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2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증정도서

p39

그녀에게 지옥이란 지불해야 하는 청구서로 가득 찬 세탁물 바구니가 줄지어 놓여 있고

보통 책의 앞이나 뒤에 붙은 '작가의 말'은 사족으로 여기는 편인데, 이민의 기억과 어린 시절부터 학업, 결혼, 투병, 출산과 육아에 이어 유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별다른 이슈(?)없이 보낸 작가로서의 재교육 기간과 습작의 시간 11년의 회고는 이 소설을 더 풍성하게 해준다.

(이후 #파친코 가 나오기까지 다시 11년이 걸렸으니...)

끝없이 습격하는 불확실성, 한 인간이 보여주는 더럽고도 매력적인 장면들, 쉴새없이 불편하게 만드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이상하리만큼 따뜻해서 처음엔 피했던 사람들과 황홀한 X새끼들까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절대 떠날 수 없는 한인 사회와의 (좋든 나쁘든 존재하는) 수많은 연결 고리와 빈번한 정체성 확인은... 이민을 갔으나 한인 교회와는 절대 엮이지 않으려던 친구를 생각나게 해줬다.

나는 그런 특수한 공동체에 속했던 경험이 없으니 유난하게 느끼지만, 저자의 문투에선 장단점이 느껴진다. 이러나 저러나 미우나 고우나 한 민족이라는 점과 머나먼 타지에서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며 이루어지는 품앗이가 '케이시 한'과 '엘라 심' 같은 이민 2세대의 삶에 조각조각 덧붙여져 있다.

재수없지만 쟤가 내 친구라는 것, 열등감을 느끼게 하지만 힘든 일을 겪고 있으면 또 짠한 마음이 드는 관계. 근데 어쨌든 재수없고.

잠깐만 한 눈을 팔면 온갖 청구서가 몰아치는 뉴욕에서 이리저리 남자친구들의 집과 가족과 친구의 집과 멘토인 사빈의 아파트에까지 떠도는 20대 케이시의 모습은 정체성 정치의 한복판에 선 이민자, 한인 이민자, 특히나 가부장제까지 답습하는 한인 이민자 가정의 여성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똑똑하고 매력있으면서 독립적인 삶을 요구하며 요구 받지만서도 '누군가의 그늘'과 이어붙여지는 삶.

케이시는 열심히 방황의 축제를 벌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증정도서

p163

"이게 게임의 규칙이에요, 케이시. 주어진 건 손에 쥐어야 해요."

#파친코#이민진 작가의 장편 데뷔작.

장편의 감각, 간결한 문장과 다양한 인물들의 모자이크를 능란하게 다루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25세의 '케이시 한'이 1.5세대 한인 이민자로서 겪는 파격적인 스펙트럼은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이민을 떠날 때의 한국인 그대로의 가부장적인 체제를 고수하는 애비 '조셉 한'과 순종적인 '리아' 부부, 그들의 첫째 케이시는 가정 내에서 어느 정도는 순응하지만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인 정체정과 자유를 누리며 살고, 살기 원한다. 그에 반해 동생은 유순하고 둥글한 착한 딸.




시작부터 애비의 통제욕과 폭력에서 독립하는 케이시의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현실적이다. (어떻게 저렇게 명백하고 가감없는 한인 느개비의 면모를 소설에 담았는지...) 내가 아는 한국식 가장의 유난이다.

고생은 했을지언정, 당신의 고생보다 많은 것을 자식에게서 기대하고 욕심내며 떼쓰는 것.

그리고 한ㆍ인ㆍ교ㆍ회

(아... ㅋㅋㅋ 눈물나게 끔찍한 시퀀스)

1권은 케이시가 본격적으로 독립하면서 바람 피운 남친과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다가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과정, 성공한 한인 가정(의사父)의 친구 엘라가 한인 남성과 결혼하며 겪는 부침, 투자회사의 보조로 일하며 mba에 합격한 케이시 자신을 친딸처럼 여기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멘토를 자처하는 사빈을 통해 보는 미국식 비즈니스에서 한인이 생존하는 법, 한인 1.5~2세대가 자리잡은 직업군(투자회사, 변호사, 의사 등)에서 기대받는 아시안으로서의 역할 편견 등이 간결한 문장으로 거침없이 질주한다.




