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는 날 - 존엄사의 최전선에서, 문화인류학자의 기록
애니타 해닉 지음, 신소희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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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29 - 많은 사람이 최첨단 의료가 고통을 연장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너무 늦게 깨달아 지체된 죽음의 굴욕을 견뎌내고 있다. (중략)
조력 사망은 애도 과정을 덜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유족이 무방비 상태에서 죽음에 기습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로부터 시한부 6개월 판정을 받은 후에야 가능한 미국식 조력 사망을 문화인류학자이자 조력 사망 봉사활동가인 저자가 여러 케이스를 발췌해서 보여준다.

물론 지역과 이름을 바뀠으며 자신의 목소리조차 '데리애나'라는 인물로부터 전해들은 것으로 설정해서 객관적인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조력 사망 및 안락사를 지지하는 내 입장에선 전문의의 판정과 여러가지 규칙(과정별 숙의 기간)은 수록된 케이스 속 불치병 환자들에게 불리하고 심지어 잔인해 보이기도 했다.

신청자들의 질병(말기암, 루게릭, 고령 치매 등)의 특성상 6개월 시한부 판정 후엔 급속하게 악화되거나 그 자체로 치명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단체 접촉, 서류 절차, 정신 상태(정신 이상이 의심되면 거절 당할 수 있다) 유지, 조력 정도(직접 복약해야 한다), 약물 수령(약사의 거절, 수급 불안으로 수령 지연- 책에선 6주) 등은 사실 당사자나 가족에겐 쉽지 않다.

앞서 적은 내용들이 수시로 발생하고
전체 1/3정도라는 당사자의 변심으로 불이행 되는 경우와 죽지 않고 다시 깨어나는 상황까지 현재 미국식 조력 사망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미비점들은... 오, 죽음의 자리마저 우리에겐 얼마나 값비싼지...

특히 종교계의 적극적인 반대 논리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데, 의사 약사들의 종교적 거부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대한 무능력한 인간성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드디어는 오직 '거절'과 '거부'만이 그들의 헤게모니가 된 것이다.

사실 요즈음 다시 감정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어서 읽기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오직 '조력 사망'만을 다루지만 이런 류의 제도의 한계와 기능을 이해하는 시야가 확실히 넓어졌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더 확실하고 주체적인 죽음의 결정에 공감하면서도 꼭 질병이 아니더라도 죽음에 대한 권리, 고통스럽지 않을 죽음에의 권리는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죽음에 관해 걱정되는 그 모든 부작용보다 생의 부작용이 작으리라고 과연 확신할 수 있나.

게이의 조력 사망 현안에 관해 처음으로 여기서 읽었다. 비록 의견일 뿐이고 80~90년대 에이즈로 인한 특정 시기에 관한 의견이지만 한국처럼 파트너쉽조차 법적 보호를 못 받아서 예기치 못한 파트너 사망 후 거주지에서 쫓겨나 파국에 이른 소수자들에 대한 데까지 도약하게 된다.

그러니까 고통스런 질병(혹은 사회적 외면과 방치)에 이은 죽음의 기습.

#내가죽는날 #thedayidie #애니타헤닉 #anitahannig #신소희 #수오서재 #조려사망 #안락사 #인류학 #문화인류학 #인문학 #사회학 #호스피스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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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이후의 중국
프랑크 디쾨터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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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의 사망 이후 2인자 덩샤오핑(1904~1997)의 재부상과 개혁개방, 톈안문(1989)과 장쩌민, 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 초기까지의 중국의 정치적 변침과 경제적 변모와 성장기를 비판적인 논조로 풀어내는 책이다.

