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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더 ㅣ 아르테 오리지널 14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평점 :
4개월 동안 '물'만 먹고 산다는 아일랜드의 소녀 '애나'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한 관찰자로 고용된 영국 간호사 '리브 라이트'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크림전쟁이 끝난 19세기 중후반의 아일랜드.
광신과 신비주의, 아동의 순수와 종교적 기만이 뒤섞인 곳에서 과학(의학)과 인간성의 역할을 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쩔 수 없이 고딕풍의 분위기가 흐르는데..
종교, 가정, 아동의 직계로 연결되어 이루어진 모종의 밀실은 여기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기독교 애국(?) 집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인간이 결여된 종교적 신비주의에 남는 건 사실 찌꺼기라고 할 정도로 참혹하고 지저분한 데가 있다.
작가의 전작과 공개된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는데도, 나는 어떤 독창적인(?) 모종의 판타지나 괴기를 조용히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는 저자의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속절없이 '흥미'와 '망상'에 찾아오는 소녀의 순례객, 기적의 옷자락을 잡고 싶어 이 소녀를 쫓아오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속셈을 들켜버린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어떤 확신을 명징한 의심이 뚫기 어렵다는 소설 전체적인 은유는 현실의 여러가지 끔찍한 현실과도 조우한다. 가정폭력, 가스라이팅 범죄, 아동학대, 성차별과 엄숙주의 등등. 내부의 심리적 결계를 외부인이 아니고선 깨뜨릴 수 없다는 경고이자 우울.
이 소설 속 '기적의 소녀'와 조카의 나이가 비슷하다.
아이를 대하며 나도 모르게 저지른 멀쩡하게 징그러웠던 상황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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