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로 그린 심장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22
이열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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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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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픽셀로 그린 심장>>은 총 14편의 단편이 시간과 시대를 넘나들며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연작 소설집이다.
각 이야기는 짧고 독립적으로 읽히지만, 읽다 보면 인물과 사건이 서로 이어지며, 하나의 세계관으로 완성된다.
한 이야기에서 스쳐 지나간 선택이 다른 이야기에서는 중요한 결과가 되고, 조연처럼 보였던 인물이 다음 편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조각들을 맞추며, 가까운 미래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책은 Layer 1부터 Layer 4까지, 네 개의 시간대로 나뉜다.
2040년대에서 시작해 2100년대 초까지 이어지는 미래의 흐름 속에서, 한 시대의 사건과 분위기가 다음 시대에 영향을 미친다. 각 레이어는 분리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같은 세계의 연속선 위에 놓여 있다.
책 뒤에 실린 연대기를 먼저 보고 이야기를 즐기시길 추천한다.

초능력을 가진 인류, 기억 삭제 기술, 시간 되돌림, 외계 생명체 같은 SF적 소재를 사용할 뿐, 이야기가 집중하는 것은 능력 그 자체가 아니었다.
30초 전으로만 돌아갈 수 있는 남자는 그 짧은 시간을 붙잡고 후회를 반복하고, 불을 다루는 소년은 능력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을 다치게 할까 두려워한다. 죽은 연인을 AI로 되살려 곁에 두고 사는 인물의 이야기는 기술이 감정을 대신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상상 속 현실이 그려진 이야기지만, 기술보단 등장인물의 고민과 아픔에 더 마음을 쓰게 된다.
이 연작소설집이 가진 특장점이라고 강조할 수 있는 건, 바로 이 감성 한 스푼이다.
탄탄한 세계관을 가진 미래 설정과 드라마나 영화처럼 눈 앞에 그려지는 스토리 전개, 상실과 사랑, 정체성과 같은 감성을 보탠 이야기들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특히 프러포즈 순간 연인이 픽셀처럼 멈춰 버리는 장면은, 제목을 시각화하면서 충격적인 반전을 예고해 가장 인상깊었다.

<<픽셀로 그린 심장>>은 기술이 발전한 미래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외롭고, 사랑하고, 상처받는다고 말한다.
이 작품은 능력이 아니라, 능력을 가진 인간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유니크하면서 탄탄한 세계관을 가진 소설을 찾는 독자에게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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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56
"당신도 힘들었겠지. 이제 편히 쉬어."
축 늘어진 아비가 무릎을 꿇었다. 때맞춰 불길이 사그라 들었다. 가만히 팔을 풀었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으로 아비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생의 불꽃이 꺼진 눈동자에 공허만이 남았다. 더 이상 화마는 세상에 없었다. 그리고 겐지도.


>밑줄_p213
지아의 얼굴에 눈물이 맺히고 미소가 번졌다. 그녀가 입을 떼는 순간, 레스토랑 창문을 통해 강렬한 빛이 비쳤다. 그녀는 갑자기 렉이 걸려 픽셀이 깨진 화면처럼 움직임을 멈췄다. 입에서 미처 못한 대답의 첫음절만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졌다.
"사ㅡ"




>> 이 서평은 저자 이열(@grande_a1egria)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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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완성 어휘력의 힘 - 하루 10분, 상위 1%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초등 신문
이용준(잔뒤쌤) 지음 / 온유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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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고학년이 되면 아이의 공부는 갑자기 어려워진다. 글은 읽긴 하는데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고, 문제를 풀 때 무엇을 묻는지 헷갈린다.
이때 많은 부모가 문해력을 걱정하지만, 그 바탕에 무엇이 부족한지는 놓치기 쉽다. 저자는 문해력의 출발점은 어휘력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초등완성 어휘력의 힘>>은 초등 상위권을 목표로 한 어휘 학습서다. 하루 10분, 8주 동안 꾸준히 하면 어휘의 기초를 단단히 다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단순히 단어 뜻을 외우는 책이 아니라, 문장 속에서 단어가 어떻게 쓰이는지 익히게 한다. 즉, 글을 이해하고 생각을 넓히는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을 둔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신문 기사’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사회, 경제, 문화, 과학, 환경 등 다양한 주제의 기사 40편이 담겨 있다.
아이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로 흥미를 유도한다. 빵집 이야기, 유튜브, 무인점포 같은 친숙한 소재에서 출발해 개념어와 추상적인 표현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구성이다. 자연스럽게 단어의 쓰임과 의미를 함께 익힐 수 있어 좋았다.

