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전쟁 이야기 - Faust Box 이야기 시리즈 29
니시오 이신 지음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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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솔직히 뭔 말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니시오 이신 작가의 작품이라면 다들 믿고 본다고는 하는데 필자에게는 맞지 않았습니다. 전쟁 이야기라고 해서 우리가 아는 war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밀리터리 작품 나왔나? 1차원적인 생각으로 구입했는데, 작가의 성향을 알면서도 낚였던 것이죠. 미리 말씀드리면 다 읽지 않았습니다. 후반에 가면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죠. 첨언하자면, 재미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야기 자체는 체계적이고 조사를 엄청 많이 했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이 묻어날 정도로 고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노력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필자 같은 1차원적인 독자들은 해석이나 독해 등에서 따라가지 못해 주저앉게 된다는 것이지만요.



주인공은 경시청 소속의 경찰로서 미국에 파견되어 FBI에서 연수하는 초엘리트입니다. 여친은 펀드매니저로서 잘나가는 화이트 컬러죠. 둘이 결혼했는데, 여자 성(姓)을 왜 남편 성(姓)에 따라야 하냐는, 우리로서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초반을 장식합니다. 그러다 신혼여행지를 어디로 정할지, 간다면 어떻게 갈지, 그 지역에 관한 역사라든지, 참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 갑니다. 필자는 일본 젊은이들의 자화상을 그리나 했습니다. 둘 다 결혼 적령기의 나이대이기도 하고. 그래서 파릇파릇하고 청춘을 갈구하는 10대의 이상(理想)이 아니라 20대의 현실을 그리고 있죠.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장면이 바뀌면서 여우귀 소녀가 나오기 전까지는요. 주인공의 망상인가 했습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니까요. 생각이 많아지겠죠. 그래서 어릴 적 이상( 理想) 속에서 그려왔던 상상이 지금 뇌내 망상으로 표출되지 않았나 싶었는데요. 그게 아니었습니다. 여우귀 소녀만이 아니라 여러 토지신(?)도 나오면서 현실적인 이야기가 판타지로 바뀌어 버립니다. 뭐 20대도 아직 이상(理想)을 꿈꿀 수는 있겠죠. 있겠습니다만, 필자는 여기까지 읽었습니다. 뒤로 뭐가 나오는지 솔직히 흥미가 떨어져 접었습니다. 사실 여우귀등 판타지 속 인물들은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중요 요소이긴 한데... 이런 애들로 다른 지방에 가서 전쟁이라도 치른다 해서 전쟁 이야기로 제목을 정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여동생은 곰과 싸웠다고 합니다. 요즘 일본에서 곰 문제로 시끌시끌하죠. 뜬금없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맺으며: 일본 지명과 역사로 도배 되어 있어서 외국인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상당히 부족합니다. 작가가 그랬는지 아님 번역되면서 번역가가 각주로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괄호로 따로 설명은 잘 되어 있어서 이해는 잘 되었는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집니다. 역사에 대해 조사도 많이 하고,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여우귀 소녀 같은 판타지 요소도 적절히 섞어 지루하진 않았는데 어째서인지 필자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일본색이 너무 짙어서 그러나. 지명에서는 사실 어디 어디라고 해도 우리나라라고 하면 대충 머릿속에서 어디인지 그려지는데, 일본 지명은 솔직히 오타쿠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부분 아닌가 싶죠. 역사도 그렇고요. 옛날에 어디 어디 지방끼리 싸웠네 어째내 해봐야. 