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시 2026 - 소음 속에서 정보를 걸러 내는 해
김시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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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는 곳은 도로공사가 끊이지 않았다. 지하철 2호선을 공사한 후엔 3호선 공사가 진행됐고, 늘 도로는 꽉 막혀 느린 걸음으로 움직여야 했다.
선거철만 되면 도시마다 개발 공약이 넘쳐난다. 도로를 지하로 만들겠다, 철도를 놓겠다, 공항과 트램을 짓겠다는 말이 반복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많은 계획은 늦어지거나 조용히 사라진다.
<<한국 도시 2026>>은 바로 이런 공약들을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도시문헌학자 김시덕은 희망적인 말로 미래를 포장하기보다, 지금 한국 도시가 어떤 조건 위에 놓여 있는지를 냉정하게 서술한다. 읽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김시덕 박사는 전국을 직접 발로 다니며 현장의 분위기를 글로 옮긴다. 책 곳곳에서 그 발자취가 느껴진다. 차에서 찍은 것 같은 현수막 사진이 다수 수록됐고, 그 공약이 후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설명한다.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과거 사례와 역사적 흐름을 바탕으로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것”과 “기대만 큰 것”을 구분한다. 도로 지하화, 철도 신설, 트램과 공항, 크루즈 터미널 같은 전국적 유행 사업도 예외가 아니다. 계획이 발표됐다는 사실보다, 실제로 가능한 조건이 갖춰졌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 도시가 3대 메가시티와 6대 소권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서울권, 동남권, 중부권이라는 큰 축을 먼저 짚고, 대구·구미·김천, 동부 내륙, 동해안, 전북 서부, 전남 서부, 제주 소권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살핀다.
영동대로 개발, GTX 개통 지연, 재건축 가능성, 신도시 문제, 철도 연장 한계 같은 이야기들은 뉴스에서 스쳐 지나갔던 이슈들을 도시 구조의 문제로 다시 보게 만든다.

책에는 부정적인 전망도 많다. 난개발, 재난 위험, 전력과 변전소 문제, 지자체와 국가 정책의 엇갈린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물론, 긍정적인 신호도 함께다.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당진 북부, 경기 서남부, 충남 북부를 잇는 산업 축은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무작정 비관하거나 낙관하지 않고, 조건이 갖춰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소음과 정보의 구분’이다. 유튜브와 부동산 광고가 만들어 내는 과장된 말에 흔들리지 말고, 과거 사례와 전후 흐름을 살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도시 개발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이다.
<<한국 도시 2026>>은 답을 정해 주는 책이 아니라, 도시를 읽는 기준을 제시한다.
도시의 과거와 도시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미래를 생각해 보고 싶은 독자라면, 속시원한 발언과 넓은 시각으로 대한민국의 이모저모를 현실적으로 해석한 이 책을 참고하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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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80
각 지자체의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이, 막상 서울이나 주요 대도시에 자가를 두고 있는 경우가 있어서 비판받기도 합니다. 본인들은 인구 소멸 위험 지역에 집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보고 와서 살라고 하니, 그들의 말에 설득력이 있을 리가 없죠. 지역에 뿌리내리고 성장한 정치인을 배제하고, 지역에 기반이 없는 유명인, 법조인을 지역에 공천해 온 정치 문화도 이런 문제를 심화시켰습니다.


>밑줄_p201
부산시는 산업은행, 해수부 등의 부산 이전을 주장하면서 균형 발전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속칭 좋은 직장이 대서울권으로만 몰리고 기타 지역은 차별받는다는 논리죠. 그런 부산시가, 풍산의 사례에서 보듯이 부산 핵심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부산 외곽 지역에 부담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부산시가 부산 내부의 이런 갈등을 잘 해결할 수 있다면, 그리고 부산 인구가 늘고 줄어드는 것에만 관심 갖는 대신 주변 도시들과 협력해서 인구 문제를 공동 대처하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면, 부산시가 요구하는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도 더욱 힘을 받을 겁니다.






>> 이 서평은 열린책들(@openbooks21)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한국도시2026 #김시덕 #열린책들
#인문학 #경제경영 #미래전망 #신간도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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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의 정원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6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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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 시치리의 <<라스푸틴의 정원>>은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으로, 경찰 수사와 의료 문제를 결합한 미스터리다.
이번 이야기에서 작가는 범인을 쫓는 긴장감에 더해, 우리가 ‘치료’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믿고 선택하는지의 신랄한 실체를 보게 한다.