저자는 20년 넘게 논술을 지도하며 성적 차이를 만드는 핵심이 어휘라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한 바 있다.
저자의 초등학생 딸을 직접 가르칠 때 활용한 자료와 실제 수업에서 검증된 분량과 난이도로 초등학생들이 부담없이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 수가 많지 않고, 설명도 차분해 아이 혼자서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었다.
각 차시마다 하나의 핵심 한자어를 중심으로 어휘를 넓혀가는 방식도 인상깊다.
비슷한 단어의 차이를 비교하고, 문장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살펴보며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의 차이를 경험하게 한다. 이는 중학교 이후 긴 글을 읽고 정리하는 데 큰 힘이 될 거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초등완성 어휘력의 힘>>은 단기간 성적을 올리는 교재가 아니다.
공부가 점점 어려워지기 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문제집이 아니라 정확한 말의 힘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중학교를 앞둔 아이에게, 그리고 글 읽기가 힘들어지기 시작한 아이에게 <<초등완성 어휘력의 힘>>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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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5
하루에도 수만 건의 기사가 쏟아지지만 아이가 읽기에는 단어들이 너무 어려웠어요. 한자어를 기반으로 한 단어들 혹은 개념들이 많다 보니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지요. 그래서 기사에 달린 단어를 풀어주고, 그 단어가 다른 곳에서 어떤 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찾았어요. 아마 이 책과 다른 책의 가장 큰 차이점을 찾으라고 하면 그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한자 어휘가 다양하게 파생되면서 만들어지는 단어들과 의미에 대해 좀 더 다양하게 접근하려고 했답니다.






>> 이 서평은 온유서가(@onyou_book)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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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서버
로버트 란자.낸시 크레스 지음, 배효진 옮김 / 리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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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살 수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게 될까?”

<<옵서버>>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는 SF이면서, 동시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되짚어보게 한다.
과학과 상상력이 만나 창조된 이야기 속에서, 삶과 선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주인공 캐로는 신경외과 의사다.
오빠의 장례식 날 부모와 절연한 뒤, 미혼모 동생과 장애가 있는 조카를 홀로 책임지며 살아간다.
병원에서는 성추행 피해를 신고했다가 오히려 의사직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순간, 오래전 사라졌던 노벨상 수상자 큰할아버지 새뮤얼 왓킨슨에게서 편지 한 통이 도착했고, 뇌에 칩을 이식해 ‘죽음을 넘어선 세계’를 실험하는 극비 프로젝트에 합류해 달라는 제안을 한다.
카리브해의 고립된 섬에 있는 연구소에서 시작된 실험은 단순한 과학 실험이 아니었다. 현실과 환상, 생과 사,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흔들리는 공간에서 캐로는 자신이 믿어 온 세계가 얼마나 불완전했는지 다시 배우기 시작하는데...

우리가 보고 느끼는 이 현실은 과연 절대적인 것일까, 아니면 바라보는 순간에만 잠시 선택된 하나의 세계일까.
이 소설의 중심에는 양자역학의 ‘관찰자 효과’가 있다. 관찰하기 전까지는 수많은 가능성이 겹쳐 있다가, 보는 순간 하나로 결정된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을 설명하는 소설 속 과학자는 캐로 뿐만 아니라 독자들을 설득하는데 주력한다.
<<옵서버>>는 "관찰자 효과" 개념을 인간의 뇌와 의식, 그리고 삶의 선택에 적용한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과 세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대한 후회,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 간절함이 과학을 만나 새롭게 창조된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상상과 함께.
이 작품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과학자의 위로가 아닐까.

각기 다른 상실을 경험하는 등장 인물들. 그들이 붙잡고 싶은 건 그들과 함께 한 시간이 아닐까. 그 시간을 붙잡기 위해 그들이 한 선택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그 선택이 옳은 선택이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상실을 경험한 과학자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다루는 SF소설이었다.

