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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새 책 -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
박균호 지음 / 바이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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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책이 참 많다. 아직 활자가 가진 매력과 힘이 유효하다는 뜻이다. 또한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책도 모두 읽은 것 같은 착각도 즐겁다. <오래된 새 책>은 저자의 절판본, 희귀본 순례기이다. 저자가 절판본, 희귀본들을 찾아낸 이야기들은 모험담 같고, 그 귀중한 책들의 내용, 의미를 저자의 입을 빌려 편하게 읽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영국의 유명작가 닉 혼비의 <런던스타일 책 읽기>도 같은 맥락의 책이다. 닉 혼비도 많은 책을 구입하고 읽고 정리했다. 그런데 닉 혼비의 책이 뭔가 2% 부족하게 느껴졌다면 그가 살아온 문화와 내가 살아온 그것의 차이에서 오는 생경함이 아니었을까 싶다.(닉 혼비의 이 책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절대!) 그런 점에서 <오래된 새 책>의 저자가 소개하는 책 보따리들은 친숙하고 정감이 간다. 물론 저자가 소개하는 책에는 외국작가의 책도 많다. 같은 모국어를 쓰고 같은 문화에서 자라온 동질감, 그 동질감으로 책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무척 정겹다는 말이다.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사람들을 기억하라.

“내 인생의 단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25년 동안 수집한 3,000권의 책 중에서 단 한 권만 제외하고 모두 버려야 한다면, 집에 불이 나서 단 한 권 만 들고 집을 빠져나와야 한다면, 무척 바쁜 사람이 책 읽을 시간이 없으니 읽을 책을 단 한 권만 추천해달라면, 내 인생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에게 단 한 권의 책으로 아부를 해야 한다면, 내 가족을 죽음으로부터 구해준 고마운 이에게 책으로 답례를 해야 한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선택할 것이다”(13쪽) 


저자는 이렇게 말하며 책의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저자가 온갖 극단적 상황에서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한다는 책은 <숨어사는 외톨박이>(윤구병 외, 뿌리 깊은 나무, 1977)이다. 제목에서부터 장인(匠人)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 책은 절판되었다가 재출간되었는데 이 때 책의 편집자는 “내시, 백정, 각설이군, 재지기, 장도장, 떠돌이, 재인, 무당, 금어, 옹기장이, 풍수쟁이, 장돌뱅이, 기생, 머슴, 대장쟁이, 남사당 꼭두쇠, 쇠거간, 땅꾼, 심메마니 ……. <숨어사는 외톨박이>는 그런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책입니다”(14쪽) 라고 썼다고 한다.

사라졌거나 사라져가는 사람들이라... 이 얼마나 서글픈 말인가. 그러나 이것이 자연의 순리인 걸까. 이런 시선이 감동적이다. 책의 부제인 ‘절판된 책에 바치는 헌사’에서 옛것에 대한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는 저자의 마음이 드러난다.

책에 대한 책을 읽다가 저자와 나의 공통점을 발견했을 때, 그 친밀감은 참 기분 좋다. 언젠가 방 안에 있는 책들을 무심코 보는데 3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가 책에서도 소개한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 헨리 페트로스키의 <서가에 꽂힌 책>, 마이클 조던의 <초록덮개-식물에 대해 우리가 잃어버린 지식들>이 그것이다. 이 책들은 모두 지호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이다.       헨리 페트로스키를 알게 되고 그가 쓴 저서를 살피면서 <연필>이라는 흥미로운 책의 존재도 알게 되었다. 저자는 6장에서 ‘지호출판사의 책들’이라는 챕터를 만들어 지호출판사의 책 중 특히 <연필>을 주목해 설명했다. 저자는 이 책으로부터 지호출판사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다며 큰 사랑을 표현한다. 
  

