀신들이 참으로 순수하다. 큰 죄를 짓고 죽었어도 거짓을 말할 수 없고 질문을 하면 곧바로 진실을 밝히니 그저 귀여웠다. ㅎㅎㅎ
또 아주 아주 무서운 악령조차도 제이미와 심도깊은(이 부분은 스포가 될 수 있기에 짧게 표현해봤다.😅😅) 대화 후 제이미의 말을 잘 듣는 무서운 악령이 된다.
작가님이 어느 덧 칠십이 넘은 나이이고 보니 죽은 후를 상상해 본 것일까.
분명 작가님는 본문에서 이 책을 무서운 스릴러라고 소개하지만 참 귀엽고 순수하다 싶은 스릴러가 아니었나 싶다.
낄낄낄 웃어가며, 속상해하며, 욕 한바가지 해가며 읽은 책. 스릴러도 있고 추리할 내용도 있고 성장소설도 있고 사람사는 이야기도 있는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소설이었다.

#나중에
#스티븐킹
#진서희옮김
#황금가지
#추리와스릴러
#성장과사람사는이야기
#다양한사회모습
#자신감넘치는표현들
#서평후기
#완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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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para Writing Passion Lv.2 Parapara Writing Passion 2
변선호 지음 / 마치모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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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ㅡ "할 수 있다." 는 자신감을 가지게 하는 학습지이다.

🙋‍♀️이번엔 성인 도전기🙋‍♀️

📌본문내용 듣기
ㅡ 따로 다운받거나 사이트를 찾아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본문마다 QR코드가 있어서 바로 들을 수 있다.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눈으로 보며 shadow reading 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단어 공부
ㅡ 게임으로 하는 단어공부여서 부끄러움을 꾹 참고 해보시길 추천드린다.
게임으로 필수단어 훑고 지나가서 따로 외우지도 않았는데 본문 쓸 때 슬슬 써지는 매직을 경험하실 수 있다.
방문 꼭 닫고 하면 부끄러움은 잠시 접어두면 좋겠다.🤭🤭

📌Sentence Order Extension
ㅡ 이런다고 써질까? 궁금하시죠??🤔
일단 한 번 해보실까요?? 한글과 어순이 다른 영어 문장을 문법 공부할 때 구문 자르는 연습하듯 필사할 수 있게 되어있다. 또 반복되는 필사로 수월하게 어순을 익힐 수 있었다.

📌Sentence Order Build-up
ㅡ 이제 문장 전체를 한번에 써보는 단계예요. 해석도 한글 어순이 아니라 영어 어순으로 되어 있어서 해석부분만 보고도 한 문장을 쓰게되더라고요.
물론, 완벽하진 않았어요. 틀린 부분들은 체크해뒀다가 좀 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아요.

📌Korean to English Wtiting
ㅡ 이젠 영어 어순으로 된 한글문장을 보고 혼자 써야한다. 단어가 막히고 문장 중에 단어가 빠지거나 자리 바꿈 정도의 실수도 있을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마음으로 '무한 반복만이 살 길이다.'마음먹어 본다.
저는 영작을 하다 기억이 안나는 실제 상황을 영상으로 남겨보았다.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막힘없이 쓰일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화이팅!!!


ㅡㅡㅡㅡㅡㅡ

아이들 뿐만 아니라 용기가 부족한 성인에게도
추천할만한 파라파라 라이팅.
입 속에서 맴도는 영어 한 문장이 자연스럽게 외쳐지는 그 날까지 매일 반복하는 노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하루 한바닥 저와 함께 도전 시작해보실까요??😊



#파라파라라이팅Lv.2
#마치모어
#변선호
#다양한직업군소개글
#본문을듣고
#본문을쓰는학습지
#한글과어순이다른영어
#어순이자연스럽게익숙해지는연습
#어린이영어학습지
#성인영어학습지
#엄마표영어공부
#라이팅
#서평후기
#완독을향하여다짐하는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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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괴담 스토리콜렉터 104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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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ㅡ "이런 얘기 들어봤어?"하며 귀 옆에서 소곤소곤 거리듯 적혀있는 책이다.

