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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자락이 접히면
김가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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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은 눈앞에 있을 때보다, 사라진 뒤에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공연이 끝났는데도 음악이 귀에 맴도는 것처럼 말이다. <<흰 자락이 접히면>>은 바로 그런 잔상을 남기는 소설이다. 그 무대가 사라진 뒤에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1940년대 경성이다. 지금으로 치면 세상 전체가 크게 흔들리던 시기다. 어디로 가든 안전한 길은 없고, 가만히 서 있어도 위험한 시대다. 주인공 우에노 사에코는 그런 시대 속에서 춤으로 살아가는 무용가다. 그녀에게 춤은 취미도, 잘하면 좋은 특기도 아니다. 숨 쉬는 일과 같다. 춤을 출 수 없다면 살아 있는 의미 자체가 사라지는 사람. 그래서 그녀에게 무대는 집보다 더 중요한 공간이 된다.
사에코를 떠올리면 단단하고 멋진 신여성의 모습이 먼저 그려진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투피스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채, 웨이브 진 머리를 하고 당당히 걷는 인물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멋진 모습이 어쩌면 자신의 약함을 숨기기 위한 갑옷처럼 느껴진다. 무너질까 봐, 흔들리는 마음을 들킬까 봐 더 꼿꼿하게 서 있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그래서 그녀는 완벽한 무대를 위해 스스로를 몰아붙였고, 약해 보일까 봐 자신을 더 다그쳤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대와 타협하는 선택을 한 그녀. 그 선택 덕분에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지만, 그만큼 마음속에는 무거운 짐이 쌓인다. 친구를 희생시켰다는 죄책감,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정말 맞는지에 대한 불안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눈부신데, 무대 아래에서는 늘 흔들리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점이 이러한 해석에 힘을 보탠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누군가를 쉽게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 시대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고,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바로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작가는 그 벼랑 앞에 선 사람의 마음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그래서 이 소설은 역사 이야기이면서도,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다.
춤 장면과 감정 묘사가 일품이다. 설명하기 보다 독자의 머릿속에 감정과 장면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글을 읽다 보면 객석 맨 앞에서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숨을 멈추고 지켜보게 되는 무대가 막을 올렸다. 한 사람의 성공과 몰락을 보여주는 무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까지 할 수 있는가를 묻는 무대였다.
<<흰 자락이 접히면>>은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고 싶었던 사에코의 실제 모델, 무용가 최승희를 사랑한 저자의 고백이자 기록이다.
그러나, 그녀를 미화하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고단한 선택들을 따라가며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만 삶을 다시 불러낸다.
탄탄한 역사적 고증과 그 시대의 공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문장들이 소설에 깊이 빠져들게 한다. 팩션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저자 김가진(@novel._.jin)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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