그렇담 왜 구입했냐고 할 수 있겠는데, 뭐 필자의 무지라고 해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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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늑대와 양피지 07 - 늑대와 향신료의 새로운 이야기, Extreme Novel 늑대와 양피지 7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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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내 뜻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돈 독 올라 백성들의 고혈을 쪽쪽 빨아먹는 교회를 개혁하겠답시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더니 가만히 앉아 당하지 않겠다며 교회는 나랑 전쟁 해볼텨? 이럽니다. 뭐 교회도 운영하려면 돈이 들고, 포교하러 전국 방방 곳곳을 돌아다녀야 하니 이 또한 돈이 들겠지. 먹고 자고에도 돈이 들어가고.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게 뜯어간다는 것, 진짜 문제는 자신의 뜻과 다르면 죄다 이교도로 몰아 처단한다는 것. 신문물도 교회의 입지에 금이 가게 하면 이교도로 치부. 더욱 큰 문제는 그거에 연루되면 사람들이 죽는다는 것. 그러니 교회에 대한 인식이 좋을 리 없고, 그러해서 콜은 가만히 있어도 온천장을 물려받아 밥 굶을 걱정 없이 살 수 있었음에도 분연히 일어나 속세로 나왔었습니다. 그 용기에 보답하듯 세상 사람들은 조금씩 콜을 여명의 추기경으로 추앙하기 시작하였죠. 영향력도 꽤 높아졌습니다. 뭐 사실 한낱 시골뜨기가 교회 개혁을 부르짖어 봐야 얼마나 먹히겠습니까. 운 좋게도 윈필 왕국의 왕녀 하이랜드의 조력을 받고 있다는 것. 로렌스와 호로의 딸 뮤리가 곁에서 지혜를 빌려주고 여러 위험에서 구해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교회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윈필 왕국과 여명의 추기경이라 불리며 세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콜의 위세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진 교회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물론 콜과 왕녀 하이랜드는 전쟁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백성들에게서 단물 쪽쪽 빨아먹으며 배를 뒤룩뒤룩 살찌운 교회가 하루아침에 그만둘 리가 없을 테죠. 것보다 차라리 쟤들(콜 일행)을 없애버리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런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하지만 이쪽엔 엄마 호로에게 뒤지지 않는 지혜를 보여주는 뮤리가 있다는 것이죠. 거기다 동물과 소통도 가능해서 온 동네 들개와 하늘을 나는 새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도 있습니다. 그래도 전쟁까진 바라지 않는 콜. 교회를 달래주기 위해 신대륙이라는 먹이를 던져 주려 사방팔방 돌아다녀보지만 아직은 환상에 불과한 신대륙. 그렇다면 비폭력으로 교회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실 예전부터 콜은 교회어로 되어 있는 성서를 세속어로 번역해서 널리 퍼트리는 작업 중이었죠. 성서를 쉽게 접하면 하느님의 뜻을 알 테고, 그렇다면 지금 교회가 저지르는 일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교회가 한발 더 빨랐군요.



이 세계는 인쇄술이 극도로 낙후되어 있어서 책은 필사(사람이 일일이 베끼는 일)로만 이루어져서 한 권 필사하는 데 몇 달이나 걸린다는 게 문제였죠. 7권 동안 올 동안 꽤 많은 성서 번역본을 세간에 퍼트렸고, 거기에 감화되어 많은 이들이 콜에게 동조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입장에서는 눈에 가시지만요. 이번 7권에서는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성서 번역본을 찍어내느냐를 다루고 있습니다. 문제는 교회가 먼저 이 생각을 했다는 것이고, 그러해서 인쇄술을 발달 시키는 건 이단으로 간주해버렸죠. 교회는 인쇄 직인(장인)들을 죄다 잡아다 요단강 건너로 보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진짜 이 작품에서 교회는 만악의 근원으로 나옵니다. 자신들의 뜻에 반하면 이교도가 되고, 유일 신(神)은 하느님뿐이라며 호로 같은 토속신(神)은 이단으로 간주해서 전쟁을 치러가며 말살 중이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사장된 인쇄술을 찾아 성서 번역본을 대량으로 양산하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진짜 뜻을 알게 되면 교회의 부정을 가만히 두고 보진 않을 테니까요. 이미 콜의 의지에 감화되고, 동조해서 개과천선한 교회(지부)도 다수 존재하기도 합니다. 거기에 쇄기를 박는 게 성서 번역본 대량 양산인데...



