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랑할수록 서운해질까 - 관계를 지키는 감정의 기술
김희원 외 지음 / 학지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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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필자도 궁금하다.
분명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인데, 밑도 끝도 없이 미워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책은 기혼 남녀의 사례를 통해 “왜 우리는 이렇게 서운해질까?”라는 감정의 원인을 짚어본다. 흔히 관계가 틀어지면 ‘성격 차이’라는 말로 정리하지만, 저자들은 그 말의 배경에 늘 서운함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필자도 곰곰히 생각해 봤다.
정말 성격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인 서운함 때문이었을까?

서운함은 아주 작은 감정처럼 보인다.
친한 사람이 내가 힘들 때 위로해 주지 않았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속에서는 “왜 아무 말도 없지?"라는 의구심이 샘솟는다. 이 말하지 못한 마음, 그것이 바로 서운함이다.
서운함은 책상 위에 쌓이는 먼지와 닮았다.
하루 이틀은 티도 나지 않아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계속 치우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윽, 더러워!!” 하며 책상을 뒤엎고 싶어진다. 사람 관계도 똑같다. 서운함을 그때그때 말하지 않으면 마음속에 먼지처럼 계속 쌓이다 뒤엎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책에서 말하는 관계의 문제는 ‘싸운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것’에 가깝다. 우리는 말을 할 줄은 알지만, 내 마음이 어떤 감정인지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제대로 전하는 연습은 거의 해보지 않았다. 그 사이 서운함은 가만히 있다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불안이 되기도 하고, 이유 없는 화가 되기도 하며, 상대를 더 꽉 붙잡으려는 집착이 되기도 한다. 눈덩이가 굴러가며 커지듯, 감정은 어느새 조절하기 힘든 폭탄이 된다.
이 책은 참으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서운함을 일찍 알아차리고, 크게 싸우기 전에 관계를 망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하라고 조언한다.

또 하나 인상적인 부분은 역할에 대한 기대다.
부부든, 친구든, 가족이든 “너는 이 정도는 해줄 줄 알았어”라는 기대가 어긋날 때 서운함이 생긴다. 문제는 상대가 그런 기대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점이다. 저자들은 “상대가 알아서 해주겠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말로 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서운함이라는 감정 찌꺼기가 마음 여기저기 들러붙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아, 관계가 깨진 이유가 꼭 큰 사건 때문만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은 작지만 계속 쌓인 서운함 때문이었다.
“쟤 또 저러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이미 서운함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연인이나 부부뿐 아니라, 친구 관계나 가족 관계에서 자꾸 마음이 답답해지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된다.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동시에 상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감정 사용 설명서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관계 속에서 생기는 서운함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그 방법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학지사 (@hakjisabook)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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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아이를 만드는 식사의 기적 - 6개월~6세, 육아 난이도 확 낮추는 기질 맞춤 식사법
김남희 지음 / 북테이블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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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나서야 알았다.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 있다는 것을.
같은 배 아파 낳은 네 아이가 이렇게 다를 줄은 정말 몰랐다. 입맛도 다르고, 새로운 음식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고, 먹는다는 행위 자체를 바라보는 생각도 모두 달랐다.
배가 고프지 않으니 안 먹겠다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심심해서 먹을 것을 찾는 아이도 있었다. 같은 식습관으로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자라면서 자기 생각을 분명히 말하는 아이들을 보며 “아, 이 아이들은 애초에 같지 않았구나”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이 책이 더 마음에 남았다.
아이들이 밥을 안 먹는 이유를 ‘편식’, ‘고집’, ‘입이 짧아서’ 같은 말로 쉽게 정리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마다 다른 기질에 주목한다. 저자는 9년 차 식이지도사이자 쌍둥이 엄마로서 수천 건의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가 음식을 거부하는 행동 뒤에 숨은 의미를 차분히 풀어낸다.
저자는 밥을 잘 먹게 만드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내 아이가 어떤 씨앗인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말한다. 아이의 기질을 알면 억지로 숟가락을 밀어 넣을 필요도 없고, 아이에게 맞는 식사 환경을 만들어 줄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식사를 ‘영양 공급’이 아니라 오감 놀이이자 뇌 발달의 자극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생후 6개월부터 만 6세까지, 두뇌 발달의 90%가 완성되는 이 시기에 어떤 식사 경험을 하느냐가 평생의 식습관은 물론 정서 발달로까지 이어진다는 설명이 필자에게 깊게 와닿았다. 지금 우리 아이들의 식습관이 왜 이렇게 형성되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삐딱선을 제대로 타고 있는 청소년 오빠들의 기질 테스트를 해보며, “아, 이걸 더 어릴 때 알았더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또 하나 반가웠던 부분은 ‘1·1·2 가짓수 제한식’이다.
열심히 차린 밥상이 오히려 아이를 지치게 할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단백질 1, 탄수화물 1, 섬유질 2. 복잡하지 않은 이 원칙은 오늘 식사부터 바로 적용해 볼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다.

