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피크닉 1 - 두 사람의 괴물 탐험 파일, S Novel+
미야자와 이오리 지음, shirakaba 그림, 심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봐두는 건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원인불명의 카미카쿠시(즉, 초자연적 행방불명을 다루고 있다), 내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보는 원초적 공포가 있다. 인식 장애, 내면의 공포, 이세계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이세계보다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속한 이계(아마도)랄까. 도시전설 혹은 실화 괴담이 현실로 구현되는 곳.


표지 설명: 왼쪽 AK 소총 들고 있는 여성이 토리코, 오른쪽 권총을 들고 있는 여성이 소라오, 피크닉이라고 해서 놀러 가는 것이 아니다. 뒷쪽 문은 현실과 이계로 통하는 문이다. 저길 통과하면 그때부터 목숨을 건 서바이벌이 기다린다. 


스토리: 삶에 지쳐 현실 도피로 뒤편(이계)에 들어갔다가 죽을 위기에 처한 소라오와 그녀를 구한 토리코의 괴이 탐험이다. 소라오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고 싶어 했고, 토리코는 뒤편(이계)에서 행방불명된 '사츠키'라는 친구를 찾고자 한다. 그러나 뒤편에 발을 들인 그녀들을 반기는 건 실화 괴담에 나오는 괴이 현상의 무엇이었고, 그 무엇으로부터 목숨을 위협받으면서 괴이를 해결해나간다는 이야기이다.


핀 포인트: 내가 지금 접하는 현실이 진짜 현실인지 의문을 가져라.


특징: 호랑이 굴에 끌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어쩌면 핵심 스포일러가 들었을 수 있으니 주의, 장문 주의, 괴이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었으면 보다 리뷰를 잘 쓸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필자 머리엔 그런 게 없다 보니....




'소라오'는 폐가 탐험하다가 뒷문을 통해 이계로 들어간다. 처음엔 몰랐다. 뒤편(이계)이 이렇게 위험할 줄은. 그저 답답한 현실에서 도피하기 좋은 곳이라 여겼다. 근데 아니었다. '쿠네쿠네'라는 이형의 물체에 죽을뻔한 뒤로 여긴 올 곳이 못된다고 여기게 된다. 토리코가 아니었다면 나도 누군가처럼 동충하초가 되어 있었을 테지.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다. 아빠와 할머니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가산을 탕진해버렸다. 학교는 장학금으로 어떻게 다니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 그 도피처로 여겼던 '뒤편(이계)'은 나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사람이 공포에 직면하게 되면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소라오는 죽을 위기에 처한다. 그때 그녀를 구해준 사람이 '토리코'다.


토리코는 뒤편에서 행방불명된 '사츠키'를 찾고 있다고 한다. 이게 이 작품의 첫 번째 포인트다. 소라오는 다신 뒤편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돈이 없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유산을 남기지 않고 죽어 버렸다. 지금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벅찼던 그녀는 토리코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결국 사츠키 찾는데 협력하기로 한다. 쿠네쿠네를 토벌하고 드롭되는 정육면체 거울은 꽤 비싸게 팔린다. 근데 토벌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혼자선 어림도 없다(나중엔 혼자서도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육체적이고 물리적인 위험이 아닌, '인식'에 보다 근본적으로 직접 침투하는 가상현실로 대상을 무력하게 함으로써 내가 나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것에 있다.



내성적이면서 절차라는 결벽증이 있는 '소라오'와 저질러 놓고 일이 터지면 고민하는 '토리코'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내성적인 성격과 만사가 쾌활한 토리코는 물과 기름이다. 그래서 두 번 다시 볼 일은 없다고 여겼지만, 뒤편에서 망가진 휴대폰 수리비조차 없었던 소라오에게 있어서 토리코의 쿠네쿠네가 떨어트린 정육면체가 고가로 팔린다는 말에 현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츠키를 찾고자 뒤편에 자주 드나드는 토리코에게 있어서 사실 소라오는 좋은 봉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왜냐면, 소라오는 '쿠네쿠네'를 상대하는데 소질이 있었기 때문. 쿠네쿠네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토벌이 불가능하다. 이게 이 작품의 두 번째 포인트다.


