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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
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8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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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하는 옛날은 늘 먹고살기 힘들었다는 회상이었다. 그런데 『붉은사슴뿔버섯』을 읽고 나니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보다 훨씬 많은 사람의 희생과 상처가 그 시절에 숨어 있었다.
바닷가 마을에서 살던 윤희 가족은 산업화로 삶의 터전을 잃고 대구로 이사한다. 아버지는 성냥 공장을 시작하고,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던 윤희는 목발을 짚고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다.
도시로 온 윤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만은 아니었다. 학교에서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고, 사람들의 시선도 따갑기만 하다. 그런 윤희에게 상범은 장애를 의식하지 않고 친구로 대해주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음악 레스토랑에서 미연 언니를 만나고, 펜팔로 알게 된 정순 언니를 찾아가면서 자신보다 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마주한다.
윤희가 차별을 견디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지만, 엄마의 죽음 이후 집안에 들어온 미란으로 인해 가족 간의 갈등은 시작된다. 윤희를 둘러싼 사람들의 욕망은 점점 거칠어지고, 평범하게 사랑하고 살아가는 일조차 그녀에게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내게는 시대의 풍경이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내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때보다 앞선 시기지만, 공장으로 향하던 사람들,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모여들던 가족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이 어딘가 익숙했다. 7080세대인 나에게 소설 속 장면들은 엄마의 이야기로 겹쳐보였다.
우리 엄마도 미싱을 하던 여공이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했지만 손에 쥐는 돈은 몇 푼 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혼한 뒤에도 살림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와 삯바느질을 하며 돈을 벌었다고 했다. 엄마가 무심하게 들려주었던 그 시절 이야기가 소설 속 여성들의 삶과 겹쳐지니 마음이 더 아팠다.
이 소설에는 그 시대를 살아낸 여성들의 막막한 삶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어린 나이에 공장에 들어가 긴 시간 일하고도 제대로 된 대가를 받기 어려웠던 여성들. 결혼한 뒤에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여성들. 내가 엄마에게 들었던 이야기도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아낸 수많은 여성들의 모습 중 하나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거리에도 한때는 공장으로 향하는 젊은이들이 있었을테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의 꿈을 미뤄야 했던 사람들이 말이다.
윤희가 바라보는 세상에는 곳곳에 독버섯이 피어 있다. 어디로 가도 마음 놓을 곳이 없고, 힘없는 사람일수록 더 쉽게 상처받는 세상이었다. 그 속에서도 하루를 버텨야 했던 윤희의 시간을 소설 속에 지켜보았다.
윤희는 그렇게 흔들리면서도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아직 윤희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수많은 상처와 욕망을 지나 윤희가 어떤 어른이 되어 있을지, 그 모든 일을 겪은 뒤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을지.
급격한 산업화 시대를 살아낸 부모님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7080년대의 풍경을 문학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마디북(@mydear___b)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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