이 책은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부터 밥투정이 심해지는 초등 저학년까지, 아이와 싸우지 않고 식탁에 앉는 방법을 알려준다. 완벽한 식단을 만들라고 말하지 않는다. 식탁은 엄마의 능력을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 유독 오래 남는다.
엄마들의 마음도 정확히 짚어주는 책이다. 위로를 남발하지 않고, 경험에서 우러난 제안으로 방향을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지금 막 천사 같은 아기를 만난 엄마들에게, 그리고 매일 밥상 앞에서 마음이 무너지는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아이의 식사 시간이, 아이도 엄마도 덜 아프고 조금 더 즐거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 이 서평은 북테이블(@booktable.pub)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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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생활에도 성교육이 필요해 - 드립과 밈 속에서 지켜 내는 성인지 감수성 교양이 더 십대 21
성문화연구소 라라.노하연.이수지 지음, 배정원 추천 / 다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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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아주 쉽게 말해 보자면,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말들이 사실은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책”이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장난처럼 쓰이는 말들이 있다. 니꼬삼, 꽃뱀, 고자, 자만추 같은 표현들이다. 웃자고 쓰기도 하고, 남들이 다 쓰니까 그냥 따라 쓰기도 한다.
“이 말, 남들이 다 쓰니까 나도 써도 될까?”
“이 말, 정말 괜찮은 걸까?”
남들이 쓴다고 아무 생각 없이 따라 쓰는 건, 길에 떨어진 물건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주웠다가 그것이 누군가에게 아주 소중한 물건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이미 손에 쥔 뒤라 쉽게 돌려주지도 못하고, 마음 한편이 계속 불편해지는 그런 상황 말이다.

이 책은 성교육 책이지만, 아이들이 실제로 쓰는 말과 상황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 댓글, 오픈채팅방처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을 가져온다. 그래서 읽다 보면 “이거, 애들한테서 들어 본 적 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말은 돌멩이와 비슷하다. 손에 들고 있을 때는 가볍지만, 던지는 순간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
“장난이었어”라고 말해도, 이미 맞은 사람은 아프다.
특히 성과 관련된 말은 수치심까지 더해져 상처가 더 깊어진다. 한 사람의 몸과 마음, 삶 전체를 함부로 판단하는 말을 쉽게 내뱉는 아이들.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얼마나 아픈 말인지,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책은 아이들에게 무조건 “하지 마라”라고 강요하기보다,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예를 들어 “요즘 다 자만추잖아”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모두가 그렇게 하고 싶을까? 상대가 싫다고 말하면 그 마음은 존중받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며, 연애와 스킨십에서도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일임을 알려 준다.
요즘 아이들은 '자만추'를 '자(보고) 만(남) 추(구)'라는 뜻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는 어른들의 시선일 뿐이었다.

또한, 무분별한 미디어 노출도 짚어준다. 한 번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계속 보여 주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이상한 콘텐츠를 계속 보게 된다. 이때 저자들은 “네가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라, 구조가 그렇다”고 말해 주며,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 준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멈춰서 생각하는 힘이다.
성교육은 아기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아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의 경계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내 몸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법.
✔️다른 사람의 경계를 장난으로 넘지 않는 법.
✔️말 하나를 쓰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
이 책은 어른이 옆에서 “이건 이런 뜻이야”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현실 고증이 탄탄하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해 읽을 만한 책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친구들 앞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생각과 어른에게는 묻기 어려웠던 질문을 꺼내 놓게 하고, 그 답을 스스로 생각해 보도록 이끈다.
이제는 “기준을 세워 주는 성교육”이 필요할 때다. 말이 가벼워진 세상에서, 내 말의 무게를 스스로 재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니,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꼭 한 번 읽어 보길 바란다. 필독서로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다른 (@darunpublisher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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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자락이 접히면
김가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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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눈앞에 있을 때보다, 사라진 뒤에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음악이 귀에 맴도는 것처럼 말이다. <<흰 자락이 접히면>>은 바로 그런 잔상을 남기는 소설이다. 그 무대가 사라진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 경성이다. 지금으로 치면 세상 전체가 크게 흔들리던 시기다. 어디로 가든 안전한 길은 없고, 가만히 서 있어도 위험한 시대다. 주인공 우에노 사에코는 그런 시대 속에서 춤으로 살아가는 무용가다. 그녀에게 춤은 취미도, 잘하면 좋은 특기도 아니다. 숨 쉬는 일과 같다. 춤을 출 수 없다면 살아 있는 의미 자체가 사라지는 사람. 그래서 그녀에게 무대는 집보다 더 중요한 공간이 된다.