#작가 소개
✅️ 미쓰다 신조 ㅡ 일본 나라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에는 출판사에 들어가 호러와 미스터리에 관련된 다양한 기획을 진행했다. 1994년 단편소설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첫 장편소설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을 출간하며 미스터리 작가로서 널리 이름을 알렸다.
데뷔 초부터 미스터리와 호러의 절묘한 융합, 특히 본격추리에 토속적인 괴담을 덧씌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특유의 문체와 세계관, 개성적인 인물들, 미스터리로서의 높은 완성도가 평단과 독자 양쪽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일곱 명의 술래잡기》 《노조키메》 《괴담의 집》 《괴담의 테이프》 《흉가》 《화가》 《마가》 등 지금까지 출간한 소설만 수십 권에 이를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줄거리 및 발췌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미스터리나 호러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런 종류의 글을 써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래서인지 주위에서 겪어본, 들어본 기괴한 경험을 자주 듣게 된다.

✅️은거의 집
7살 생일이 되기 전 일주일을 어딘지 알수도 없는 집에서 은거해야 한다. 내 이름을 말해도 안되고 이 집 밖으로 나가서도 안되고 휘파람을 불어서도 안되는 등 많은 규칙들을 지켜야 했다. 어느 이야기에서나 어리고 겁먹은 아이는 늘 규칙을 어겼고 상상할수없는 공포를 맛본 후에야 후회했다.
📌p17
"그러니까 아줌마는, 너한테 가라고도 가지 말라고도, 뭐라 말할 수가 없구나. 이해해주렴."
"알겠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예고화
그 그림을 보면 뭐가 기시감과 위화감을 동시에 느낀다. 며칠 후 혹은 몇 달 후, 내 눈으로 보게 될 풍경을 이 아이는 어떻게 알고 미리 그리는 것일까. 나는 과연 이 그림이 예고한대로 당하게 되는 것일까.
📌p103
'아이들의 사망사고에 있어서 많은 신문기자가, 아이들이 생전에 그린 그림들 가운데 사고사를 암시하는 것이 있음을 기사로 내놓고 있습니다.'

✅️모 시설의 야간 경비
평일엔 돈을 벌고 주말엔 글을 쓰는 작가. 그것이 그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점점 일에 치여 글쓰는 것에 소홀해져 일을 그만두고 사설경비업체에 취업했다. 3일은 경비서고 4일은 글을 쓰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한 사이비 종교단체를 경비하는 일을 하기 전까지는 매우 흡족했다. 하지만 그 야간 경비를 맡은 7일을 끝으로 더 이상 경비일을 할 수 없었다. 무서워서....
📌p227
월요일 밤에는 지옥계에서 기분 나쁜 속삭임을 듣고, 다음 날안 화요일에 수수께끼의 사람 형체를 보았다. 이어서 아귀계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축생계에서 오브제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부르러 오는 것
할머니께서 많이 아프셨다. 하는 수 없다며 '나'밖에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며 일을 맡기셨다. 대단한 알도 아니라며 한 집에 가서 향전을 바치고 나오면 된다고 하셨다. 그리고는 아무 것도 하지말고 집으로 곧장 오라고 하시는 할머니. 왜 나는 그 간단한 일조차 잊고 말았을까. 왜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그 집에서 무언가를 하고 말았을까. 내 목숨도 내 아이의 목숨도 위험해져버렸다....
📌p302
"알겠니? 향전을 바치면 오래 머무르지 말고 곧바로 돌아와야 한다." (중략)
"그렇다면 얼른 불단에 향전을 바치고 바로 돌아가렴." (중략)
"향전만 바치고 나면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그걸로 끝이야. 정말로 끝...."

✅️우중괴담
사냥꾼 할아버지를 뒤쫓아 오른 산. 스산한 산길을 걷는 내내 무언가 따라오는 기분, 바라보는 눈빛이 느껴졌다. 그 기분을 떨쳐내려 걷는 것에 집중하는데 하얀고양이가 불쑥 튀어나왔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도착한 할아버지의 움막. 막 비가 오기 시작해서 모닥불도 피웠다. 그런데 한 요염한 목소리가 들렸고 이내 정신없이 홀려버렸다. 그래서 곧 그 목소리에 삼켜지려는 순간, 할아버지의 등장으로 이 손자는 목숨줄을 지켰다. 그런데 마쓰오 당신과 당신 가족의 목숨이 위험해.
📌p354
그런데 무슨 일이 있어도 혼자서 산에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던 거야. 심지어 평소의 할아버지라면 있을 수 없는, 소중한 막탄과 도시락까지 잊어버리는 일이 생겼고.
이건 마물에게 홀렸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야.

