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마물을 부리는 아이 01 ㅣ 마물을 부리는 아이 1
아마토 다무 지음, 시라비 그림, 김장준 옮김 / L노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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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권 다 읽고 문득 초반 시작점에서 히드라(머리 여러 개 달린 뱀) 사태는 누군가의 의도로 숲 경계 쪽에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겠지만, 지금부터 그런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모험가 4명이서 뭔가 조사를 위해 어떤 숲에 들어갔고 불운하게도 히드라와 조우하게 되었죠. 1명이 미끼가 되고 3명은 도망쳐 생환하였는데, 이것들이 남은 한 명을 구할 생각도 없이 냅다 줄행랑을 치면서 이 작품이 범상치 않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린'은 히드라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달려갑니다. '린'은 히로인이자 이 작품의 주인공이죠. 일단 모험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슬라임을 사역마로 쓰고 있으며, 이 슬라임은 무려 인간의 말과 사고를 할 줄 아는 고등 생물이죠. 그리고 현장, 히드라는 목이 잘려 죽어 있고, 미끼가 되었던 남자 1명도 동귀어진을 했는지 꿈쩍하질 않습니다. 이에 '린'이 한 말이 걸작이죠. '히드라 쓰러 트린 거 우리 공적으로 가로챌래요?' 이 작품에서 슬라임은 여느 판타지 개그물에서 귀엽고 무해한 생물이 아닙니다. 작중 표현된 슬라임의 습성은 산 채로 생물(인간 포함)을 잡아먹는 아주 그로테스크한 설정을 가지고 있죠. 현실 다큐에서 간혹 방영되곤 하는, 어느 애벌레가 기생벌의 숙주가 되어 살아 있는 채로 몸을 파 먹히는 것처럼 묘사된 장면들은 다소 소름이 돋았습니다. 아무튼 죽은 줄 알았던 남자 1명은 다행히 살아 있었고 응급처치 후 린의 호위꾼이 됩니다.



'린'은 마녀입니다. 마녀가 있는 세상이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세계입니다. 교회는 마녀를 잡아다 화형 시키려 들고, 모험가들도 의뢰만 내려오면 마녀와 싸울 정도죠. 이유는 세상의 이치를 벗어난 존재라는 것, 린도 마물과 소통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세상의 이치에서 동떨어진 괴물 같은 존재입니다. 이 세상 모든 마물은 린을 공격하지 않으며(일단 1권 한정), 오히려 잘 따르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 모든 마물을 이용해 인간계를 멸종 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라면 재미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그녀의 성격으로 흥미를 유발하려 합니다. 배려심은 접시 물보다 얕고, 뻔뻔함은 세계 최고, 도덕성은 엄마 뱃속에 두고 나왔습니다. 아픈 사람(히드라에 당한 남자 1) 입에 펄펄 끓는 잼을 쑤셔 넣고(병간호 차원인 듯), 자기가 맛보다가 맛이 없어 우웩하고 그걸 상대에게 먹이는 여자죠. 남자 1이 잡은 히드라의 공로를 기어이 가로채서 보상을 낼름 해버리고, 그걸 미끼로 남자 1을 호위꾼으로 끌어들이는 만행을, 남자 1의 이름을 물으면서 난 안 가르쳐 주지롱 하다가 얼굴이 잡혀 부서질 뻔한 장면은 압권 그 자체입니다. 남자 1의 이름은 하크라. 엑스트라인 줄 알았더니 계속 린과 같이 다닙니다. 린의 사역마 슬라임은 그를 애송이라고 부르고 있죠.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인 듯.



그럼 이들은 무얼 하나. 일반적인 모험가 퀘스트보다는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1권에서는 두 가지의 사건이 터지는데, 사건을 해결하면서 본질을 못 보는 사람과 본질을 파헤치며 누가 가해자인지를 밝혀가는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만. 작품 성향이 다크 판타지에 가까워서 희망찬 해피 엔딩은 선사하지 않습니다. 특히 두 번째 사건은 마을이 통째로 멸망하는 그로테스크를 보여주는데, 마녀와 연루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되죠. 즉, 린 일행의 적은 마녀가 아닐까 하는, 리뷰 초반에 언급한 히드라도 어쩌면 그런 무리(마녀들)들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 아닐까 추측을 하게 하죠. 여기서 또 하나 추측할 수 있는 건, 마녀임에도 교회의 처벌을 받지 않는 건 인간이 엮인 여러 사건을 해결하여 선한 측면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였군요. 친구 하나 없게 만드는 성격은 아마 자신은 마녀니까 가까이 못 오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매번 하크라를 열받게 하는 언동만 보더라도요. 옳은 말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옳은 말을 하는 슬라임(사역마)을 방석으로 쓰며 뭉개버리기도 하죠. 먹기도 얼마나 많이 먹는지, 가는 곳마다 식량을 거덜 내고 보이는 열매는 다 따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사건 해결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두고 침을 질질. 그래도 가끔은 옳은 행동도 한답니다.



