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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마물을 부리는 아이 01
아마토 다무 지음, 시라비 그림, 김장준 옮김 / L노벨 / 2026년 5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1권 다 읽고 문득 초반 시작점에서 히드라(머리 여러 개 달린 뱀) 사태는 누군가의 의도로 숲 경계 쪽에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겠지만, 지금부터 그런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모험가 4명이서 뭔가 조사를 위해 어떤 숲에 들어갔고 불운하게도 히드라와 조우하게 되었죠. 1명이 미끼가 되고 3명은 도망쳐 생환하였는데, 이것들이 남은 한 명을 구할 생각도 없이 냅다 줄행랑을 치면서 이 작품이 범상치 않다는 걸 알려주었습니다. '린'은 히드라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달려갑니다. '린'은 히로인이자 이 작품의 주인공이죠. 일단 모험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슬라임을 사역마로 쓰고 있으며, 이 슬라임은 무려 인간의 말과 사고를 할 줄 아는 고등 생물이죠. 그리고 현장, 히드라는 목이 잘려 죽어 있고, 미끼가 되었던 남자 1명도 동귀어진을 했는지 꿈쩍하질 않습니다. 이에 '린'이 한 말이 걸작이죠. '히드라 쓰러 트린 거 우리 공적으로 가로챌래요?' 이 작품에서 슬라임은 여느 판타지 개그물에서 귀엽고 무해한 생물이 아닙니다. 작중 표현된 슬라임의 습성은 산 채로 생물(인간 포함)을 잡아먹는 아주 그로테스크한 설정을 가지고 있죠. 현실 다큐에서 간혹 방영되곤 하는, 어느 애벌레가 기생벌의 숙주가 되어 살아 있는 채로 몸을 파 먹히는 것처럼 묘사된 장면들은 다소 소름이 돋았습니다. 아무튼 죽은 줄 알았던 남자 1명은 다행히 살아 있었고 응급처치 후 린의 호위꾼이 됩니다.
'린'은 마녀입니다. 마녀가 있는 세상이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세계입니다. 교회는 마녀를 잡아다 화형 시키려 들고, 모험가들도 의뢰만 내려오면 마녀와 싸울 정도죠. 이유는 세상의 이치를 벗어난 존재라는 것, 린도 마물과 소통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세상의 이치에서 동떨어진 괴물 같은 존재입니다. 이 세상 모든 마물은 린을 공격하지 않으며(일단 1권 한정), 오히려 잘 따르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 모든 마물을 이용해 인간계를 멸종 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라면 재미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그녀의 성격으로 흥미를 유발하려 합니다. 배려심은 접시 물보다 얕고, 뻔뻔함은 세계 최고, 도덕성은 엄마 뱃속에 두고 나왔습니다. 아픈 사람(히드라에 당한 남자 1) 입에 펄펄 끓는 잼을 쑤셔 넣고(병간호 차원인 듯), 자기가 맛보다가 맛이 없어 우웩하고 그걸 상대에게 먹이는 여자죠. 남자 1이 잡은 히드라의 공로를 기어이 가로채서 보상을 낼름 해버리고, 그걸 미끼로 남자 1을 호위꾼으로 끌어들이는 만행을, 남자 1의 이름을 물으면서 난 안 가르쳐 주지롱 하다가 얼굴이 잡혀 부서질 뻔한 장면은 압권 그 자체입니다. 남자 1의 이름은 하크라. 엑스트라인 줄 알았더니 계속 린과 같이 다닙니다. 린의 사역마 슬라임은 그를 애송이라고 부르고 있죠. 꽤나 마음에 든 모양인 듯.
그럼 이들은 무얼 하나. 일반적인 모험가 퀘스트보다는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물?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1권에서는 두 가지의 사건이 터지는데, 사건을 해결하면서 본질을 못 보는 사람과 본질을 파헤치며 누가 가해자인지를 밝혀가는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만. 작품 성향이 다크 판타지에 가까워서 희망찬 해피 엔딩은 선사하지 않습니다. 특히 두 번째 사건은 마을이 통째로 멸망하는 그로테스크를 보여주는데, 마녀와 연루된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되죠. 즉, 린 일행의 적은 마녀가 아닐까 하는, 리뷰 초반에 언급한 히드라도 어쩌면 그런 무리(마녀들)들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 아닐까 추측을 하게 하죠. 여기서 또 하나 추측할 수 있는 건, 마녀임에도 교회의 처벌을 받지 않는 건 인간이 엮인 여러 사건을 해결하여 선한 측면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였군요. 친구 하나 없게 만드는 성격은 아마 자신은 마녀니까 가까이 못 오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매번 하크라를 열받게 하는 언동만 보더라도요. 옳은 말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옳은 말을 하는 슬라임(사역마)을 방석으로 쓰며 뭉개버리기도 하죠. 먹기도 얼마나 많이 먹는지, 가는 곳마다 식량을 거덜 내고 보이는 열매는 다 따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사건 해결보다 잿밥에 더 관심을 두고 침을 질질. 그래도 가끔은 옳은 행동도 한답니다.
맺으며: 그냥 신작이라서 뭔가 싶어 봤는데 나름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마물과 소통하고 부린다는 설정은 살짝 클리셰지만, 그 부리는 과정에서 남의 집(마물 집)을 다 부숴도 미안한 마음이 없고, 오히려 천적을 돌입 시켜 거주자를 잡아먹히게 하는 흉악함이라는 성격은 꽤 파격적이었습니다. 그런 주제에 사건에 휘말린 희생자(인간)를 장례 치러주는 다정함은 다소 의외이기도 했군요. 무게 잔뜩 잡아서 뭔가 큰일 났나 했더니 별거 아닌 얘기로 김빠지게 하고, 말 한마디 질 줄 몰라 하크라와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인간미가 넘치기도 하였습니다. 사건 해결 쪽으로는 다크 판타지답게 꽤나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아마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다면 고어물로서 상위 탑 급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약간은 반전을 줘도 좋잖아 하는 장면들에서는 기대하지 말라는 듯, 아픈 장면을 연출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집필 능력은, 조사를 많이 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첫 번째 사건에서 주역이 되는 코볼트의 습성은 여느 작품에서는 못 보던 것들이었군요. 인간이 생각하는 것, 코볼트가 생각하는 것은 서로가 다르다는 시각은 참신했군요. 두 번째 사건에서 버섯 균류의 특성에 빗대어 이런 균류가 생물(인간 포함)에 어떻게 작용하며 어떻게 변이 시키고 전염이 되어 가는지에 대한 묘사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생각 없이 접했는데, 괜찮은 작품을 건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