맺으며: 누구야. 이세계에 가서 신문물을 아무런 어려움도 없이 퍼트리는 넘이. 이번 7권을 읽고 이런 느낌이 들었군요. 지식이 있다고 해서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성서 번역본 대량 생산을 위해 인쇄라는 신기술을 발견했지만 인쇄술이 발달하면 신규 일자리가 늘어남과 동시에 잃는 직장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그래서 무작정 신기술을 선보여도 되나 같은 철학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철학이 밥 먹여주는 건 아니겠죠. 걸핏하면 하느님을 들먹이며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교회의 방해가 들어오는 건 당연지사, 그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살얼음판을 걷듯 대항해 나가는 콜 일행이 참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뮤리는 얼빠진 오라버니(콜) 곁에서 지혜를 빌려주지만 엄마 성격을 고대로 물려받아 먹는 걸 억수로 밝히고, 콜(호로는 로렌스를)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여간내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줍니다. 만, 아직은 콜이 지식(지혜 말고)에서 뮤리보다 약간 앞서 나가고 있어서 로렌스와 다르게 고삐를 쥐고 있긴 하죠. 뮤리는 그러거나 말거나 일전 사건을 해결하며 꿈에도 그리던 기사가 되었는데 어디서 삘을 받았는지 기사 무용담을 쓰겠다며 틈만 나면 거기에 집중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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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계 종언의 세계록 3 - 치천의 여신, Novel Engine 세계 종언의 세계록 3
사자네 케이 지음, 이승원 옮김, 후유노 하루아키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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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다들 300년 전 세상을 구한 영용 엘라인을 닮았다고 합니다. 내(주인공)가 봐도 닮았습니다. 하지만 원본 영용보다 힘과 능력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얼굴만 판박이라고 비아냥 듣고, 괴롭힘도 많이 당했습니다. 친구도 없습니다. 있는 친구라곤 나 이외엔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정령 샐러맨더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눈여겨본 사람은 있었습니다. 300년 전 영용 엘라인과 손을 잡고 미지의 적을 맞아 종언 전쟁을 치렀던 삼대희중 하나 천사 '피아'. 주인공에겐 학교 선배입니다. 피아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뻤을까. 300년 전 인연을 다시 만났으니. 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어서 얼마나 실망을 했을까. 그래도 주인공의 여행에 동참하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종언의 섬에 가기 위해 들린 천계에서 피아는 목격합니다. 주인공 렌의 진짜 마음을. 인간계 최대 파벌에 의한 천계 내습.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천사들을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오로지 구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상대도 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파벌을 막아서는 렌. 피아는 상처를 입으면서도 싸워주는 그에게서 300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사모와 신뢰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이번 3권은 300년 전 영용 엘라인과 삼대희가 힘을 합쳐 미지의 적을 맞아 최종전일 치렀다는 종언의 섬에 가기 위한 두 번째 여정을 그립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찾고 있는 앙코르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그래서 섬에 가기로 했지만 열쇠 3개가 필요합니다. 300년 전 종언의 전쟁이 있은 후 섬은 여신, 용제, 마왕에 의해 봉인되었거든요. 첫 번째 열쇠는 용제 카르라에게서 받았고, 두 번째는 천계 여신에게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는 현 마왕이 가지고 있고요. 이번 3권에서는 두 번째 열쇠를 받기 위해 천계로 왔다가 같은 열쇠를 노리는 인간 최대 파벌의 습격을 받습니다. 천사 대응책을 가진 파벌에 의해 천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얘들 친하게 지내지는 않는가 봅니다. 주인공은 쓰러져 가는 천사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파벌 앞을 막아섭니다. 가짜 영용 소리 들으면 어때. 나는 나이고, 눈앞에 도움을 바라는 이가 있다면 기꺼이 손을 내밀 것이다. 힘은 개뿔도 없지만. 사실 영용은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절대 강적을 만나 주인공처럼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피아의 무한한 신뢰와 사모의 마음을 얻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겠죠.