#우중괴담#미쓰다신조#현정수옮김#북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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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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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줄평
ㅡ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광복, 6•25까지 모든 시간 속을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원대했고 아련했으며 또한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작가소개
김주혜 ㅡ 세계가 열광하는 한국적 서사를 다룬 데뷔 소설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친환경 생활과 생태문학을 다루는 온라인 잡지 《피스풀 덤플링》의 설립자이자 편집자다. 2016년 영국 문학잡지 《그란타》에 단편소설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슬라이스》 《인디펜던트》 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 소설과 수필, 비평 등을 기고했다. 미래 한국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바이오돔Biodome」은 TV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줄거리
대한민국, 이 작은 땅에 호랑이처럼 용맹하고 어리숙한 야수들이 있었다.
가난한 집안의 장녀인 옥희는 기방에 세탁부로 취업하기 위해 엄마손에 이끌려왔다.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말에 기생이 되기 위한 견습생으로 남기로 한 옥희.
그렇게 운명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고, 옥희를 중심으로 수많은 인연들이 오고 가며 울고 웃는 동안, 그들은 일제강점기 속에서 독립운동을 했고 일본 최고간부를 살해했다. 광복을 맞이 했고 자신들과 함께 했던 이에게 배신도 당했다. 6•25 전쟁 후엔 빨갱이로 몰려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반세기 동안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인연이 맺어졌다가 끊기길 반복하던 그들...
모두가 '작은 땅의 야수들'이었다.

#발췌
📌p138,139
"안녕, 보고 싶을 거야." 해순이 대문을 여는 사이 옥희는 정원을 향해 속삭였다.(중략)
옥희는 이 집에 들어올 때만 해도 어린아이였지만, 이제 기생이 되어 그 대문을 나서고 있었다.
📌p162,163
그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든, 옥희는 그가 장독 같은 마음 안에 깊이 묻어둔 것을 꿋꿋이 지켜내리라 확신했다. 씨처럼 떨어져 내린 곳에서 멀리 탈출하기는 힘들테지만, 갇힌 존재가 되기를 스스로 거부했다는 그 단순한 이유만으로 정호는 행복할 거라고.
📌p198
그가 대로변의 골목으로 잽싸게 미끄러져 들어간 순간, 돌연 만세 소리가 잦아드는가 싶더니 길 한쪽 끝에서부터 비명으로 바뀌었다. 기마 장교들이 이끄는 일본군 중대가 도착한 것이다.
📌p277,278
"미꾸라지, 우린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있잖아, 방법이 있긴 있다." (중략)
"마침 내가 이미 공산주의자들 중 꽤 거물급 인사한테 줄을 대는 중이었거든. 상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고려공산당의 창립 일원이래. 엄청난 부자에 연줄도 짱짱하다니까, 그 사람 수하에 들어가 일하면 나중에 우리 모두 부자가 될 거라고. (중략)
그 사람 아름은 이명보야."

ㅡㅡㅡㅡ

이 책은 6년에 걸쳐서 쓴 소설이라고 한다. 자랄 때부터 듣던 외할아버지의 독립운동 이야기는 작가님의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우연히 떠오른 사냥꾼의 모습과 사연을 시작으로 쓰여진 이야기. 시대적 배경에는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하고 가슴 아픈 일제강점기부터 6•25에 이르기까지의 긴 시간들이 포함된다.
사건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인물들의 사연들 속에 시대적 사건들이 녹아있어서 역사소설을 읽는다는 기분보다는 절절한 연정 소설 혹은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책커버가 오랫동안 만져서 부드러워진 가죽커버 같은 질감이다. 그래서인지 전하고픈 이야기를 누런 종이에 급하게 써서 아무렇게나 묶어 보관해 온 책을 읽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쉼없이 읽혔던 책.
숨겨놓은 비밀 이야기를 꺼내보듯 숨죽이며 읽었다. 등장인물들의 희노애락 속에서 함께 공감하며 읽다보니 어느 새 마지막 글을 읽게 됐다.
역사 소설이라 하면 무겁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깬 또 하나의 이야기였다.


#작은땅의야수들
#김주혜
#박소현옮김
#다산책방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근현대사
#사랑과우정과이별
#배신과죽음
#얽힌인연들
#그래서더기막힌사연들
#서평후기
#완독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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