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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을사람입니다만, 문제라도? 04 ㅣ 마을사람입니다만, 문제라도 4
시라이시 아라타 / S노벨 플러스 / 2018년 8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본 작품은 이세계 전생물입니다. 주인공은 열 일하는 트럭에 치여 이세계로 전생했던가 그럴 거고, 전생하고 보니 마을 사람 A였죠. 처음엔 그에 따른 불평등도 있었지만 그런 건 소소하고, 문제는 소꿉친구인 '코델리아(메인 히로인, 이하 여주)'의 생사 여부였습니다. 본 작품은 전생물의 트레이드 마크인 전생자에게 주로 내려지는 용사라는 직업이 특이하게도 이세계인에게 내려지고 있었죠. 동서남북 4명이 존재하고 여주는 동쪽의 용사던가 그럴 겁니다(1~3권 읽은 지 오래돼서 기억이 가물가물). 사실 이것도 중요한 건 아니고요. 주인공이 처음 이세계에 도착했을 때 엄청 허접했었고, 그에 따라 여주를 지키지 못해 그녀가 사망해버리는 비극을 맛봤고(아마도), 그게 싫어 회귀하여 다시 시작한 게 지금(이것도 아마도). 회귀하자마자 열렙해서 지금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먼치킨이 되었으나 문제는 전생자가 주인공 말고도 발에 치일만큼 많다는 것이고, 주인공 및 전생자들 기준으로 잡는 건 너무 가혹하겠지만 여주는 용사 주제에 허접하다는 것.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강한 수준? 말빨도 없고 그래놓으니 교회 간판으로 엄청나게 이용당하고, 전생자들에게 두들겨 맞고, 정조가 위험에 처하는 등 재난을 겪게 됩니다. 그렇다면 그녀를 지켜줄 백마 탄 왕자님은 누구일까. 주인공이죠. 근데 안 도와줌.
지금 주인공에게 있어서 시급한 것은 모험가 등급을 올리는 데 있습니다. 직업이 마을 사람 A다보니 어딜 가나 하찮게 보고, 용사인 여주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거든요. 그래서 모험가 등록을 하고 A 랭크 정도 되면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길드에 등록하러 갔습니다만, 예쁜 엘프 접수원으로부터 분수도 모르는 놈이라고 억까 당하죠. 물론 가만히 있을 주인공이 아니고, 길마 나오라고 해, 어? 내가 길마하고 어제 싸우나도 같이 하고 어! 다 했어 어! 물론 99% 필자 각색입니다만, 억까 당한 건 100% 사실입니다. 아무튼 길마가 주인공이 잘 아는 동네 아저씨라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모험가 등록하고 길을 가는데 저주받아 다 죽어가는 엘프 소녀를 줍습니다. 주인공은 뭔가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게 코난급이랄지, 이 엘프 소녀 알고 보니 엘프와 수인(늑대)의 혼혈이라는 영문 모를 족보를 가졌고, 할애비가 죽이려 든다는 막장 가족사를 들고나오면 좀 의심을 하든지, 왠지 인류 보완 계획이 시작될 거 같은 이름을 가진 릴리스(세컨 히로인)가 줍는 걸 그토록 반대하는데도 귓등으로 안 듣는 바람에 고구마가 트럭째로 실려 옵니다. 릴리스의 우려대로 에필로그에서 지뢰를 주웠다는 장면을 보여 주는데, 예로부터 미인계와 아이는 적의 경계심을 무너트리는데 유효한 수단이죠.
