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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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어느날 마더데레사의 주옥같은 말씀이 담긴 테이프를 들으면서, 가족을 사랑하라는 말씀에 이상하리만치 깊은 감동을 받은 일이있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할수있는 이 말에서, 인생의 모든것을 한꺼번에 직시하는 진리를 찾았던 것이다.

남에게 빵하나 내어주는 것이, 가족에게 한 마디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것보다 더 쉬울 때가 있다는 말처럼, 가끔 우리는 너무나 먼곳에서 중요한 삶의 의미를 캐느라 지치는 것이리라.

아사다 지로의 단편집 <철도원>에 실린 대부분의 이야기는 소재부터 아주 단조롭다. 어쩌면 이런 단순하고 평화스러움이 우리가 찾아헤매는 삶의 저 끝인지도 모른다. 그는 또한 가족의 이야기를 아주 애절하게 풀어가고 있었다. 삶에서 풀지 못하는 괴로움의 매듭을 환영과의 만남을 통해 승화시키는 방식을 사용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철도원'의 내용도 갓난아이일 때 죽은 자신의 아이를 영혼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의 말년에 지켜보는 한 아버지의 얘기를 그린 것처럼, 내가 오늘 읽은 '츠노하즈에서' 라는 작품또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 주제로 담고 있었다.

누쿠이 교이치는 어릴 때 아버지를 떠나보내야만했던 슬픈 운명의 주인공이다. 사업에 실패하고 오갈데마저 없던 그 아버지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란 자신의 아이를 버리고 친척집에 맡기는 일이었다.

누쿠이는 그런 아버지의 뒷모습을 성장해 가면서 줄곳 기억하며 그리워 하지만, 그 자신이 아버지가 되는것만은 불안해하는 가장이 된다. 자신의 아버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불행한 인생으로 이끌게 되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었을까?

사랑의 깊이는 눈으로는 알 수 없는 것같다. 언젠가 때가되어 그 깊이와 만나게 되면 그제서야 자신도 용서 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그 아버지와 아들은 그렇게 그 깊이와 마지막으로 대화한다, 서로를 용서하고 받아 들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풀어나가며 살아간다. 다만, 그것이 표면화됨을 두려워 하는 것이리라. 아사다 지로의 소설은 우리 기억의 저편에 묻힌 삶의 희망과 아름다움들을 차례차례 일깨워주는 이슬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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