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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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p168 - 안정된 수입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딱히 다른 살을 붙이지 않아도 될만한 당연한 문장인데도 마음 한 켠을 찡하게도, 서늘하게도 만든다.

야마다노무사사무소의 신입 노무사 히나코(26세) 씨가 맞닥뜨린 여섯 가지 노사 문제가 연작 형식으로 담겨있다.

퇴사와 실업수당 간의 문제, 아르바이트를 휘두르는 희망고문, 소규모 회사에서의 출산휴가, 파견직(계약직)의 줄타기, 언어폭력과 산업재해, 부서간 급여 계약 갈등과 조율.

인사가 만사라는 말에 다시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익숙함과 간결하게 전문직의 업무 재단 방식이 가독성을 높이지만 이 사연들이 사람을 쪼는 방식, 압박하는 현실은 결코 가볍지도 매뉴얼만큼 시원간단하지도 않다.

임신을 한 직원을 본보기로 삼으려는 사장과 사장의 본보기로 자신의 대우를 점쳐보려는 직원들에 관한 세번째 이야기 <카나리아는 운다>의 결말에 무릎을 치게 되면서도 사실 어떤 미래도 보장할 수 없는 안개에 싸인 결정들처럼.

수습기간은 신입이 배우는 시간이니 돈 내고 회사 다녀야 한다는 말을 하는 상사와는 절대 미래를 논하지 말고, 취업이 고되더라도 면접비를 주지 않는 회사엔 들어가지 말라는 누군가(?!)의 조언이 새삼 떠오른다.

너무 당연하지만 대다수의 노동자에게 주어지지 않는 권리들, 조건들을 참으며 '전문직'만이 희망임을 깨닫고 결국 노무'사'를 획득한 주인공 히나코 씨를 보며... 마흔 전에 공무원이나 자격증 시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시도하는 사례들도 복잡하게 만든다.

당장의 연봉이 1/4로 줄어들지만 불안한 업계를 뒤로 하고 9급 공무원 시험을 치고 합격한 경험을 연재하는 블로그 생각도 나고.

p102 - 일은 사이좋은 동아리 활동이 아니라고!

연노랑 동글동글 표지에 숨은 냉동창고의 건조하고 딱딱한 한랭빙수파❄寒冷冰塑波🌬 가 이런 것인가.

노동관계법은 중등과정에서 필수 교과로 배워야 한다.
배째라며 드러눕지 않아도, 조용하고 수동적인 개인도 이용 당하거나 손해를 입지 않도록 세상은 바껴야 한다.

투쟁!!

#병아리사회보험노무사히나코 #미즈키히로미 #민경욱 #작가정신 #일본소설 #노무사 #인사 #회사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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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큐어 - 면역학의 혁명과 그것이 당신의 건강에 의미하는 것
대니얼 데이비스 지음, 오수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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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20
과학이라고 명명한 것은 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그런데도 과학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인간의 몸을 완벽하게 만들려는 욕망이다.
내 생각에 세부적인 것을 파악해 우리가 얻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다. 우리가 자신을 들여다 보는 것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기 위해서다.

생물학에 관심이 있고, (가능했을지 모르겠으나) 대학에서 교양으로나마 면역학 수업을 들었다면 이 책이 밝히고 있는 다양한 이름, T세포나 B세포, 수지상세포, 인터페론, 코르티솔 등의 발견과 학자들의 이름과 연구에 대해 더 밀접하게 반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일종의 읽기의 혼란 속에서 면역학자인 저자가 막간에 힘주어 말하는 지점을 넘어가며 발견하는 건 ㅡ 이 학문이 지나온 관문마다의 해답 풀이라기보다는(뭐... in my opinion) 과학의 한 가지로서 이 학문이 열매 맺는 방식, 학자 각각의 미지에의 도전과 열망, 점진적인 과정을 잇는 작은 세포 단위의 고리를 엮은 동료들에 대한 지지와 과학에 대한 믿음이었다.

p180 - 신약 개발이라는 목적지로 향하는 길은 탁 트인 고속도로가 아니다. 이 길은 좁디좁은 오솔길과 위성지도에도 표시되어 있지 않은 사잇길, 게다가 보이지 않는 위험과 사각지대로 그득한 길이다.