사에코를 떠올리면 단단하고 멋진 신여성의 모습이 먼저 그려진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투피스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채, 웨이브 진 머리를 하고 당당히 걷는 인물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멋진 모습이 어쩌면 자신의 약함을 숨기기 위한 갑옷처럼 느껴진다. 무너질까 봐, 흔들리는 마음을 들킬까 봐 더 꼿꼿하게 서 있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그래서 그녀는 완벽한 무대를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였고, 약해 보일까 봐 자신을 더 다그쳤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와 타협하는 선택을 한 그녀. 그 선택 덕분에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지만, 그만큼 마음속에는 무거운 짐이 쌓인다. 친구를 희생시켰다는 죄책감,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맞는지에 대한 불안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눈부신데, 무대 아래에서는 늘 흔들리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이 이러한 해석에 힘을 보탠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누군가를 쉽게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 시대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고,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바로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작가는 그 벼랑 앞에 선 사람의 마음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그래서 이 소설은 역사 이야기이면서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다.

춤 장면과 감정 묘사가 일품이다. 설명하기 보다 독자의 머릿속에 감정과 장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글을 읽다 보면 객석 맨 앞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숨을 멈추고 지켜보게 되는 무대가 막을 올렸다. 한 사람의 성공과 몰락을 보여주는 무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까지 할 수 있는가를 묻는 무대였다.
<<흰 자락이 접히면>>은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싶었던 사에코의 실제 모델, 무용가 최승희를 사랑한 저자의 고백이자 기록이다.
그러나, 그녀를 미화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고단한 선택들을 따라가며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만 삶을 다시 불러낸다.
탄탄한 역사적 고증과 그 시대의 공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문장들이 소설에 깊이 빠져들게 한다. 팩션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저자 김가진(@novel._.jin)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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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정상적인 아픈 사람들 - 실화를 바탕으로 영혼의 싸움터를 추적한 르포
폴 김.김인종 지음 / 마름모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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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그리고 그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의 이야기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배가 아프면 병원에 가고, 다리가 부러지면 깁스를 한다.
그런데 마음이 아플 때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마음이 약해서 그래.”
“의지의 문제야.”
“시간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렇게 쉽게 넘겨버린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저자는 자신의 여동생이 조현병이라는 마음의 병을 앓는 과정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동생은 원래 평범한 학생이었다. 꿈도 있었고, 열심히 살아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주변 어른들은 “안전한 길이 낫다”며 동생의 선택을 계속 막았다. 마치 가고 싶은 길이 분명히 있는데, 계속 다른 방향으로 억지로 끌려가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동생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점점 집에만 머물게 된다. 혼잣말을 하거나 비 오는 날 맨발로 밖을 돌아다니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은 병원을 찾지 않고 “귀신이 들린 것 같다”며 기도만 했다. 이는 엔진이 고장 난 자동차를 두고
‘마음가짐만 바르게 하면 다시 달릴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문제는 치료를 너무 늦게 시작한 탓에 동생은 결국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워졌다.
의사는 말했다.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을 계기로 저자는 평생을 정신질환자 가족을 돕는 일에 바치게 된다.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여러 편 담겨 있다.
전쟁 트라우마를 안고 돌아온 사람, 강압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 질투와 의심 때문에 가족을 무너뜨린 사람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원래'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자식이었고, 형제였고, 부모였으며, 사랑받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사람의 마음 어딘가 조금씩 금이 간 유리컵과 같다.
어떤 컵은 금이 작아 잘 보이지 않고, 어떤 컵은 작은 충격에도 와장창 부서지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멀쩡해, 저 사람만 이상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또 하나 꼭 집고 넘어가고 싶어하는 부분은 큰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정신질환 때문”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정신질환이 곧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오히려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될 때 문제가 커진다고 주장한다. 병이 있음에도 “아닌 척하고”, “숨기고”, “모른 체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 격리
➡️ 낙인
➡️ 두려움
이 아니라,
➡️ 들어주는 사람
➡️ 제때 치료받을 기회
➡️ 끝까지 함께해 주는 관계다.
마음의 병은 혼자 견디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함께 알아차리고, 함께 치료하고, 함께 살아가는 문제다.

“이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고통을 알면 우리는 서로를 도울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정신질환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마음의 병을 다르게 바라보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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