“거시적 관점보다 미시적이고 구체적 시각에서 분석한 것을 선호합니다. 눈에 덜 띄는 작은 사물 또는 소규모 분야라도 그 단면을 보면 새로운 세상이 있습니다”(241쪽)
 
이 말은 지호출판사 사장이 밝힌 책을 선정하는 기준이라고 한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사물, 소규모 분야’ 이것은 곧 <숨어있는 외톨박이>의 출판취지와 동일하다. 우리 주위에 흔히 있었던 것, 그런데 사라져버린 것, 앞으로 사라져버릴 것.... 저자의 마음을 두드리는 책은 이렇게 우리 주위에 있는 친숙하고도 소중한 것들을 주목하는 책이다. <초록덮개-식물에 대해 우리가 잃어버린 지식들>은 식물의 역사를 고고학, 인류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 책 역시 단순히 나무는 나무요, 숲은 숲이다 가 아닌 그것이 가진 신비함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과거 인류가 식물에게 투영한 정신세계를 분석하는 것이다. 저자가 지호출판사의 책들을 아끼는 마음과 내가 가진 마음이 통한 것 같이 기분 좋다. 이는 내가 책을 바라보는 시선, 나아가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긴 여행에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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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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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등학교 시절 문학수업을 듣는 것 같았다. 『소설 읽는 방법』을 읽는 시간이 말이다. 작가는 매커니즘, 발달, 기능, 진화 4가지 접근법을 소개한다. 이 4가지 요소를 염두하고 소설을 읽는다면 단순히 “진짜 감동적이야”, “재미없던데...”, “그냥 그렇더라. 그래도 읽을 만해” 같은 다양한 버전의 감정만으로 소설을 정리하는 슬픈 일은 덜할 듯싶다. 소설 읽는 방법을 배웠으니 뭔가 구체적으로 고민해보고 싶다. 마침 한 소설책이 내 눈에 들어온다.   

나의 독서법의 일관된 흐름 찾기 첫단계

『그 날 밤의 거짓말』(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이승수 옮김, 이레, 2008)이라는 소설이 있다. 시칠리아 왕국의 국왕 암살음모에 가담한 죄로 죽음을 기다리는 4명의 사형수가 있다. 이들은 신분, 나이, 직업이 모두 다르고 유일한 공통점은 국왕 암살음모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감옥의 사령관은 이들에게 한 명이라도 음모의 배후를 발설한다면 모두를 살려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모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작가가 던진 “배후를 말해서 살 것인가, 신념을 따르되 죽을 것인가”라는 화두는 독자에게 긴장감을 던져준다. 과연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계속 궁금해 하면서 소설을 읽어나가는 것이다. 4명의 사형수는 각자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펼치고 그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소설(小說)이 된다. 소설 속에 또 소설이 등장하는 것이다. 액자식 구조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작은 이야기들은 저마다 기승전결을 가지고 있고, 이것이 모여 소설 『그 날 밤의 거짓말』 이 완성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반전이 대단하다. 이 소설을 영화화하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하며 지인들에게 열심히 권유하고 추천하였으나 그들은 모두 다 읽지 않고 책을 반납했다. 별로 재미가 없다는 평가였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내가 이 소설을 읽는 법과 그들이 읽는 법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점에 주목하고 어떤 점에 자극 받았던 걸까? 이 궁금증들을 해결해가면 나 자신의 독서취향, 독서법 등 내가 소설을 접근하는 하나의 일관된 흐름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첫단계를 시작했다. 해답은 차차 찾아볼 것이다. 
 

작가가 던진 희망 메세지!!!

작가는 다양한 소설을 분석하고 미처 알지 못하던 소설의 의미를 쉽게 설명해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은 작가의 말은 “아무튼 쓴다”라는 태도이다.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는 어떤 시대에나 소설가를 습격하는 의념疑念이다. 하지만 그것을 너무 깊이 끙끙 고민하다보면 글을 쓰지 못하는 순간이 닥치고 만다. 그래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무튼 쓴다’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양극을 영원히 오락가락하는 것이 소설가의 일생이다.”(142쪽) 

“작가에게는 아무튼 계속해서 써나간다는 저돌적인 태도가 반드시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194쪽)
  

 
우리는 뭔가를 계속 쓰기 위해 태어났다. 하물며 작가는 말그대로 글 짓는 사람이 아닌가. 작가가 슬럼프에 빠지면 정말 한 글자도 쓰지 못하는 비극의 순간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때문에 '아무튼 쓴다’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소설가의 일생이라고. 나도 계속해서 서평을 아무튼 써보려고 한다. 『소설 읽는 방법』은 소설을 대하는 태도와 접근법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나에게 용기를 준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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