정치적 사안은 지도자(마오쩌둥, 덩샤오핑) 이하 총서기, 주석, 총리급 이상의 거두들을 기준으로
경제적 사안에 관해선 계획 경제, 통화 관리, 외환, 부동산, 농민 경제, 성급 분권, 거점 개발, 기업 통합, 뉴욕 홍콩 상장(골드만삭스) 등 비교적 자세하게 풀어낸다.

p84 - 최종안(1981년 6차 전체회의)의 (중략) 공식적인 평가는 <마오쩌둥 동지는 위대한 마르크스주의자였고 위대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이자 전략가이며 이론가였다>라는 것이었다. 비록 문화대혁명 때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기는 했어도 중요한 것은 그의 업적이고 그가 저지른 실수는 부차적인 것이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마오쩌둥 사상을 지지해야 된다.>

시진핑이 2013년 주석이 됐으니 1976년 이후 37년 정도의 시간이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금융위기에 따른 중국의 미국(골드만삭스) 손절까지가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시간대이다.

20세기 금융공학을 1990년대에나 접하고 도입한 후 어마어마한 손실과 실패들을 겪으면서도 미국(골드만)의 기술을 흡수한 후 공산당 계획 경제 아래로 두게 되기까지의 면모는 14억 인구의 #우공이산 을 보는 듯해서 상당히 두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세계화의 막바지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투자와 계약으로 꾸준히 묶어왔다는 것도 만리장성을 쌓은 듯 이뤄졌다.

물론 중앙정부(당)의 역량 기저에선 가혹한 피해와 도농 격차, 수시로 벌어지는 국가 단위의 숙청, 1989년 톈안문 사건(책에선 추정 사망자 2600~3000명) 통제, 인터넷 감시 등 일정 수준의 통제에 따른 비판적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

치밀한 경제 전환과 고속 성장 이면엔 반민주적인 체제와 인권 파괴적인 면들이 분명 존재하는 동시에 이 두꺼운 책으로도 다 옮기지 못하는 미시적 활동들이 어마어마하다. 특히 홍콩 반환 이후 골드만삭스와 미국 정부를 이용해서 금융 환경을 단기간에 일변한 것은 중국이 자신들의 통제 수준을 세계 단위로 바꾸는 데 굉장한 무기가 됐다.

최근 미드 #웨스트윙 을 보고 있는데, 소위 직접 민주주의 국가와는 전혀 다른 동력과 자본(예산)에 대한 완전히 다른 가치관과 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이해, 중국을 사이에 둔 국제관계는 어쩌면 전문가의 영역에서 이해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역사를 모르는 옹호도 안 되겠지만
상대를 모르고 벌이는 혐중 노선은 더욱 끔찍한 무지 속 질식사가 될 일이다.

#마오이후의중국 #프랑크디쾨터 #chinaaftermao #frankdikotter #고기탁 #열린책들 #중국학 #중국 #중국사 #중국현대사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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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솔드 : 흩어진 조각들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3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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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와인드디스톨로지 4부작 세번째 책의 제목은 '영혼 없는 상태'로서 언와인드 된 '완벽한 신체 부위'로 만들어진(리와인드된) 캠(카뮈)의 존재를 묻는 동시에 언와인드 산업으로 부와 헤게모니를 쥔(혹은 쥐길 원하는) 사람들과 대비해서 보여준다.


영혼이란 분명 태어나는 것이지만 만들어지는, 존재 증명을 통해 입증된다.

<<<스포일러 있뜸>>>

언와인드 도망자인 코너, 레브는 아전트(현상금 사냥꾼 지망)에게 잡혔다가 그의 누나 그레이스의 도움ㅈ을 받아 간신히 도망친다. 소니아(언와인드 기술의 기원이자 1권에서 도피 도우미)를 찾아가다가 타조를 치고 부상을 입지만 언와인드를 거부한 선주민 공동체 아라파치의 도움을 받는다.

아라파치 공동체엔 코너를 돕다가 언와인드 된 윌의 가족이 있다.

리와인드 캠은 자신이 조직에서 군대로 팔렸다는 사실에 혼란을 겪다가 자신의 손(윌의 손이다)의 기억이 이끄는 아라파치로 향하고, 코너 일행과 조우한다.

