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정도서ㅣ

p512 안톤 체호프 <구스베리>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마다 새롭게 감동받고 설득을 당한다. "모든 만족하고 행복한 자의 문 뒤에는 반드시 작은 망치를 든 불행한 사람이 있어 계속 거기서 문을 두드리며 그가 아무리 행복하다 해도 조만간 인생은 발톱을 드러낼 거라고, 고통이, 그러니까 병과 가난과 상실이 찾아올 거라고... 상기시켜 주어야만 하오." 나는 이 말을 믿는다. 그리고 체호프도 분명히 믿었다고 장담한다.

#마차에서 #안톤체호프

#가수들 #이반투르게네프

#사랑스러운사람 #안톤체홉

#주인과하인 #레프톨스토이

#코 #니콜라이고골

#구스베리 #체호프

#단지알료샤 #톨스토이

다행하게도 이 작품들은 수록되어 있다.

러시아 단편 일곱편을 '작가'의 입장에서 분석, 비평한 시러큐스 대학의 글쓰기 강의를 책으로 펴낸 것으로 일종의 작가론까지 겸하고 있다.

이 작품의 작가가 체호프가 아니라면, 톨스토이나 고골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분석하거나 중의적인 지점에서 고민할 필요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작가든 독자든 소설의 진의를 살피기 위해선 자신의 저변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 책은 감동적이라기보다는 '낭비 없는 글쓰기'의 요체인 '단편 분석'에 관한 이지적인 단계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배울 것이 넘친다.

특히 체호프.

저자인 손더스는 인과관계, 이 문장과 이 다음 문장의 상호 호응되는 관계를 첫 주제로 삼는다. 이야기가 자연스레 사실성과 설득력을 갖추는 동시에 목표하는 곳으로 인도해야 한다는 것.

딱히 말하지는 않지만 이 상호작용, 연쇄적인 작업은 필수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 직유, 은유, 묘사하는 방법을 왜 말하지 않았을까... 그건... 이 책은 이미 데뷔 가능한 수준에 이른 학생 단 6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세계가 받아들이고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의 요체는 지적일 것, 그리고

p585 <단지 알로샤>

그는 이론적으로는 알료샤를 존경하고, 그래서 알료샤의 묵종과 명랑한 순응을 찬양하는 이야기를 썼지만, 톨스토이의 정직한 예술성에 감동한 이야기 자신이 그 메시지를 차마 선명하게 전달하지 못한다.

결국 작가 자신과 결부될 수밖에 없는 동시에 벗어날 자유를 필요로 한다는 것.

생각해보니 어떤 면에서 이 작가 수업은 윤리적이다.

p.s. 어느 순간 이 독법으로 #슬램덩크#더퍼스트슬램덩크 를 분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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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이 언어가 될 때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소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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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

여성학 연구자인 저자의 에세이.


제목처럼 '경험'을 토대로 대학생으로서, 페미니스트로서, 사회학자로서 겪은 변곡점들을 몇가지 주제를 빌어 풀어쓰고 있다.​

데이트 폭력과 이별 폭력의 피해당사자로서, 완성차 기업에 다녔던 고소득 노동자 아버지의 딸이자 저소득 노동자 어머니의 딸로서, 경제적으로 주릉 잡혀본 적 없던 대학생활들을 나름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회고하는 방식이 눈에 들어온다.




저자 자신이 도왔던 성폭력 문제나 지인이나 연구 과정에서 획득했던 사례는 최대한 멀리두고 자신의 경험을 꺼내놓고자 하는 만큼 솔직한 의도가 느껴지는 동시에 소위 '당사자성'의 한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결국 권력(혹은 자본)의 괴리에서 깊은 골이 패이고 패이는 성차별과 장애, 소수자 문제, 노동, 사회적 문제에 관해 저자가 밝히는 자신의 계급적 경험의 깊이를 극복해내는 이야기는 다루지 못한다.



이 책이 번지지 못한 곳들이 보인다.



전문서라면 해당 분야의 저서들과 경쟁해야 하고

에세이라면 독자의 경험과 경쟁해야 한다.



#경험이언어가될때 #이소진 #문학과지성사 #채석장그라운드서포터즈 #채석장그라운드 #인문 #페미니즘 #여성학 #여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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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2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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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

그녀에게 지옥이란 지불해야 하는 청구서로 가득 찬 세탁물 바구니가 줄지어 놓여 있고

보통 책의 앞이나 뒤에 붙은 '작가의 말'은 사족으로 여기는 편인데, 이민의 기억과 어린 시절부터 학업, 결혼, 투병, 출산과 육아에 이어 유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별다른 이슈(?)없이 보낸 작가로서의 재교육 기간과 습작의 시간 11년의 회고는 이 소설을 더 풍성하게 해준다.

(이후 #파친코 가 나오기까지 다시 11년이 걸렸으니...)

끝없이 습격하는 불확실성, 한 인간이 보여주는 더럽고도 매력적인 장면들, 쉴새없이 불편하게 만드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상하리만큼 따뜻해서 처음엔 피했던 사람들과 황홀한 X새끼들까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절대 떠날 수 없는 한인 사회와의 (좋든 나쁘든 존재하는) 수많은 연결 고리와 빈번한 정체성 확인은... 이민을 갔으나 한인 교회와는 절대 엮이지 않으려던 친구를 생각나게 해줬다.