<<옵서버>>라는 제목은 단순히 ‘보는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옵서버는 세계를 바라보는 동시에 세계를 만들어 가는 존재, "관찰자"를 의미한다.
죽음이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상상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진심으로 "붙잡고 있는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과학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철학적인 사유와 상실이란 감성까지 담고 있는 작품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과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 <<옵서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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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86
저희는 인간의 의식이 다른 우주의 분기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른 우주를 창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육체적 존재는 이곳에 남기 때문에 몸이 가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뇌 속 깊이 각인된 알고리즘을 모두 바꾸면 의식이 다중 우주ㅢ 다른 분기로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서 알고리즘은 감각기관에서 뇌로 전달되는 데이터를 해석하는 역할을 하는데, 일례로 '빨강'을 만들어 내는 것도 알고리즘이죠."
"다른 우주로 들어간다고요?"



>밑줄_p154
"관찰자에 달려 있죠."
"시간은 단순히 '외부에' 따로 존재하면서 과거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게 아니에요. 아인슈타인이 시간은 관찰자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증명했잖아요. 최신 연구에서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소위 말하는 '시간의 화살'이 관찰자인 우리, 특히 우리가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어요. 의식적인 관찰자가 없다면 시간의 화살이든 시간 자체든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거죠."





>> 이 서평은 포레스트북스(@forest.kr_)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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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극의 희극
이정원 지음 / 퍼스널에디터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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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야 오래간다고들 한다.
취향도, 성격도, 생활 방식도 맞아야 덜 싸운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상극의 희극>>은 그 믿음을 완전히 비틀어버리는 에세이다.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을 수가 없다는 두 사람. 궁합은 상극이었지만, 인생은 희극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한 부부의 이야기는 첫문장부터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저자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센스까지 겸비했다. 산문시를 읽는 것처럼 리듬감 있게 읽히고, 이야기는 위트 넘치나, 결코 웃기기만 하지 않는다.
저자는 사람 대 사람 사이에서 일어날 만한 크고 작은 틈을 메꿔가는 과정을 꾸밈없이 고백한다. 슬며시 웃음도 나고, 살짝 질투도 하면서, 우리 부부의 모습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했다.
'우리 부부는 이런 시간이 부족했네.'
'우리 부부만큼이나 안 맞는 부부가 있을까 싶었는데, 다들 비슷하게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살짝 위안도 됐다.

우리 부부는 MBTI를 살펴봐도, 겹치는 부분이 하나도 없다. 필자는 _NFP, 남편은 _STJ, 안 맞아도 이렇게 안 맞을수가 없다.
저자는 친정아버지와 다른 남편의 모습에 이끌렸다고 했다. 필자는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나와 다르게 본인의 니즈가 확고한 남편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나는 나와 180도 다른 남자를 만나 홧병을 키우며 살고 있다. 훗훗.
저자와 다른 게 있다면 아직 희극으로 이끌어가지 못한다는 현실 뿐이다.

저자와 저자 남편은 거의 모든 면에서 정반대의 사람이다. 돈 쓰는 기준도, 생각하는 방식도,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도 다르다. 이런 두 사람이 한집에서 살아가니, 갈등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두 사람이 풀어가는 과정을 미화하지 않는다.
어른답지 못한 모습, 모양 빠지는 순간을 가감없이 담아냈다. 서로 이해되지 않아 답답해하는 마음, 괜히 더 서운해지는 순간들을 솔직하게 꺼내 놓는다.
오히려 이런 매력이 ‘우리 집 이야기 같은데?’ 하는 독자의 공감을 끌어낸다.

뿐만 아니라, 남남이 만나 긴 세월을 살며 느끼고 깨달은 사유를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랑하는 장점 안에는 단점도 함께 들어 있다는 말, 끝을 잘 맺어야 시작도 기억된다는 말처럼, 관계를 오래 유지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통찰이 담겨 있다.
읽는 속도와 같은 속도로 이해되는 문장이라 더욱 좋았다.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누군가와 오래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내용이 가득한 <<상극의 희극>>.
상극이어도 괜찮다고, 맞춰가는 그 시간이 바로 희극임을 깨닫게 하는 이 책을, 투닥투닥하며 하루를 버텨내는 모든 부부에게, 그리고 관계 속에서 ‘다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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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39,40
접점이나 교집합이라고는 1도 없는 사이, 그게 우리다. 융통성이라고는 없는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에 술도 못 마시는 핵노잼 인간고구마, 나는 남편을 그렇게 보았을 것이 틀림없다. 계획이라고는 없이 그때그때 요령으로 비벼보려는 주제에 술자리는 절대 안 빠지는 인간능구렁이, 남편은 분명 나를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밑줄_p245
지금도 나는 자신의 주량을 모른다고 말하는 남편에게 연민을 느낀다. 밤의 깊은 낭만과 풍류를 모르고 일평생을 살아가다니 짠하기 그지없다. 자신의 주량도 모른 채 일생을 마무하는 인생이란 얼마나 쓸쓸하고 적막한, 텅 빈 잔 같은가.






