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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녀와 용병 02 - S Novel+ ㅣ 마녀와 용병 2
초호키테키 카에루 지음, 카나세 벤치 그림, 정대식 옮김 / S노벨 플러스 / 2025년 4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오늘을 돌이켜 보고 웃을 수 있게" 세상 밖으로 나와 걸음마를 떼고 스스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마녀 '시이셔'에게 용병 '지그'가 이렇게 조언해 주었습니다. 차별과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넘어온 마녀 시이셔는 평범한 모험가가 되어 세상에 녹아들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게 낯설고 다음 문(새로운 인생)을 여는 게 두려웠던 마녀는 지그의 도움으로 용기를 내어 모험가의 문을 두드렸고, 원래 마녀라는 치트키를 가지고 있긴 하였으나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마물을 조사하는 조사단에 합류하여 기습적으로 몰려오는 마물 군단을 막아내며 많은 모험가를 구하기도 했고요. 배우는 게 빨라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돈을 벌게 되었고, 낯을 엄청 가리면서도 사람들과 친해지길 마다하지 않아 지금은 임시지만 파티를 맺기도 하였습니다. 마녀는 신대륙으로 넘어와서 비로소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죠. 이제 그녀가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지그는 아빠와 같은 마음으로 마녀를 바라봅니다. 사실 그는 지금의 마녀가 양지로 나와 걸을 수 있게 된 공로자라 할 수 있습니다. 신대륙으로 넘어가는 걸 조언했고, 200살이나 먹었지만 세상 물정 어두운 마녀에게 세상 살아가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말들을 건넸고, 가본적 없는 길이 무섭지 않게 뒤에서 같이 걸어가 주었습니다.
아침이 힘겨운 마녀를 깨워주고, 못된 놈들이 들러붙지 않게 견제도 해줍니다. 마녀는 엄청 미인이거든요. 지그는 덩치가 엄청 커요. 그에 맞게 무기도 엄청나죠. 마음만 먹으면 나라도 멸망 시킨다는 마녀를 순식간에 제압할 정도니까요. 물론 지그도 어떤 치트를 가졌긴 하지만 완력이 천하장사고, 덩치에 맞지 않게 날렵하고, 싸움에 돌입하면 전술을 짜는 지혜가 남다릅니다. 그리고 허를 찌르는 만행을 잘 하죠. 그의 정보를 얻기 위해 다가온 안대녀(엑스트라 이상, 히로인 미만)가 무슨 짓을 저지르려 하자 설사약을 먹여 사면초가에 빠트린다든지, 지그가 뒷골목에서 약장사한다고 오해한 백발녀(히로인 이상, 메인 히로인 미만)와 진짜 치열하게 싸우다 그녀 얼굴을 부러진 칼 손잡이로 뭉개서 기절 시키는 에피소드는 매우 흥미롭죠. 얼굴에 퍼런 멍이 든 채 지그를 찾아와 오해를 푸는 장면도 백미고요. 이번 2권에서는 백발녀의 의뢰를 받아 어떤 사건도 해결하는 등 그녀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사실 마녀가 메인 히로인일까 했습니다만, 2권에서 마녀는 다른 사람과 임시 파티를 맺고 마물 사냥을 떠나면서 메인 히로인 자리에서는 멀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지그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안대녀를 다시 만나 또다시 설사약을 먹일 기회가 찾아오고, 백발녀의 의뢰를 받아 어떤 사건을 해결하러 나섭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2권의 이야기. 마녀를 모험 보내고 도시를 돌아다니던 지그는 모험가들을 죽였다는 누명을 씁니다. 사실 지그는 악운이 항상 따라다닙니다. 마녀 시이셔에게 들러붙어 먹는 기둥서방으로 오해한 모험가 길드 접수원에게 악의적인 말을 듣고, 백발녀에게 느닷없이 두들겨 맞고, 도시 마피아에게 찍히고, 이번엔 죽은 모험가의 동료들에게 다굴 당합니다. 복수랍시고 전혀 상관없는 지그를 둘러싸고 몰매를 놓죠. 그중에는 이번 2권 히로인들인 빨간 머리와 파란 머리도 있습니다. 둘이 협공을 하며 지그를 몰아붙이는 솜씨가 남다릅니다. 하지만 용병으로 잔뼈가 굵은 지그에게 있어서 본 실력은 아직. 작가는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합니다. 사람 다리를 붙잡아 나무 몽둥이처럼 휘두르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지그가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자라고 봐주지 않습니다. 머리 쪼개지면 뒤는 없는 게 이 바닥이죠. 하지만 작가는 빨간 머리와 파란 머리는 히로인 이상 메인 히로인 미만으로 결정 해둔 모양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포인트는 싸움이 끝난 후입니다. 다름 아닌 빨간 머리와 파란 머리의 "처우". 누명을 씌우고 죽이려 했으니 몸으로 갚아야죠. 지그는 악운이 따라다니지만 악운 뒤에는 항상 행운이 따라옵니다. 백발녀도 그렇고, 악운으로 맺어진 인연을 만들어가는 게 참으로 흥미롭죠.
맺으며: 마녀: 혼자 먹는 밥이 맛없게 느껴진 게 언제부터 더라? 지그: 언제부터 마녀가 있는 곳이 돌아갈 곳이 되었지? 이번 2권을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당연함". 둘이 있는 게 당연하고, 같이 밥 먹는 게 당연하게 되었습니다. 같이 쇼핑을 하고, 마물 사냥을 떠나고. 장비를 사러 돌아다니고. 외식을 하고. 둘이 같이 있는 게 당연한 세상. 언제부터? 지그는 마녀의 머리를 서툰 솜씨로 빗겨주고, 그 손길에 몸을 맡기고 꾸벅꾸벅 조는 마녀. 세상의 악으로부터 방파제가 되어주는 지그에게서 아빠의 그림자를 엿보고(필자 각색, 그런 느낌?), 가본 적 없는 길을 떠나는 자식이 무서워하지 않게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아빠 같은 지그? 둘의 사이를 표현 하라면 이런 느낌인데, 서로 의식하게 된 시점에서 부녀의 사이보단 연인 사이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부녀 사이로 언급한 건 둘의 성격이 그렇다는 뜻이고요. 마녀에게 있어서 지그는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자 마음을 맡길 수 있는 사람. 지그는 마녀에게 해를 끼칠 거 같은 악의를 용서하지 않으려는 마음과 그럴수록 마녀의 앞길에 발목을 잡는 게 아닐까 하는 고뇌를 하기 시작하죠. 아무튼 빨간 머리의 등장에 견제를 시작하는 마녀가 귀엽기도 합니다. 백발녀는 등장할 때마다 지그에게 악운을 던져주고, 안대녀는 또 설사약 먹을까 전전긍긍하는 게 조금은 웃겨 줍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개그를 적절히 배치하여 질리지 않게 해주고, 지그의 전투신을 매우 리얼하게 표현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해주었습니다. 1권 리뷰에서 마녀와 모험가라는 괴리감에 혹평을 했습니다만, 2권에서 마녀라는 키워드를 빼고 읽으니 읽을만했습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안정되면서 몰입이 쉬웠군요. 어쩌면 1권과 이야기 순서를 바꿨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랬다면 혹평까진 안 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