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 7 - L Novel
코토부키 야스키요 지음, John Dee 그림, 김장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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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이세계 전생이 있고, 이세계 소환이 있다. 이 둘이 충돌하는 판타지, 그리고 세계 멸망, 치트는 있고 하렘은 없다. 


표지: 일러스트레이터의 중요성, 일러스트레이터가 마음에 안 든다고 깽판친 어떤 작가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나마 표지는 낫다. 작중 일러스트 중에 여중학생을 그려 놓은 걸 보라. 바키(격투 만화) 어머니가 오신 줄 알았다.


특징: 40줄 아저씨가 주인공이다. 이세계에서 느긋하게 살려고 했던 아저씨는 용사들과 쌈 난다. 이세계 소환이라고 반드시 착한 놈만 오는건 아니다. 소환했더니 쓰레기들만 온다(물론 아닌 애도 있다). 애초에 용사를 소환한 주체(메티스 성법신국)가 쓰레기이니 어쩔 수가 없다. 쓰레기는 쓰레기 집합소에. 아저씨, 분리수거를 시작한다.


7권 스토리: 아저씨, 본격적으로 메티스 성법신국에 싸움을 건다. 절제 없는 용사 소환으로 이세계 에너지가 고갈 위기에 처한다. 성법신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소환한다. 딴에는 지들 교리에 따라 용사를 소환 해대는데, 이대로는 세계가 멸망한다. 세계를 유지&관리해야 할 4신(神)은 내 알 바 아니란다.


포인트: 중2병식 궤멸적인 네이밍 센스를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스포일러 주의, 써 놓고 보니 리뷰 어법이 리뷰라고 보기 어려운 초등학생 독후감 같군요. 

그래서 읽어보라고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그냥 위 인트로 부분만 읽으시길...




세계를 구해야 할 용사라는 놈들이 되려 세계를 멸망 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으니 어찌하면 좋을까 하는 게 이번 7권의 포인트다. 자신들을 소환한 성법신국의 사탕발림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들(성법신국)이 사도라고 누명을 씌운 나라를 침공했다가 개털리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게 이 작품의 용사들이다. 사실 사회경험이 전무한 아이들을 세뇌하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긴 하다. 이쪽의 정당성을 부각 시키고 저쪽의 악행을 부각 시키면서 선동하고, 선동 당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자주 보는 것이기도 하니까. 어른도 속아 넘어가는데 애들이야 오죽할까 싶다. 거기에 용사라는 특별한 호칭을 주고, 힘을 줬으니 현실에서는 휘두르지 못했던 권력의 맛에 취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 그렇게 선동 당한 채 전쟁에 나섰던 용사 절반(아마 클래스 통째로 소환된 듯)이 산화해버린다.


근데 억울해 한다. 누군가를 죽이러 가놓고 자신들이 죽는 건 억울하다고 한다. 이게 이세계의 용사들이다.



4신(神)은 이세계에 관심이 없다. 창세신(神)에게서 세계를 유지&관리할 권한을 받아놓고 놀기 바쁘다. 그나마 노는데 그치면 나은데 악행 저지른다는 거다. 일례로 사신(死神)을 아저씨가 살던 세계에 방기해버렸다. 그 덕분에 아저씨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죽어 버렸지. 이런 4신을 떠받드는 게 메티스 성법신국이다. 사실 창세신은 원래 처음에 사신(死神)에게 이세계 유지&관리를 맡겼었다. 근데 일이 꼬여 사신은 봉인되고 4신이 대두된 것이다. 말이 死신이지 성격은 괜찮았나 보던데, 4신을 믿는 메티스 성법신국이 여론조작을 통해 나쁜 놈이 되어 버렸다. 메티스 성법신국이 용사들을 소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신을 믿는 사람들을 사도라 몰아세우고, 나라를 침공해 짓밟아 버린다. 왜냐면 4신이 나쁜 놈이고, 사신은 착한 놈이거든. 이게 뽀록나면 안 되니까.


그래서 용사라는 직함을 내세우기로 한다. 왜냐면, 예로부터 용사는 정의의 편이기 때문이다. 이걸 부정하면 나는 나쁜 놈이라고 광고하는 꼴이다. 이에 다른 나라는 대응을 못한다. 왜냐, 용사에 대항하는 건 사도라고 인정하는 거와 마찬가지니까. 그리고 용사들은 메티스 성법신국의 사탕발림에 놀아나서 열심히 다른 나라를 침공한다. 그러다 개털린다.



결국 4신과 메티스 성법신국의 악행을 두고 볼 수 없었던 아저씨가 나선다.