맺으며: 그냥 신작이라서 뭔가 싶어 봤는데 나름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마물과 소통하고 부린다는 설정은 살짝 클리셰지만, 그 부리는 과정에서 남의 집(마물 집)을 다 부숴도 미안한 마음이 없고, 오히려 천적을 돌입 시켜 거주자를 잡아먹히게 하는 흉악함이라는 성격은 꽤 파격적이었습니다. 그런 주제에 사건에 휘말린 희생자(인간)를 장례 치러주는 다정함은 다소 의외이기도 했군요. 무게 잔뜩 잡아서 뭔가 큰일 났나 했더니 별거 아닌 얘기로 김빠지게 하고, 말 한마디 질 줄 몰라 하크라와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인간미가 넘치기도 하였습니다. 사건 해결 쪽으로는 다크 판타지답게 꽤나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아마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다면 고어물로서 상위 탑 급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약간은 반전을 줘도 좋잖아 하는 장면들에서는 기대하지 말라는 듯, 아픈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집필 능력은, 조사를 많이 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주역이 되는 코볼트의 습성은 여느 작품에서는 못 보던 것들이었군요. 인간이 생각하는 것, 코볼트가 생각하는 것은 서로가 다르다는 시각은 참신했군요. 두 번째 사건에서 버섯 균류의 특성에 빗대어 이런 균류가 생물(인간 포함)에 어떻게 작용하며 어떻게 변이 시키고 전염이 되어 가는지에 대한 묘사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생각 없이 접했는데, 괜찮은 작품을 건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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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전멸 엔딩을 죽기 살기로 회피했다. 파티가 병들었다. 01 ㅣ 전멸 엔딩을 죽기 살기로 회피했다. 파티가 병들었다. 1
아메리아 지음, kodamazon 그림, 박춘상 옮김 / L노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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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평소 보던 만화책 세계관으로 전생했습니다. 전생했으니까 좀 놀아 보고 싶었습니다. 만화책 줄거리도 알고 있어서 앞으로의 생활도 껌이죠. 판타지 세계관이고, 능력도 어느 정도 있으니까 잘 하면 먹고사는 데는 문제없겠죠.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성벽이 지금 막 떠올랐거든요. 남자는 갈가리 찢겨 죽고, 여자는 능욕 당하고 처참하게 죽는 쿠소 게임 같은 세계관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월카'는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한번 청소된 던전에 조사인지 뭔지 하러 들어온 곳에서 지금 던전 보스 [그림 리퍼]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생각났습니다. 이놈에게 모브인 본인은 갈가리 찢겨 죽고, 같이 갔던 히로인 3명은 더 처참하게 죽는다는 것을. 이 상황은 진짜 주인공이 나타나 없애줄 거라는걸. 운명을 받아 들여야 하나? 그럴 순 없지.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 거린다는 걸 보여줘야지.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 버프 가나요? 네, 뭐 여기서 죽으면 1권 조차 나오지 않았겠죠. 진짜 주인공이 와서 그림 리퍼 없애고 월카를 구해주나? 사실 필자는 주인공이 와서 월카 일행을 구해주고 하렘을 빼앗아 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뭐 그럴 일은 없고, 월카는 원작의 줄거리를 대충 알고 있고, 그림 리퍼 공략법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 버프를 받아 어찌어찌 해결하지만 등가 교환으로 다리 한 짝과 눈알 하나는 잃어버렸습니다. 뭐 이 정도야 힐로 고치겠지?



