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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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큼 플롯이 촘촘하고 짱짱한 소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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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열전
허경진 엮음 / 웅진북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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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저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옛 문헌을 번역하고 정리하는 일은 그 자체로 박수 받아야 한다. 19세기 조선을 평민이라는 신분에 주목해서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이다. 각 내용들도 흥미로워서 다양한 영역으로 연구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다만 이 책이 편역의 차원에 그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각주의 양도 더 풍부했으면 좋았겠다. 

 역사는 다양한 존재들과 다양한 사건들이 맞물려 돌아가는데 너무 단편적인 부분만 보지 않았나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시선을 확장시키고, 연구의 초석을 다져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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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 호시노 미치오의 마지막 여정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임정은 옮김 / 다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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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오묘하고 성스러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큰까마귀, 영혼, 곰, 토템, 밥 샘 등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존재들로 머리 속이 가득하다.  작가가 기록한 이 알래스카에 대한 책은 그 자체가 신화가 되었다. 알래스카 인디언들이 추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으니 말이다.

  작가는 1996년 8월 8일 취재차 방문한 쿠릴 호수에서 불곰의 습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 비극적인 사실을 인지하고 책을 보려니 사진으로 등장하는 그리즐리 곰, 북극곰, 흑곰 들을 보는게 비극으로 가는 카운트다운인 것 같아 우울했다. 그런데 어떤 이는 말한다.  "그러나 신화의 차원에서 본다면 호시노 미치오는 너무나도 그다운, 영웅다운 최후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곰을 좋아하던 남자가 결국 곰의 세상으로 떠났으니 말이다."(258쪽) 라고. 작가 호시노 미치오는 그 자신도 신화가 되었다.

 

  세계 강대국의 박물관에는 식민지배를 했거나 침략했던 국가의 유물들이 상당히 많이 전시되어 있다.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의 반환을 주장하는 국가들의 목소리도 종종 들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프랑스 측에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요구했던 것도 이와 같은 경우이다. 그런데 나는 이 사안에서 단순히 자국의 유물과 문화재는 자국이 소유하는 것이 옳다는 단순한 논리만을 적용했었는데, 알래스카의 하이다족의 이야기는 존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20세기가 되고 강국의 박물관이 전 세계의 역사적 미술품 수집에 앞다퉈 나서는 시대의 막이 올랐다. 퀸샬럿 섬도 그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대다수의 토템 기둥이 강국에 의해 저들의 나라로 빠져나갔다. 살아남은 하이다족의 자손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성한 장소를 세월의 흐름 속에 사라지도록 방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인류사에 있어 중대한 가치를 지니는 토템 기둥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외부의 압력마저 단호히 거부한 것이다."(39-40쪽)

 

하이다족의 말을 따르면 강대국에게 빼앗긴 유물들의 반환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강국으로부터 반화된 유물들을 자국의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곳에서 '보존'하겠다는 것도 적절한 것이 못된다. 그들에 의하면 '그것은 그것이 태어난 바로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 곳이 아니라면 세상 모든 곳은 무의미한 장소에 불과하다. 그 대상이 마모되고 부서져 소멸된다고 해도 그곳은 영원히 신성한 장소로 남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러나 인간이 진정 알고 싶은 것을 알고 말았을 때, 과연 우리는 살아갈 힘을 손에 넣을까? 아니면 잃어버리게 될까? 알고픈 것을 알려는 마음이 인간을 지탱해 주지만, 알고자 하는 것을 결국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답한다. 이 대답은 작가의 절친한 친구 셀리아 헌터가 말했다는 'Life is what happen to you while you are making other plans(인생이란 무언가를 계획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다른 사건)'과 맞닿아 있다. 나는 이 문장을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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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인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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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들로 북적이는 병원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는데 거참, 태어나서 산다는게 고역이다 싶다. 나름 머리를 굴려가며 멋진 계획을 세워봤더니 이런 내가 못마땅한건지 싱그러운 봄날은 나에게 알레르기를 선물해주었다. 줄줄 흐르는 콧물을 휴지로 막고, 간질간질한 눈두덩이를 부여잡으며 멍하게 앉아있는다.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는걸까,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있을까, 힘든 일은 없는지, 사는게 즐거운가요?' 그들을 바라보며 떠올린 질문들은 곧 내 자신에게 묻는 질문일 것이다. 나는 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걸까...

 

  경제학자 우석훈은 <1인분 인생>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고민거리를 말하면 "나도 그런 고민이 있었지, 그건 말야..." 라고 답해줄 것 같은 인생 선배의 모습이다. 실제로 책의 챕터를 구분하는 큰 제목들-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지 못한다면,  의욕도 재미도 없는 무미건조한 일상이 지겹다면 등등-은 그 글귀를 읽는 것만으로도 인생 선배로부터 명쾌한 해답을 들을 수 있을것만 같아 가슴을 설레게 한다.

  열정적으로 살 것을 강요하지 않고, 진짜 이런저런 일을 경험한 인생 선배의 현실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인생에 대한 약간의 허무함, 약간의 회한, 약간의 기대감 등이 글에서 엿보여서 더 현실적이랄까. 그렇게 책을 읽으면서 무척 공감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 저자의 화려한 경력-프랑스 유학파, 유엔 기후변화협약 정책분과 의장 등-이 떠올라 약간의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래저래 흥미로운 책이다.

 

  뭐랄까... 산다는건 다 그런건가. 결국 내가 괴롭고 힘든 것은 나에게 없는 것만을 찾으려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작가가 고양이 키우는 맛에 산다고 했듯이 결국 우리들을 위로하는 것은 그런 소소한 일들이 아닐까.