이 작품엔 전생자가 있다. 4신의 사신 방기로 몰살당한 지구인들을 지구신(神)이 대거 이세계로 보내 버렸다. 멀쩡히 잘 살고 있는데 난데없이 죽어버렸다면 울분을 토해내야만 한다. 자신들을 죽인 4신에게 반감을 안 가질 수가 없지. 이런 사람들을 전생자라 부른다. 용사는 소환된 것이고. 즉, 두 개의 세력이 이 작품엔 존재한다. 용사는 메티스 성법신국의 사탕발림에 속아 전생자들을 죽이려 들고, 전생자들은 용사들을 처단하려 든다. 물론 메티스 성법신국도 무너트릴 거고. 아저씨는 전생자다. 4신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미워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용사들을 소환해 이세계를 자중지란에 빠트리고, 세계를 멸망 시키려는 성법신국(이들은 이게 정의라 믿고 있다)을 좋게 볼리 없다. 그래서 아저씨는 지하 도시를 발견한 김에 메티스 성법신국에 신의 철퇴를 내리기로 하는데...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


사실은 이세계 문명이 지구보다 더 앞섰다는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난다. 건설꾼 드워프들에게 납치되어 지하 도시로 향했던 아저씨는 잃어버린 고대도시 아틸란X스를 발견한다. 2400년전의 이세계는 무려 인공위성까지 보유한 첨단 국가였다나. 그걸 깨운 아저씨는 졸지에 천공의 성 라X타를 찍는다. 필자가 바랐던 건 단독으로 메티스 성법신국에 쳐들어가 무쌍을 찍는 거였는데, 사실 이번 7권은 SF 마니아의 로망이 담겨 있다. 위성에서 대지상 레이저로 공격하는 장면에서 8~90년대 SF물을 접해온 사람이라면 분명 향수병이 도지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아저씨는 큰일 하나를 해낸다.



요약: 그동안 거론만 되었단 용사들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들어낸다. 이세계를 구원해야 될 용사들이 이세계를 침공 중이다. 그러다 개털린다. 나오자마자 절반이 리타이어다. 4신과 메티스 성법신국의 악행이 많이 드러난다. 이들의 악행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아저씨는 천공의 성 라X타를 찍는다. 용사들은 패잔병이 되어 버린다. 스토리가 너무 빠르다.



맺으며: 이번 7권은 힘에 취해 무서울게 없는 용사, 일이 꼬이면 남 탓하기 바쁜 용사와 제멋대로 사는 용사, 그리고 NTR 하려는 용사 등 흥미로운 요소가 꽤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천진난만한 애들에게 총을 쥐여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도 잘 보여주고 있죠. 뒤는 생각도 안 하고 돌진만 해댑니다. 그러다 잘못되면 남 탓하기 바쁜 모습은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더군요. 물론 제정신인 용사도 나오지만 이런 용사들은 언제나 비주류이고, 일이 터지면 그때야 왜 그놈 말을 안 들었을까 하는 게 특징으로 다가오죠. 아무튼 이번에 아저씨가 쏜 신벌로 인해 메티스 성법신국은 핀치에 몰리게 되고, 이에 본격적으로 아저씨를 비롯해 전생자 사냥에 나선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남은 용사들은 찌끄레기 뿐이고, 전생자들이 더 강하다는 것. 그리고 전생자들이 아저씨 주위로 몰려들고 있다는 것. 고로 4신과 메티스 성법신국의 이야기는 조만간 끝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완결이라는 듯은 아니고, 아직 아저씨 누나라든지 사신에 관한 것도 남았기에 이야기는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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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피크닉 1 - 두 사람의 괴물 탐험 파일, S Novel+
미야자와 이오리 지음, shirakaba 그림, 심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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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봐두는 건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원인불명의 카미카쿠시(즉, 초자연적 행방불명을 다루고 있다), 내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보는 원초적 공포가 있다. 인식 장애, 내면의 공포, 이세계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이세계보다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속한 이계(아마도)랄까. 도시전설 혹은 실화 괴담이 현실로 구현되는 곳.


표지 설명: 왼쪽 AK 소총 들고 있는 여성이 토리코, 오른쪽 권총을 들고 있는 여성이 소라오, 피크닉이라고 해서 놀러 가는 것이 아니다. 뒷쪽 문은 현실과 이계로 통하는 문이다. 저길 통과하면 그때부터 목숨을 건 서바이벌이 기다린다. 


스토리: 삶에 지쳐 현실 도피로 뒤편(이계)에 들어갔다가 죽을 위기에 처한 소라오와 그녀를 구한 토리코의 괴이 탐험이다. 소라오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고 싶어 했고, 토리코는 뒤편(이계)에서 행방불명된 '사츠키'라는 친구를 찾고자 한다. 그러나 뒤편에 발을 들인 그녀들을 반기는 건 실화 괴담에 나오는 괴이 현상의 무엇이었고, 그 무엇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받으면서 괴이를 해결해나간다는 이야기이다.


핀 포인트: 내가 지금 접하는 현실이 진짜 현실인지 의문을 가져라.


특징: 호랑이 굴에 끌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어쩌면 핵심 스포일러가 들었을 수 있으니 주의, 장문 주의, 괴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었으면 보다 리뷰를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필자 머리엔 그런 게 없다 보니....




'소라오'는 폐가 탐험하다가 뒷문을 통해 이계로 들어간다. 처음엔 몰랐다. 뒤편(이계)이 이렇게 위험할 줄은. 그저 답답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좋은 곳이라 여겼다. 근데 아니었다. '쿠네쿠네'라는 이형의 물체에 죽을뻔한 뒤로 여긴 올 곳이 못된다고 여기게 된다. 토리코가 아니었다면 나도 누군가처럼 동충하초가 되어 있었을 테지.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다. 아빠와 할머니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산을 탕진해버렸다. 학교는 장학금으로 어떻게 다니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그 도피처로 여겼던 '뒤편(이계)'은 나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사람이 공포에 직면하게 되면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소라오는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때 그녀를 구해준 사람이 '토리코'다.