쿠네쿠네는 그녀들이 처음 만나는 괴이다. 뒤편에서 등장하는 괴이는 쿠네쿠네 말고도 필척귀신들 다양하게 나온다. 이것들이 무엇인지 풀어가는 게 이 작품의 세 번째 포인트다. 단순히 괴이를 풀어가는 것이 아닌, 매사 목숨을 위협받는다. 그때마다 소라오는 능력을 발휘한다. 이 능력이라는 게 꽤 특별하다. 첫 번째 괴이 쿠네쿠네를 쓰러트리면서 얻게 되는데, 토리코도 비슷한 능력을 얻게 된다. 이후 그녀들(주로 소라오)은 이 능력으로 뒤편의 본질을 꿰뚫어 보면서 괴이의 정체를 파악해간다. 하지만 파악한다고 해서 일이 쉽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 거기다 둘은 성격이 안 맞다. 한 쪽은 방구석 폐인 같은 사람이고, 한 쪽은 인싸다.



이 작품의 특징은 보는 이로 하여금 허를 찌르는 공격에 있다. 가령 파트너가 '괴이'의 농락에 휘말려 카미카쿠시(모로면 검색해보자) 당하는 걸 필사적으로 구하게 되는데 알고 봤더니 카미카쿠시를 당하는 건 파트너가 아니라 '나'였다는 진행 방식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특정한 문을 통해서만 뒤편(이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등장인물로 하여금 문(도어)만 지나지 않으면 괜찮다는 인식을 뒤집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집안에 있어도 안전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카미카쿠시는 이런 의미이다. 초자연적인 행방불명. 거기에 휘말려 소라오와 토리코는 밤낮으로 개고생이다. 급기야 이들은 정반대의 성격으로 인해 파탄을 맞이하고 만다.



'의사소통 장애에 서브 컬처 오타쿠로 가장한 의존성 사이코 패스' 


​'토자쿠라'라는 토리코의 지인이 소라오에게 했던 말이다. 이것이 이 작품의 네번째 포인트다.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언급은 못하고, 저 대사만 나올 뿐 이후 이렇다 할 내용이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저 위에서 언급한 '인식'에 단서가 있다. 뒤편(이계)의 공포는 사람의 '인식'에서 온다. 소라오의 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느 날 죽은 채 발견이 된다. 소라오와 토리코가 겪고 있는 괴이 현상은 어쩌면 옛날부터 그래 왔을 수도 있다는 전재가 달리는데, 그 옛날이 특정한 날 이후부터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 특정한 날이 소라오와 연관이 되었을 수 있다는 복선이 깔리면서 그녀의 진능력과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소라오가 뒤편에 가게된 이후 뒷문을 통해서만 뒤편(이계)로 갈 수 있었던 것이 더 이상 현실과 뒤편(이계)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진다.



맺으며: 이 작품은 공포와 스릴러를 다루고 있습니다. 가령 어둠에 숨어 있는 저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에 오는 공포를 다루고 있죠. 매번 건물 5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는 여성을 엘리베이터에 못 타게 하기 위해 필사적이 되는 스릴러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고요. 뒤편으로 나가보면, 인식을 통해 구현되는 공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런 괴담이 있을 것이라는 도시전설을 믿는 사람들의 공포를 구현 시켜놓은 무언가가 등장하죠. 그래서 이런 괴이들은 보통 방법으로는 퇴치가 불가능하다고 역설합니다. 왜냐면, 사람의 인식에서 비롯된 비현실적인 공포를 타인이 현실적으로 없애지 못한다고, 여기서 소라오의 능력이 필요하게 되죠. 그녀는 쿠네쿠네 사냥을 통해 뒤편의 본질을 꿰뚫어 보게 되면서 괴이의 진짜 정체를 간파하는 능력을 얻게 됩니다. 이것이 그녀가 뒤편에서 죽지 않고 살아가는 비결이 되죠.


아무튼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건진 듯한 작품이 되겠습니다. 전혀 정보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뭔가 싶어 구매를 하였는데, 사람의 인식에 관한 공포를 주제로 하고 있어서 매우 흥미를 끌었군요. 이세계 먼치킨&하렘이 지친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다만 필자 한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중후반부 뒤편과 괴이의 정체를 밝혀가는 부분은 독해력 꽤 높이 요구하는지라 중후반쯤에 가면 뭔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게 되는 단점이 있군요. 사실 괴이와 뒤편에 관한 전문적인 해설을 작중에 내포하고 있지만 이것을 다 언급하면 리뷰가 한정 없이 길어져서 대충 '인식'이라는 단어로 두리뭉실하게 표현하였습니다. 고로 내용을 두고 다른 분들과 의견이 틀리 거나 다를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소라오와 토리코의 성격차이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나 괴이에 관해서 치밀한 준비 등 작가가 공을 꽤 들인 흔적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그에 따라 필력도 상승하여 읽는 내내 손을 뗄 수가 없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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