그런 편리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이 작품의 흥미요소죠. 마법은 어느 정도 있는 거 같은데, 포션이나 힐은 있으나 마나 한 수준 같더군요. 그래서 주인공은 장애인(비하 아님)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그림 리퍼에게 전멸을 당해야 했으나 제목처럼 회피해 냈죠. 대신 얻은 건 없습니다. 오히려 잃은 게 크죠. 월카는 발도술인지 뭔지를 주력으로 쓰는 검사입니다. 축이 되는 다리가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절망스러운 상황이죠. 현실에서는 적어도 장애 수당(우리나라 기준)이라도 나오는데, 판타지 세계에서도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굶어죽게 생겼죠. 하지만 걱정 마시라. 월카에겐 그를 따르는 히로인이 3명이나 있거든요. 문제의 히로인들입니다. '파티가 병들었다'의 의미이기도 하죠. 이게 중요합니다. 필자는 던전 공략에 실패해서 심신이 피폐해져 병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히로인들 정신이 병들었습니다. 얘들 인연은 꽤 오래되었으며 월카에게 구원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사연을 언급하면 글이 길어지니 패스하고, 지금 중요한 것은 월카가 장애인(비하 아님)이 되었다는 것이죠. 여기에 개그 요소는 없습니다. 소름만 있을 뿐이죠. 이 작품에서 구원받았다는 뜻은 모든 감정이 월카에게 집중된다는 뜻이고, 그것은 즉 집착으로 이어지고 얀데레가 된다는 뜻입니다.



병들었다는 의미가 이것이죠. 다음엔 잘 할 테니 버리지 말아 줘(보통은 월카가 버림받은 위치인데), 내가 방해되느냐? 눈에 거슬리겠지, 내가 있으면 민폐겠지, 같이 있을 자격 따윈 없구나, 선배(월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요, 제게 전부 맡겨 주세요 기타 등등. 사실 고위 모험가들이 출동해야 잡을 수 있는 보스 몹에게서 본인들(히로인들)을 지켜주었고, 그 결과 월카가 장애인이 되었으니 미안하고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겠죠. 이 빚은 말도 못 하게 크겠죠. 문제는 그 부채감이라는 감정이 상당히 일그러져 있다는 것입니다. 월카를 보살펴주는 정도를 넘어 되레 그에게 기대고 의존하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상당히 비굴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니 환자에게 기대봐야 어쩌자고. 물론 경제적으로 기대는 건 아니고 정신적으로 기댄다는 의미입니다. 이야기는 얘들이 왜 월카에게 감정을 품고 있나를 보여줍니다. 이 부분은 딱히 신선한 건 없고 거의 다 클리셰 범주에 들어갑니다. 구원받았고, 여기서부터 부채감은 쌓여가고 어릴 때부터 만나 파티를 꾸리다 보니 정서적으로 교육받는 환경도 아니었던 듯, 마치 알에서 깨어난 새끼 새가 어미를 인식하듯 월카를 따르는 그런 설정 같은데 사실 필자는 대충 읽어서 맞는지 확신은 없습니다. 어릴 때에 다들 만났다는 건 확실하고요.



맺으며: 만화책 세계관으로 전생하고, 주인공이 아닌 모브 캐릭으로, 던전에서 죽다 살아났지만 영구 장애를 얻어 앞날이 불투명해진 월카. 능력이 되는 히로인들이 월카를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지만, 월카는 그녀들에게 기대지 않고 일어서기 위해 노력 해나가는 게 특징입니다. 어릴 때 월카와 히로인들이 만나 왜 월카에게 빠져드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충분히 넣어 놓고 있습니다. 그렇게 튼튼한 우정이랄지 유대를 키워온 상황에서 기둥이 되는 월카가 다리 하나와 눈 하나를 잃어버린 장애를 얻게 되자 패닉에 빠지고(사실상 사형 선고), 월카의 상황을 알면서도 집착과 의존증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하지만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월카가 어릴 때 인맥을 많이 쌓아 두었는지 가는 곳마다 히로인이 나오고, 성녀도 나오고, 여러 인물들이 월카를 도와주려 하죠. 꿈도 희망도 없는 슈퍼 얀데레 좌절 작품인 줄 알았더니 그럭저럭 파스텔톤 동화의 분위기를 뿌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히로인들의 성격 때문에 몰입을 방해받기도 하는데, 미안해요를 연발할 정도로 망가지고, 내 목숨은 너의 것, 월카를 위해 뭐라도 하려는 히로인들의 광기는 흐뭇하다기 보다 소름(좋은 의미는 아님)이 다 돋죠. 사실 어떻게 보면 제목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대로 병든 걸 보여주거든요. 이런 점들이 재미있나 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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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못 미더운 악녀입니다만 ~추궁접서 교체전~ 02 ㅣ 못 미더운 악녀입니다만 ~추궁접서 교체전~ 2
