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될 수 있을까?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17
한유진 지음, 임덕란 그림 / 책고래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 저녁을 먹고 집 근처 공원의 둘레길 산책을 나갔다. 이제 입추도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니 정말 살 것 같았다. 여름이 책 읽기에 참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하지만 참 덥고 습하니 힘들다. 시원한 냉장고 같은 에어컨이 켜져 있는 사무실에서 사는 상상도 아주 잠깐 해봤다. 일은 하지 싫고.

 

 

주변에 생태공원과 둘레길 공원이 조성되어 숲을 마주할 일들이 많다. <숲이 될 수 있을까?>에서도 친구는 엄마와 함께 숲에 나갔다. 그곳에서 마중 나온 바람을 만났다. 친구는 숲 속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나무를 만나기도 하고, 나무 뼈다귀도 만나고, 돌탑도 만났으며 또 친친친 거미줄을 한참 치고 있는 거미를 만나기도 했다. 며칠 전에 찾은 의왕 생태공원은 거미들의 천국이었다. 어려서부터 거미는 징그럽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벌레들을 단위면적에서 처리하는 아주 유익한 곤충이라는 기사를 읽었던 것 같다. 아홉 시가 다 되어 가는 저녁인데도 생태공원 둘레길을 걷거나 뛰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거미줄에 걸렸다. 직접조명의 가로등 대신 여러 가지 빛깔이 나는 간접조명 위로 친 거미줄을 보고 있자니 잠시나마 콘크리트 정글에서 벗어난 느낌이 절실하게 들었다.

 

 

동화 <숲이 될 수 있을까?>에는 나오지 않지만 숲을 이루는 요소 중의 하나는 숲의 연주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풀벌레 군단도 빠질 수 없다. 요즘 제철은 만나 밤낮으로 울고 있는 매미 녀석을 필두로 해서,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우리의 귀를 청량하게 만들어 주는 쓰르라미 그리고 이름 모를 풀벌레들의 향연이 여름밤의 숲을 수놓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혹독한 가뭄으로 호수 바닥까지 드러냈던 반월호수도 얼마전 폭우로 수위가 제 수준으로 돌아왔다. 바닥을 드러낸 호수에 어느새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지 않았던가. 비가 와서 그 녀석들을 모두 물에 잠긴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여름이 다 가시지 않아 조금 더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야자나무 깔개가 깔린 흙길을 발바닥이 다 아플 정도로 걷다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한 때 개발이 지상과제였던 시절에 숲으로 대변되는 자연 혹은 환경은 그 개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상이 달라지지 않았던가. 친구가 동화에서 선언한 것처럼 우리도 숲의 일부분이다. 그러니 숲을 아끼고 보호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우리 인간도 깨달았으면 싶다. 이번 주에만 두 번이나 숲을 찾았는데 아무래도 한 번 더 가게 될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