토리코는 뒤편에서 행방불명된 '사츠키'를 찾고 있다고 한다. 이게 이 작품의 첫 번째 포인트다. 소라오는 다신 뒤편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돈이 없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유산을 남기지 않고 죽어 버렸다. 지금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벅찼던 그녀는 토리코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결국 사츠키 찾는데 협력하기로 한다. 쿠네쿠네를 토벌하고 드롭되는 정육면체 거울은 꽤 비싸게 팔린다. 근데 토벌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혼자선 어림도 없다(나중엔 혼자서도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위험이 아닌, '인식'에 보다 근본적으로 직접 침투하는 가상현실로 대상을 무력하게 함으로써 내가 나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에 있다.



내성적이면서 절차라는 결벽증이 있는 '소라오'와 저질러 놓고 일이 터지면 고민하는 '토리코'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내성적인 성격과 만사가 쾌활한 토리코는 물과 기름이다. 그래서 두 번 다시 볼 일은 없다고 여겼지만, 뒤편에서 망가진 휴대폰 수리비조차 없었던 소라오에게 있어서 토리코의 쿠네쿠네가 떨어트린 정육면체가 고가로 팔린다는 말에 현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츠키를 찾고자 뒤편에 자주 드나드는 토리코에게 있어서 사실 소라오는 좋은 봉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왜냐면, 소라오는 '쿠네쿠네'를 상대하는데 소질이 있었기 때문. 쿠네쿠네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토벌이 불가능하다. 이게 이 작품의 두 번째 포인트다.


쿠네쿠네는 그녀들이 처음 만나는 괴이다. 뒤편에서 등장하는 괴이는 쿠네쿠네 말고도 필척귀신들 다양하게 나온다. 이것들이 무엇인지 풀어가는 게 이 작품의 세 번째 포인트다. 단순히 괴이를 풀어가는 것이 아닌, 매사 목숨을 위협받는다. 그때마다 소라오는 능력을 발휘한다. 이 능력이라는 게 꽤 특별하다. 첫 번째 괴이 쿠네쿠네를 쓰러트리면서 얻게 되는데, 토리코도 비슷한 능력을 얻게 된다. 이후 그녀들(주로 소라오)은 이 능력으로 뒤편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괴이의 정체를 파악해간다. 하지만 파악한다고 해서 일이 쉽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거기다 둘은 성격이 안 맞다. 한 쪽은 방구석 폐인 같은 사람이고, 한 쪽은 인싸다.



이 작품의 특징은 보는 이로 하여금 허를 찌르는 공격에 있다. 가령 파트너가 '괴이'의 농락에 휘말려 카미카쿠시(모로면 검색해보자) 당하는 걸 필사적으로 구하게 되는데 알고 봤더니 카미카쿠시를 당하는 건 파트너가 아니라 '나'였다는 진행 방식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특정한 문을 통해서만 뒤편(이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등장인물로 하여금 문(도어)만 지나지 않으면 괜찮다는 인식을 뒤집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집안에 있어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카미카쿠시는 이런 의미이다. 초자연적인 행방불명. 거기에 휘말려 소라오와 토리코는 밤낮으로 개고생이다. 급기야 이들은 정반대의 성격으로 인해 파탄을 맞이하고 만다.



'의사소통 장애에 서브 컬처 오타쿠로 가장한 의존성 사이코 패스' 


​'토자쿠라'라는 토리코의 지인이 소라오에게 했던 말이다. 이것이 이 작품의 네번째 포인트다.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언급은 못하고, 저 대사만 나올 뿐 이후 이렇다 할 내용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저 위에서 언급한 '인식'에 단서가 있다. 뒤편(이계)의 공포는 사람의 '인식'에서 온다. 소라오의 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느 날 죽은 채 발견이 된다. 소라오와 토리코가 겪고 있는 괴이 현상은 어쩌면 옛날부터 그래 왔을 수도 있다는 전재가 달리는데, 그 옛날이 특정한 날 이후부터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 특정한 날이 소라오와 연관이 되었을 수 있다는 복선이 깔리면서 그녀의 진능력과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소라오가 뒤편에 가게된 이후 뒷문을 통해서만 뒤편(이계)로 갈 수 있었던 것이 더 이상 현실과 뒤편(이계)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진다.



맺으며: 이 작품은 공포와 스릴러를 다루고 있습니다. 가령 어둠에 숨어 있는 저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에 오는 공포를 다루고 있죠. 매번 건물 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 여성을 엘리베이터에 못 타게 하기 위해 필사적이 되는 스릴러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고요. 뒤편으로 나가보면, 인식을 통해 구현되는 공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괴담이 있을 것이라는 도시전설을 믿는 사람들의 공포를 구현 시켜놓은 무언가가 등장하죠. 그래서 이런 괴이들은 보통 방법으로는 퇴치가 불가능하다고 역설합니다. 왜냐면, 사람의 인식에서 비롯된 비현실적인 공포를 타인이 현실적으로 없애지 못한다고, 여기서 소라오의 능력이 필요하게 되죠. 그녀는 쿠네쿠네 사냥을 통해 뒤편의 본질을 꿰뚫어 보게 되면서 괴이의 진짜 정체를 간파하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그녀가 뒤편에서 죽지 않고 살아가는 비결이 되죠.