>> 이 서평은 퍼스널에디터(@personal.editor.book)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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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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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문장이 소설 전체의 스토리를 축약한 문장이었다니.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첫문장을 다시 읽어보니 웅장함이 밀려왔다.

"사랑에 빠지면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알게 되고, 전쟁에 휘말리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다."
크리스틴 해나의 <<나이팅게일>>은 바로 그 문장을 증명하는 소설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를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 그중에서도 두 자매 비안느와 이사벨의 삶을 따라간다.

비안느와 이사벨 자매는 엄마를 일찍 여의고 아빠에게 버림받는다. 언니는 이른 나이에 사랑하는 이를 만나 독립하고 동생은 학교와 수녀원을 오가며 성장한다.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언니 비안느는 가정을 지키는 데 온 힘을 쏟는다.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고 아이를 보호하며, 하루하루 무너지는 일상 속에서도 버티는 쪽을 선택한다.
반면 동생 이사벨은 자유를 빼앗긴 현실에 맞서 레지스탕스 활동에 뛰어들고, 목숨을 걸고 사람들을 구한다. 두 사람의 선택은 다르지만 둘 다 각자의 위치에서 용기있는 행동을 선택한다.

이 소설은 전쟁으로 인해 시민들이 어떤 고초를 겪는지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집 안의 성인 남성들이 전쟁에 투입된 후 남은 가족들의 삶에 집중한다.
폭격으로 죽어가는 피난민, 강제로 빼앗긴 식량과 집,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모욕까지 전쟁의 얼굴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 안에서 여성들은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아이를 숨기고 사람을 살리고 서로를 돌보는 존재로 그려진다.
조용하지만 강한 저항이다.
역사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여성들의 연대, 또 하나의 영웅들의 이야기였다.

전쟁 중에 사랑 이야기가 등장해 의아했지만, 사랑이야말로 그 고통의 시간을 버티게 하는 자양분이었음을 이야기를 통해 일깨운다.
비안느는 남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견디고, 이사벨은 위험 속에서도 사랑을 놓지 않는다. 전쟁은 사랑을 빼앗지만, 동시에 그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드러내기도 했다.
잃을 것을 알면서도 지키려는 마음이 인물들을 얼마나 강하게 했는지, 또 앞으로 나아가게 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이팅게일>>은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다. 유대인 아이들을 숨겨 지켜낸 여성, 실제 레지스탕스 영웅의 이야기가 인물 속에 녹아 있다.
한 장르로 구분하기 어려운 다양한 재미를 한 권에 담아낸 저자의 역량에 박수를 보낸다. 역사의 한 구절이면서, 사람 사는 이야기였던 <<나이팅게일>>.
전쟁이 끝난 뒤에도 기록되지 않았던 여성들의 싸움, 말해지지 않았던 고통과 선택을 조용히 복원해낸 작품.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오래도록 마음에 남기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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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8
시각적으로 믿음직하지 못한 새로운 증상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한다. 아마 나도 모르게 뒤돌아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현재에서 보지 못하는 명료함이 과거에는 있으므로.
내가 떠나며 평온이 깃들 거라고, 내가 사랑했고 잃어버린 사람들 모두 만나게 될 거라고 상상하고 싶다. 적어도 내가 용서받을 거라고 상상하고 싶다.
하지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밑줄_p51
어둠 속에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곰팡내와 사람들의 체취와 두려움의 냄새가 풍겼다 - 가장 강렬한 것은 두려움의 냄새였다. 폭격이 계속되면서 끼익거리거나 웅웅대는 소리가 났고 지하실 벽이 흔들리고 천장에서 먼지가 쏟아져 내렸다. 아기가 울기 시작했지만 달래지지 않았다.




>> 이 서평은 알파미디어(@alpha_media_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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