나카무라 사츠키 지음, 유키무라 카나 그림, 김예진 옮김 / 윙크노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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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오라버니. 황태자를 향한 외침은 허무하게 사라지고 유무죄를 가린다며 사자(라이온) 밥으로 던져졌으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났건만, '영림'에게 남겨진 건 허름한 창고와 풀이 무성한 밭 한떼기. 저주에 걸려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누구 하나 따라와 주지 않은 황량한 세계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희대의 악녀라고 손가락질 받던 혜월과 몸이 뒤바뀐 영림은 지금 뙤약볕 아래에서 열심히 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녀의 얼굴엔 비참함도 굴욕도 피로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이전 몸에서는 누려보지 못한 자유와 힘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건강한 몸을, 몸을 바꿔준 혜월 님에게 감사를. 작중에 진짜로 이런 표현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몸 바뀌기 전의 영림은 만병을 치르며 오늘 내일 하던 중이었거든요. 그럼에도 성격은 얼마나 야무진지 주변이 걱정할까 아프다는 내색을 거의 하지 않은 억척녀였죠. 그런데 지금은 전혀 아프지가 않습니다. 성격이 더해져 지금의 생활에 비참해 하기보다 기회로 보고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는 중입니다(밭 가꾸기). 이게 얼마나 훈훈한지. 우여곡절 끝에 전속 궁녀가 되어준 리리와 티격태격하면서 충실한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하지만 몸이 바뀌었다고 성격까지 바뀌지 않는지라 몸 바뀜 소동은 들통이 나고 이 생활은 곧 끝을 맞이합니다. 참고로 지금의 영림은 악녀 혜월의 모습을 하고 있고, 혜월은 영림의 몸에 들어가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이것도 곧 끝이 납니다. 왜냐면, 영림을 모시던 필두 궁녀가 자신이 모시던 추녀(雛女, 병아리라는 뜻)의 평소 버릇을 모를 리가 없으니까요. 처음엔 참 극적으로 들통납니다. 그 궁녀가 제일 먼저 알아채고 달려와 엉엉 울며 그동안 못 알아 본 죄를 사죄하는 장면들은 유쾌하면서도 짠했었습니다(1권에서 나옴). 1권 초반 영림(혜월의 모습이 된)이 깜빵에 갇혔을 때 독약 먹고 뒈져버리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었거든요. 이번 2권에서는 창고 주거 개선한다고 난리 치는 장면도 재미지죠. 아무튼 이렇게 되었으니 당장 혜월(영림의 모습이 된)을 능지처참해도 모자랄 판이지만, 영림은 자애의 성녀죠. 혜월이 건강한 몸을 바꿔줘서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는데, 상을 줘도 모자랄 판에 능지처참이라니요. 그쯤 혜월은 이게 또 유쾌하게도, 만병을 앓고 있는 영림의 몸에서 오늘 내일 중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영림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들은 꽤 재미집니다. 그런데도 몸을 원래대로 돌리지 않는 아집을 보여주죠. 그리고 대망의 황태자. 영림을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했던 그는, 몸 바뀐 줄도 모르고 사랑하는 그녀를 사자 밥으로 던지고 더러운 깜빵에 가두고 창고에 유폐까지 했으니. 자, 이제 몸이 바뀌었다는 진실을 알게 되면 그는 어떤 기분이 될까. 공명정대하다면서 꼭지가 돌아 진실을 알아보지도 않고 영림(혜월의 모습이 된)을 업신여겼으니.



그런데 아무리 혜월이 주술에 일가견이 있다고 해도, 현 황후의 총애를 받고, 황태자가 끔찍이 아끼는, 차기 황후로 낙점이 된 영림을 죽이려 들고 몸을 바꾼다? 대체 무슨 깡으로.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고, 강약약강으로 권력자에겐 아양을 궁녀와 환관들을 쥐잡듯이 했던 커뮤니티 장애(혜월)가 어떤 결단을 했길래. 그저 부러워서, 난 불행한데 넌 행복해 보이네?의 어긋난 감정으로 일을 저지르긴 했지만 좀만 생각해 보면 바로 들킨다는 걸 몰랐을까. 실제로 7~8일 만에 들통나버렸죠. 누군가 그녀를 부추긴 사람이 있지 않을까. 알고 보면 혜월은 그저 관심을 받고 싶어 떼를 쓴 거에 불과하다고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불행했던 어린 시절,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궁(宮)에서의 생활. 혜월에게 있어서 망가지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죠. 그런 혜월을 궁으로 들이고, 몸을 바꿔치기하라고 한 배후가 누굴까. 단순히 몸 바꾸기 해서 개그물로 끝났다면 필자가 흥분하면서 리뷰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영림은 자그마한 위화감에서 단서를 얻고, 혜월은 죽을 거 같은 자신을 그래도 치료해 주는 영림에 감복하여 조금씩 마음을 열어 같이 이 사태의 진실에 다가가죠. 진실에는 좀 안타까운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만. 스포일러라서 생략하고. 중요한 것은 영림과 혜월의 관계가 개선된다는 것, 황태자는 망연자실에 빠진다는 것. 그리고 황태자에게 영림을 둘러싼 최대의 라이벌이 생겼다는 것. 이야기가 아주 극적입니다.