아무튼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건진 듯한 작품이 되겠습니다. 전혀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뭔가 싶어 구매를 하였는데, 사람의 인식에 관한 공포를 주제로 하고 있어서 매우 흥미를 끌었군요. 이세계 먼치킨&하렘이 지친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다만 필자 한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중후반부 뒤편과 괴이의 정체를 밝혀가는 부분은 독해력 꽤 높이 요구하는지라 중후반쯤에 가면 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게 되는 단점이 있군요. 사실 괴이와 뒤편에 관한 전문적인 해설을 작중에 내포하고 있지만 이것을 다 언급하면 리뷰가 한정 없이 길어져서 대충 '인식'이라는 단어로 두리뭉실하게 표현하였습니다. 고로 내용을 두고 다른 분들과 의견이 틀리 거나 다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소라오와 토리코의 성격차이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나 괴이에 관해서 치밀한 준비 등 작가가 공을 꽤 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그에 따라 필력도 상승하여 읽는 내내 손을 뗄 수가 없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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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리오·마키나 1 - 《뱌쿠단식》미나즈키의 재기동, JM 노벨
미사키 나기 지음, 레이아 그림, 구자용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SF판타지, 전쟁, 하렘, 왕따, 오토마타, 반전사랑이 세상을 구한다.


표지설명: 백은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카논'과 중2병을 앓고 있는 듯한 '미나즈키'다.


스토리: 흡혈귀들이 자신들은 우월한 종자라며 전 세계를 상대로 쓸데없는 싸움을 건다.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신체와 능력을 이용해 파죽지세로 인간 세계를 침략한다. 헬바이츠 공국은 대흡혈귀용 '뱌쿠단식' 오토마타를 만들어 대항한다. '뱌쿠단식'은 절망에 빠진 세계에 구세주가 될 것인가. 10년 후, 어째서인지 '뱌쿠단식' 오토마타들은 천하의 역적이 되어 있었다. '카논'은 오토마타 마니아다. 뱌쿠단식 오토마타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왕따를 당하는 중이다. 그의 곁에는 오토마타 '미나즈키'가 있다. 그는 왕따 당하면서도 대항하지 않는 카논을 못마땅해 하는데...


특징: 여론조작이 이렇게나 무섭다. 무생물 오토마타도 하렘을 꾸린다.


평가: 학자들이 괜히 로봇(이 작품에서는 오토마타)을 인간형태로 만들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다. 감정이입은 병까지 상사한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구분해두지 않으면 윤리적으로 힘들어지는 건 인간이다. 이 작품은 그런 경계를 무너트린다. 인간은 결코 신(神)이 될 수 없다. 어설프게 신 행세를 했다가 어떤 꼴이 일어나는지 이 작품은 잘 보여준다. 인간은 인간답게, 로봇은 로봇답게.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는 반전에 있다.



꽤 심한 스포일러 주의, 장문 주의



등장인물은 오토마타 기사를 꿈꾸는 '카논'과 그의 사촌 '미나즈키', 그리고 흡혈귀 공주 '리타'다 카논은 헬바이츠 공국에서 학살자로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오토마타 '뱌쿠단식'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이게 이 작품의 키포인트다. 그녀는 왜 학살자라고 정평이 나 있는 오토마타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는가. 이것으로 인해 그녀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중이다. 단순히 나와 달라서 괴롭히는 차원이 아닌 학살자의 대명사인 오토마타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그녀가 못마땅한 건 당연하다. 왜냐면, '뱌쿠단식'은 폭주로 인하여 대량의 인간을 살상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추종하는 인간이 좋게 비칠 리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포인트가 있다. 흡혈귀들은 '뱌쿠단식'오토마타에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쉽게 점령을 하였지만, '뱌쿠단식'을 보유한 헬바이츠 공국에서는 계속해서 패전을 거듭해야만 했다. 여기서 냄새가 난다. 적국의 비밀병기를 무력화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군의 수뇌부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거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흡혈귀들은 정공법으로 '뱌쿠단식'과 전투를 벌이는 것보다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가령 흡혈귀의 능력 중 하나인 '매료'로 운용주체를 공략하고 나아가 '뱌쿠단식'을 손에 넣어 인간들을 말살한 게 아닐까.


그리고 폭주하는 '뱌쿠단식'을 어쩌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협력을 뜻을 내비쳐 손을 잡는다. 그리고 얼렁뚱땅 '뱌쿠단식'을 처분하고 인간들에게 빚을 지운다. 그 결과 헬바이츠는 왕권제에서 공화국이 되고, 흡혈귀들이 정치의 중추에 자리를 잡는다. 군에도 흡혈귀들이 자리를 잡는다. 다른 나라를 침공할 때 꼭 정공법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적의 적을 만들고, 내부에서 무너트리면 피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점령할 수 있다. 이렇게 헬바이츠는 공국으로 다시 태어나고 흡혈귀와 공존하는 나라가 되어 버린다. 아직도 세계는 흡혈귀와 전쟁 중이다. 그 전쟁 중인 나라가 헬바이츠 공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시종일관 '뱌쿠단식'의 허점을 드러내면서 위 가설을 뒷받침한다. 령 전략급 병기를 조종하는 마스터의 인증이 너무나 허술하다. 칩에 마스터의 정보를 심어 삽입하는 부분에서 보안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누구나 '뱌쿠단식'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소스코드 접근도 쉽다는 걸 피력한다. 이점을 흡혈귀들이 파고든 게 아닐까, 그런 흐름을 보여주며 다른 가설을 차단한다. '뱌쿠단식'의 오토마타가 천하의 역적이 된 이유, 흡혈귀는 정공법으로는 '뱌쿠단식'에 대항할 수가 없다. 그러니 다시 못 만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용사를 마왕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헬바이츠 공국은 대흡혈귀 전투용 오토마타 만드는 게 금지되었다.