아무튼 4권에서 심각한 건 주인공이 아니라 여주입니다. 교회는 그녀를 성장시키겠답시고 사교와 이단과의 전쟁 최전선에 보내버리죠. 거기서 그녀가 목격한 것은, 이세계는 마물을 없애서 경험치를 얻는 것보다 사람을 죽여서 얻는 경험치가 더 크다고 합니다. 그녀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광경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이었죠. 선의 대명사이어야 할 교회가, 그 교회가 부리는 기사단은 변방의 사람들을 사교와 이단으로 몰아 그저 경험치 벌이와 학살이라는 놀이에 치중하고 있었습니다. 본 작품에서는 레이프, 성 노예, 매춘, 납치, 인신매매 등이 일상으로 벌어집니다. 악과 선의 반전이죠. 물론 본 작품은 어둠의 동인지 같은 성격이 아닌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한편 힘이 없는 일반인들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변방에서 여주가 본 것은 기사단에 의해 집단 레이프를 당하고 있는 무고한 마을 여자들이었죠. 남자들은 꼬치에 꿰여 다 죽었고. 여기서 여주에게 물음을 던집니다. 용사란 이런 부조리에서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작가는 말합니다. 힘이 없는 용사는 힘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한편으로는 현실적이었습니다. 입만 산 용사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분위기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걸. 기사단을 이끄는 단장은 전생자로서 주인공도 애먹는 엄청난 능력자였거든요. 그래도 여주는 용사에 입각하여 부조리에 대들긴 하지만 단장에게 먼지 나도록 두들겨 맞습니다.
교회 소속으로 어쩌지 못하고 눈앞에서 벌어지는 참담한 부조리에 순응하고 살아야 할까, 용사라는 직업에 맞게 분연히 일어서야 할까. 두들겨 맞으며 그녀가 선택한 것은, 주인공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것. 왜? 이세계에서 용사는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강할 뿐, 마음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일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 기사단 단장이 보여주는 악의에 마음이 꺾여서 주인공에게 이별을 통보한 걸까? 기사단 단장은 순수 100% 악(惡)으로 만들어진 악마, 사탄이 현현하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죠. 여주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꺾을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 여기서 여주는 주인공을 믿는가(일본식으로 표현하면 しんずる)로 연결됩니다. 믿지 않았으니까 이별을 통보했고, 믿지 않았으니까 기대를 하지 않았고, 주인공을 은연중에 마을 사람 A라며 무시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동안 자신(여주)을 구해준 게 몇 번이었는지 잊은 건 아닐까, 단장의 악의에 절망에 빠져드는 여주. 도망도 못 치고, 자결도 못하고, 모든 걸 내려놓고 자포자기에 빠져드는 여주. 이런 상황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누구의 얼굴일까. 그런 거 없습니다. 불쌍한 주인공. 그래도 공주님이 위기에 빠지면 구해주는 건 백마 탄 왕자님이라고 예로부터 정해진 사항이죠. 근데 이뇬이 왜 왔냐고 합니다.
맺으며: 사실 3권에서 하차한 작품입니다. 벌써 7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발암적 요소가 너무나 많아서 화내며 하차한 거 같은데, 인간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나라는 요소가 흥미를 끌게 되어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본 작품에서 전생자(작중에서는 환생자)들이 보여주는 악의는 대단한데요. 법이라는 안전장치가 없어지면 인간은 어떤 짓을 저지르는가, 갑자기 힘을 얻으면 얼마만큼 타락할 수 있나, 4권의 최대 빌런인 기사단 단장(참고로 히로인)은 부모로부터 억압을 받아온 아이가 성장하여 제어장치 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게 산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죠. 물론 이세계 사람들의 타락도도 아주 흥미로운 요소고요. 사람 무시하는 경향도 아주 도드라지는데 주인공이 모험가 길드에서 범죄자 취급 당하고 문전 박대 당하는 건 이 작품이 처음일걸요? 마음만 먹으면 주인공 혼자서도 이세계를 멸망 시킬 수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튼 위에서 언급한 발암적 요소는 4권에서도 이어집니다. 여주를 성장시키고 그늘에서 보좌하겠다는 주인공 때문에 여주는 엄청나게 험한 취급을 당하죠. 사실 이건 뭐 여주의 자업자득이기도 하니까 딱히?라는 느낌도 없잖아 있습니다. 용사면서 부조리에 굴복하는 모습도 사실 현실적이기도 하죠. 힘 없이 입만 놀리는 게 더 발암이라고 몇몇 작품이 알려주기도 했으니까요. 여주의 옹고집 똥고집 같은 자잘한 것도 제법 있지만 넘어가고, 현실적이지만 발암적 요소이기도 하다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까요. 그보다 아니 자길(여주) 구하러 온 주인공에게 왜 왔냐니 필자는 이게 더 어이없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