맺으며: 이번 2권에서는 황태자가 영림이 몸이 바뀌었다는 걸 알아 가는 과정이 참 극적이었습니다. 1권에서는 영림 필두 궁녀가 그랬고, 2권에서는 황태자가 그런 절차를 밟습니다. 몸 바꿔치기 진실에 다가간 끝에 너무나 황망하여 몸부림치는 황태자가 흥미 포인트죠. 1권에서 눈앞에 끔찍이도 아끼는 소녀가 있음에도 모습이 다르다는 이유(혜월의 모습)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고, 더러운 깜빵에 가두고, 사자 먹이로 던진 끝에 창고에 유배까지 시켰으니까요. 지금 품에 안고 있는 영림의 몸에 혜월이 숨어들어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죠. 진짜 영림이 아무리 호소하여도 들은 체 만 체, 그래서 1권에서 황태자의 이미지는 나락이었습니다. 그런데 몸이 바뀌었다는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황태자는 어떤 기분일까가 이번 2권의 최대 백미입니다. 영림은 그런 황태자를 한 번도 원망하지 않았죠. 않았지만 결국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 삐지긴 했지만요. 이게 도 귀엽기도 하고. 공명정대하고 똑똑하다 그러더니만 눈치는 앞서 먼저 알아챈 궁녀만도 못한. 그래서 필자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황태자는 별로입니다. 근데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밋밋했는지 추궁(雛宮)을 관리하는 진우(황태자 이복동생)를 1권부터 일찌감치 투입해서 역하렘 분위기를 만들더니 결국 2권에서 황태자 라이벌로 만들어 버리는군요. 리뷰에선 글 강약 조절 실패로 언급은 못 했습니다만, 여자를 돌같이 여기는 그가 영림에 푹 빠져 들어가는 장면들도 흥미 포인트인데요. 사실 이 진우도 영림의 몸이 바뀌었다는 진실에 다가가지만 황태자보다 한발 늦어 안타깝게 하죠. 진우에 대해선 3권에서 기회가 되면 더 언급해 보겠습니다. 아무튼 영림과 혜월이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도 참 풋풋하게 다가옵니다. 아파서 어른이 되어야만 했던(주변에 걱정 끼치지 않기 위해) 영림과 관심을 받고 싶었던 어린아이 같은 혜월이 사건(몸 바꿔치기 진실)을 해결해 나가면서 서로 이해하고 친구가 되는 과정. 그리고 궁녀 리리도 스파이스 형식으로 분량을 차지하는 장면들이 재미있었습니다. 2권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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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못 미더운 악녀입니다만 ~추궁접서 교체전~ 01 ㅣ 못 미더운 악녀입니다만 ~추궁접서 교체전~ 1
나카무라 사츠키 지음, 유키무라 카나 그림, 김예진 옮김 / 윙크노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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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권 표지를 왜 저렇게 그렸나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표지는 그 작품의 성격을 보여주는 거와 같은 건데 하며 읽다가 다 읽고 나서 납득해 버렸습니다. 네, 여주가 좀 평범하게 생겼거든요. 아니 사실은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황족 영애인데, 애가 몸이 바뀌어 버려요. 연약하고 가련하고 황태자와 잘 어울리는 미(美)의 상징(표현이 있었나는 생각 안 나지만)으로 궁(宮)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진 황후 조카이고 황태자 4촌 여동생이자 장차 차기 황후가 될 히로인이죠. 이름은 '영림'이고요. 만인의 사랑을 받죠. 성격 또한 성녀 그 자체입니다. 타인을 걱정해 주고 자립심도 강하고 몸 단련도 게을리하지 않죠. 몸이 많이 허약하거든요. 매우 심각하게, 곧잘 앓아눕고 잔병치레도 억수로 하죠.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입니다. 영림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자신의 허약 체질을 돌보기 위해 어릴 때부터 약학을 배워 어지간한 어의보다 높은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중요 포인트). 물론 많은 시녀와 궁녀들에 둘러싸여 보살핌도 받고요. 황태자는 자신의 권력과 미모에 취해 다가오는 여자들 때문에 진절머리를 내다가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는 '영림'에게 이끌려 지금은 끔찍이 아껴주게 되었죠. 후에 황제가 되었을 때 그녀를 황후 자리에 앉히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을 정도입니다. 근데 그걸 시기하는 자가 있으니. 



