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의 교양 -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 ㅣ 세계척학전집 7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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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라고 하면 거대한 조직의 수장이나 한 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부터 떠올렸다. 그런데 <<서열의 교양: 알고도 모른 척해야 하는 지위의 법칙>>을 읽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권력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작은 모임에도 있고, 회사에도 있고, 가족 안에도 있다. 하물며 친구 사이에서도 누가 결정권을 더 많이 갖는지, 누구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지가 은근히 드러난다.

서열이라고 하면 줄을 세우는 장면부터 떠올리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취향이나 능력, 돈, 지식, 말투, 옷차림 같은 모습으로 모습을 바꿔 나타난다. 그래서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모임에서 누군가가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를 꺼내면 괜히 말수가 줄어들 때가 있다. 상대가 나를 무시한 것도 아닌데 ‘내가 잘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예전에는 그저 내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다. 이제는 그 순간에도 보이지 않는 지위의 규칙이 작동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특히 기억에 남은 부분은 로버트 사폴스키가 이야기하는 서열 스트레스였다. 먹을 것이 충분한데도 남는 시간을 서로 괴롭히는 데 사용하는 개코원숭이의 모습과, 서열 1위에 있으면서도 계속 야위어 가는 솔로몬의 이야기가 묘하게 섬뜩했다. 이미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데도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긴장하는 모습이 지금 우리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더 많이 가진 사람도, 더 인정받는 사람도 불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 셈이다.

3부에서 만난 켈트너의 ‘권력의 역설’도 오래 남았다. 권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됐던 공감이나 배려 같은 특성이 권력을 가진 뒤에는 오히려 사라지기 쉽다는 내용이다. 더 무서운 점은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을 위해 힘을 얻었는데 어느 순간 힘 자체를 지키는 사람이 되는 것.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야기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친구 사이에도, 작은 모임에도 힘의 차이는 생긴다. 누가 선택하고 누가 따라가는지, 누구의 인정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지에 따라 관계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서열의 게임을 하고 있을까. 남보다 위에 서려고 애쓰면서 정작 내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는 놓치고 있지는 않을까.

무언가를 이루고 나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막상 손에 넣고 나면 또 다른 인정이 필요해질 때가 있다. 남보다 앞서고 있다는 걸 확인해야 안심하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야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평가에 신경 쓰며 스스로를 확인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결국 나를 만든다는 말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다. 이 책은 ‘나는 지금 누구의 인정을 의식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게 한다.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남과 비교해 확인하기보다, 내가 걸어가고 싶은 방향을 바라보는 연습을 잊지 말아야겠다.

권력이라고 하면 거창한 자리부터 떠올렸던 사람,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서 유독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 다른 사람의 평가에 흔들릴 때가 많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내가 왜 특정 사람 앞에서 작아지는지, 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지 궁금했다면 서열이라는 관점에서 자신의 관계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모티브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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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랄 맞을 용기 - 세상이 당신의 선을 넘으려 할 때, 기꺼이 ‘지랄맞을’ 용기를 내십시오
조영훈 지음 / 모티브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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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눈치를 보느라 내 선택을 뒤로 미루는 일이 참 많았다. 내가 원하는 게 있어도 ‘이걸 해도 괜찮을까?’부터 생각했고, 남들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에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했다. 그러다 보니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속에서는 열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많았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삼키고, 싫은데도 웃고 넘긴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지랄 맞을 용기>>를 읽으면서 내가 왜 그렇게 답답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책에서 말하는 ‘지랄맞음’은 제멋대로 행동하는 마음과는 거리가 있다. 남이 정해놓은 기준에 나를 맞추며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잠깐만, 내 인생인데 왜 내가 이렇게까지 맞춰야 하지?’ 하고 멈춰 서는 마음에 가까웠다.