그리고 정령의 성지. 평범한 인간인 주인공이 어째서 정령을 소환할 수 있고, 정령술을 쓸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어서 정령의 성지로 향합니다. 그리고 주인공과 똑같이 세상으로부터 억까 당했던 성녀를 만나죠. 정령은 평범한 인간들에겐 보이지 않습니다. 어릴 적 정령과 놀던 성녀는 혼잣말하는 광녀 취급을 받았었죠. 주인공도 영용 엘라인과 닮았다는 이유로 세상으로부터 배척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럴까 성녀는 주인공을 만나자마자 10년 묵은 친구처럼 되어 버립니다. 이것이 사망 플래그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그리고 그 우려에 보답하려는지 고위 악마와 미지의 존재가 성지를 습격합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심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주인공은 힘이 없어도 누군가를 지키려 애쓰고 있죠. 그런데 누군가가 자신을 희생해서 자신(주인공)을 지켜 준다면? 미지의 존재가 내 쏜 광선으로부터 주인공을 지키기 위해, 약하지만 강한 마음을 품고 몸을 내던져 주인공을 지키고 바스러지는 그 누군가에게서 주인공은, 자신이 강하지 않아서, 강해지기로 마음먹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그 순수하고 착한 마음. 힘을 원하나? 여기서부터 진짜 영용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맺으며: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고, 가는 곳마다 히로인들이 늘어납니다. 정령의 성지에서 만난 성녀도 주인공에게 우호적입니다. 왜냐면 성지를 반파 시킨 적으로부터 구해주었거든요. 천계도 반파되더니 정령의 성지도 반파되어 버렸는데 주인공은 가만히 있는 게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신도 주인공을 좋아하게 되었고. 성녀도 뭐. 이런 주인공이 어째서 학창 시절엔 친구 하나 없었을까. 세상 억까도 이런 억까가 없을 듯. 아무튼 천계의 이야기보다 정령의 성지에서 미지의 적을 만난 주인공이 마음을 성장시키는 이야기는 정말로 흥미진진하고 여운을 남깁니다. 원래라면 평범한 인간에게 힘을 빌려주지 않는 정령이 어째서 주인공 곁을 맴돌고 힘을 빌려줄까. 3권에서는 그 편린을 보여줍니다. 히로인들뿐만 아니라 정령들도 주인공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그의 올곧은 마음. 필자는 이런 이야기 정말 좋아합니다. 어떤 작품에서 주인공이 이런 말을 했죠. 힘이 없다고 사람을 안 구하나? 본 작품의 주인공은 힘이 없어도 사람들을 구하려 애쓰죠. 이 과정에서 힘도 없는 주제에 나댄다 같은 발암적인 요소는 없는 게 본 작품의 특징이죠. 아무튼 세계 종말 같은 여로 복선이 있지만 그런 이야기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역경을 이겨내게 하는 과정(클리셰)이라서 크게 언급은 안 했습니다. 히로인들이 모여드는 것도 클리셰지만 그렇다고 저렴하게 느껴지지 않을게 매력이기도 했군요. 역경을 이겨내며 서로 간 신뢰를 쌓고, 사모하는 마음을 키워가는 청춘 드라마 같은 이야기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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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재와 환상의 그림갈 19 재와 환상의 그림갈 21
주몬지 아오 / NT노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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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좀 된 이야기지만, 오르타나는 오크떼에게 궤멸되어 버렸고, 주인공에게 있어서 그나마 희망이었던 스승은 오크들에 의해 갈기갈기 흩어져 버렸습니다. 사람 목숨 참 허무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주인공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이세계에서 이세계로 넘나들며 그래도 처음 소환된 땅에 애착을 느껴 오르타나로 돌아오던 주인공 일행은 빈말로도 즐거운 여행이 아니었죠. 메리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시궁창과도 같았던 이세계 인생에서 그래도 빛과 같았던 메리는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때 오크에게 당했을 때 메리의 몸을 누군가가 차지해버렸습니다. 그래도 살아났으니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주인공과 같이 했던 기억도 대부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덮어둔 채 이들은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그 끝을 맞이한 건 드워프 광산 마을을 지났을 때. 드워프 광산 마을을 궤멸 시킨(아마도) 포르간인지 뭔지 외팔이 애꾸눈이 부대를 이끌고 주인공 일행을 쫓아온 것입니다(아마도). 애꾸눈은 예전부터 주인공 일행과 인연이 있었죠. 나쁜 쪽으로요. 그 인연에서 도망친 주인공 일행을 없애기 위해 쫓아온 그에게 주인공 일행은 도륙되어 버렸죠. 본 작품은 꿈도 희망도 없습니다. 있던 게 가출한 게 아닌 원래부터 없었죠. 18권 말미에서 그 없던 꿈도 애꾸눈에게 흩어져 버렸습니다.