나는 그런 특수한 공동체에 속했던 경험이 없으니 유난하게 느끼지만, 저자의 문투에선 장단점이 느껴진다. 이러나 저러나 미우나 고우나 한 민족이라는 점과 머나먼 타지에서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며 이루어지는 품앗이가 '케이시 한'과 '엘라 심' 같은 이민 2세대의 삶에 조각조각 덧붙여져 있다.

재수없지만 쟤가 내 친구라는 것, 열등감을 느끼게 하지만 힘든 일을 겪고 있으면 또 짠한 마음이 드는 관계. 근데 어쨌든 재수없고.

잠깐만 한 눈을 팔면 온갖 청구서가 몰아치는 뉴욕에서 이리저리 남자친구들의 집과 가족과 친구의 집과 멘토인 사빈의 아파트에까지 떠도는 20대 케이시의 모습은 정체성 정치의 한복판에 선 이민자, 한인 이민자, 특히나 가부장제까지 답습하는 한인 이민자 가정의 여성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똑똑하고 매력있으면서 독립적인 삶을 요구하며 요구 받지만서도 '누군가의 그늘'과 이어붙여지는 삶.

케이시는 열심히 방황의 축제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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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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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

p163

"이게 게임의 규칙이에요, 케이시. 주어진 건 손에 쥐어야 해요."

#파친코#이민진 작가의 장편 데뷔작.

장편의 감각, 간결한 문장과 다양한 인물들의 모자이크를 능란하게 다루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25세의 '케이시 한'이 1.5세대 한인 이민자로서 겪는 파격적인 스펙트럼은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이민을 떠날 때의 한국인 그대로의 가부장적인 체제를 고수하는 애비 '조셉 한'과 순종적인 '리아' 부부, 그들의 첫째 케이시는 가정 내에서 어느 정도는 순응하지만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인 정체정과 자유를 누리며 살고, 살기 원한다. 그에 반해 동생은 유순하고 둥글한 착한 딸.




시작부터 애비의 통제욕과 폭력에서 독립하는 케이시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어떻게 저렇게 명백하고 가감없는 한인 느개비의 면모를 소설에 담았는지...) 내가 아는 한국식 가장의 유난이다.

고생은 했을지언정, 당신의 고생보다 많은 것을 자식에게서 기대하고 욕심내며 떼쓰는 것.

그리고 한ㆍ인ㆍ교ㆍ회

(아... ㅋㅋㅋ 눈물나게 끔찍한 시퀀스)

1권은 케이시가 본격적으로 독립하면서 바람 피운 남친과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다가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과정, 성공한 한인 가정(의사父)의 친구 엘라가 한인 남성과 결혼하며 겪는 부침, 투자회사의 보조로 일하며 mba에 합격한 케이시 자신을 친딸처럼 여기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멘토를 자처하는 사빈을 통해 보는 미국식 비즈니스에서 한인이 생존하는 법, 한인 1.5~2세대가 자리잡은 직업군(투자회사, 변호사, 의사 등)에서 기대받는 아시안으로서의 역할 편견 등이 간결한 문장으로 거침없이 질주한다.




4년 전 <파친코>를 처음 읽고 이 책을 찾아봤을 때(절판) 본 리뷰는 대체로 '야하다'에서 시작해서 '이민자를 대하는 단조로운 이분법'까지...

기대이상의 소설이다.

소설로서 선정적인지는 모르겠고, ¹한인 2세로서 갖추길 기대되는 조신함과 ²미국 시민-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독립성과 유머감각, 경쟁심의 이질감 사이에서 욕망을 실현해나가는 케이시와 서서히 깨닫는 엘라, 2권에서 뭔가 있을 것 같은 티나(케이시의 동생, 의사)의 캐릭터가 이분법의 공간만을 오가며 존재하지는 않는다.

저자 스스로가 기업 변호사로 일했던 만큼, 어느 정도의 리얼리티를 담보하고 있다.

p.s. '젖가슴' 번역 좀 그만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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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더 아르테 오리지널 14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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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동안 '물'만 먹고 산다는 아일랜드의 소녀 '애나'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한 관찰자로 고용된 영국 간호사 '리브 라이트'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크림전쟁이 끝난 19세기 중후반의 아일랜드.

광신과 신비주의, 아동의 순수와 종교적 기만이 뒤섞인 곳에서 과학(의학)과 인간성의 역할을 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쩔 수 없이 고딕풍의 분위기가 흐르는데..

종교, 가정, 아동의 직계로 연결되어 이루어진 모종의 밀실은 여기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기독교 애국(?) 집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인간이 결여된 종교적 신비주의에 남는 건 사실 찌꺼기라고 할 정도로 참혹하고 지저분한 데가 있다.

작가의 전작과 공개된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는데도, 나는 어떤 독창적인(?) 모종의 판타지나 괴기를 조용히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는 저자의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속절없이 '흥미'와 '망상'에 찾아오는 소녀의 순례객, 기적의 옷자락을 잡고 싶어 이 소녀를 쫓아오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속셈을 들켜버린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어떤 확신을 명징한 의심이 뚫기 어렵다는 소설 전체적인 은유는 현실의 여러가지 끔찍한 현실과도 조우한다. 가정폭력, 가스라이팅 범죄, 아동학대, 성차별과 엄숙주의 등등. 내부의 심리적 결계를 외부인이 아니고선 깨뜨릴 수 없다는 경고이자 우울.

이 소설 속 '기적의 소녀'와 조카의 나이가 비슷하다.

아이를 대하며 나도 모르게 저지른 멀쩡하게 징그러웠던 상황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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