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경이는 복도 많지 - 원조 워킹 맘, 명리학자에게 따져 묻다
유인경.이지훈 지음 / 하루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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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나이쯤 되면 삶에 대한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거라 생각했다. 정년퇴직까지 하고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이라면 웬만한 일은 이미 겪어봤을 테고, 굳이 다시 ‘나는 왜 이럴까?’를 묻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경이는 복도 많지>>에서 33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삶을 취재하고 질문했던 전직 기자 유인경이 이번에는 자신의 삶을 취재 대상으로 삼았다. 명리학자 이지훈과 마주 앉아 사주를 펼쳐놓고,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하나씩 되짚어 보는 것이다.

살면서 겪은 일들을 사주라는 틀로 다시 바라보면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내가 가진 기질이 가족이나 인간관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이 지나고 나서야 설명되는지도 궁금해졌다.

남편의 사업 부도, 어머니의 치매를 12년 동안 간병했던 시간, 회사에서 원하지 않았던 직책을 맡아야 했던 순간들. 저자는 힘든 일이 오랜 시간 이어졌다고 한다. 놀라운 건 이런 악재들이 사주에도 어느 정도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유인경은 자신의 삶을 꽤 담담하게 바라본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타고난 ‘고통 주머니’가 있고, 거기에서 나오는 고통도 언젠가는 다 빠져나갈 것이라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유독 와닿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한꺼번에 몰려올 때가 있다. 그때는 그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분명 끝이 있었고, 나는 어떻게든 그 시간을 통과해 와 있다. 나 역시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사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궁합이야기에서 지난 날이 떠올랐다.
결혼 전, 나는 우리 부부의 궁합을 봤다. 당시 명리학자는 한쪽이 무던히 참고 받아줘야 하는 궁합이라고 했다. 또 한쪽은 다른 한쪽 덕분에 잘되는 운을 타고났지만, 반대쪽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내게 건넸던 명리학자의 설명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우리 부부의 궁합이 나쁘구나 하며 걱정했다.

흔히 궁합이라고 하면 남녀가 잘 맞는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책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 더 가깝게 이야기한다. 내 기질이 상대의 단점을 보완하는지, 아니면 서로의 약점을 더 키우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궁합을 정해진 결과가 아니라 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서처럼 생각하고 보니,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길이 보였다.

부부 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간의 관계와 직장 동료들 간의 작용도 다루고 있어, 인간 관계도 사주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늘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세계가 확고한 만큼 서로 다른 시각이 드러나는 순간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이지훈의 재치 있는 말과 비유가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간다. 실제 두 사람이 마주 앉아 티격태격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듯해 몇 번이나 미소가 지어졌다.
명리학을 잘 몰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한 사람의 살아온 시간을 되짚어보며, 나의 지난 시간도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비를 지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시간 말이다.

나이가 들면 더 이상 나 자신이 궁금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다시 묻게 되는 질문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을까. <<인경이는 복도 많지>> 덕분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하루헌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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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ㅣ 지도로 읽는다
역사미스터리클럽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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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한국사든 세계사든 교과서에 적힌 내용보다 사건 뒤에 숨은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수업 중간에 선생님이 들려주시던 인물들의 뒷이야기나 역사적 사건의 숨은 사연에 귀가 쫑긋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실 때 선생님의 눈빛도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 표정이 지금도 선명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정말 전부일까. 교과서에는 기록되지 않았거나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남아 있을까.
그래서 <<지도로 읽는다 미스터리 세계사 지식도감>>라는 제목에 마음이 끌렸다.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역사 속 미스터리를 다룬다는 설정 자체가 흥미로웠다. 특히 아가사 크리스티의 실종 사건을 다룬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리는 작가에게 실제로 이런 미스터리한 사건이 있었다니. 과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당시의 기록과 정황을 따라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책에는 아가사 크리스티처럼 유명 인물의 이야기도 있지만,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의혹도 다양하게 등장한다. 링컨 대통령 암살을 둘러싼 음모와 배후에 관한 이야기처럼 이미 알고 있던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는 내용도 있다. 역사책에 기록된 한 줄의 문장 뒤에는 살아있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청소년들이 읽어도 흥미를 느낄 만한 소재가 많다. 어른인 나 역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건에서 새로운 의문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신화와 전설을 살펴보는 부분도 재미있다. 노아의 방주가 실제 사건에서 비롯된 것인지, 사라진 성궤는 어디로 갔는지, 클레오파트라의 무덤은 어디에 있는지처럼 오랜 세월 답을 찾지 못한 질문들이 이어진다. 전설을 무조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하지 않고 실제 역사와 연결되는 흔적을 찾아가는 방식이라 더 관심이 갔다.

아시아 편에서 만나는 마르코 폴로 이야기는 놀라웠다. 아시아를 여행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실제로는 튀르키예까지밖에 가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 그가 남긴 기록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내용 하나하나가 흥미진진하다.

