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해방 - 치매, 암, 당뇨, 심장병과 노화를 피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
피터 아티아.빌 기퍼드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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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3 - 의학 3.0은 더 긴 안목으로 상황을 바라본다. 40세인 사람은 단지 10년간의 위험이 아니라 30년 또는 40년에 걸친 심혈관 질환 위험 프로파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벙장수 해봤자 장수의 의미가 있을까.
이 책은 고통 받지 않는 노후에 관한 이야기다.

#휴로리 를 물고, 뜯고, 씹으며 보기 좋은 미드 #닥터하우스 를 정주행 하던 요즈음 서평 제안을 받아 읽은 이 책의 역자는 과학 전문 번역가인 이한음 님이며, 택배엔 치매 예방용으로 좋다는 '치실'이 동봉 되어 있었다.

그렇지, 치간 칫솔과 치실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라면 역시 치실이다.

p387 - 100미터 떨어진 과녁을 맞히는 훈련을 하는 양궁 선수가 50미터 과녁을 더 정확히 맞히는 것처럼, 100세(또는 90세나 80세)를 겨냥한 궤적을 설정하는 것이야말로 멋진 50세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의사인 저자는 진단의학의 1인자인 하우스와는 다른 방향으로 의학을 전개시킨다. 하우스가 질병이 일어난 원인과 증상을 토대로 진단을 해 치료를 한다면, 저자는 원인을 억제해서 증상에 닿지 않게 하고자 한다. 예방 의학의 한 갈래이지 않을까. 저자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질병은 치매, 암, 당뇨, 심장병이다.

일일이 세세학게 다루는 이 책의 내용은 분량만큼 방대하지만, 요약하자면 대체로 1 과당 가당 정제탄수를 최대한 피해서 먹고, 2 잠은 7시간 이상 유지하며, 3 유산소 근력 운동 둘 중 하나라도 하고, 4 정서적인 안정을 유지해라, 이다.

말은 참 쉽기도 하다. 물론 그래서 이 책이 두껍다. 설득은 시간과의 싸움이요, 사례들은 하나하나가 생활을 비추는 거울이다.

나는 어지럼증으로 유산소 운동은 곤란한데, 그 시간을 근력 운동에 몰입해도 괜찮다는 사인을 받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과당가당 음료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최근의 몸살만 좀 풀리면 수면제를 줄일 생각이다. 그리고 체중을 좀 줄인 후부터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저혈압이 와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p579 - 밴코터 연구진은 후속 연구에서 수면이 부족한 이들이 푹 잔 이들에 비해 다음날 약 300칼로리의 열량을 더 섭취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책의 미덕을 느끼는 지점이 여기다. 두껍기도 하고 속도가 좀체 나지 않지만, 다 읽고 나면 내 개선점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진다. 내 경우엔 근력 운동의 지속과 운동 자세 교정, 수면제 줄이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오래 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는 동안 내가 조절 가능한 고통은 최대한 줄이고 피하고 싶어서다. (구)트위터 #저속노화 #정희원 선생께서도 어느 날 갑작스럽고 편안한 #급속사망 을 원한다면 그래야 한다고 하셨으니.

상통하는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65세가 넘어서 근력저하에 따른 균형잡기 실패로 낙상해서 엉덩이 골절을 입고 15일 이상 입원한 이들 중의 1/3이 사망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질병은 도미노처럼 쏟아진다.

#병해방 #피터아티아 아 #빌기퍼드 #outlivethescienceandartoflongevity #peterattia a #billgifford #이한음 #부키 #교양의학 #건강 #예방 #책 #도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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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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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정 미스터리는 1, 2부로 나뉘어있다.

1부는 고아로 시설에서 성장한 호토대 로스쿨 학생 구가 기요요시의 로스쿨 생활 중 학생들의 재판인 '무고 게임'이 중심이다. 이와중에 시설 및 로스쿨 동창인 오리모토 미레이가 스토킹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은 의뢰를 받은 노숙인.

2부는 사법시험에 합격 후 연수를 끝내고 마침 개업을 한 구가는 로스쿨에서 만나자는 가오루의 연락을 받는다. 가오루는 로스쿨 입학 전 사법시험에 합격한 재원으로 졸업 후 대학에서 연구자의 길을 걷는 중이다. 구가는 만나기로 한 장소인 강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쓰러져 피를 흘리는 가오루와 피칠갑이 된 미레이를 발견한다. 그 역시 사시에 합격한 미레이는 구가에게 변호를 부탁한다.