미나즈키는 부적합품이다. 10년 전 자신을 만들어준 어머니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잠에 들었다. 깨어나 보니 조국은 흡혈귀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어머니는 8년 전 학살극에 휘말려 사망하고, 형제들은 모두 박물관에 전시되어 조롱당하고 있다. 그는 이제 유일한 '뱌쿠단식'이다. 그런데 대흡혈귀용으로 제조되어 전선에 서보지도 못하고 동결된 끝에 깨어나 보니 세상은 요지경이다. 그러니 그의 울분은 꽤나 컸을 것이다. 반항기를 겪는 아이처럼 자신의 주인인 '카논'에게 시시때때로 시비를 걸고, 그녀가 왕따 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도와주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 의의 상실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버렸다.


'뱌쿠단식'이 헬바이츠 공국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카논은 거기에 집착한다. 그것으로 인해 왕따를 당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처음엔 뭐 이런 히로인이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진실이 드러나면서 매우 안타깝게 한다.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뱌쿠단식'이 인간을 학살하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왜냐면, '뱌쿠단식' 오토마타 창조주 '하루미 뱌쿠단'이 그녀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반전이 일어난다. 미나즈키는 하루미 뱌쿠단이 남긴 유일한 오토마타다. 하루미 뱌쿠단은 왜 자신의 딸에게 미나즈키를 남겼을까. 이것을 풀어가는 게 이 작품의 묘미다.


그리고 8년 전 학살극의 진상이 드러난다.



이 작품의 단점: 필자의 주관적이지만, 흡혈귀 공주 '리타'의 싸구려 연애관으로 인해 좋은 소재를 다 갉아먹는다. 첫눈에 반한다는 걸 믿지 못하면 연애는 할 수 없다고는 하는데, 폭주하는 공사용 오토마타를 처리한 미나즈키에게 꽃여서 그가 다니는 학교에 전학하고, 그를 만나자마자 고백하는 등 제정신이 아닌 모습을 보인다. 그런 게 흡혈귀의 특징이라고 서술은 하고 있는데 서술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걸 보는 독자는 학을 떼고 싸구려 이미지를 받아 버린다는 거다. 온갖 아양에, 딴에는 귀엽다고 표현한 장면들은 오글거리는 게 아니라 혐오에서 오는 닭살이 돋는다. 리타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진상 스토커다. 이것이 작중에 상당한 분량으로 들어가 있다. 대체 이 내용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왜 평범한 연애를 못하냐고.


눈여겨볼 장면들: 주인공 미나즈키가 자신을 동결 시킨 어머니의 참뜻을 알아가고, 카논이 왕따를 당하면서도 '뱌쿠단식'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아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미나즈키의 존재 의의는 흡혈귀 구축이다. 하지만 카논은 그(미나즈키)가 평범하게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것은 초반에 발암으로 다가온다. 자신(카논)의 뜻을 상대(미나즈키)에게 강요하는데 이것은 상대의 마음을 무시하는 태도로 비춰진다. 근데 머리 좋은 사람이 이 작품을 읽으면 초반에 그녀의 진짜 뜻을 알게 된다. 인간을 학살한 '뱌쿠단식'과 평범하게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의 뜻이 무얼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뱌쿠단식'은 학살자가 아니라고.


맺으며: 이 작품의 묘미는 가설을 뒤집는 반전에 있습니다. 가령 '뱌쿠단식'이 학살자가 된 이유가 흡혈귀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하게 하고, 그 추측을 뒷받침하는 가설을 심어놓으면서 믿게 하고, 해답 편에서 진짜 흑막은 따로 있다라는 반전을 보여주죠. 요컨대 필자가 세운 가설은 낚였다는 의미. 이런 이야기들은 추리물에서 흔히 보는 소재이긴 합니다만. 가설과 단서를 워낙 치밀하게 심어 놓다 보니 중반까진 쉽게 속겠더라고요. 은상 받을만하다고 할까요. 그리고 캐릭터들의 변해가는 성격도 볼만하죠. 카논의 행동이 못마땅했던 미나즈키가 그녀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고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아가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카논도 주변이 온통 적 밖에 없는 현실에서 홀로 싸워갈 수밖에 없었던 마음에서는 분함이 묻어 나왔군요. 리타는 진상 스토커, 대체 왜 등장시켰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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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 8 - S Novel+
타나카 유 지음, Llo 그림, 신동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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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이세계 전생 잘못해서 검이 되었습니다. 홀아비가 전하는 아이 양육하기, 말하면  덕후 냄새난다고 욕먹을 거 같은 고양이 귀, 노예에서 시작하는 고양이 종족의 희망으로 공주님, 종족과 부모의 유지를 이어받아 진화로의 여행, 그 끝에 다다른 진화, 밥은 먹고 다니냐?


