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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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은 리뷰를 읽지 않으신다니 어디 한번 시작해볼까...

프로파일러 최승재가 잔혹한 연쇄 살인으로 유명한 일명 '리퍼'(!)를 마주한 폭풍 속 등대 앞. 리퍼가 최승재의 부인과 딸을 인질로 잡은 사실을 알리며 둘이 몸싸움을 벌이는 찰나 번개가 둘을 내리 꽂는다.

그리고 최승재가 눈 뜬 곳은 병원의 영안실. 그는 자신이 아닌 경찰에 잡힌 살인 용의자의 시신으로 눈을 뜬다.

병원을 뛰쳐나온 최승재는 가족의 생사를 위해, 그리고 자신처럼 깨어났을지 모를 리퍼를 뒤쫓기 시작하는데... 경찰도 되살아난 살인 용의자를 뒤쫓는다.

#소용돌이 로 알게 된 저자의 신작으로 웹소설로 연재됐고, 그래서인지 전개가 상당히 빠르다. 뭔가 복선이나 단서가 아닌가 싶은 것들도 남기지 않고 뒤끝없이(!?) 쾌속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이 전개는 장점이자 단점으로 보이는데, 만약 영상물이었다면 장점이었겠지만 소설로서는 다소 맹숭한 느낌이다. 소설은 경장편(?) 분량으로 보이는데, 살이 더 붙어야 할 것 같은 부분들을 넘어가서 잔혹한 범죄행위가 이어진다. 허전한 기분은 끝내 마무리 되지 않는데, 추천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재미, 독자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 전개 위주의 소설이다보니 이 이야기의 목적 자체가 사건의 이면보다는 사건의 전개에 가까워 보인다.

번개를 매개로 전이되거나 뒤바뀌는 이벤트는 #프랑켄슈타인 을 시작으로 '90년대 영화 #체인지 등의 여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캐릭터나 캐릭터 주변 묘사가 다소 아쉽다. 인물보다는 역할로 보이기 때문이다.

#듀얼 #전건우 #래빗홀 #인플루엔셜 #한국소설 #스릴리 #장르소설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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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티언스 - 의식의 발명 Philos 시리즈 22
니컬러스 험프리 지음, 박한선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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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정도서ㅣ

나는 이 책의 탁월함 여부나 정도, 혹은 제시하는 주장의 신빙성이나 학문적 정통성을 감지하기에 알맞은 독자는 아니다. 대부분 처음 보는 지능과 인간 의식의 진화, 맹시, 지각의 심리학이다.

지각의 정도, 유무가 어떻게 갈라졌는지, 특히 포유류와 인간이 지닌 지각이 온혈에 따른 주장(추론) 등은 흥미로웠다.

원숭이나 침팬지, 쥐도 동족의 고통에 반응하는 실험 결과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감각과 느낌 등은 절대적으로 개인적이며, 인간중심적 해석과 이해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데선 종종 듣는 이야기들이었으나 일상 속 인간관계와 소소하게는 sns에서 개진하고 듣고 보는 입장들에 지나친 몰입과 간섭에 대한 태도를 재고해보게 만들게도 해줬다.

또 심리학 전공인 저자가 연구를 위해 생물학, 철학, 심지어 a.i 분야의 학문을 자연스럽게, 아무렇지도 않게 넘나드는 부분들은 톡톡히 흥미로웠다.

특이하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건 전문가의 에세이가 견지해야 할 면모였는데, 앞서 읽었던 <위험한 일본책> 덕분에(?) 더 특기할 만 했다.

자신과 입장, 해석이 다른 의견을 정확하게 인용하면서 학자의 언어로 반박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라는 입장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이며, 그때 지켜야 하는 태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비아냥 거릴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럴 때 독자는 이 작가의 책, 그리고 이 분야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센티언스 #sentience #니컬러스험프리 #nicholashumphrey #박한선 #아르테 #21세기북스 #philos시리즈 #교양과학 #심리학 #책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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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1
오에 겐자부로 지음, 김현경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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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우리는 시대가 변해도 사회가 변해도 같은 걸 할 거야.​



오키 이사나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 '진'을 보살피기 위해 3층으로 이루어진 핵셸터에서 지내고 있다.





원폭 두려움을 이용한 사업을 위해 그의 장인이자 유력 정치인인 '괴'(괴물의 괴다)가 시범적으로 설치한 곳. 이사나는 그의 비서였으며, 현재는 그의 아내가 장인의 후계자다.



어느날 일단의 청년들이 그의 셸터에서 목격되고, 그들도 이사나 부자를 바라본다. 그들은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자 폭력적인 방식으로 사회를 배격하는 자칭 '자유항해단'.



이사나 부자에게 접근하던 그들은 셸터를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급기야는 부상당한 동료 '보이'를 셸터에 맡긴다. 소녀 '이나코'를 간병인 삼아서.



엘리트 집단의 구성원이었던 이사나는 반강제/반자의로 그들 집단과 뒤섞이게 되고 가까워지며 항해를 준비하는 그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데까지가 1권.