4년 전 <파친코>를 처음 읽고 이 책을 찾아봤을 때(절판) 본 리뷰는 대체로 '야하다'에서 시작해서 '이민자를 대하는 단조로운 이분법'까지...

기대이상의 소설이다.

소설로서 선정적인지는 모르겠고, ¹한인 2세로서 갖추길 기대되는 조신함과 ²미국 시민-직업인으로서 갖춰야 하는 독립성과 유머감각, 경쟁심의 이질감 사이에서 욕망을 실현해나가는 케이시와 서서히 깨닫는 엘라, 2권에서 뭔가 있을 것 같은 티나(케이시의 동생, 의사)의 캐릭터가 이분법의 공간만을 오가며 존재하지는 않는다.

저자 스스로가 기업 변호사로 일했던 만큼, 어느 정도의 리얼리티를 담보하고 있다.

p.s. '젖가슴' 번역 좀 그만했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원더 아르테 오리지널 14
엠마 도노휴 지음, 박혜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개월 동안 '물'만 먹고 산다는 아일랜드의 소녀 '애나'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한 관찰자로 고용된 영국 간호사 '리브 라이트'의 심리 변화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크림전쟁이 끝난 19세기 중후반의 아일랜드.

광신과 신비주의, 아동의 순수와 종교적 기만이 뒤섞인 곳에서 과학(의학)과 인간성의 역할을 조명하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쩔 수 없이 고딕풍의 분위기가 흐르는데..

종교, 가정, 아동의 직계로 연결되어 이루어진 모종의 밀실은 여기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기독교 애국(?) 집회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인간이 결여된 종교적 신비주의에 남는 건 사실 찌꺼기라고 할 정도로 참혹하고 지저분한 데가 있다.

작가의 전작과 공개된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는데도, 나는 어떤 독창적인(?) 모종의 판타지나 괴기를 조용히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는 저자의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속절없이 '흥미'와 '망상'에 찾아오는 소녀의 순례객, 기적의 옷자락을 잡고 싶어 이 소녀를 쫓아오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속셈을 들켜버린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어떤 확신을 명징한 의심이 뚫기 어렵다는 소설 전체적인 은유는 현실의 여러가지 끔찍한 현실과도 조우한다. 가정폭력, 가스라이팅 범죄, 아동학대, 성차별과 엄숙주의 등등. 내부의 심리적 결계를 외부인이 아니고선 깨뜨릴 수 없다는 경고이자 우울.

이 소설 속 '기적의 소녀'와 조카의 나이가 비슷하다.

아이를 대하며 나도 모르게 저지른 멀쩡하게 징그러웠던 상황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원더 #thewonder #엠마도노휴 #emmadonoghue #박혜진 #아르테 #21세기북스 #플로렌스퓨 #넷플릭스 #영화원작 #베스트셀러 #책 #독서 #고딕소설 #영국소설 #미스터리 #아일랜드 #영미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워드슬럿 - 젠더의 언어학 Philos Feminism 3
어맨다 몬텔 지음, 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증정도서ㅣ

p176 - 이탈리어에서 '세그레타리오segretario'라는 말은 장관처럼 정치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올라 있는 남성을 말한다(대체로 남성이 전통적으로 맡은 역할이다). 그런데 여성형인 '세브레타리아segretaria'의 경우는 저임금 안내 직원(전통적으로 여성이 맡은 역할)을 나타낸다.

언어를 통제한다는 것, 통제된 언어의 기저에 도사린 불평등과 불균형한 지형적 왜곡.

같은 욕설을 써도 '~놈'보다 '~년'의 위계가 현저히 낮은 곳에 위치하며, 말이 그러하듯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상사의 위치에서도 '여성' 그 자체의 핸디캡.