책에는 철학자, 음악가, 과학자, 작가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도 처음부터 세상의 박수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자기 방식을 고집하다 비난을 받기도 하고, 권위 있는 사람과 부딪히기도 했다. 그런데 그 순간마다 남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바꾸는 대신 자기 안의 기준을 지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읽다 보니 ‘성공한 사람은 원래 특별했겠지’라고 생각했던 내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어쩌면 특별해서 자기 길을 간 것이 아니라, 자기 길을 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미움과 불편함을 견뎌낸 사람들이었다.

특히 모차르트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안정적인 자리를 얻기 위해 자신의 음악과 삶을 억지로 끼워 맞추기보다, 부당한 통제 앞에서 자존심을 지키며 자기 길을 선택했다는 대목이다. 엉덩이를 걷어차일 각오로 뛰쳐나간 그의 모습이 지금의 내 눈에는 꽤 통쾌하게 느껴졌다. 물론 나는 모차르트처럼 살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매번 그렇게 큰 결단을 내릴 용기도 없다. 그런데 적어도 내 마음까지 남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 보니 내가 그동안 ‘좋은 사람’으로 살려고 애쓴 순간들이 떠올랐다. 거절하면 까다로운 사람이 될까 봐 싫은 부탁도 받아주고, 내 의견을 말하면 분위기를 망칠까 봐 한발 물러섰다. 남들과 비교하며 내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는 더 안전한 선택을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왜 나는 늘 이래야 하지?’라는 불만이 쌓여갔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결국 선택의 책임은 나에게 남는데, 선택의 기준만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 필요한 ‘지랄맞음’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하고, 내가 원하는 선택을 남의 눈치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누군가 내 삶의 선을 넘었을 때 한 번쯤은 “그건 내가 정할게”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을 용기였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 그만’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내 선택에 책임을 지면서도 남의 기준에 끌려가지 않는 것, 내 선을 지키되 다른 사람의 선까지 함부로 넘지 않는 것. 그 정도의 단단함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어떤 사람이든 내 인생은 내가 산다. 그러니까 내 삶에 왜 네가 ㅈㄹ이야.’
책을 읽고 이렇게 속시원한 기분이 들긴 처음이다. 그동안 참아온 내 마음속 열이 조금 식은 기분이었달까.
세상이 원하는 모습에 나를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조차 헷갈리는 사람, 이제는 조금 덜 착하게 살고 싶은 사람, 조금 미움받더라도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잡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모티브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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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
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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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하는 옛날은 늘 먹고살기 힘들었다는 회상이었다. 그런데 『붉은사슴뿔버섯』을 읽고 나니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보다 훨씬 많은 사람의 희생과 상처가 그 시절에 숨어 있었다.

바닷가 마을에서 살던 윤희 가족은 산업화로 삶의 터전을 잃고 대구로 이사한다. 아버지는 성냥 공장을 시작하고,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던 윤희는 목발을 짚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다.
도시로 온 윤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만은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고, 사람들의 시선도 따갑기만 하다. 그런 윤희에게 상범은 장애를 의식하지 않고 친구로 대해주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음악 레스토랑에서 미연 언니를 만나고, 펜팔로 알게 된 정순 언니를 찾아가면서 자신보다 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마주한다.

윤희가 차별을 견디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지만, 엄마의 죽음 이후 집안에 들어온 미란으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은 시작된다. 윤희를 둘러싼 사람들의 욕망은 점점 거칠어지고, 평범하게 사랑하고 살아가는 일조차 그녀에게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내게는 시대의 풍경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때보다 앞선 시기지만, 공장으로 향하던 사람들,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모여들던 가족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가 익숙했다. 7080세대인 나에게 소설 속 장면들은 엄마의 이야기로 겹쳐보였다.

우리 엄마도 미싱을 하던 여공이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했지만 손에 쥐는 돈은 몇 푼 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혼한 뒤에도 살림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와 삯바느질을 하며 돈을 벌었다고 했다. 엄마가 무심하게 들려주었던 그 시절 이야기가 소설 속 여성들의 삶과 겹쳐지니 마음이 더 아팠다.