이 책에서 지도는 그동안 나라의 위치나 전쟁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단순한 자료가 아니었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와 사람들의 이동을 지도 위에서 함께 살펴보게 해, 이야기가 훨씬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효과를 주었다. 마치 미스터리한 사건의 흔적을 추적하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재밌는 역사를 달달 외우기만 했으니 아쉽기만 하다.

이 책에 소개된 미스터리한 사건들 외에도 또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에 다음 이야기도 기다려본다.
교과서 속 문장 뒤에 기록되지 않은 미스터리를 찾아가는 시간이 꽤 즐거웠기 때문이다.
세계사를 어렵고 지루하게 느끼는 청소년이나, 학창시절 역사 과목은 싫었지만 사건의 뒷이야기에는 귀가 솔깃했던 사람이라면 이책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실제 역사 속에 남겨진 의문을 따라가는 또 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니 일독을 권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이다미디어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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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 - 이광웅 변호사의 법률에세이
이광웅 지음 / JH Press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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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아이가 어떤 일에 휘말렸다는 연락을 받는 순간, 부모라면 머릿속이 하얘질 것 같다. 우리 아이가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조차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 막막할 것이다.

<<법은 당신을 지켜주지 않는다>>를 읽으며 지금 나에게 가장 크게 다가온 부분은 학교폭력 심의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뿐만 아니라, 법정과 수사기간에서조차 법을 모르면 내 권리도 지키기 어려운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에는 학교폭력 심의 과정에서 실제로 겪은 사례가 등장한다.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점수를 맞추듯 진행된 심의 이야기부터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학생 확인서와 보호자 의견서를 준비하는 방법까지 담겨 있다. 읽다 보니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기면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수사관이나 심의위원이 친절하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들이 내 입장을 대신 지켜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왜 이리 무서울까. 그럼 나는 당할 수밖에 없는 걸까.
결국 내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고,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내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사건의 당사자다.

특히 학교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분이 늘 선명하지 않다. 아이들 사이에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기억을 갖기도 한다. 그러니, 사건의 투명성을 바라기도 어렵다. 단톡방의 짧은 대화 하나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는 사례를 읽으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우리 아이들이 어떤 사건에도 연루되지 않고 무탈하게 학교생활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바람이 간절해졌다.

책을 읽기 전에는 법이라는 것이 변호사나 법률 전문가에게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내용을 따라가 보니 일상에서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본 지식이었다.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서면은 왜 중요한지, 불송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처럼 실제 상황에서 바로 부딪힐 수 있는 내용들을 보니 나는 너무 모르고 살았구나 싶었다.

어려운 법률 용어만 늘어놓지 않고 실제 사건을 통해 설명하기 때문에 법을 잘 모르는 사람도 내용을 이해하기 쉬운 책이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법조인처럼 법을 잘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내 권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게 됐다. 또한 변호사와 한편이 되어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게 느껴졌다.

법은 평소에는 멀게 느껴지지만 어느 날 갑자기 내 일이 될 수 있다. 그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적어도 내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아이가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부모라면 학교폭력 심의 과정과 대응 방법을 미리 알아두는 데 도움이 될 책이라 추천한다.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거나 억울한 일을 겪어 법적인 절차를 처음 마주한 사람, 평소 법률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사람에게도 필요한 내용이 많다. 법을 잘 몰라서 어디서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JHpress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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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숲 - 제19회 중앙공론문예상 수상작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이소담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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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검색해보니 ‘소문의 오기와라 히로시’였다. 제목부터 묘한 <<웃는 숲>>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됐다.

초반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등장인물들이 하나둘 가미모리 숲으로 모여든다. 한 번 들어가면 다시 살아서 나오기 어렵다고 알려진 울창한 숲. 그곳에서 다섯 살 ASD 아동 마히토가 사라지고, 일주일 뒤 무사히 발견된다. 그런데 아이는 크게 굶지도, 다치지도 않은 건강한 모습이다. 마히토는 “곰 아저씨를 만났다”는 말만 남긴다.

마히토는 자신이 겪은 일을 어른들처럼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다. 대신 평소와 다른 단어를 말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한다. 아이의 말과 행동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도대체 숲에서 무엇을 보았던 걸까. 곰 아저씨는 누구일까.

마히토의 삼촌 도야가 아이의 흔적을 따라 가미모리 숲에서 있었던 일을 추적한다. 드디어 숲에 있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드러난다. 산에 들어온 이유도, 품고 있던 사정도 모두 달랐지만 이들은 마히토가 사라졌던 일주일 동안 서로 얽히게 된다.

이들은 마히토를 발견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아이를 신고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나 감추고 싶은 일이 있고, 궁지에 몰리면 평소와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자신의 경험을 자세히 설명하기 어려운 아이의 짧은 말이 사건을 풀어가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도야와 함께 그 말의 의미를 추적하다 보니 앞에서 지나쳤던 장면까지 다시 돌아보게 됐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마히토의 행동이 뒤로 갈수록 조금씩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것도 재미있었다.