어렸을 때 '엠창(mother f~)'라는 말을 쓰는 동급생들이 많았지만, 그중에 누구도 '앱창'이라는 말을 쓰진 않았다. 대체로 쓰는 놈들은 정해져 있었지만, 남중남고의 바닥도 아니고 소위 '중간층'이 이런 식이었다. 아닌가, 바닥이 이 정도로 두껍게 포진했던 것이었으려나?
(그리고 나는 소위 '헬창'이라는 표현이 위와 같은 난맥상의 범주에 포함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창'은 명백히 성착취에 근한 말이다.)

같은 욕을 덧붙이더라도 여성으로 지칭하면 더 큰 상처를 입힐 거라는 기대 심리는 이중으로 역겨운 것이다.

언어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퀴어'같은 단어처럼 여성 비하 욕설 또한 재전유 가능하며 어그러진 언어의 체계를 향해서 2019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전복하기를 시도한다.

언어의 위계와 권력관계, 성별 이분법적인 단어 범주, 여성 편향적 교정어, 쿠션어(와 #보컬프라이 ), 남자들끼리의 (추잡스런) '락커룸 대화', 문법 편력적 엄숙주의 등을 말한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중 #캣콜링 으로 97% 여성이 불쾌감과 위협을 느끼지만 '자신의 의도는 칭찬이었으므로 앞으로도 하겠다'고 지껄이는 백인 남성 인터뷰에선 🤢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도 많이 다르지 않아서 한 번 더 🤮

이 전복의 장에서 '욕설' 또한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친교적 욕설(친구사이의 bitch, slut 등)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는 절반 정도만 동의한다.

생화학자 양친을 둔 저자와 그렇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이들이나 폭력적 상처를 입은 이들이 같은 '언어학적 경험'을 가질리 없으며, 욕설의 트라우마나 사회적 외부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나부터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흡연에 여남 차별을 두진 않겠지만, 누구의 담배 연기가 내게 덜 해롭지는 않다. 물론 남자의 빈도가 비교할 수 없게 높지만. 욕설이라고 해서 일상 접근성을 높이고 싶지 않다.

물론 욕설이 사라지긴 어려우니 저자의 긍정적 논의(재전유, 전복 혹은 환유)를 통하기를 희망한다.

#워드슬럿 #wordslut #젠더의언어학 #워드슬럿젠더의언어학#어맨다몬텔 #amandamontell #이민경 #아르테 #arte #에세이 #언어학 #페미니즘 #feminism #여성주의 #21세기북스 #젠더 #책 #독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eBook] 폭풍의 집 : 배명은 공포 단편집 구구단편서가 7
배명은 / 황금가지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증정도서ㅣ

일전에 읽은 #인류애가제로가되었다 에서 처음 만난 작가의 공포 단편집.

경찰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니 공포가 맞고, 경찰이 볼 수 없는 존재들도 슬쩍 등장하니 오컬트에도 발을 걸쳤다.

가정폭력, 가부장 권력, 데이트 폭력, 아들 집착母, 성폭행 등 여성 혐오적인 세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배경은 대체로 산, 외딴 곳이며,
폐부, 라이터, 비, 물, 미친년 등이 자주 등장한다.

오랜만에 직설적이고 강한(?) 단어들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소설을 읽었는데, 내게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내가 접근하지 않는 웹소설계의 분위기인지, 세대차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공포라는 장르에서 취하기 마련인 은유를 통한 확장이 이 소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께름칙한 여운의 열린 결말을 통해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공포의 잔상이 강하게 남는다. 여성이 당하는 폭력이 그중 여럿이었다는 점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해서 가닿지 못한 선이 여기저기 숨어있는 건 아니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니면 이 사실 그대로의 면대면이 시류인 걸까?

#이갈리아의딸들 이나 #시녀이야기 가 판타지나 sf가 아닌 공포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선샤인은저너머에 와 결이나 층위 구성이 전혀 다른 느낌이라서 당황스러워서 이런지도 모를 일이다.

휴일에 읽기에 만족할 만한 공포소설은 아니었다.

#폭풍의집 #폭풍의집배명은공포단편집 #배명은 #황금가지 #브릿지 #한국소설 #공포소설 #단편집 #공포 #호러 #책 #독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