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워진 세계
아사쿠라 히로카게 지음, 이구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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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만 봤을 때는 어떤 이야기일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우리가 주워진 세계’라는 제목도 묘했다. 누가 우리를 주웠다는 건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줍는다는 건지 궁금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조금 독특한 제목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읽고 나니 제목보다 더 오래 남은 건 ‘쓰레기’라는 소재였다. 매일 버려지는 물건을 바라보다가 사람의 삶과 관계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설정이 꽤 신선했다. 아무 가치 없어 보이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 되고, 한때 소중했던 것이 어느 순간 버려지기도 한다. 그 모습을 따라가다 보니 쓰레기와 사람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지 않게 느껴졌다.

나는 평소에도 ‘저 사람은 왜 그러고 살까?’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내 기준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보면 나도 모르게 이유를 단정해버린다. 하지만 정작 그 사람이 되어 살아본 적은 없다.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마음으로 버티며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는지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내가 본 몇 가지 모습만으로 그 사람을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나 오랜만에 공감하며 읽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이렇게 생각하면 사람 사이의 많은 일이 조금 편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정반대의 두 사람이 만났다고 해서 서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한쪽은 버리는 데 익숙하고 다른 한쪽은 버리지 못한다. 살아가는 방식이 이렇게 다른데 ‘그럴 수 있지’라는 한마디로 넘어갈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책은 그 과정을 서두르지 않는다. 처음부터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통하는 것도 아니다. 상대의 행동을 지켜보고, 그 안에 있는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둘 사이의 거리가 서서히 좁혀진다. 그 모습을 읽으면서 인간관계에서 이해와 공감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새삼 느꼈다.

상대방의 행동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왜 저렇게 하는 걸까?’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 내가 옳다고 믿는 기준에서 벗어나 상대의 자리에서 바라보려는 것. 말로는 쉬워 보여도 실제로는 꽤 어려운 일이다. 나 역시 가까운 사람에게는 오히려 내 기준을 더 강하게 들이댈 때가 있다. 가족이라서 더 잘 안다고 생각하고, 오래 봐왔다는 이유로 상대의 마음까지 짐작해버린다.

그래서 두 사람이 서로의 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유독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과 똑같아지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당신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구나’라고 바라볼 수 있는 마음에 가까웠다.

쓰레기를 버리고 줍는 행위도 결국 사람의 마음과 닮아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것을 버린다. 물건도 버리고, 관계도 놓고, 때로는 과거의 나까지 버리고 싶어 한다. 반대로 끝까지 놓지 못하는 기억도 있다.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것에 마음을 붙잡고 있을 때도 있다.

그래서 “오늘도 찾았네. 살아있어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순간이야.”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처음에는 따뜻한 문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주워진다’는 말도 다르게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누군가의 마음에 다시 들어가는 일이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나와 다른 사람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 때도 많다. 그래도 이제는 그 질문 뒤에 하나를 더 붙여보려고 한다.

‘내가 저 사람이 되어 살아본 적이 있던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 『우리가 주워진 세계』는 버리는 사람과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읽으며,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용히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해피북스투유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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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1반 꿈 도둑 ㅣ 5학년 도둑 시리즈
김연희 지음, 이경석 그림 / 지구별아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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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꿈이 뭐야?”라는 말을 참 쉽게도 했던 것 같다. 책소개를 읽고 나니 아이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네가 좋아하는 게 뭐야?”라고 물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아이를 걱정해서 한 질문이었지만, 혹시 나는 아이에게 답을 빨리 정하라고 다그친 적은 없었을까 싶었다.

아직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데 어른인 내가 조급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친구와 비교하고, 부모의 기대를 신경 쓰고, 남들과 다른 꿈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고민하는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며 《5학년 1반 꿈 도둑》을 펼쳤다.

제목부터 재미있다. 표지에는 멍한 표정의 아이들 위로 못되게 생긴 고양이가 최면을 거는 듯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도대체 아이들의 꿈을 어떻게 훔친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책장을 넘기고 나서야 알게 됐다. 꿈 도둑은 아이들 주변에 아주 자연스럽게 숨어 있었다.