특징: 먼치킨의 교본, 하지만 무쌍은 없다(조금 있다), 위에는 위가 있듯이 언제나 강적이 출몰한다. 그걸 뛰어넘어서 강해진다. 그놈의 스킬창이 자주 출몰한다. 맥을 끊는다. 걸핏하면 카레가 등장한다. 편식은 좋지 않습니다.


표지 설명: 라이벌을 만난다. 꽤 강하다. 친구가 된다. 근데 지금  애비 어디에 있냐(이건 9권에서 설명).


스토리: 프란과 스승은 수인국으로 향한다. 프란이 진화할 수 있었던 계기를 제공해준 키아라를 만나고, 흑묘족 마을에 들려 흑묘족도 진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스포일러 주의, 장문 주의, 쓸데없는 설명 주의. 바쁘신 분은 ↑ 위에 것만 읽으셔도 됩니다.




울무토에서 진화를 이룬 '프란'은 진화의 단서를 제공했던 '키아라'라는 흑묘족을 찾아 수인국으로 향한다. 가다가 바다에서 에피소드 하나 뽑아 먹고, 드디어 수인국에 도착은 했는데 어째 분위기가 요상하다. 이전에는 걸핏하면 시비에 말려들곤 했는데, 이젠 마주치는 사람마다 겁먹고 피하기 바쁘고, 때론 경외의 눈길을 보내온다. 알고 봤더니 흑묘족이 진화한 케이스는 프란이 유일하다나. 그러다 보니 지레 겁먹고 피하는 중이다. 그것도 그거지만, 수인끼리는 상대가 진화한 상태라면 알아본다고 한다. 진화란 요컨대 초사이언 같은 거다. 손오공이 초사이언이 되었을 때 베지터는 꽤나 충격을 먹었었지.


그러니 진화를 못한 수인들은 진화한 상대를 넘사벽으로 취급한다. 진화했다는 건 그만큼 수라장을 헤처 나왔다는 소리고,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다. 괜히 시비 걸었다간 다리 잘리는 걸로는 끝나지 않는다. 특히 프란은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면 주먹(칼)이 먼저 나간다. 울무토에서 무투대회를 통해 프란의 소문은 대륙을 넘어 수인국에도 퍼졌다. 흑뢰희라는 이명을 곁들여 이젠 숭상하는 수인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나쁜 기분은 아니다. 이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노예로 잡혀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끝에는 고기 방패가 되어 사라질 운명이었는데 스승(주인공, 검)을 만나 이렇게 진화를 이뤘다.


조금은 거드름 피울 만도 하겠건만, 그러지 않는 게 매력이라면 또 매력이다. 그녀의 무뚝뚝한 성격은 어디 못 간다. 아무튼 키아라를 찾아 수인국 왕궁에 찾아왔더니 그 당사자는 오늘 내일 중이다. 수십 년 전 납치되다시피 수인국으로 잡혀와 모진 고초를 겪고, 온건파 왕으로 바뀌면서 키아라의 입지도 조금은 올라갔지만 이미 나이는 황혼은 넘어선지 오래다. 프란처럼 젊었을 적에 진화의 조건을 찾아 얼마나 노력을 했던가. 이제 일어설 기력도 없는 그녀(키아라)가 진화에 성공한 프란을 봤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진화는 종족의 비원이다. 땅을 기는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종족의 지위를 끌어 올리기 위해 무던히도 진화를 꿈꿔왔었다.


자, 꺼져가는 촛불이 마지막 불꽃을 피우려 한다. 프란으로부터 진화의 조건을 들은 키아라는 마지막 생명을 불사르려 한다.

근데 아쉽게도 키아라의 이야기는 여기서 9권으로 넘어간다.



온건파 수인왕이 집권하면서 적어도 수인국에서의 흑묘족은 안정적으로 살고 있나 보다. 이왕 이곳까지 왔으니 동족에게 진화의 조건을 퍼트리고 싶은 프란이다. 흑묘족이 몰려 산다는 마을로 가다가  백발 꼬맹이를 만난다. 이름은 '메아'라고 한다. 메아가 놓친 사냥감을 프란이 잡아 버리는 바람에 일촉즉발이 된다. 그러게 왜 놓쳐가지곤이라고 정론을 들이밀자 메아는 찍소리 못한다. 근데 느닷없이 결투를 하자네. 애들은 싸우면서 친해진다고 하니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이렇게 또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 이것이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고,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의미하는 게 이 작품이다.


아무튼 흑묘족이 몰려 산다는 마을에 도착은 했는데... 그동안 흑묘족이 얼마나 박해를 받고 살아왔는지 잘 보여준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패기는 없고 상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비굴한 모습에서는 그 옛날 천하를 호령했던 흑묘족의 긍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게 다 자업자득이지만 선조가 저지른 일을 후손이 죗값을 치르는 것도 참 뭐 같은 상황이다. 며칠을 여기서 묵으며 잠깐 흑묘족을 돌보기로 하는데 이야기가 이렇게 온화하게 끝나지 않는 게 또 이런 작품의 매력이다. 주인공(혹은 히로인)이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는 전매특허를 이 작품도 가지고 있다. 즉, 흑묘족 마을을 향해 뭔가가 다가온다.