그레이스는 저피질(발달장애로 여겨진다)이지만 독특하고 영역을 넘나드는 통찰력을 발휘해 그들은 적이 아니며 언와인드 논쟁으로 이익을 얻는 이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생방 중에 폭탄발언을 던지고 홀로 길을 떠난 리사는 각종 위험을 피해 다니다가 이해득실과 상관없이 도움을 주는 이들을 통해 소니아의 집에까지 이른다.

작가는 코너와 리사가 갈 수 있는 공통지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통해 둘을 다시 잇는다.

리사는 코너와 캠이 함께 있는 것에 충격 받지만, 이내 자신의 통제력을 즐긴다.

한편 무덤의 언와인드 도망자들 중 황새들만 데리고 돌아다니는 스타키는 캠프단으로 위장해서 하비스트 캠프(언와인드 수술 실행지)를 급습해서 악명을 떨친다.

이내 청담은 압도적인 무력으로 스타키를 연행하지만 무절제하고 무자비한 10대 이미지를 공고화해서 언와인드 정책의 당위성을 주장하려는 세력의 꼬임에 넘어간다. 풀려난 스타키는 무리 내에서 더 큰 영향력을 얻게 된다.

소니아는 코너, 리사, 레브, 캠과 그레이스에게 언와인드 이상의 신체 복원 기술 - 장기 제작 기술이 이미 성공했음을 밝힌다. 대규모화 된 언와인드 산업이 붕괴를 피하기 위해 신기술을 덮어버렸다는 것.

3권 끝.

#언솔드 #unsouled #닐셔스터먼 #neilshusterman #강동혁 #열린책들 #미국소설 #디스토피아 #디스토피아소설 #장기매매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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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홀리 : 무단이탈자의 묘지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2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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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디스톨로지 두 번째 이야기는 무덤(도망친 언와인드들이 모여 지내는 공동체)의 새 리더가 된 코너, 1권에서의 사건으로 하반신 마비를 겪는 리사, 십일조(종교적 이유로 언와인드로 바쳐진 아이드) 출신 도망자 공동체로 흘러든 레비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시작된다.


제목 unwholly는 <부분적으로, 불완전하게, 완전하지 않은 방식으로> 정도의 의미.

2권은 언와인드에서 파생 된 제 2, 제 3의 문제들이 부각 되는데... 언와인드 된 신체를 연결해서 만들어진 '캠'이라는 남성이 등장하고, '무덤' 내부에 존재하는 차별 계층인 황새(집 앞에 버려진 아이를 발견한 부부는 아이를 키워야 한다)들을 규합해서 권력을 쥐려는 스타키, 언와인드 도망자들을 납치-분해해서 판매하는 장기밀매, 언와인드를 목적으로 납치되는 비언와인드 청소년 청담(청소년 전담 경찰)들의 유착 등.

말도 안 되는 법이라 하더라도 사회적 약속으로 집행 되어 스며들고 특정 집단의 이익이 결합 되면 쉽사리 원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인을 2007년부터 시리즈로 내고 있는데... 출간 당시나 최초 번역(조영학 역) 된 2013년에 읽었다면 사실 이 설정에 코웃음 쳤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대리모가 말도 안 되는 거래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지만 버젓이 벌어지고 있으니 내 착각이란 얼마나 오만한지.

영어덜트 소설이라고 하는데, 잔인하고 냉혹한 지점들이 많은 편이다.

자신의 십일조를 오직 홀로 반대했던 형 마커스와 지내던 레브는 '박수도'의 테러로 형과 헤어진다. 이후 자신보다 더 십일조에 집착하는 미라콜리나를 만난다.

도망친 언와인드들이 도시 음지가 아닌 공동체로 모여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덕에 암묵적으로 용인되던 '무덤'이 결국 청담의 일제 공격으로 깨지는 상황에서 스타키는 코너의 탈출 계획을 방해하며 자신의 세력만 규합한다.