5학년 1반 아이들은 꿈 발표회를 준비한다.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고민을 만난다. 아직 꿈이 없는 아이도 있고, 친구와 비교하다 자신감을 잃는 아이도 있다. 부모님이 원하는 꿈과 자신의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이도 있고, 꿈이 자꾸 바뀌어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도 있다.

이 책은 이런 고민을 8명의 아이가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로 나눠 보여준다. 한 아이의 이야기가 끝나면 또 다른 아이의 고민이 이어진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나는 이런 적 없었는데?” 하다가도 어느 순간 “어? 이건 우리 아이 이야기 같은데?” 싶어진다. 아이마다 고민은 다른데 그 마음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닮아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에피소드 뒤에 이어지는 〈게 섰거라! 꿈 도둑〉 코너도 좋았다. 이야기에서 아이가 겪은 고민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꿈과 직업이 꼭 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 꿈은 바뀔 수 있다는 것, 부모님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다. 이야기를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자신의 마음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구성이라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꿈은 직업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멈춰 서게 됐다. 아이에게 꿈을 물을 때면 의사, 선생님, 운동선수처럼 직업부터 떠올렸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질문부터 잘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묻기 전에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를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이 자주 바뀌는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도 달라졌다. 전에는 꿈을 자꾸 바꾸면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관심이 꼭 지금의 꿈으로 끝날 필요도 없을 테니까.

친구의 실력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꿈을 의심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읽을 때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어른인 나도 다른 사람의 성취를 보면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는데 아이들은 얼마나 더 흔들릴까. 그래서 남과 비교하는 대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더 와닿았다.

책 속 ‘꿈 도둑’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친구와 비교하는 마음, 부모님의 기대,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 빨리 결과를 내고 싶은 조급함처럼 아이의 마음에 스며들어 꿈을 흔드는 생각들이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아이를 걱정한다는 이유로 꿈 도둑이 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첫 번째 꿈 발표회를 준비하던 아이들이 여러 고민을 지나 두 번째 발표회를 맞는 과정도 자연스럽다. 처음부터 자신의 꿈을 확신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흔들리고 고민하면서 조금씩 자기 마음을 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이라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5학년 1반 꿈 도둑》을 덮고 나니 처음 책을 펼치며 떠올렸던 질문이 다시 생각났다.

나는 아이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어?”라고 묻기 전에, 아이의 대답을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꿈을 아직 찾지 못한 아이도, 꿈이 몇 번이나 바뀐 아이도 괜찮다. 지금 좋아하는 것을 해보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면서 자기 마음을 알아가는 중일 테니까. 이제는 아이에게 꿈을 재촉하기보다 “요즘 네가 제일 재미있는 건 뭐야?”라고 물어보고 싶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지구별아이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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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 누가 왜 가짜 과학을 만들고 퍼뜨리고 악용하는가
지바 사토시 지음, 김종현 옮김 / 부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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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광고에 속아 다이어트 약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가. 혹은 의학 박사가 쓴 책을 믿고 그대로 따라 했다가 오히려 몸이 힘들어진 경험은 없는가. 나에게는 비슷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전문가가 말하는 내용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하니 별다른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왜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일반인에게 ‘과학적으로 옳다’는 말은 꽤 강한 힘을 가진다.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일수록 더 그렇다. 전문가가 이야기하면 내가 몰랐던 사실을 알려주는 것처럼 느껴지고, 숫자나 연구 결과까지 제시하면 더욱 믿음이 간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을 읽는 동안 예전에 내가 믿고 행동했던 일들이 자꾸 떠올랐다.

이 책은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부터 폭력과 범죄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이야기, 왼손잡이는 생존에 불리하다는 주장까지 언젠가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를 다룬다.

특히 잘못된 주장이 정치, 권력, 종교, 미디어와 얽히면서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소련의 리센코 사례가 그랬다. 정치 권력의 지지를 받은 한 과학자의 주장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밀어내고 생물학 연구의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과학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장이 권력과 만나면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된 사례였다.

