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전멸 엔딩을 죽기 살기로 회피했다. 파티가 병들었다. 01
아메리아 지음, kodamazon 그림, 박춘상 옮김 / L노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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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평소 보던 만화책 세계관으로 전생했습니다. 전생했으니까 좀 놀아 보고 싶었습니다. 만화책 줄거리도 알고 있어서 앞으로의 생활도 껌이죠. 판타지 세계관이고, 능력도 어느 정도 있으니까 잘 하면 먹고사는 데는 문제없겠죠.라고 생각했습니다. 작가의 성벽이 지금 막 떠올랐거든요. 남자는 갈가리 찢겨 죽고, 여자는 능욕 당하고 처참하게 죽는 쿠소 게임 같은 세계관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월카'는 주인공이 아니었습니다. 한번 청소된 던전에 조사인지 뭔지 하러 들어온 곳에서 지금 던전 보스 [그림 리퍼]와 마주하고 있습니다. 생각났습니다. 이놈에게 모브인 본인은 갈가리 찢겨 죽고, 같이 갔던 히로인 3명은 더 처참하게 죽는다는 것을. 이 상황은 진짜 주인공이 나타나 없애줄 거라는걸. 운명을 받아 들여야 하나? 그럴 순 없지.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 거린다는 걸 보여줘야지.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 버프 가나요? 네, 뭐 여기서 죽으면 1권 조차 나오지 않았겠죠. 진짜 주인공이 와서 그림 리퍼 없애고 월카를 구해주나? 사실 필자는 주인공이 와서 월카 일행을 구해주고 하렘을 빼앗아 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뭐 그럴 일은 없고, 월카는 원작의 줄거리를 대충 알고 있고, 그림 리퍼 공략법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 버프를 받아 어찌어찌 해결하지만 등가 교환으로 다리 한 짝과 눈알 하나는 잃어버렸습니다. 뭐 이 정도야 힐로 고치겠지?



그런 편리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이 작품의 흥미요소죠. 마법은 어느 정도 있는 거 같은데, 포션이나 힐은 있으나 마나 한 수준 같더군요. 그래서 주인공은 장애인(비하 아님)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그림 리퍼에게 전멸을 당해야 했으나 제목처럼 회피해 냈죠. 대신 얻은 건 없습니다. 오히려 잃은 게 크죠. 월카는 발도술인지 뭔지를 주력으로 쓰는 검사입니다. 축이 되는 다리가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절망스러운 상황이죠. 현실에서는 적어도 장애 수당(우리나라 기준)이라도 나오는데, 판타지 세계에서도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굶어죽게 생겼죠. 하지만 걱정 마시라. 월카에겐 그를 따르는 히로인이 3명이나 있거든요. 문제의 히로인들입니다. '파티가 병들었다'의 의미이기도 하죠. 이게 중요합니다. 필자는 던전 공략에 실패해서 심신이 피폐해져 병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고 히로인들 정신이 병들었습니다. 얘들 인연은 꽤 오래되었으며 월카에게 구원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사연을 언급하면 글이 길어지니 패스하고, 지금 중요한 것은 월카가 장애인(비하 아님)이 되었다는 것이죠. 여기에 개그 요소는 없습니다. 소름만 있을 뿐이죠. 이 작품에서 구원받았다는 뜻은 모든 감정이 월카에게 집중된다는 뜻이고, 그것은 즉 집착으로 이어지고 얀데레가 된다는 뜻입니다.



병들었다는 의미가 이것이죠. 다음엔 잘 할 테니 버리지 말아 줘(보통은 월카가 버림받은 위치인데), 내가 방해되느냐? 눈에 거슬리겠지, 내가 있으면 민폐겠지, 같이 있을 자격 따윈 없구나, 선배(월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요, 제게 전부 맡겨 주세요 기타 등등. 사실 고위 모험가들이 출동해야 잡을 수 있는 보스 몹에게서 본인들(히로인들)을 지켜주었고, 그 결과 월카가 장애인이 되었으니 미안하고 애틋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겠죠. 이 빚은 말도 못 하게 크겠죠. 문제는 그 부채감이라는 감정이 상당히 일그러져 있다는 것입니다. 월카를 보살펴주는 정도를 넘어 되레 그에게 기대고 의존하고 버림받지 않기 위해 상당히 비굴한 모습을 보입니다. 아니 환자에게 기대봐야 어쩌자고. 물론 경제적으로 기대는 건 아니고 정신적으로 기댄다는 의미입니다. 이야기는 얘들이 왜 월카에게 감정을 품고 있나를 보여줍니다. 이 부분은 딱히 신선한 건 없고 거의 다 클리셰 범주에 들어갑니다. 구원받았고, 여기서부터 부채감은 쌓여가고 어릴 때부터 만나 파티를 꾸리다 보니 정서적으로 교육받는 환경도 아니었던 듯, 마치 알에서 깨어난 새끼 새가 어미를 인식하듯 월카를 따르는 그런 설정 같은데 사실 필자는 대충 읽어서 맞는지 확신은 없습니다. 어릴 때에 다들 만났다는 건 확실하고요.



맺으며: 만화책 세계관으로 전생하고, 주인공이 아닌 모브 캐릭으로, 던전에서 죽다 살아났지만 영구 장애를 얻어 앞날이 불투명해진 월카. 능력이 되는 히로인들이 월카를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지만, 월카는 그녀들에게 기대지 않고 일어서기 위해 노력 해나가는 게 특징입니다. 어릴 때 월카와 히로인들이 만나 왜 월카에게 빠져드는지에 대한 개연성을 충분히 넣어 놓고 있습니다. 그렇게 튼튼한 우정이랄지 유대를 키워온 상황에서 기둥이 되는 월카가 다리 하나와 눈 하나를 잃어버린 장애를 얻게 되자 패닉에 빠지고(사실상 사형 선고), 월카의 상황을 알면서도 집착과 의존증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하지만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월카가 어릴 때 인맥을 많이 쌓아 두었는지 가는 곳마다 히로인이 나오고, 성녀도 나오고, 여러 인물들이 월카를 도와주려 하죠. 꿈도 희망도 없는 슈퍼 얀데레 좌절 작품인 줄 알았더니 그럭저럭 파스텔톤 동화의 분위기를 뿌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히로인들의 성격 때문에 몰입을 방해받기도 하는데, 미안해요를 연발할 정도로 망가지고, 내 목숨은 너의 것, 월카를 위해 뭐라도 하려는 히로인들의 광기는 흐뭇하다기 보다 소름(좋은 의미는 아님)이 다 돋죠. 사실 어떻게 보면 제목에 가장 충실한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제대로 병든 걸 보여주거든요. 이런 점들이 재미있나 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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