이야기는 이누카이 형사의 딸 사야카와 같은 병실에 있던 소년 유키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병원 치료를 받다 갑작스럽게 퇴원한 뒤 사망한 소년의 몸에는 설명되지 않는 멍 자국이 남아 있었다. 단순한 병사로 처리될 뻔한 사건어었지만, 비슷한 흔적을 지닌 또 다른 시체가 발견되면서 범죄가 아닐까하는 의심을 낳는다.
이누카이와 동료 형사 아스카는 수사를 통해 현대의학을 거부하고 대체의학과 민간요법을 내세우는 수상한 의료 단체를 만나게 되는데...

소설의 제목이자 핵심 상징인 ‘라스푸틴’은 치료의 기적을 내세워 사람들을 현혹했던 인물이다.
작품 속에서도 오다 호스이는 직접적인 폭력을 쓰지 않지만 말과 믿음으로 사람들의 선택을 바꿨고, 그 결과는 안타까운 죽음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사이비 교주인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가는 이야기를 통해, 누가 옳다 그르다 할 수 있겠냐며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는 가족이 불치병에 걸렸을 때, 사람은 얼마나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절박함 속에서 믿음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이누카이 형사도, 형사로서 냉정하게 사건을 보려 하지만 병원에 누워 있는 딸을 둔 아버지이기도 했다. 이 개인적인 문제는 이누카이 형사가 피해자를 보는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자신의 딸도 아프다 보니, 자연스레 감정이입 되는 상황이었을테다.
이누카이 형사의 혼란스런 심리는 독자에게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질문을 남긴다.
'과연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 작품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일이라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며칠 전에 큰 애가 학교에서 쓰러져 병원엘 갔고, 입원을 강요하고 수많은 검사를 종용했다. 아이가 아프다는 이유로 부모인 나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고, 그들이 하라는대로 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 한 편이 불편했던 건, 아마도 필자 역시 아픈 사람을 가족으로 둔 그들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으리라.

누군가를 죽이려 한 악의보다, 살리고 싶다는 믿음이 어떻게 비극으로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라스푸틴의 정원>>.
가족을 위한 선택을 두고 누가 옳고 그르다 판단할 수 있을까. 그 선택의 무게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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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42,43
병원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며 달콤한 말로 속여 값비싼 약과 첨단 의료를 강요하고, 가진 돈을 모조리 빼앗고, 삶을 빼앗고, 평온을 빼앗고, 행복을 빼앗고, 무엇보다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까지 빼앗아 갔다.
"죽어도 잊지 않을 거야. 언젠가 반드시 복수할 거야."



>밑줄_p80,81
"아까 관활서 형사에게 들었어. 유키 몸에 든 멍이 한두 개가 아닌가 봐." (...)
"정확하게 말하면 의심하는 사람도 있는 상황이야." (...)
"유키가 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면 진실을 밝혀 줘. 반드시."





>> 이 서평은 블루홀식스(@blueholesix)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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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일본소설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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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을 부르는 7문장 자기소개서 - 특목고·자사고 자기주도학습전형 완벽 대비 실전 가이드
황유진 지음, 김한주 감수 / 슬기마루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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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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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서도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하면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많은 학생이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에 부담감을 느끼고 어려워하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닐 것이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서 인터넷에 올라온 누군가의 자기소개서나 예문을 보고 짜집기를 하면, 결국 누구의 자기소개서인지 알 수 없는 결과물이 완성된다.
<<합격을 부르는 7문장 자기소개서>>는 막막하고 혼란스러운 학생들을 위해, 자기소개서를 “잘 꾸민 글”이 아니라 “내 경험을 제대로 보여주는 글”로 바꾸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 해서 기대가 크다.

이 책의 핵심은 ‘7문장의 법칙’이다.
1500자 안에서 하고 싶은 말을 늘어놓는 대신, 생각의 순서를 문장 단위로 정리하라고 제안한다. 문제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어떤 시도를 했고 무엇이 달라졌는지,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까지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문장을 잘 쓰는 재능보다, 구조를 이해하는 힘이 더 중요하다고 여러 번 강조한다.