읽기 시작했을 때는 마히토가 숲에서 겪은 일을 알아내는 데만 집중했다. 다 읽고 나니, 그 숲에 들어갔던 어른들이 더 떠올랐다. 모두 자신의 문제에서 도망치듯 숲에 들어왔지만, 아이와의 만남을 지나면서 자신이 외면했던 일을 마주하게 된다. 그 사람들이 숲을 나온 뒤 무엇을 선택했는지가 마음에 남았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숲까지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누군가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감추려 했고, 누군가는 현실에서 도망치려 했다. 그런데 마히토와의 만남을 지나면서 조금씩 멈춰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나도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숲에서 빠져나온 인물들의 모습에 더 눈길이 갔는지 모르겠다. 잘못을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지만, 그다음에 무엇을 선택할지는 온전히 그들의 몫이지 않은가.

<<웃는 숲>>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온도로 읽히는 소설이 아니다. 초반에는 실종 사건에 대한 궁금증으로 페이지를 넘겼고, 중반부터는 숲에 모인 사람들의 사연에 마음이 기울었다. 그리고 곰 아저씨의 정체를 알고 난 후, 얼마나 세상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며 살았는지도 깨달았다.

오기와라 히로시의 기존 작품과 다른 분위기의 신작을 만나보고 싶은 독자와 인물 중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등장인물의 선택과 변화를 담은 스토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북다(@vook_da)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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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나선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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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시작되기 전부터 다양한 인물들이 이름과 얼굴을 가린 채 등장한다. 인물들의 관계를 따라가며 이야기에 익숙해질 즈음, 갑자기 등장하는 시체.

도쿄 인근 바다에서 한 남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를 실종 신고했던 여성이 갑자기 사라진다. 수사를 맡은 구사나기와 우쓰미는 사건을 쫓던 중 뜻밖의 이름과 마주한다. 바로 물리학자 유카와 마나부다.

오랜 친구인 구사나기가 도움을 청하지만 유카와는 처음에는 선뜻 나서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후부터 사건 주변을 맴도는 유카와의 행동이 조금씩 신경 쓰인다. 왜 그는 수사에 관여하려는 걸까.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투명한 나선』은 갈릴레오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이다. 나는 시리즈를 모두 읽지 않았지만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지 않아 초반부터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누가 그 사람일까'를 계속 추측하게 된다는 점이었다. 인물들이 가진 사연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내가 세운 예상과 맞춰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건의 실마리를 따라가는 과정도 복잡하지 않아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갔다.

특히 유카와 마나부의 뜻밖의 행동이 계속 궁금증을 키운다. 냉정하고 논리적인 물리학자가 왜 이 사건에 마음을 쓰는지, 그가 감추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책을 놓기가 어려웠다.

시리즈물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한 캐릭터에게 이렇게 마음이 갈 줄은 몰랐다. 그런데 갈릴레오 시리즈를 읽다 보면 유카와 마나부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명석한 두뇌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이 지나치는 것을 자기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의 방식이 특히 재미있다. 때로는 독자에게 은근히 힌트를 던지고, 사건을 풀어가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기도 해서 그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는 유카와가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과 함께 그가 지금껏 말하지 않았던 개인적인 사연도 밝혀진다. 읽는 내내 궁금했던 비밀이 마침내 드러나는 순간이 오지만, 그 내용은 다른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 아껴두고 싶다. 사실을 숨겼다기보다 그저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듯한 유카와의 태도. 그 당당함마저 유카와답게 느껴졌다.

읽으면서 또 하나 오래 생각하게 된 단어가 있다. 바로 '속죄'다.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자신이 저지른 일과 마주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속죄하며 살아간다. 문득 궁금해졌다. 속죄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자신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상처받은 상대방을 위한 것일까.

솔직히 처음에는 자기 마음을 편하게 하려는 행동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마음이 상대방에게 닿는 순간, 이야기가 달라졌다. 누군가의 속죄가 다른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하고, 오래 묵혀둔 마음의 멍울을 풀어내는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투명한 나선』은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만 기억에 남는 작품은 아니었다. 등장인물들이 살아온 개인적인 이야기와 용의자들이 감추고 있던 사연까지 하나씩 드러나면서 '누가, 왜, 무슨 짓을 한 걸까'를 계속 유추하게 만든다. 사건의 단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인물들의 삶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책 뒤에는 특별기획 단편 「겹치다」도 실려 있다. 본편 이후의 이야기를 담은 짧은 미스터리인데, '겹치다'라는 단어에서 시작된 사건과 유카와의 추리가 흥미롭다. 읽고 나니 여러 이야기가 왜 '겹쳐야' 했는지 알 것 같아 제목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사건 해결의 재미, 주요 인물의 개인사, 용의자들의 비밀까지. 유추하며 읽을 거리가 많아서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갔다.

사건의 단서를 따라가며 범인을 유추하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또한, 한 인물의 매력에 빠져 시리즈를 이어 읽는 것을 좋아한다면 유카와 마나부도 한 번 만나보시길 바란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다음 갈릴레오 시리즈가 더 궁금해졌다. 유카와가 다음에는 어떤 사건을 만나고, 그 사건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다려진다.

>> 이 서평은 북다(@vook_da)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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