이제까지의 싸움은 애들 장난 수준이다. 먼치킨이지만 먼치킨이 아닌 게 이 작품의 특징이랄까. 수인국을 전격적으로 침공하는 옆 나라의 대규모 공세는 프란과 스승을 사지로 몰아간다. 사실 내 알 바 아니다. 같은 흑묘족이라고 해도 생판 모르는 타인이다. 무시하고 도망가면 그만이다. 애초에 프란도 스승을 만나 성장을 하였다지만 그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못한 생활을 해왔다. 그러니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서 누가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완고하고 무뚝뚝하고, 적에겐 가차없지만 지켜야 할 사람이라고 인식하면 버리지 못하는 게 프란이다. 진군해오는 대군을 맞아 프란과 스승은 흑묘족 마을 사람들이 무사히 피난할 시간을 벌고자 한다.


맺으며, 기승전결이 아쉽군요. 7권에서도 바다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로 몽땅 채우더니, 이번에도 미적미적 거리다 결국 8권에서는 이야기를 매듭 못 짓고 9권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이제 거의 결말만 남았는데, 무슨 광고 후에 뵙죠도 아니고... 그나저나 프란이 수인국에 오지 않았다면 수인국은 멸망했을지도 모르는 시추에이션이라니 얼마나 인제 부족에 시달리는 거냐라고 되뇌지 않을 수 없었군요. 위에서 무쌍은 없다고는 했습니다만. 프란과 스승이 대군을 맞아 싸워대는 모습은 영락없이 먼치킨 무쌍은 무쌍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군요. 하지만 모험가 등급에 맞는 실력이라는 작중 설정은 잘 지키고 있다는 게 특징이자 매력입니다. 


가령 모험가 A등급이라면 이 정도 실력이라는 걸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요. 그러니 프란이 싸우는 대목에서도 C등급이지만 본 실력은 A등급에 맞먹는다는 걸 잘 표현하고 있죠. 참고로 프란은 A등급 실력이지만 A등급으로 승급을 하지 않는 이유가 B등급 시험에서 지위 능력을 인정받아야 되는데 프란은 이 능력이 없어서... 설명 조금 더 첨언하자면, 이 작품에서 모험가 A등급은 국가 전략급 병기 취급한 명만 있으면 다른 나라의 침공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아만다(하프엘프, 프란의 부모를 키운) 한 명만으로 옆 나라 침공을 억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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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의 마왕 1 - J Novel Next
마지마 분키치 지음, 토요타 사오리 일러스트, 김경훈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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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침략전쟁, 수탈, 지배에서 오는 인간의 존엄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와 힘이 없는 애국자, 난세의 시대에 사람들은 영웅을 갈망한다, 그래서 등장한 마왕, 정통 판타지, 이세계물 아님.


표지 설명: 뭔가 북두의 권처럼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작중 세계관을 잘 나타내고 있다. 


스토리: '스노바'라는 나라가 있고, '코핀'이라는 나라가 있다. 둘의 조상은 같다. 근데 스노바는 옆 나라 코핀을 침공한다. 코핀은 매국노들 때문에 별다른 저항도 못해보고 왕족과 군대는 몰살 당한다. 스노바의 장군은 코핀을 야만인이라 정의하며 가혹한 통치를 시작한다. 일명 선민사상이다(모르면 검색해보자). 침략전쟁에 있어서 선민사상만큼 골 아픈 것도 없다는 걸 보여준다. 그 예로 스노바 장군은 마지막으로 남은 코핀의 왕족 루키나 왕녀로 하여금 굴욕적인 복종을 요구한다. 이 난세를 극복해줄 영웅은 나타날 것인가. 왕녀를 구하고 나라를 구할 영웅, 대초원 어느 귀퉁이에 머리가 하얀 청년이 살고 있다. 어느 날 청년의 집 근처로 이상한 투구를 쓴 여자애가 쫓겨온다. 여기서 마왕의 전설이 시작된다. 마왕? 영웅은?


특징: 힘이 없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기면 장땡이다. 알량한 자존심을 세울 시간이 있으면 망명정부라도 세워라. 입만 산 위정자는 꼴불견이다. 내 여자를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죽는다? <- 이게 이 작품의 최대 포인트.


장점: 거대종(거인?)이 있고, 용이 나오는 고대 시절을 바탕으로 하는 대서사시. 밝은 파스텔톤식 판타지가 아니라 고대 시절 전쟁으로 피폐해진 대지를 배경으로 하는, 하늘이 언제 푸르렀는지도 모를 우중충한 잿빛 세계를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어서 어딘가 몽환적이면서도 세기말적 분위기가 특징이다. 적어도 하렘은 아닌 거 같다. 근데 가능성은 있다. 그중에 유부녀도 포함이다.


단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루키나 왕녀가 불쌍하다.