'주혜월(이하 혜월)'은 나라를 이끄는 5대 귀족 중 주 씨의 방계의 여식으로 부모가 빚을 지다 못해 동반 살자 해버리자 갑자기 궁으로 불려 들어와 추녀(雛女, 햇병아리라는 뜻)로 입적되어 차기 비(妃)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혜월은 이 작품의 강약약강의 악녀죠. 영림은 성녀이고요. 참고로 영림도 추녀입니다. 추녀는 황태자가 황제가 되었을 때 황후 혹은 비로 간택되는 위치에 있습니다. 영림과 혜월은 비가 되기 위해 한창 교육받고 있는 중이죠. 그리고 오늘 일이 터집니다. 혜월은 어릴 때부터 궁상맞은 집안 살림, 체계적인 교육은 받지 못했고, 부모의 살자를 본 트라우마, 갑자기 궁으로 불려 들어와 1년도 안 되어 비(妃)로서의 위엄을 보이라는 주문을 받은 들, 해내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주변의 비웃음, 혜월의 모(母)가 되어 깁잡이를 해줘야 할 선대 비의 방관과 무관심이 더해져 고립무원에 빠진 혜월은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죠. 권력자에겐 온갖 아양을, 자기보다 밑이라고 여겨지는(궁녀, 환관 등) 사람에게는 트집을 잡아 죽이려 들고 욕을 해대고 두들겨 패는 패악질을 일삼아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당연히 아무도 좋아하지 않죠. 문제는 이런 주변의 반응을 자신의 불행으로 여긴다는 것이군요. 어느 날 그녀의 눈에 만인의 사랑을 받는 영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성녀라면 나 좀 구해줘. 사실 영림이 그녀(혜월)의 본질을 처음부터 깨달았다면 이야기는 달려졌을 수도 있습니다. 구원해 줬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만인의 사랑을 받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 출세의 길이 있는데 변하기 위한 노력하지 않은 자의 자업자득임에도 빌런(악녀)이 그런 거 깨달으면 빌런은 되지 않았겠죠.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환경에서 유일하게 영림은 그녀 또한 아무렇지 않아 했습니다. 그게 혜월의 역린을 건드린 듯. 혜성이 밤 하늘을 수놓은 밤. 혜월은 해선 안 될 짓을, 영림과 몸을 바꿔치기합니다. 약간의 오컬트 같은 설정이나 혜월의 아버지가 주술사(도사?)였다는 개연성은 넣어 놨습니다. 문제는 바꿔치기하는 방식이 너무 악랄하였다는 것이고, 영림은 사경을 헤매게 되죠. 몸 바꿔 치기는 무사히 실행되었습니다. 이제 영림은 혜월이 되었고, 혜월은 영림이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영혼? 서로의 몸에 인격이 전이되었다고 해야겠군요. 악녀 혜월은 이제 영림의 몸으로 꽃길만 걷게 되었고, 영림은 혜월의 몸으로 악녀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혜월은 대놓고 시궁쥐라 불릴 정도로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혜월의 몸에 들어간 영림은 과연 모든 이의 악의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황태자는 영림을 해치려 한 혜월을 굶주린 사자에게 던져 유무죄를 가리라고 합니다. 제정신? 



