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0 - 어쩌면 그때부터인 것 같다. 그 펄럭거리는 파란색 셔츠와 걷어 올린 소매, 우리 집으로 이어진 뜨거운 자갈길을 빨리 걸어 보고 싶다는 듯 해진 에스파듀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볼록한 발꿈치.ㆍ열일곱 엘리오의 모든 페이지에서 열점이 태어난다.ㆍ시작부터 열기가 빠져나갈 새 없이, 쉬지도 않고 번민하며 달아오른 두 남자의 열애는 역설적으로 여름의 볕을 피해 스스로 서늘한 내실의 천장 밑으로 달아날 때에야 선명하게 열원을 보여준다.ㆍ조용하고 내밀한 열기.연극적인 기만과 접촉, 속삭임.ㆍ지하철 차가운 봉에 기대 읽으면서 벌게지는 낯과 책 표지의 간지러움에 숨고 싶게 만든 책은 나보코프의 <롤리타>와 이 책 두 권뿐이었다.ㆍp150 -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숨기는 게 있어. 자신을 숨기거든. 자신을 숨기는 이유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 경우가 많아."ㆍ버지니아 울프는 과거의 경험은 시간이 지나며 확장되고, 그래서 현재가 닿지 못하는 완성된 감정을 오직 과거만이 갖는다고 했다.ㆍ그래서 순식간에 현재에 가까워지는 결말부는 감정과 현실의 불완전한 조우를 더 안타깝게 만들며 첫 6주가 이 둘에게 가장 총애받는 밀애의 기억이 되게 만든 것일지도.ㆍ마지막 페이지에서 피어오르던 나른한 고백에 어지럽게 만들며ㅡ 은근히 기대하게 만든 둘의 남은 이야기( #파인드미 )를 열어볼 차례이다.ㆍ둘의 이름이 배덕(?)을 감수하고서라도 회전할지, 표지의 색처럼 식어서 굳어버릴지.ㆍp.s. 후속작 #파인드미 를 내면서 판을 바꾼 세번째 표지는 아는 이들은 다 알듯이... 더 대담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