특히 인상 깊은 점은 생기부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활동이 부족해서 쓸 말이 없는 게 아니라, 이미 기록된 활동을 어떻게 꺼내고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수행평가, 활동 노트, 실험 보고서, 발표 자료 같은 일상적인 기록들이 자기소개서의 훌륭한 글감이 된다는 설명은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큰 힌트를 준다.
또한 이 책은 학교의 전형요강을 ‘정보’로만 읽지 말고, 그 안에 담긴 학교의 가치와 질문을 읽어내라고 조언한다. 지원동기와 진로계획 역시 거창한 목표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을 자신의 경험으로 풀어내는 과정임을 차분히 설명한다. 평가자의 시선에서 글이 어떻게 읽히는지도 함께 짚어 주어 실전 감각을 키워준다.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야 할 학생은 물론, 아직 초등 고학년이나 예비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이 책을 추천한다.
중학교 생활 속 기록 하나하나가 훗날 자기소개서의 글감이 될 수 있음을 미리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합격을 부르는 7문장 자기소개서>>는 글쓰기를 앞두고 막막한 아이에게, 그리고 그 옆에서 함께 고민하는 부모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줄 것이니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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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8
즉 문제 인식, 시도, 전환의 흐름이 보인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입니다. 자기소개서의 핵심은 문장력이 아니라 시선의 깊이입니다. 비슷한 활동이라도 그 안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를 풀어낼 때, 비로소 좋은 자기소개서가 됩니다.


>밑줄_p31
학교의 언어를 읽어내고, 나의 경험을 해석해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그 글은 이미 완성된 자기소개서가 됩니다. 전형을 읽는 시선이 곧 글을 이끄는 나침반입니다. 글쓰기는 손끝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해석에서 시작해, 설득으로 완성됩니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슬기마루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합격을부르는7문장자기소개서 #황유진 #슬기마루
#신간도서 #책추천 #중고등생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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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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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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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와 공포를 사랑하는 독자라면 눈여겨볼 작품이 바로 세스지의 신작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다. 전작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와 제목이 비슷해서 이어지는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전작과 완전히 다른 독립된 소설이다. 다만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지는 공포’라는 작가 특유의 결은 여전히 살아 있다.

이야기는 하나의 괴담에서 출발한다. ‘이상한 놈이 서 있다’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큰 남자가 등장하는 이 영상은 사람들 사이에서 ‘풍선남’ 괴담으로 퍼져나간다. 괴담 편집자인 고바야시는 이 영상의 진위를 파헤치다 심령 명소를 찾아다니는 유튜버 이케다를 만나게 된다. 유령을 전혀 믿지 않지만 조회수와 수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이케다, 그리고 괴담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고바야시의 만남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에 신관의 딸로 태어나 실제로 귀신을 본다는 호조가 합류한다. 믿지 않는 사람, 이용하려는 사람, 실제로 보는 사람이 한 팀이 된 셈이다. 세 사람은 변태 오두막, 천국병원, 윤회의 러브호텔 등 기묘한 장소들을 조사하며 이야기를 엮어 가는데....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속내를 숨긴 세 인물의 만남이다.
각자 숨기고 싶은 과거와 죄를 안고 있는 사람들, 서로에게는 필요한 정보만 나눈다는 것을 독자는 모두 지켜보고 있다. 그래서 인물들이 무심하게 던지는 말과 행동을 보며 점점 소름끼치게 된다.
"이러니,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말을 하지."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냐."라는 생각을 하며 몰입하게 된다.
뒤로 갈수록 세 사람의 과거가 드러나고, 각 괴담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며 서서히 공포를 쌓아간다.

전작에 비해 직접적인 공포는 거의 없는 편이다.
대신 이 작품은 “무서운 이야기를 좇는 인간” 자체를 다루고 있다.
고통과 비극조차 돈이 되는지부터 따지는 인물들.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이 다쳤는데 도와주기 보단 영상부터 찍는 사람들. 그래서 이 소설이 진짜 무서운 이유다.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는 단순한 공포소설을 넘어, 욕망과 원한이 어떻게 괴담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천천히 쌓아 올린 이야기 끝에서 남는 것은 찝찝한 여운과 사람들 마음 속의 괴이가 얼마나 무서운지 상기시킨다.
공포의 근원은 결국 인간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
괴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사회 문제를 다룬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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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81
"그나저나 자넨 왜 초현실적인 존재를 믿지 않나?"
"짜증 나잖아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그런 존재 탓으로 돌리고 안심하다니. 전 용납이 안 됩니다."
"내 눈에는 부저하는 거 자체가 목적처럼 보이는데. 게다가 초현실적인 걸 부정하는 거치고는 그런 걸 날조해서 많은 사람에게 보여 주고."
"그건 뭐, 비즈니스니까요."