이야기는 구가와 미레이의 숨겨진 과거를 밝혀가는 과정과 더불어 가오루 살인 사건의 비밀, 다소 복잡하고 다소 인간적인 감정이 얽힌 사건을 어떻게 법적 논리로 풀어내야 하는지를 파헤친다.

결론적으로는 상식적인 논리가 법적 언어, 법정이라는 장소에서 마주하는 무력감을 발견한다. 어디서나 법은 다소 배타적이고 사사건건 일률적으로 단순화시키기 마련이라서 억울한만큼 묘기라도 부리지 않으면 주목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 무력감만큼 묘기를 부리려고 애쓴다.

그때 그 행정과 사법절차가 마땅히 치밀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억울함으로 인해 주변인들이 겪는 고통, 그리고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과 비용은 결코 산정되지 않는다.

사건 자체를 미스터리로 얽어놨기 때문에 일상적이지 않은 복잡한 과정을 밟는 것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법조인인 저자는 기본적으로 기계적인 공권력과 사법 절차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상정한다.

요즘같은 시대에, 과거의 굴레에 지나치게 매여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물들에게 이입하는 게 쉽지 않기는 하지만 데뷔작이라니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일본에서라면 유용할 만한 구체적인 법률 지식도 몇 얻을 수 있다. 주거 침입이나 정당방위, 스토킹, 성추행 등등.

p.s. #알란파커 감독의 2003년 영화 #데이비드게일 이 떠오르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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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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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살이의 이름을 제목으로 삼은 여섯편의 단편들로 이어진 연작집이다. 대학 강사인 '나'와 대학에서 농성중인 '위원장'이 만나는 첫 수록작 <문어>의 끝에서 둘은 연인이 되고 결혼한다.


대학 강사인 정보라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 시위와 선전전, 결혼과 가족, 간병과 환경문제에 검은 옷을 입은 검은덩어리인 '해양정보과'라는 SF적인 조직이 추가된다.

갑작스레 나타난 문어를 끓여먹은 위원장에게 놀란 주인공의 농성장에 검은 옷이 등장해서 이 둘을 연행하고, 죽도시장에서 말(러시아어)하는 대게 '예브게니'를 발견한 저자(러시아어 전공자다)를 끌고간다. 이후의 단편에선 암이 재발한 남편(위원장)의 건강 걱정에 포항 죽도시장에서 사이비 약품 제조업자를 찾은 '나' 앞에 다시 나타나더니, 구룡포를 방문하고 고속버스를 타는 부부 앞에 또 나타난다.

유머가 느껴지는 설정이다.

(뜬금없이 자꾸 등장하는 검은덩어리의 정체 이전부터) 말하는 대게(대나무와 게의 합성어다) 예브게니를 시작으로 물살이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의미를 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의 언어가 아니더라도 호소를 들을 수 있다면 존재의 무게는 확실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언어라면 좋겠지만 생태의 차이와 존재의 방식 그 자체가 주는 생태계 동료로서 화음을 이루는 것. 비록 먹고 살기 위한 인간의 목소리에 또다른 인간이 마땅한 존중을 취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살고 있을지라도 가져야 할 태도.


우연찮게도 대형마트 격주 휴무조차도, 기업의 수익 앞에서 노동자의 휴식권이 파산을 맞이하는 이때를 맞이해 공생의 당위성을 경험에 근거해서 나온 이 책의 무게가 남다르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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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유괴 붉은 박물관 시리즈 2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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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박물관 시리즈 두번째 책으로 경시청 범죄자료관의 소장인 경정 히이로 사에코와 그의 조수이자 전 수사1과 형사였던 데라다 사토시가 '자의적"으로 미제사건을 재수사한다. 소설에선 상부의 묵인하에 이뤄진다는 설정이다.

첫 권에서 다섯 편(건?), 이번 책에서 다섯 편인데 등장인물들의 개인 서사를 파고들지 않더라도 사건의 누적만으로도 전체적인 인상이 풍부해진다. 저자는 물론 캐릭터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도 하고, (단편집이라) 다양한 종류의 트릭을 즐기기에도 좋다.



학원 살인사건, 연쇄 방화, 토막 살인, 사내 사채, 아동 유괴가 이번 책에서 다뤄지는데, 첫 책에선 완벽한 '안락 의자 탐정'역이었던 사에코가 이번 책에선 범인을 최종 확인하기 위해 사토시의 탐문에 한번씩(!) 동행한다.