자유항해단의 반사회적인 폭력적 행동들의 사연, 맥락이 하나씩 드러나지만 아직까지는 그 목적이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자폐로 보이는 아들 '진'과의 관계에 관한 고찰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p35

어린아이와의 사이가 유원지의 무인 개찰구로 가로막힌 것에 자기의 실재감을 희미하고 불안정하게 느낄 정도로 그는 지적장애를 지닌 아들에게 의지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2권을 다 읽어봐야 알겠지만(알 수 있을까) 장애를 가진 아들로 인해 겉으로 보기엔 '역진'해 버린 그의 일생이 사실은 그의 아들의 탄생을 기점으로 새로운 세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세계, 상류와 하류가 마구 뒤섞인 '홍수'의 스펙타클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거대한 쏟아짐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 아들과의 만남으로 그는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독자로선 당혹스러웠던) 이사나가 '상당히 거친 사람들이 모인 자유항해단을 수용'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도서는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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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는 내 영혼에 이르고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김현경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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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54

다 잘되었다! 모든 인간에게 마침내 찾아올 것이, 그를 찾아왔다.​



요즈음의 더위만큼이나 뜨겁고 외로운 소설이다.

등장인물들도 외롭고 갈팡질팡 하는 나도 외롭다.

과거를 통해 오늘을 또렷이 경고하는 문학적 선구안도 외롭다.



멸망을 경고할 수밖에 없는 예민함은 경고의 대상이다. 인물들은 가진 것이 없으며 남길 것도 없으니 가장 먼저 뛰어나갈 수 있다.



어찌저찌 읽다보니 가장 큰 두 개의 줄기로 이해의 맥을 찾는다면 ㅡ 70년대, 냉전이 극에 달하고 자연재해와 인재(핵) 모두에 노출된 일본의 사회적 결핍자들을 중심으로 읽을 것인가. 혹은 소설의 마지막에 쓰인 '다 잘되었다'는 문구가 떠올리게 하는 성경 속 천지창조 후에 '보시기에 좋았더라'와 예수의 십자가 발언 '다 이루었다'를 엮어서 볼 것인가.



결핍자들로 이루어진 자유항해단 내에서도 장애인, 연소자, 어린 여성은 또다른 결핍이다. 특히, 이나코(미성년자다)는 성의 배출구이자 식모이자 (주인공 이사나의 자폐아 아들 진)의 계모이자 주요한 결정에서는 병풍 역할을 맡지만 소설은 여성을 대변하는 역할로서 작가의 여성 서사의 한계를 들여다보는 인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당대 일본 여성상의 폭력적이자 착취적 시선을 명확히 지적하는 서사적 비극으로 볼 것인가.








주인공인 '오키 이사나'의 이 이름은 가명이다. 본명은 언급되지 않는다. 가명을 사용하는 이유로 소설 초반에선 새로운 자아, 주체적 인생을 살기로 한 그의 선택으로 그려지지만 자유항해단에 귀속되고 이나코와 관계하고 핵셸터에서 자위대의 포위전에 갇혀 있으면서도 끝내 자신의 이름을 노출 시키지 않는 서사가 보여주는 것은 회피적인 태도다. 그리고 나는 저자가 이 모습을 결코 숨기지 않았음을 봤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형상은 아직 각기 외따로 존재해서 둥둥 떠다닌다.



다소 인정하기는 싫지만, 극단적인 냉전 국면이 파국을 예고하던 70년대의 모습이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는 기후변화에 의한 종말의 초읽기를 앞둔 무책임한 세계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 소설이 홍수의 징후로 짐작하는 폭력과 성적 기만, 탈진을 외면할 수만은 없게 된다.



*이 도서는 은행나무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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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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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2 - "매춘 손님이 자진해서 나설 리도 없고 말이지."
아라이가 잔에 얼마 남지 않는 버번을 단숨에 비우고 말했다.
"사진을 보여 준들 모두 '이런 여자는 모른다.'고 잡아떼겠지."

1994년의 어느 기차역에 유령이 출몰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유령의 정체를 쫓는 것이 큰 줄거리. 카바쿠라(캬바레 + 클럽)의 여성 종업원을 둘러싼 일본 사회의 맥락을 두드려보는 데에 소설의 목적이 있다.

'정체를 쫓는다'는 의미에선 미스터리 범주 안에 든다. 독자들의 흥미나 트릭의 테크닉보다는 사회파의 본령에 치중하는 편이다. 30년 전 술집 여성의 살인사건을 다루는 경찰행정이나 언론, 여론, 민심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여러 군데서 주장한다.

다 읽은 후에는 재미보다는... 이제 60에 가까운, 충분히 성공한 작가가 이런 이야기를 왜 써야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사철의 지상역의 건널목에서 상반신의 여성의 사진이 찍히고 여성 잡지 편집부에 전달 된다. 몇해 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기자 생활의 끝물(?)인 프리랜서로 일하는 마쓰다에게 이 심령 현상을 조사해보라는 편집장의 제안.

마쓰다는 심령 현상의 진위를 영매사에게 의뢰하는 한편, 이리저리 탐문을 하고 인맥이 닿는 경찰에게도 부탁한다

마쓰다는 1년 전 역 근처에서 칼에 찔린 한 여성이 엄청난 피를 흘리면서도 역 선로까지 걸어가서 생을 다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현장에서 정신을 놓은 채 발견된 살해범은 수감 중.

이 여성은 가는 데마다 가명을 쓴 호스티스. 그래서 수사는 오리무중이었으며, 직업 때문에 수사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마쓰다는 잠시 룸메이트를 했다는 '에미'라는 호스티스를 찾게 되고, 그가 정치인과 연루된 야쿠자의 손에 걸렸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에 속도가 붙는다.

사람 목숨에 값이 다르다는 걸 매일 보는 요즘이라 더 신경 쓰이는 소설이다. 작년 10월 이전에 읽었다면 이렇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을 텐데.

#건널목의유령 #다카노가즈아키 #박춘상 #황금가지 #민음사 #미스터리 #일본추리소설 #일본미스터리 #책 #독서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bookstagram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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