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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 호시노 미치오의 마지막 여정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임정은 옮김 / 다반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이 오묘하고 성스러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니 큰까마귀, 영혼, 곰, 토템, 밥 샘 등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존재들로 머리 속이 가득하다.  작가가 기록한 이 알래스카에 대한 책은 그 자체가 신화가 되었다. 알래스카 인디언들이 추구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했으니 말이다.

  작가는 1996년 8월 8일 취재차 방문한 쿠릴 호수에서 불곰의 습격을 받고 사망했다. 이 비극적인 사실을 인지하고 책을 보려니 사진으로 등장하는 그리즐리 곰, 북극곰, 흑곰 들을 보는게 비극으로 가는 카운트다운인 것 같아 우울했다. 그런데 어떤 이는 말한다.  "그러나 신화의 차원에서 본다면 호시노 미치오는 너무나도 그다운, 영웅다운 최후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곰을 좋아하던 남자가 결국 곰의 세상으로 떠났으니 말이다."(258쪽) 라고. 작가 호시노 미치오는 그 자신도 신화가 되었다.

 

  세계 강대국의 박물관에는 식민지배를 했거나 침략했던 국가의 유물들이 상당히 많이 전시되어 있다.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의 반환을 주장하는 국가들의 목소리도 종종 들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프랑스 측에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요구했던 것도 이와 같은 경우이다. 그런데 나는 이 사안에서 단순히 자국의 유물과 문화재는 자국이 소유하는 것이 옳다는 단순한 논리만을 적용했었는데, 알래스카의 하이다족의 이야기는 존재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20세기가 되고 강국의 박물관이 전 세계의 역사적 미술품 수집에 앞다퉈 나서는 시대의 막이 올랐다. 퀸샬럿 섬도 그 대상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대다수의 토템 기둥이 강국에 의해 저들의 나라로 빠져나갔다. 살아남은 하이다족의 자손은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성한 장소를 세월의 흐름 속에 사라지도록 방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인류사에 있어 중대한 가치를 지니는 토템 기둥을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외부의 압력마저 단호히 거부한 것이다."(39-40쪽)

 

하이다족의 말을 따르면 강대국에게 빼앗긴 유물들의 반환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강국으로부터 반화된 유물들을 자국의 박물관, 미술관 같은 곳에서 '보존'하겠다는 것도 적절한 것이 못된다. 그들에 의하면 '그것은 그것이 태어난 바로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 곳이 아니라면 세상 모든 곳은 무의미한 장소에 불과하다. 그 대상이 마모되고 부서져 소멸된다고 해도 그곳은 영원히 신성한 장소로 남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사람이 궁극적으로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러나 인간이 진정 알고 싶은 것을 알고 말았을 때, 과연 우리는 살아갈 힘을 손에 넣을까? 아니면 잃어버리게 될까? 알고픈 것을 알려는 마음이 인간을 지탱해 주지만, 알고자 하는 것을 결국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답한다. 이 대답은 작가의 절친한 친구 셀리아 헌터가 말했다는 'Life is what happen to you while you are making other plans(인생이란 무언가를 계획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다른 사건)'과 맞닿아 있다. 나는 이 문장을 가슴에 깊이 새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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