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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사냥
차인표 지음 / 해결책 / 2022년 10월
평점 :
#한줄평
ㅡ 사람의 욕망이 끝까지 살아남아 또다시 그 목숨을 연명하려 했다.
#작가소개
차인표 ㅡ 소설가, 배우.
서울 출생. 미국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배우로 데뷔했다. 대표작으로 드라마 <불꽃>,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영화 <목포는 항구다>, <크로싱>, <차인표> 등이 있다.
그는 2009년 평단의 호평을 받은 첫 책 '잘가요 언덕'을 낸 이후로 소설가로서의 아이덴티티와 소명 의식을 잊어 본 적이 없다. 문학이라는 완전한 허구의 세계에서 현실보다 더 진짜 같은 세계를 만들고 서사를 따라가며 생의 진실을 발견할 때 창작자로서 큰 희열을 느낀다. 한국형 고담 시리즈뿐 아니라 시나리오, 에세이 등 전방위적으로 집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오늘예보',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잘가요 언덕' 개정판)이 있다.
#줄거리
박덕무는 아내 임씨와 함께 망망대해 외딴섬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오래지 않아 딸 영실이를 낳고 몇 년 후 아들 영득이를 낳았다. 아내 임씨가 아이들을 돌보며 섬과 집을 지키는 동안 덕무는 먼 바다로 나가 큰 고기를 잡아왔다. 그렇게 잡아온 고기는 뭍에서 쌀과 생필품으로 바꿔가며 그렇게 오손도손 살았다.
박덕무에겐 가족이 전부였다.
어느 날 숨을 못쉬고 답답해하다 아내 임씨가 갑자기 죽고 말았다. 그 때 영실이 6살, 영득이는 돌이 지난 나이였다. 그로부터 6년 후, 너무나 사랑하는 딸 영실이도 갑자기 숨이 차고 기침을 하다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딸까지 허망하게 보낼 수 없었던 박덕무. 그는 한의원부터 서양병원까지 안가본 곳이 없었고 거기서 들은 말은 고칠 방도가 없다는 말 뿐이었다.
절망한 박덕무에게 찾아온 공영감.
상어에게 다리 하나 팔 하나 엉덩이 반을 물어뜯기고도 살아남은 대단한 영감이다. 갑자기 찾아오더니 딸을 살릴 방도가 있다며 누런 기름 한방울을 영실에게 먹인다.
숨도 제대로 못쉬던 영실은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게 되었고 그 사실만으로도 박덕무는 못할게 없었다. 공영감의 요구대로 흑암도로 떠나게 되는데....
#발췌
📌p13
흘러간 시간만큼 그리움은 쌓였는데 슬픔은 줄지 않았다. (중략) 어딘가에서 불어오지만 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하늘에 떠 있지만 마주 바라볼 수 없는 해처럼, 떠올리려 애쓰면 애쓸수록 엄마의 얼굴은 희미해져 갔다.
📌p36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겠소. 내 딸 영실이를 살릴 수 있다면 어디든 가서 무엇이든 할 것이오."
📌p48
"가령 파도가 높은 날에만 수면 가까이 올라온단다. 이미 아는거지. 파도가 험하면 배가 못 뜬다는 걸. 배가 못 뜨니 바다에 사람이 없고, 사람이 없으니 위험하지 않다는 걸 아는 거야."
"누가요?"
📌p50
"그날도 보름달 뜬 밤바다에 새끼가 떠올랐어. 휘영청 뜬 달을 보고 정신이 팔려 물 위로 머리통을 내밀었던 게지. 동그란 달을 만져 볼 욕심에 자기 목에 올가미가 걸리는 줄도 모르고..."
📌p73
모두가 죽을 거라고 한 딸을 살릴 유일한 희망은 '인어 기름'이었다. 죽어야 하는 딸의 운명은 살려야 하는 아버지의 소명이 되었다.
📌p186
"사람답게 살려면 먹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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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작가님의 심리 묘사, 장면 묘사 글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어쩜 이리도 필력이 수려하신지 감탄을 자아냈다.
읽다가 영실이의 마음이 전해져서 눈썹이 팔자가 되게 인상쓰며 안타까워 했다. 하나 밖에 없는 딸 구해야겠다는 아빠 마음도, 그런 아빠가 자신을 잃고 괴물같은 공영감처럼 될까봐 걱정하는 영실이의 마음도, 감정들이 밀물 차오르듯 가슴을 가득 채웠다.
또, 소설의 내용은 말할 것도 없다.
인어가 불로불생의 묘약이라는 설정부터 그 묘약을 둘러싼 인간들의 욕심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모습들까지. 어떤 장면, 어떤 대사 하나도 그냥 훑고 지나칠 것이 없었다.
알맹이 단단한 열매들이 매 장마다 꽉꽉 채워있어서 한 번에 읽어지는 몰입감도 좋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구성 속에 깜짝 놀랄 반전도.
그래서 더 예전부터 전해내려오는 구전소설 읽는 기분이 들었고, 과한 설정 없이도 이미 '인어'라는 존재만으로 신비롭고 경이로운 판타지 세상으로 빠져들게 했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지 않으셔도 충분히 재밌게 읽으실 수 있는 소설이다.' 라고 소개해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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