그리고 중요한 키워드는 '책에 길이 있다'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모르지만 그 분은 열정적인 독서가이기를 나도 작가와 함께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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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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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시장의 트렌드는 해당 상품이 ‘윤리’적으로 생산되어 소비자에게까지 공급되느냐 이다. 스타벅스 같은 주요 커피 체인점에서도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된 커피콩으로 커피를 내린다고 설명하고, 실제로 매장을 방문해보면 공정무역 관련 브로셔들이 진열되어 있어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 역시 공정무역 인증마크가 붙어 있는 제품을 보면 신뢰가 간다. 더 많은 커피콩을 재배하라고 아프리카 주민들을 착취하지 않고, 정당한 방식(그런데 정당한 방식이 뭘까?)으로 재배해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공급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제품에 공정무역 인증마크가 부착되면 그 제품은 정말 공정하게 생산된 것일까? 100% 단정할 수 있을까? 만약 실제로는 인증마크가 부착된 커피를 생산하는 아프리카 주민들의 삶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면? 단지 공정무역 인증마크라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나는 윤리적이고 바른 소비자야!”라는 자기위안의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닐까?

 

  작가 코너 우드먼은 기차 여행 중에 커피를 마시다 컵에 적힌 ‘당신이 마신 이 커피가 우간다 농민의 삶의 질을 높여 줍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이 문구가 사실인지 직접 확인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초콜릿, 휴대폰, 신발, 차(tea) 등 사람들이 자주 소비하는 상품들의 생산과정을 역추적하는 여행을 시작하였다.  

그의 여행을 함께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공적무역 인증마크를 부착하는 일이 실제로 공정무역과는 별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는 것, 일종의 사업이 되어 윤리적 소비를 강조하는 현대 시장의 트렌드를 유지시키기 위한 홍보정책일 수도 있다는 것 이다.

 

 

원조든 경영이든 해당 지역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해야.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일명 비정부기구의 아시아․아프리카 원조정책의 비현실성이다. 예를 들어 콩고 민주공화국에는 다양한 비정부 기구가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은 학교를 세우고, 펌프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나 작가가 직접 보니 그냥 방치된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학교를 세웠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가 없었고, 펌프를 설치했지만 펌프를 관리할 사람을 훈련시키거나 유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은 것이다. 이 사실들은 현재 비정부 기구들의 원조정책이 근본적으로 큰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즉 해당 지역의 실정을 간과한 정책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코트디부아르에서 면화사업을 하는 ‘올람’이라는 회사의 운영방침은 주목할 만하다. 올람은 코트디부아르의 농장기계화를 위해 트랙터를 제공하는 대신 자금 대출 패키지로 황소를 제공해 밭을 갈았다. 실제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생각해서 트랙터를 농민들에게 차례로 제공했으나 농부들이 자신이 쓸 차례가 올 때까지 가만히 앉아 기다리게 되었고, 결국 작물을 심기에 알맞은 시기를 놓쳐 버렸던 것이다. 면화 농사의 핵심은 우기가 시작되고 난 뒤 가능하면 빨리 땅에 있는 씨앗을 거두어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축구장 면적의 1.2배인 1헥타르 짜리 땅에 트랙터를 사용하는 것은 실용적이지 않았고, 반면 황소 한 쌍이면 5헥타르(축구장 면적의 6배)를 경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농사의 성격, 경작지 면적, 기후조건 등 현지에 알맞은 방법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방문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마약 근절정책 방안으로 양귀비 재배를 단속하고 있었다. 양귀비를 재배하던 땅에는 대신 대안작물이 심어졌다. 대안작물들은 잘 자랐다고 한다. 그런데 농민들의 삶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니 대체 무슨 일일까? 농민들은 재배한 대안작물들을 팔기 위해 시장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 길에 수많은 검문소를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만나는 탈레반, 경찰, 도적들이 모두 농민들을 세우고 통행료와 뇌물을 요구하므로 이 과정을 잘 거쳐서 시장에 도착했다고 해도 결국 농민들은 빈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양귀비를 재배했을 때는 작물의 특성상 소비하는 쪽에서 직접 구매하러 왔기 때문에 농민들 입장에서는 마을을 떠나지 않고서도 잘 살 수 있었다. 즉 마약을 근절한다는 명목으로 양귀비 재배를 막는데 사용하는 자금을 아프가니스탄의 도로 치안 유지에 지원하는 것이 더 옳은 방법인 것이다.

 

 

작가는 에필로그 6. 중국을 경계하라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서양의 자본주의는 식민주의 역사와 싸우고 있다. 콩고 동부에서 본 것처럼, 우리는 자신의 실패를 서양 탓으로 돌리는 국가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가리는 윤리적 난제에 발목을 잡혔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는 사이, 식민지 수탈에 대한 나쁜 기억에서 자유로운 중국이 움직이고 있다.(중략) 주의하지 않으면 서양의 어수룩한 윤리 의식이 양심 없는 자들에게 문을 열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서양의 진화된 자본주의가 현재 동양의 노골적인 자본주의보다 훨씬 더 나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277쪽)

 

이는 식민지 지배주체로서 서양이 느끼는 죄책감은 경제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인가? 그리고 작가가 접한 중국의 경우를 일반화하여 ‘동양의 노골적인 자본주의’로 치환하는 것이 가능한가? '서양의 진화된 자본주의'란 표현은 적절한가?

 

아마도 이 책을 기점으로 당분간 경제 관련 서적에 손이 많이 갈 것 같다. 어떤 행동의 동기, 기점이 되었다는 점에서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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