물론 책으로 접하기에 흔치않은 영역인 면역학을 기념하기 위해서 특이점이나 변곡점이 된 사건들이 대다수이지만 그 과정을 섬세하게 다루며, 이 이상한 나라에 뛰어드는 수많은 앨리스(저자가 비슷하게 말했음)의 모험이 결과에만 매몰 당하지 않도록 해준다.

이것도 감상이라며 적기 위해 뒤적여보는 와중에서야 나로서는 이해하기 버거운 이름들을 얻기 위해 쏟아 넣은 공로의 사슬이야말로 이 책의 제목에 들어간 beautiful이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p18 - 면역학자들은 각자 자신의 몫을 조금씩 보태고 있는 중이며

어느 학문이 그러하지 않겠냐마는, 그리고 뜬금없는 연상聯想이겠으나 ㅡ 저자가 밝히는 학계의 연대는 얼마 전 읽은 #면역에관하여 에서 인상적이었던 표현, 구성원들이 함께 가꾸는 '면역의 정원'을 떠올리게도 한다.

목적지에 닿기 위해 서로의 띠를 잇는, 그런 것 말이다.

p.s. 모르는 걸 읽는 건 참으로 어렵소.

#뷰티풀큐어 #대니얼m데이비스 #thebeautifulcure #danielmdavis #21세기북스 #면역학 #면역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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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회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6
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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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호쾌하다는 뒷표지의 문구에도 수긍하게 되고, 소설의 세계가 놀이공원이라면 이케이도 준은 롤러코스터라 하고 싶다. 번역된 작품은 빠지지 않고 읽었는데 실망한 적은 없다.

p398 - 회사라는 조직에서는 알고 나면 책임이 생긴다. 모처럼 수주한 거액의 거래를 최악의 형태로 망치면 나시다의 실적에도 흠이 간다.

중견 제조업체 도쿄겐덴에서 벌어지는 단가 후려치기, 납품 비리, 은폐, 파벌 싸움 등을 각각의 이야기 여덟 장으로 엮어낸다.

p97 - 생각하지 마.

알아야 할 것을 모르고 있거나, 몰라야 할 것을 알게 된 경우. 모르거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들켜버리게 되는 아슬아슬한 조직의 풍경은 (결코 남같지 않지만) 일본의 해묵은 병폐를 반복해서 조목조목 따지는 이케이도 준의 절박한 진단에 가깝다.

특히 너무 부자라 삼대는 끄떡 버티게 한 그간의 저력을 믿고 내재적인 변화에 무관심했던 일본 사회에 경고를 던지는 장면들(작은 규모의 가족 중심 회사들부터 문을 닫게 만드는데)은 멀리서 보면 소설의 소품이지만 끔찍한 붕괴의 조짐이 아닐 수 없다.

다소의 단점(종종 보이는 클리셰와 젠더의식)에도 불구하고 이케이도 준 특유의 시원한 진행과 미운 놈 한 대 더 때려주는 응징의 맛, 그리고 은근히 찾기 어려운 기업 배경 소설이라는 장점이 더 크다는 건 부인하기가 어렵다.

p.s. 개인적으로는 게이고 열풍의 대항마로 소개하기 좋은 작가였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늦게 나온 감이 있다.

p.s. p385~386에서 '정보 전달'의 의미로 여러번 사용된 '가르쳐주다'는 '알려주다'로 번역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일곱개의회의 #이케이도준 #비채 #김영사 #미스터리 #장르소설 #일본소설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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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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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 어쩌면 그때부터인 것 같다. 그 펄럭거리는 파란색 셔츠와 걷어 올린 소매, 우리 집으로 이어진 뜨거운 자갈길을 빨리 걸어 보고 싶다는 듯 해진 에스파듀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볼록한 발꿈치.