이 소설에는 그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의 막막한 삶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어린 나이에 공장에 들어가 긴 시간 일하고도 제대로 된 대가를 받기 어려웠던 여성들. 결혼한 뒤에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여성들. 내가 엄마에게 들었던 이야기도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아낸 수많은 여성들의 모습 중 하나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거리에도 한때는 공장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있었을테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꿈을 미뤄야 했던 사람들이 말이다.

윤희가 바라보는 세상에는 곳곳에 독버섯이 피어 있다. 어디로 가도 마음 놓을 곳이 없고, 힘없는 사람일수록 더 쉽게 상처받는 세상이었다. 그 속에서도 하루를 버텨야 했던 윤희의 시간을 소설 속에 지켜보았다.
윤희는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아직 윤희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수많은 상처와 욕망을 지나 윤희가 어떤 어른이 되어 있을지, 그 모든 일을 겪은 뒤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을지.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살아낸 부모님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7080년대의 풍경을 문학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마디북(@mydear___b)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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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10 - 초원으로 가는 길 ㅣ 창비아동문고 354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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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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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읽었던 <<푸른 사자 와니니>>가 드디어 마지막 권에 닿았다. 2015년 첫 책을 만났을 때만 해도 와니니가 이렇게 긴 이야기를 이어 갈 줄 몰랐다. 한 권씩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읽었는데 어느새 10년이 흘렀다. 아이들과 함께 자란 책이라고 생각하니 완결이라는 말이 유난히 아쉽게 느껴졌다.

<<푸른 사자 와니니 10: 초원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와니니는 처음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린 시절의 와니니는 무리에서 쫓겨난 작고 서툰 암사자였다.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낯선 초원을 헤매고 친구들을 만나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는 자신만의 무리를 이끄는 우두머리가 되었고, 성장한 딸들이 각자의 길을 선택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가 되어 있다.

이번 이야기는 인간이 놓은 불이 검은 땅을 삼키면서 시작된다. 와니니는 무리를 살리기 위해 낯선 초원으로 떠나지만, 피난길에서 오랜 벗 바라바라를 잃는다. 이미 말라이카와 어린 딸 뇨타를 떠나보낸 와니니에게 또 한 번의 이별이 찾아온 것이다. 새로운 초원에는 먹을 것도 많고 평화로웠지만 와니니의 마음은 계속 자신이 살아온 검은 땅으로 향한다. 불에 탄 땅도 언젠가는 다시 푸르러질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 와니니와 달리 딸들은 새로운 초원을 보며 다른 미래를 꿈꾼다. 이 장면에서 나는 첫 권의 와니니를 떠올렸다. 무리에서 정한 질서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섰던 어린 암사자였다. 그런데 이제 그 와니니가 우두머리가 되어 자신의 딸들이 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이번 책에서 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장면도 바로 이것이었다.

나 역시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 십대를 잊고 지금의 기준으로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내 예상과 다른 선택을 할 때면 ‘사춘기라서 그렇다’는 편견으로 바라본 적은 없었을까. 아이의 선택을 이해하기도 전에 걱정부터 하고, 응원하기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끌려고 했던 순간도 떠올랐다.

와니니가 딸들의 선택을 바라보는 모습이 뭉클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자신이 떠나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누군가가 떠나고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이 되었다. 붙잡을 수도 있지만 믿고 보내야 하는 자리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비슷한 순간을 조금씩 만나고 있다. 어릴 때는 내가 정해 준 길을 따라오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부터 자기 생각을 말하고, 내가 예상하지 못한 선택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디까지 기다려주고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한다. 아이의 선택을 바라보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나도 아직 그 연습을 하는 중이다.

실패한 사냥을 대하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우리는 자꾸 성공한 결과만 기억하려 한다. 하지만 초원에서는 실패하고 돌아오는 과정도 삶의 일부다. 아이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나도 조금은 다르게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먼저 묻기보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를 봐주는 것. 이것 역시 내가 배워야 할 일이었다.