리사는 무덤에서 중상을 입은 부상자를 데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간 병원에서 붙잡힌다. 감옥에 갇혔던 리사는 '캠'을 만든 조직과 타협하며 출옥하는 과정에서 언와인드 척추 이식을 받고 회복한다. 다소 언와인드에 호의적인 행보를 보이다가 생방송 인터뷰 중에 입장을 완전히 뒤집는다.

무덤 급습으로 공동체가 와해되는 중에 무덤을 찾은 레브가 난리를 틈타 코너를 데리고 도망친다.

도망 중에 언와인드를 반대하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길을 나서며 2권이 끝나는데, 이 부분이 길고 긴 2권에서의 백미다.

신념을 위해 포기할 수 있고, 내놓을 수 있는 마음을 여전히 잃지 않은 사람들이 언제나 있다는 희망 같은 것.

#언홀리 #언와인드 #닐셔스터먼 #unwholly #nealshusterman #강동혁 #열린책들 #미국소설 #디스토피아 #디스토피아소설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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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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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8세의 자녀를 '언와인드' 할 수 있는 근미래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언와인드'는 신체 장기 전부를 이식 가능한 상태로 분해하는 작업으로, 당연히 피시술자는 죽는 것이다.

이 장기들은 기증이 아니라 구매 가능한 사람들에게 부위별로 팔린다. 최근작인 #수확자시리즈 로 먼저 알려진 저자의 2007년 작이다.

흥미롭게 전개되고, <수확자>보다 치밀하고 더욱 더 정치적이다.

양친이 비밀리에 자신의 언와인드를 신청한 걸 알게 된 15세의 코너, 고아라서 주보시(주립보호시설)에서 자라다가 충분한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해 주정부에 의해 언와인드가 결정 된 리사, 독실한 양친에 의해 십일조로 언와인드에 바쳐지게 된 레비, 이 셋이 첫 번째(1/4) 책의 주요 인물들이다.

도망친 언와인드들을 구하는 #언더그라운드레일로드 조직과 그들을 18세가 될 때까지 혹은 새 신분이 생길 때까지 지낼 공동체를 만든 전직 군인인 '제독', 그 공동체가 #파리대왕 속 소년들처럼 와해되는 과정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된다.

이 책의 절정은 도망친 언와인드들 중 하나인 롤런드의 언와인드 수술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롤런드는 동류들 사이에서 심리조종을 하는 빌런에 가깝지만, 이 '소년'조차도 폭력적인 언와인드 시스템 아래에서는 얼마나 나약한 피착취자인지 적나라하고 끔찍하게 보여준다.

롤런드의 다소간의 악행은 그가 언와인드를 당하는 순간의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자본주의의 도륙을 감내하게 만들 조금의 방어기제도 제공하지 못한다.

거대한 악 앞에서 개인의 욕심들이 부대끼며 일어나는 갈등 사례 따위는 너무나 인간적이며 사소하다.

소설은 아이를 지배하려는 양육자의 그릇된 통제욕의 원인을 극의 초반부터 장기매매, 자본주의적 이익추구 수행에 있음을 지적한다. '그럴 수도 있지, 디스토피아에서는'이라며 접근했던 이 독자는 소설의 결말부에서 무너진다.

인간이 매매되는 매물로 치환될 때 벌어지는 참상은 이 매매를 일종의 '재생산'이라고 포장하는 포장지를 한순간에 먼지처럼 분쇄해버린다.

또한 인간이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가능한지, 그게 면피가 되는지 묻는다. 임신 중절을 금지하고, 대리모 출산 매매가 횡횡하는 시대에 가장 연약하면서도 가장 반항하는 청소년 시기의 인간이 이 소설의 주인공인 것을 고민하게 된다.

다시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어디까지 조작하려 드는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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