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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고기를 먹고 있었더니 왕위에 오른 건 2 - S Novel
다켄 지음, 시바 그림, 김진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몬스터 고기는 먹는 것이 아니다. 이 세계의 상식이죠. 일단 드럽게 맛이 없고, 독이 있어서 토끼 다리살 조금이라도 먹으면 토하고 괴로워 미칩니다. 그러나 적응하면 힘을 얻죠. 주인공은 이렇게 강해졌고, 강해진 김에 왕위를 찬탈하고, 내친김에 이웃 나라 A도 접수하는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선왕(주인공 아버지)파였던 아버지를 재끼고 자신을 도와준 메인 히로인 '프라우'를 왕비로 맞아들였고요. 나중에 헌드레드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거듭나는 용병 나부랭이들에게도 몬스터 고기를 맥여서 인간병기로 만들고, 백성들에게도 장려해서 온 나라가 몬스터 고기 파티를 벌입니다. 결과 시골 촌 동네 이름 없는 나라가 무력으로 순식간에 세계에 이름을 떨치게 되었죠. 뭐 그래봐야 주변 나라들은 반신반의하지만요. 그러다 코피 터지기도 하고. 이러니까 당연하게도 궁금해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 오늘은 대륙 중앙에 있는 어떤 나라의 왕녀 '카밀라'가 소문이 자자한 주인공을 뵈러 찾아왔습니다. 문안 인사는 아니고요. 본국에서 있을 자리가 없어 주인공 나라를 접수하러 왔다나 어쨌다나.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엄청난 미인이라는데 일러스트가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고, 성격이 끝내줍니다. 오만 방자하고,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대뜸 목을 따고, 입이 험해서 친구 하나 없다고 합니다.
얼마나 성격이 안 좋으면 혼기가 찼는데도 누구 하나 데려가는 사람이 없을 정도죠. 하지만 잘못 찾아오셨습니다. 설마 진짜로 주인공 나라 사람들이 몬스터 고기 먹고 강해졌을까. '카밀라'는 실력파에 기교파로서 세계에 내놔도 뒤떨어지지 않는 실력을 가졌습니다만, 주인공 나라에서는 뭐 그냥 멍석말이 신세일뿐이죠. 주인공이 외출했다가 돌아와 보니 부하들이 그녀를 멍석말이해서 구석에 처박아 놨네요. 이걸 어쩐다. 돌려보내자니 적(이웃 나라)의 전력을 보존해 주는 꼴이고, 놔두자니 보릿자루고. 그때 재상이 아이디어 하나는 내죠. 측실로 맞아들이세요. 아니 아무리 시골 촌구석 나라지만 정보는 들어온다고? 성격이 파탄 나서 대국과 연줄을 만들기 위해 혈안인 나라들도 기피하고, 본국에서조차 시집갈 곳이 없어 방치 플레이 중인 불량 채권을 주인공 보고 처리하라니. 이것들 왕을 뭘로 보는 걸까. 하지만 기본 실력은 있으니 몬스터 고기를 맥이면 더 강해져서 나라에 보탬이 되고, 나아가 건강한 2세도 낳아 대대손손 강한 나라를 유지할 수 있다는 둥 실리를 찾는 부하들의 성화에 못 이겨 측실로 맞아들이는데, 여기서 웃긴 건, 카밀라의 반응.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서 언급은 힘들지만, 그녀는 주인공을 깔보고 있었죠. 그녀도 실리를 찾아 측실에 합의를 하지만, 곧 후회하는 게 최대 포인트.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측실을 더 들이자는 의견이 모아져 전 세계에 비(측실) 선발전 개최를 알리는데....
맺으며: 몬스터 고기를 먹으면 힘을 얻습니다.라고 하면 보통 우리가 아는 스킬이나 능력치를 생각하잖아요. 필자는 순수했던 겁니다. 밤 일도 능력이고 힘이라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군요. 이 작품의 주인공은 힘에 이어 절륜도 얻었습니다. 이전에 LV2부터 치트였던 전직 용사 후보 리뷰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은 거기서 한 술 더 뜹니다. 자세한 건 스포일러에다가 19금 요소라서 언급은 힘들지만, 결혼을 했으니 가정을 꾸리고 자손을 잉태하는 건 당연할 것입니다. 근데 서브컬처에서는 등장하는 캐릭터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독자들이 많아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죠. 그러나 이 작품에서 필자가 언급한 여기서 한 술 더 뜬다는 의미는, 주인공이 너무나 절륜해서 히로인들이 넉다운 된다는, 그리고 회임(임신)이라는 인간 본능에 대한 부분을 자극하는 필력이 제법 좋다는 것입니다. 물론 성인 동인지 같은 변태적인 표현은 절대 아니며, 2세를 낳기 위한 과정에서의 가십거리고,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들을 보여 주죠. 하지만 주인공을 피하는 히로인들은 제법 흥미롭습니다.
이번 2권의 히로인 '카밀라'의 경우도 기세 좋게 쳐들어 왔다가 여러모로 고생을 많이 하죠. 하지만 실리를 챙겨 성공한 엄마가 된다는 이번 2권에서 최대의 흥미 포인트가 되니 놓치지 마세요. 그리고 1권 리뷰에서 주인공의 스승이 주인공 앞 길을 막을 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하였었는데, 스승도 꽤나 충격적인 행보를 보여주며 필자의 해석을 완전히 뭉개버렸군요. 사실 성인 동인지에서 나올법한 이야기인데, 그런 느낌 들지 않게 조절 잘하는 작가의 능력이 좋습니다. 원래 장르가 개그에 가까운 작품인데 필자가 너무 깊게 생각한 듯. 아무튼 주인공의 마음속 딴지 걸기는 예술에 가깝습니다. 늘 일을 저지르는 부하들과 주변, 일을 키워가면서 주인공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다 보니 주인공은 언제나 휘둘리기만 하죠. 나쁜 쪽이 아니라 개그 쪽으로요. 왕은 원래 그래야 된다면서 부하들이 몬스터 고기만 맥이려 하니 미칠 지경이고, 도시로 몰래 잠행 나가서 평범한 고기 먹으려다 실패하는 등 이런 소소한 개그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합니다. 히로인들도 원래 인간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난, 순화해서 표현해도 매드 사이언티스트밖에 생각나지 않는 그런 존재들이 가정을 꾸려 가는 모습들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모성의 대단함을 엿볼 수 있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