10년 전 작고 서툴렀던 와니니를 좋아했던 우리 집 아이들도 어느새 훌쩍 자랐다. 한 아이는 올해 수능을 보고, 나머지 아이들도 각자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 와니니의 마지막 이야기를 읽으며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함께 떠올릴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제 새로운 와니니를 기다릴 수 없다는 건 아쉽다. 그래도 책을 덮고 나니 끝났다는 느낌보다 잘 보내주었다는 마음이 조금 더 크다. 와니니가 초원을 달려온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 각자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그때 나는 조금 뒤에서 그 길을 바라보며 응원해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와니니의 성장을 지켜본 어린이와 부모 모두에게 좋은 시간을 선물을 할 이 책을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창비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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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요괴상점 : 눈꽃마을 집단 살인 사건
18세기구름 지음 / 라곰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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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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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크리처물을 좋아한다. 영화, 소설,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기괴한 존재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찾아볼 정도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요괴가 나타난다면?’이라는 설정을 보자마자 호기심이 생겼다. 현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역시 요괴는 옛날 한양의 골목이나 깊은 산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와줘야 제맛이다. 익숙한 풍경 속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끼어드는 순간이 더 짜릿하기 때문이다.

그런 내 취향을 제대로 건드린 책이 <<한성요괴상점 : 눈꽃마을 집단 살인 사건>>이다. 기이하거나 기구하거나, 미제거나 난제거나, 그것이 무엇이든 요괴 사건을 다루는 한성요괴상점이었다.

한성요괴상점에는 최한기, 정수동, 들명이 있다. 셋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요괴와 관련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정수동은 직접 요괴와 맞붙는 데 능하고, 들명은 발 빠르게 소문과 정보를 모은다. 한기는 필요한 물건과 자원을 마련하며 둘을 뒷받침한다.

수동은 요괴와 싸울 때는 거침없고 날렵한데, 자신이 좋아하는 가베 앞에서는 사람이 달라진다. 빼어난 외모에 뛰어난 검술 실력까지 갖췄지만 어딘가 허술한 구석도 있어서 오히려 친근하게 느껴졌다.

들명 역시 기억에 남는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여성이 자유롭게 행동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런 제약에 눌리지 않고 자신이 가진 정보력과 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몸으로 싸우는 수동과 발로 뛰며 단서를 모으는 들명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신났던 건 뭐니 뭐니 해도 요괴와 기묘한 물건들이었다. 특별한 힘을 가진 나무로 만든 도구부터 아침잠이 많은 벼슬아치들을 깨우는 작은 닭 요괴까지,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들이 계속 등장한다. 하나하나 생김새와 능력이 달라서 다음에는 어떤 녀석이 나올지 기다려졌다.

내가 크리처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들에게도 말 못할 사연이 있다는 것이다. 생김새는 기괴하지만 이들에게도 원하는 것이 있고, 감추고 싶은 과거가 있으며, 자신만의 감정이 있었다.

“이 요괴는 무슨 사연이 있길래...”

요괴를 쫓다 보면 그 뒤에 사람의 욕심과 두려움이 얽혀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겉모습이 흉측한 요괴보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사람이 더 섬뜩하게 느껴졌다.

이 작품은 벌써 애니메이션화가 확정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이 눈에 띈다. 특히 거대한 일본 장수 요괴와 맞붙는 전투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속도감이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장면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이번 책의 중심 사건은 눈꽃마을에서 벌어진 집단 살인 사건이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누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그곳에 어떤 요괴가 얽혀 있는지 궁금하다.
요괴를 만나러 들어갔는데 어느새 그들에게 얽힌 사연을 따라가고 있었다. 눈꽃마을에서는 또 어떤 요괴와 마주하게 될지,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본다.

크리처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조선의 풍경 속에서 낯선 존재를 만나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라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라곰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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