스포일러 주의



기적은 없다. 영웅이라고 불린 사람들은 전부 죽어 버렸다. 아버지도 모두, 루키나 왕녀는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아무리 굴욕을 당해도 교섭을 이어가고자 하지만 스노바 장군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태초에 거대종과 용과 인간의 싸움으로 이 대지는 피폐해지고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 해(태양)을 본 지가 1천 년 전이다. 식물은 제대로 자라지 않고, 사냥감도 통제하며 잡아야 할 만큼 궁핍한 삶을 살아가는 코핀이라는 나라를 침공해서 스노바는 어쩌려고 하는 걸까. 저항은 용서가 되지 않고, 반란의 씨앗이 되는 거라면 아이도 죽이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마치 복수를 두려워하는 겁쟁이마냥.


흰머리 청년 '더스트'는 대초원 한 귀퉁이에서 쓰러진 나무 밑동에 집을 짓고 살고 있다. 그는 옛적 마왕이라 불리었던 어떤 인물을 연구하며 지내고 있었다. 하늘에선 여전히 비가 내린다. 땅에서는 해골의 손이 쉬고 있다. 어느 날 유적을 연구하던 그에게 낯선 여자애가 쫓겨온다. 머리엔 이상한 투구를 썼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이 땅에 어인 일일까. 모험가들에게 쭃겨온 그녀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때 청년 더스트는 마술을 이용해 땅에서 쉬고 있던 해골로 하여금 그녀를 구하게 한다. 이것이 청년 더스트와 왕녀 루키나의 미래를 바꿀 거라는 걸 지금은 몰랐겠지. 여자애의 이름은 '애시'라고 한다. 



이 작품의 두 번째 장점: 혼자서 다 해 먹는 먼치킨은 없다. 그놈의 스테이터스 창도 없다. 마법은 있지만 대규모 술식은 없다. 먼치킨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겐 입에 안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게 매력이다.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절망감이 있다.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저마다의 정의가 충돌하며 누가 선인지 분간 시키는 묘미가 있다. 사람의 존엄은 어디서 오는가 하는 철학적인 물음이 있다. 가령 '나라를 잃더라고 핍박을 받더라도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올 것이다'와 '억압받고 개돼지 취급 당하며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마음마저 박살 내버리는 삶에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있다. 죽더라도 자유를 쟁취할 것이냐. 살아서 굴욕을 당할 것이냐의 물음이 있다. 


왕녀 루키나는 일방적인 선택을 강요 당한다. 굴욕적인 조건이 걸리고 항복을 선서하며 벌레처럼 바닥을 기라고 한다. 저항은 무의미,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문득, 옛날 일이 떠오른다. 왕녀인 자신에게 당돌한 진언을 마다하지 않던 머리가 흰 소년을. 그 소년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분명 이 국난을 타개할 비책을 제시했을 것이다. 고대 시절 코핀이라는 나라에는 마왕이라고 불렸단 사내가 있었다. 죽어버린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금단의 마술에 손을 대어 마왕으로 낙인찍히고 추방되었던 사내. 세월이 흘러 그 마왕의 업적을 연구하는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은 사상 두 번째 마왕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추방되었다.


흰머리 청년은 '애시'라는 여자애를 만난다. 애시는 용을 신(神)으로 숭배하는 나라를 찾아와 용의 실물을 보고자 한다. 애시의 부모는 스노바라는 나라에서 용이라는 신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가 처형 당한다. 자신들만의 용이 유일신이라 떠받드는 나라에서 타국의 용신은 이단으로 치부하는 걸 간과한 것이다. 부모의 마지막 업적인 용에 관련된 걸 찾아 애시는 코핀으로 온다. 코핀의 하늘에는 비를 관장하는 용신이 있고, 백성들로부터 숭배받고 있다. 마지막 소원인 것처럼 애시는 거기에 매달린다. 자기 목숨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리고 스노바 군은 해선 안 될 짓을 저지른다. 애시는 죽다가 살아난다. 그리고 정신줄을 놓아버린다.


흰머리 청년은 분노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애시는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맺으며, 이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라면 '기적은 없다.'를 들 수가 있군요. 희망이 되는 싹은 처음부터 잘려 나갑니다. 지배자에게 있어서 피지배자들에게 절망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죠. 희망의 싹을 없애고, 자신들의 최고 정점인 왕녀로 하여금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게 한다. 그렇게 해서 의지를 꺾는다. 통제에 있어서 이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루키나 왕녀의 꺾이지 않는 마음은 참 절절하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소리만 치는 왕녀가 사실 꼴불견이기도 하고, 어릴 때부터 왕족에 어울리는 근엄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 속칭 바지사장 취급 당하는 모습은 안타깝게도 합니다.


흰머리 청년 '더스트'와 이상한 투구의 '애시'의 관계도 눈여겨볼만합니다. 위기에 처한 애시를 구해주고 이후 줄곧 같이 살면서 애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애시는 더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장면 장면들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게 또 이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싶었군요. 그러다 난세는 이들에게 손을 뻩치게 되고, 애시가 말려들면서 빡친 더스트가 마왕이 되어 가는... 이 작품은 루키나 왕녀의 시각과 더스트와 애시의 시각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리고 시냇물이 만나 강을 이루듯 이야기를 합쳐지죠. 이걸 절묘하게 역어 가는 작가의 실력이 좋아요. 전체적으로 보면 카타르시스나 큰 흥미를 끌만한 소재는 없는데 치밀한 구성이 이목을 집중시켜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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