첫 권에서 그랬듯이 서술 트릭에 유의하면서 읽었는데도, 허를 찔리는 데가 과연 여럿 있었다. 서술 트릭에 덧붙여 기록(수사 자료)의 논리적 정합성을 파고드는 노력이 필요했는데, 무언가를 찾기 위해 연쇄 방화를 일으켰던 #연화 와 어린 시절의 유괴 사건의 진상을 궁금해 하는 사토시의 친구 이야기인 표제작이 이 인상적인 에피소드였다.

방화 건에선 범인의 목적을 분석하는 것, 그리고 표제작에서는 중반까지 납치 공범의 이해관계와 목적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결국 어떻게든 납득시키는 서사를 써냈다는 것에서 작가의 힘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책에서 사토시는 사에코를 여전히 대인관계에 서툰 '냉미녀'로 평가하는데, 이를 사에코에 대한 작가의 캐릭터 조형이라는 생각했던 것에서 사토시에 대한 작가의 인물평으로 돌려 생각하게 만드는 데가 있었다.

능력이 가장 중요한 조직에서 거의 완벽한 능력을 지닌 상사의 사소한 틈을 언제나 주시하고 있는 다소 꼬여 있는 캐릭터인 것.

그렇다고 사토시라는 인물이 부정적으로 그려지진 않는다. 서글서글한 편에 속하는 성격이지만 적당히 불만을 안고 살아가는 현실감(?) 있는 캐릭터다.


#기억속의유괴 #오야마세이이치로 #한수진 #리드비 #일본소설 #추리소설 #미스터리 #일본추리소설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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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동지여 적을 쏴라
아이사카 토마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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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16

누구나 다 정당화하는 기술을 익혔다.

나 또한 유럽 지역의 2차 대전(여기선 독소전)을 다루는 일본 소설이 외면하게 되는 태평양 전선에 대한 우려 없이 읽기 시작한 건 아니다.

이 책 전면에 등장하는 반전, 여성주의는 명확하다. 또한 세세하게 짚어가는 전황의 다변과 급변에 따라 아시아 전선을 통해 당대 소련이 일본을 상대하는 대목 또한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배경 사실을 이해하는 정도가 일본 독자와 내가 같을 것이냐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저자가 전쟁이라는 산을 넘는 소설을 썼다는 건 분명하다.

퇴근 후 몇 년 동안 차근차근 썼다는데, 이야기 또한 차근차근 미시적인 시선으로 전쟁과는 전혀 무관할 것만 같은 소녀가 전쟁에 투입되고, 중심에 진입하고, 흥분하고 정당화하고 전쟁의 프로파간다로 뽑히기도 멸시 당하기도 하다가 결정적인 전환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생존해내는 과정을 쫓아간다.

소설은 엄마를 따라 마을의 엽사로 자란 세라피마의 마을에 독일군이 무차별 살상을 하며 시작한다. 세라피마는 절명의 순간 구원군으로 온 이리나에 의해 마을의 유일한 생존자로, 저격병으로 지원 당한다(!?).

p188

두 마리의 개가 각각 적 전차 아래로 뛰어든 순간, 개들이 입은 조끼가 폭발했다. 전차에서 가장 취약한 바닥이 파괴되어 적 전차 두 량이 동시에 날아갔다.

훈련학교에서 동료들과 저격병으로 탈바꿈하고, 전선에 투입되어 전쟁의 얼굴을 직면한다. 때로는 전훈에 흥분하기도, 아이와 동물까지 이용하는 현실에 환면을 느끼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저격병의 시선은 전쟁물(?)에서 접하기 어려운 소재인 동시에 전면으로 바라보는 진상과의 거리감은 머나먼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와 공유되는 지점이 있다.

이 독특한 시선이 이 소설이 독창적인 장소로 독자를 데려간다고 생각했다.

#아메리칸스나이퍼 라는 영화가 전쟁은소 망가져가는 저격병을 다뤘다면, 이 소설은 망가져가는 세계에서 휩쓸리지 않아야만 하는 이유를 쫓아간다.

허구의 소설이 그렇듯이 허구적이더라도 다소 희망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이야기이지만, 폐허가 펼쳐지는 데서 세라피마에게 겨우 허락되는 생존이 마낭 허황되지만은 않다.

나는 종종 2차 대전을 미시적으로 기록하며 반복 출판되는 듯 보이는 전쟁사 서적을 지적 사치로 느끼기도 했지만, 그 서적들을 통해 반전과 여성주의를 전면으로 내세운 소설이 나왔다는 걸 마주하니 지금은 어떤 거대한 과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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