이번 19권에서는 세계 멸망을 그립니다. 메리는, 매리 몸 안에 있던 어떤 존재가 깨어나면서 주인공과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세카이슈(세계종)가 범람하여 세상을 삼키기 시작합니다. 쿠자크와 세토라는 애꾸눈과 싸우다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겉멋에 살던 란타는 얼굴에 큰 흉터를 남기게 되었지만 살아남았습니다. 유메는 멀쩡합니다. 시호루는 어딘가로 가버렸습니다. 주인공은 한층 더 음침한 넘이 되어 버렸습니다. 주인공은 왜 메리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을까.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에서 둘만큼은 꿈이 피어났었고, 희망을 간직하게 되었었는데, 메리는 더 이상 메리가 아니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때 오크에게 당하고 되살아 났을 때부터 아니긴 했지만. 세상은 멸망을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세카이슈는 유명한 인물이든 아니든 평등하게 죽음을 내리기 시작합니다. 간신히 살아남아 오르타나로 향하는 주인공은 메리를 놓아 버린 것에 후회의 마음뿐이고, 좋은 일 하나 없는 지금의 시간에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 갑니다. 란타는 여전히 겉멋에 떠들고 유메는 4차원 대사만 늘어놓습니다. 그나마 이 둘이 있어서 분위기는 밝습니다. 하지만 미래는 그리 밝지 않습니다. 어딜 가든 세카이슈 투성이고, 한 발 잘못 디디면 말미잘에 붙잡힌 물고기 꼴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맺으며: 세카이슈란 무엇인가, 세계를 정화 시키는 장치인가? 꿈도 희망도 없는 세상 따위 다 리셋 시켜주마 하고 나타난 건가? 그야 평등하게 모든 생물을 집어삼키고 있으니까. 그런 느낌의 19권입니다. 주인공 일행의 이야기는 많진 않고, 오르타나에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세카이슈에 대항하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이야기를 참 시리어스하게 풀어 놓고 있습니다. 살기 위해 힘을 합치지만 되는 게 없는 현실을 보여주죠. 세카이슈는 홍수와 같은, 끈적한 타르 같은,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분간도 힘든 무언가입니다. 그 무언가가 선사하는 미지의 공포? 그런 이야기입니다. 아무튼 사실 필자는 주인공이 메리를 찾아가서 어떻게든 현 상황을 개선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습니다만, 가령 메리를 되찾아 온다든지? 이런 전개는 너무 클리셰적인가. 꿈도 희망도 없는 작품에서 너무 많은 것을 바라서는 안 되겠죠. 메리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작가는 새로운 히로인을 투입하면서 또 다른 희망을 찾습니다. 이러면 아주 골 때리게 되는데, 쿠자크와 세토라의 일도 있고. 이들의 인연이 계속되는 20권이 상당히 기대되는 19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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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방패 용사 성공담 16 방패 용사 성공담 16
아네코 유사기 저/박용국 역 / 노블엔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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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노예로 전전하다 흘러든 슬럼가에서 오늘내일하던 호랑이 남매를 구해주었던 주인공. 그 은혜를 갚으려는지 주인공의 방패가 되고자 했던 남매 중 여동생 '아트라'. 너무 올곧아서 주인공을 신봉하다 못해 신(神)으로 떠받드는 등 좀 고지식한 면도 있었죠. 그렇게 줄곧 사망 플래그를 뿌려 대더니 결국 15권에서 하늘의 별이 되고 말았습니다. 두 번째 수호수 봉황전에서 간신히 합을 맞춰 처치하나 했더니 방해가 들어왔고, 봉황은 자폭기를 시전하였죠. 전멸의 위기. 아트라는 몸을 불살라 모두를 지켰습니다. 재로 변해가면서 아트라는 주인공에게 유언을 남겼습니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라고. 