열일곱 엘리오의 모든 페이지에서 열점이 태어난다.

시작부터 열기가 빠져나갈 새 없이, 쉬지도 않고 번민하며 달아오른 두 남자의 열애는 역설적으로 여름의 볕을 피해 스스로 서늘한 내실의 천장 밑으로 달아날 때에야 선명하게 열원을 보여준다.

조용하고 내밀한 열기.
연극적인 기만과 접촉, 속삭임.

지하철 차가운 봉에 기대 읽으면서 벌게지는 낯과 책 표지의 간지러움에 숨고 싶게 만든 책은 나보코프의 <롤리타>와 이 책 두 권뿐이었다.

p150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숨기는 게 있어. 자신을 숨기거든. 자신을 숨기는 이유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

버지니아 울프는 과거의 경험은 시간이 지나며 확장되고, 그래서 현재가 닿지 못하는 완성된 감정을 오직 과거만이 갖는다고 했다.

그래서 순식간에 현재에 가까워지는 결말부는 감정과 현실의 불완전한 조우를 더 안타깝게 만들며 첫 6주가 이 둘에게 가장 총애받는 밀애의 기억이 되게 만든 것일지도.

마지막 페이지에서 피어오르던 나른한 고백에 어지럽게 만들며ㅡ 은근히 기대하게 만든 둘의 남은 이야기( #파인드미 )를 열어볼 차례이다.

둘의 이름이 배덕(?)을 감수하고서라도 회전할지, 표지의 색처럼 식어서 굳어버릴지.

p.s. 후속작 #파인드미 를 내면서 판을 바꾼 세번째 표지는 아는 이들은 다 알듯이... 더 대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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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그해, 여름 손님》 리마스터판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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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 - 어쩌면 그때부터인 것 같다. 그 펄럭거리는 파란색 셔츠와 걷어 올린 소매, 우리 집으로 이어진 뜨거운 자갈길을 빨리 걸어 보고 싶다는 듯 해진 에스파듀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볼록한 발꿈치.

열일곱 엘리오의 모든 페이지에서 열점이 태어난다.

시작부터 열기가 빠져나갈 새 없이, 쉬지도 않고 번민하며 달아오른 두 남자의 열애는 역설적으로 여름의 볕을 피해 스스로 서늘한 내실의 천장 밑으로 달아날 때에야 선명하게 열원을 보여준다.

조용하고 내밀한 열기.
연극적인 기만과 접촉, 속삭임.

지하철 차가운 봉에 기대 읽으면서 벌게지는 낯과 책 표지의 간지러움에 숨고 싶게 만든 책은 나보코프의 <롤리타>와 이 책 두 권뿐이었다.

p150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숨기는 게 있어. 자신을 숨기거든. 자신을 숨기는 이유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

버지니아 울프는 과거의 경험은 시간이 지나며 확장되고, 그래서 현재가 닿지 못하는 완성된 감정을 오직 과거만이 갖는다고 했다.

그래서 순식간에 현재에 가까워지는 결말부는 감정과 현실의 불완전한 조우를 더 안타깝게 만들며 첫 6주가 이 둘에게 가장 총애받는 밀애의 기억이 되게 만든 것일지도.

마지막 페이지에서 피어오르던 나른한 고백에 어지럽게 만들며ㅡ 은근히 기대하게 만든 둘의 남은 이야기( #파인드미 )를 열어볼 차례이다.

둘의 이름이 배덕(?)을 감수하고서라도 회전할지, 표지의 색처럼 식어서 굳어버릴지.

p.s. 후속작 #파인드미 를 내면서 판을 바꾼 세번째 표지는 아는 이들은 다 알듯이... 더 대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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