인간의 행동이나 성격을 유전자와 연결해 설명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아이 넷을 키우다 보면 같은 집에서 자라도 성격이 참 다르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누구는 낯을 가리고, 누구는 먼저 나서고, 누구는 무언가에 오래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얘는 원래 이런 아이야’라고 단정하곤 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아이의 행동을 너무 쉽게 하나의 이유로 설명하려 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다. 아이를 오래 지켜본 엄마라고 해서 아이를 다 안다고 할 수도 없는데도 말이다.

‘인간은 진화한다’는 말에서도 내가 가진 선입견을 돌아보게 됐다. 진화라는 말을 발전이나 진보와 비슷하게 생각하다 보니 더 진화한 것이 더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에서 우수한 인간과 열등한 인간을 나누는 생각이 생기고, 차별과 우생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도 인상 깊었다. 과학적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에도 본인의 가치 판단이 섞인다면 편협해지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들을 떠올려보자.

이 책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내용은 과학의 결론도 새로운 연구와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맞다고 여겨졌던 설명이 더 나은 근거를 만나 수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는 말을 너무 쉽게 ‘절대적인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무언가를 알려줄 때 정답부터 말해주기보다 “그건 어디에서 들었어?”라고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말했다는 이유만으로 믿기보다 왜 그런지 한 번 찾아보는 습관을 갖게 하고 싶다. 그러려면 나부터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내가 믿고 싶은 정보만 골라 받아들이면서 아이에게는 제대로 확인하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책을 덮고 나니 예전에 다이어트 광고를 믿었던 일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 내가 원했던 것은 복잡한 과학 지식이 아니었다. 빨리 효과를 보고 싶었고, 전문가라는 말에 안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쉽게 믿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때 나에게 필요했던 건 ‘정말 그런가?’라는 짧은 질문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질문을 자주 하게 될 것 같다.

특히 아이를 키우며 건강이나 교육 정보를 자주 접하는 부모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또한 SNS와 영상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무심코 받아들이기보다 한 번 더 확인해 보고 싶은 사람, 과학처럼 보이는 말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는지 궁금한 사람에게도 권한다.


>> 이 서평은 부키(@bookie_pub)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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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행복 ㅣ 99m story 1
이정아 지음 / 삼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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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어떤 이야기일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소설이었다. 행복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책장을 몇 장 넘기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의대생, 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 그리고 남들과 조금 다른 감각을 가진 두 사람이 등장한다. 로맨스가 중심인 줄 알고 읽었다가 꽤 당황했다.

구정하는 보육원에서 자라 악착같이 공부해 의대에 들어갔다. 이제 인턴으로 첫발을 내딛으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려는 순간, 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열심히 버티며 살아왔는데, 억울하기만 하다.

정하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다른 능력도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볼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그 능력으로 자신과 관련된 뜻밖의 장면을 보게 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설 초반부터 숨쉴 틈도 없이 내달리는 기분이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의대생에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그가 본 장면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초반부터 궁금한 것이 계속 생기니 멈출수가 없었다.

심희연이라는 형사 역시 특별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살인자가 지나가면 느낄 수 있다. 희연은 어린 시절 가족에게 벌어진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은 과거가 있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써 먹기 위해 형사가 됐다.

정하와 희연은 서로 전혀 다른 자리에서 살아온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만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빠르게 변한다. 같은 사건도 여러 명의 화자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사건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이 부분이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한 장면을 한 번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바라본 같은 장면을 다시 만나면서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야기가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전개가 빠르다. 짧은 장면들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다음 상황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몇 시간 동안 책을 놓지 못했다. 소설을 읽고 있는데도 머릿속에서는 장면이 계속 그려졌다. 마치 실제 영화를 한 편 보고 있는 듯한 몰입감이었다.
저자의 이력을 다시 살펴보니 "유미의 세포들" 극장판 각본을 쓴 분이라 해서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인물들의 움직임과 사건의 흐름이 빠르게 이어져서 영상으로 보면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정하와 희연이 분명 나쁜 짓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이게 또 '과연 나쁘기만 한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소설 읽다가 도덕성을 시험받는 입장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따라가는 재미가 큰 작품이었다. 읽는 동안 몇 번이나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움직이다 보니, 재미만 따지자면 가장 재밌었다고 꼽겠다.