몸이 바뀌었다고 성격까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작품의 흥미 포인트는 여기에 있습니다. 너무나 허약해서 오늘내일하던 체질에서 건강한 몸이 된 지금. 스스로 걷고 밭을 갈고, 열심히 일해도 지치지 않는 지금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행복해합니다. 시중들 궁녀 하나 없이 쫓기고 쫓겨 궁 외곽 다 쓰러져가는 창고를 주거로 배정받아도, 울창한 풀 뿐인 마당을 보고도 좌절하지 않고 개간해서 약초를 심고 고구마를 심습니다. 집을 수리하고 고구마를 튀깁니다. 이전에는 해보지 못한 일들이 무척이나 신선합니다. 혜월에게서 온갖 괴롭힘을 당한 끝에 갈 곳마저 없어진 '리리'라는 궁녀에 의해 죽임 당할 뻔도 하였으나 성녀와 같은 자애로 등을 쓰다듬어 주는 영림(혜월의 모습으로)에 감복하여 사이가 좋아지는 장면들은 한편의 드라마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악녀라며 모두가 손가락질합니다. 먹을 것도 배정해 주지 않습니다. 죽든지 말든지. 혜월은 그만큼 악녀 짓을 해왔고, 그 업보는 오롯이 영림이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악녀 혜월의 모습이지만 영락없는 영림의 성격을 보여주는 그녀의 행동에 주변이 조금씩 감화되어 가는 장면들은 정말로 가슴 먹먹하게 합니다. 영림과 몸 바꿔치기한 혜월은 그 성격은 못 버리고 온갖 권력자에게 아양을 떨고 영림을 없애려 듭니다.



맺으며: 이 작품은 애니화 되어 이번 분기에서 방영 중에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넷플릭스에 2화가 올라와 있습니다. 필자는 이런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넷플에서 신작 찾다가 보게 되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2화가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습니다. 바로 라노벨 e북을 찾아보게 되었는데 이 역시 시간 가는 줄 몰랐군요. 중국풍 사극 형식으로 가상의 국가에서 황태자와 미래 비가 될 추녀 5명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듯하나, 혜월이라는 악녀의 등장으로 모두가 단결하여 혜월을 묵사발 내려 하지만 그로 인해 차별과 학대를 받는 영림(혜월의 모습을 한)의 모습은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모르게 하는 작가의 필력이 좋았습니다. 응당 받아야 될 처벌이지만 지금의 혜월의 몸에는 영림이 깃들어 있죠. 그래서 주변의 학대는 정당하면서도 영림(혜월의 모습을 한)이 오롯이 그 처벌을 받아야 하니까 부조리로 느껴지는 게 있더군요. 그래도 그에 굴복하지 않고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가고, 지금 살아 있는 것에, 살아가는데 기쁨을 느끼고 행복해하는 영림의 모습은 힐링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을 읽었을 때 벌써 마지막이라고?라고 하는 필자가 있었군요. 참고로 몸 바뀌었다고 주변에 얘기하면 되지 않나 하시겠지만 그거에 대한 장치도 있는지라. 이건 나중에 언급해 보도록 하고요. 영림의 약학도 나중에 언급해 보겠습니다. 영림의 몸에 깃든 혜월이 여전히 악녀 짓을 해대는 것도 흥미 포인트죠. 사실 결국 상냥한 영림에 감화되어 한패가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아무튼 장르가 여성향이기도 해서 영림 주변에 남자들이 모여들고, 그중에는 약사의 혼잣말의 진시와 같은 포지션도 있어서 이 또한 이야기 몰입 시키는데 일조하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다만 황태자는 이세계 물에 흔히 나오는 멍청이 용사와 같아서 이 캐릭만큼은 절대 영림(혜월의 모습을 한)과 엮이지 않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군요. 사실 1권 한정 영림이 고생하게 된 원흉이기도 하죠. 예 뭐 필자 추천작입니다. 저는 아무거나 추천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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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14 ㅣ 흔해빠진 직업으로 세계최강 15