>밑줄_p202
"유령을 돈으로 바꿔 봅시다." (...)
"그런 게 멋대로 보이는 바람에 지금껏 얼마나 끔찍했을까. 이번에는 이쪽 차례요. 정화와는 다른 방법으로 지금까지 당한 앙갚음을 합시다." (...)
"유령 말고. 당신을 바보 취급한 사람에게."




>> 이 서평은 오팬하우스(@ofanhouse.official)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더럽혀진성지순례에대하여 #세스지 #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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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을 타지 않는 삶 - 서른, 제네바에서 배운 흔들리지 않는 삶의 태도
안상아 지음 / 자크드앙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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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떻게 더 잘 살 것인가’보다 ‘어떻게 나답게 살 것인가’를 묻는 에세이다.

한때 ‘신녀성’이라는 이름으로 자기계발 열풍의 중심에 섰던 저자 안상아는, 결혼과 출산 이후 남편을 따라 스위스 제네바로 이주하며 완전히 다른 속도의 삶을 마주한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고, 이전의 경력이나 이름표가 통하지 않는 도시.
그곳에서 저자는 처음으로 라벨 없는 삶을 살았다.

제네바의 일상은 느리다. 일요일이면 마트도 백화점도 문을 닫고, 사람들은 속도를 내지 않는다. 한국에서 익숙했던 빠른 피드백과 경쟁은 제네바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한다.
처음엔 그 느림이 답답했지만, 저자는 그 시간 덕분에 멈춰 설 수 있었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다.
“내가 쫓아온 유행은 정말 내가 원한 것이었을까?”
이 질문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저자는 프랑스어를 배우고, 일자리를 구하고, 피니싱스쿨에 들어가 유럽식 에티켓을 배운다.
하지만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이라기보다, 삶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연습에 가까웠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 말하는 매너와 에티켓은 겉치레가 아니다. 상대를 편안하게 하고, 말보다 먼저 나를 소개하는 태도다. 많이 알고, 많이 가지는 것보다, 사람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품격이 얼마나 중요한지 차분하게 보여줬다.
나는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어떤 모습이었나 되돌아보았고, 각자 자신의 말만 하기 바쁜 우리의 모습을 반성하게 됐다.

이 책이 필자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이유는 다른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처럼 “대충 살자”거나 “욕망을 버리자”고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오히려 애쓰지 않아도 될 부분에서는 힘을 빼고, 정말 소중한 것에 에너지를 쓰자고 말했다. 필자의 생각과 관통하는 주제였으나, 실천하지 못했던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유행에 둔감해질수록 삶은 더 단정해지고, 불필요한 집착을 내려놓을수록 마음은 가벼워진다는 것을 저자를 통해 한 번 더 깨달았다.

라벨 없는 삶은 제네바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독자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꼭 지금 사는 곳을 벗어나야만 <<유행을 타지않는 삶>>을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해외로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남의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 나만의 속도를 찾으려는 태도가 아닐까.
빠르게 달려오느라 지쳤다면, 지금의 삶이 내 것이 맞는지 헷갈린다면, Savoir vivre (사브아 비브로), 사회 속에서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배워보시길 바란다.
<<유행을 타지않는 삶>>은 유행을 따르지 않는 삶은 특별한 선택이 아니라, 내 안의 감각을 다시 믿는 일이라고 말하는 이 책을 참고하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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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31
누구에게나 이런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지만 누가 그걸 먼저 확인해주기 전까지는 스스로를 온전한 사람이라고 믿지 못한 적, 쓸모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하루하루를 테스트하듯 치열하게 겨룬 적 말이다. (...)
하지만 괜찮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들은 라벨 없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니까.



>밑줄_p67
진짜 성장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취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 경제와 사회라는 서로 다른 축들이 안쪽에서 ㄷㄴ단히 맞물릴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본질에 투자하는 과정이야말로 나를 지탱할 유일한 힘이라는 것을. 그렇게 나는 지금 이 소중한 시간들을 단순한 경험의 나열로 두지 않고, 삶의 토대를 깊 다져가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 이 서평은 자크드앙(@zacdang_)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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