'과감한 행복'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과감하게 행동한다. 과연 그게 행복할런지는 독자가 판단할 몫으로 남겨진 채 말이다.
진짜 재밌는 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삼인출판사(@samin_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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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첫 AI 문해력 신문 - AI 시대, 스스로 읽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 주는
송석리 지음, 서희진 그림, 이다희 기획 / 아울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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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이 AI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편리하다는 생각과 함께 조금 불안해질 때가 있다. 우리 아이도 AI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심심하면 “이거 해줘”, “저거 해줘” 하며 대화를 나눈다. 아이에게 AI는 공부할 때만 쓰는 도구가 아니라 심심할 때 말을 걸어보는 재미있는 대상이 된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아이에게 AI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편리한 만큼 어떤 단점이 있는지 하나씩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AI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자며 책을 권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이가 AI를 재미있게 사용하는 것과 AI에 대해 차분히 공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등 첫 AI 문해력 신문>>을 만나 반가웠다. AI에 대한 지식을 익히면서 독해력까지 함께 기를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읽을 수 있도록 AI 이야기를 어린이 신문 형식으로 풀어냈다. AI의 역사부터 기계 학습과 딥러닝, 할루시네이션, 편향, 필터 버블, AGI, AI 에이전트까지 다룬다. 이름만 들어도 어렵게 느껴지는 개념들이다.

짧은 신문 기사라고 해서 내용이 가볍지도 않다. 초등학생이 AI를 사용하면서 알아두면 좋을 정보들이 알차게 담겨 있다. AI가 그럴듯하지만 사실과 다른 정보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사용자가 좋아하는 정보만 반복해서 보여줄 수도 있다는 내용도 나온다.

기사만 읽고 끝나지 않는 구성도 마음에 들었다. 핵심 어휘를 찾아보고, 읽은 내용을 확인하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어본다. 암호 풀기나 사다리 타기 같은 활동도 있어 아이가 공부한다는 부담을 조금 덜 수 있다. QR 코드를 통해 관련 영상을 볼 수 있고, 큐봇이라는 학습 도우미가 등장해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준다.

특히 나에게는 ‘AI 지식과 독해력을 함께 챙길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다가왔다. 아이에게 AI에 대해 알려주고 싶어도 따로 AI 책을 읽히고, 다시 독해 문제집을 풀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은 신문 기사를 읽고 내용을 이해한 뒤, 어휘와 문제를 확인하고 자신의 생각까지 써보게 한다. AI를 배우면서 읽고 생각하고 쓰는 연습까지 한 권에서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하루에 한 편씩 읽고 활동하는 방식으로 8주 동안 이어갈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 적다. 우리 아이와 처음부터 많은 양을 공부하기보다는 하루에 한 기사씩 읽고, 마음에 걸리는 내용이 있으면 잠깐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 AI에게 질문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왜 그렇게 생각해?”, “이 답을 믿어도 될까?”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AI를 이미 재미있게 사용하고 있는 초등학생이라면 이런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무엇을 물어볼지 정하고 AI의 답을 확인한 뒤 그 내용을 내 생각과 연결해보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

<<초등 첫 AI 문해력 신문>>은 아이에게 AI를 공부시키기 위해 펼쳤지만, 책을 읽고 나니 나 역시 아이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 아이가 AI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마다 정답부터 확인하기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먼저 물어봐야겠다. AI와 즐겁게 대화하는 아이가 자기 생각까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AI에게 궁금한 것을 묻거나 심심할 때 대화를 나누는 초등학생을 둔 부모라면 이 책을 함께 읽어봐도 좋겠다. 아이가 AI를 이미 사용하고 있지만 그 답을 그대로 믿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부모, AI에 대한 지식과 함께 읽고 생각하고 쓰는 힘까지 길러주고 싶은 부모에게 잘 맞는 책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아울북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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