곁에 있는 히로인을 소중히 하라고. 작가는 이렇게 메인 히로인 급을 과감히 탈락 시키며 주인공에게 마음의 성장을 가속 시킵니다. 그동안 빗치(제1 왕녀)에게 속아 인간 불신(특히 여성에 대한 불신)에 빠져 오는 호의를 메시가 감탄할 정도로 쳐내버렸죠. 이제 마음을 정할 때가 왔습니다. 하지만 여느 작품의 주인공이 다 그렇듯, 본 작품 주인공도 동정(추정)이다 보니 여자의 마음을 너무 모른다는 것, 여기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지면상 생략하고요. 아무튼 정신을 차리고 봉황전에 개입해 자폭기를 시전하게 했던 범인을 찾아야 합니다. 찾아서 육형에 처해야만 하죠.



이번 16권은 범인 찾기입니다. 그러나 그 범인이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주인공 일행이 고생고생해서 구석으로 몰았던 봉황을 단 일격에 꿰뚫었을 정도니까요. 자, 여기서 한 가지 설정 구멍이 발생합니다. 주인공은 본인들이 고생한 봉황을 범인은 단 일격에 꿰뚫었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머리에 피가 쏠려 시야가 좁아졌는지, 작가가 미처 그거까지 생각을 못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범인은 쉽게 특정이 되었고 있는 곳으로 쳐들어 가죠.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주인공 일행은 썰려 나갑니다. 범인을 잡아서 육형에 처하겠다고 벼뤘는데 오히려 주인공 본인들이 육형에 처해질 판이죠. 범인은 너무나 강했습니다. 주인공은 방패 능력까지 빼앗겨 버립니다.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주인공에게 벌이 내려지죠. 잃은 슬픔을 겪었으면 신중해야 하건만, 주인공 일행 모두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어떻게든 도망치는 와중에 누군가가 또 희생해야만 이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을 들게 합니다. 그 역할로 누굴 선택해야 할까. 많은 인물이 있지만, 임팩트가 있는 인물이 해야 주인공으로 하여금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독자들에겐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바로 옆에 있잖아요. 아트라만큼이나 마음을 부딪히지만 보상받지 못하고 있는 인물.



맺으며: 주인공은 호되게 당하고 나서야 깨닫는 타입이기도 하고, 배우는 게 늦군요. 그래서 늘 주변 인물들이 고생을 합니다. 문제는 고생으로 끝나면 다행인데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군요. 사실 이전까진 지분이 높은 인물 중에 목숨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작가가 작정을 했는지 지분이 높은 인물들을 희생 시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아트라를 보내고, 이번에도 지분이 높은 인물이 별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고 나서 주인공으로 하여금 각성하게 하고. 뭔가 좀 옛날 복수극 영화를 보는 듯했군요. 아무튼 이번 16권에서 최대의 변화라면 주인공의 마음의 변화가 아닐까 하는군요. 그동안 여성 불신에 빠져 '라프'라는 식신(메인 히로인 라프타리아 머리카락으로 만듦)만 죽어라 예뻐하고 히로인들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었죠. 머리카락을 제공했던 라프타리아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고. 그러던 게 이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거까진 좋은데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동정(추정)은 뭘 해도 안 되는 것입니다. 이게 좀 웃기면서 안타까웠죠. 하지만 각성하고 나서 제정신으로 돌아오더니 이제야 남녀가 어떻게 사귀는지 깨닫는 게 인상적이었군요. 지금은 범인도 없애야 하고, 파도도 막아야 하고 해서 경황이 없지만, 일단 한숨 돌리게 되면 주인공과 히로인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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