시라코메 료 지음, 타카야Ki 그림, 김장준 옮김 / L노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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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주인공은 지구로 돌아왔습니다. 반 친구들도 같이요. 사실 작 초반(1권)에서 반 친구들의 행동을 보면 내버려두지 뭐 하러 같은 감상도 없진 않았으나 그랬다면 히로인들이 그를 따르거나 호감을 보이진 않았겠죠. 흔히 입은 거칠어도 속은 따뜻한 남자의 클리셰 같은 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시렁거리면서도 구해주고, 보호해 주고, 무기를 만들어주고 그랬으니까요. 그럼으로써 남사친이 있는 히로인들도 대거 주인공 하렘에 동참하고, 어쩌고저쩌고도 하고. 지구에 와서도 이어지는데, 그게 14권의 주된 이야기입니다. 행방불명된 선생님과 아이들이 1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당연히 난리가 나죠. 문제는 그 난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보다는 가십거리를 위해 개인 정보와 사생활은 무시되고, 사람들은 어른이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다고 선생님을 공격 해댑니다. 반 친구들 중 4명 정도는 돌아오지 못했거든요. 사람들은 비난할 대상을 찾습니다. 어른인 선생님이 대상이 되었습니다. 왜 똑바로 하지 않았냐고. 선생님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면서. 돌아오지 못한 4명은 빌런의 길을 갔다가 주인공에게 참교육 당했었습니다. 당연히 이걸 공표할 수는 없습니다. 이세계에 갔다는 것도 밝히지 못합니다. 자칫 정신병원에 가둬질 테죠.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아무리 빌런이라도 그들 부모에게는 알려야 합니다. 부모들은 치부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돌아온 고향은 이세계보다 더 지옥이었습니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본 작품은 4차원 개그물이라는 것입니다. 사실 필자가 바란 전개가 저런 것이었습니다만. 산전수전 다 겪은 주인공이 가만히 있을 리는 없죠. 전 세계적으로 인식 방해 마법을 걸고, 세뇌에 버금가는 인식 개조 같은 걸 해버려서 지금은 큰 트러블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지우지는 못해서 아니꼽게 보는 무리는 존재하고, 학교는 특별반을 만들어 이세계에 전이되었던 아이들을 몰아넣어 관리 중이죠. 근데 주인공과 히로인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어떻게 하면 더욱 꽁냥 거릴 수 있는지 연구하듯 부대끼고 19금 짓을 해댑니다. 집이 좁아 지하 깊숙이 아지트를 만들고, 밤마다 어쩌고저쩌고. 주인공 부모는 아들이 돌아왔나 했더니 몇 명인지도 모를 며느리들도 같이 온 것에 어안이 벙벙. 뮤라는 손녀까지 생겼습니다. 아침에 아들을 깨우러 갔더니 17살도 안 된 아들 방에 전ㄹ의 히로인들이 언급하기도 민망한, 필자는 그런 생활을 보고 싶었던 거 아닌데. 참고로 해당 장면 일러스트는 없습니다. 이세계에서 지구로 넘어온 히로인들의 좌충우돌 지구 생활도 그리고, 학교에 편입도 하고 쇼핑도 하고, 전철도 타보고 그런 생활도 이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히로인들이 주인공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보여줍니다. 작가가 2~3권 이후 부끄러움이라는 브레이크를 버린지라 부끄러움은 독자의 몫인 양 그런 장면들이 이어지죠. 일본은 일부다처제 허용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살아가려는지 궁금하기도 했군요.



맺으며: 부끄러운 대사와 개그를 여과 없이 그려놔서 청소년들이 보면 달달해서 미치겠다 그런 느낌이 들긴 할 겁니다. 나이 든 필자에겐 무상무념. 좀 아쉬웠던 건 세상의 악의를 좀 더 살려 16~7권까지 이어 갔더라면 어땠을까 입니다. 사람들에 질려 버리고 다시 이세계로 가버리는 것도 좋고, 외국이 히로인들을 노리고 특수부대를 보내온다든지(그래봐야 못 이김). 라노벨을 너무 많이 봤더니 이런 곳에서 폐해가 나오는군요. 아무튼 전형적인 클리셰일 수는 있으나 사실 이렇게 한 권을 할애하여 에필로그를 집필한 작가는 거의 없었던지라 이번 14권은 많이 기대를 하였었습니다. 근데 뚜껑을 열어보니 세상 악의는 주인공이 능력으로 찍어 눌러 버렸고, 히로인들과 꽁냥 거리는데만 집중을 해놨더군요. 돌아온 지구에 안식처는 없었다든지, PTSD를 겪어서 일상생활이 힘들다든지 이런 클리셰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현실은 히로인 신발장에 러브레터가 잔뜩 들어있고, 그런 히로인과 같이 지내는 주인공에게 도끼 눈뜨는 남정네들이 즐비하고, 예쁜 히로인에 코피 쏟는 여고생, 오토바이는 전봇대를 들이받는 4차원 개그는 필자와는 조금 맞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1년이나 죽을 만큼 고생을 했고, 빌런이지만 친구들이 죽는 걸 봤고, 지구로 돌아오니 세상 악의를 고스란히 받아야 되는 상황에서 저런 4차원 개그는 어쩌면 그들을 치유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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