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리오·마키나 1 - 《뱌쿠단식》미나즈키의 재기동, JM 노벨
미사키 나기 지음, 레이아 그림, 구자용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SF판타지, 전쟁, 하렘, 왕따, 오토마타, 반전사랑이 세상을 구한다.


표지설명: 백은색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카논'과 중2병을 앓고 있는 듯한 '미나즈키'다.


스토리: 흡혈귀들이 자신들은 우월한 종자라며 전 세계를 상대로 쓸데없는 싸움을 건다.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난 신체와 능력을 이용해 파죽지세로 인간 세계를 침략한다. 헬바이츠 공국은 대흡혈귀용 '뱌쿠단식' 오토마타를 만들어 대항한다. '뱌쿠단식'은 절망에 빠진 세계에 구세주가 될 것인가. 10년 후, 어째서인지 '뱌쿠단식' 오토마타들은 천하의 역적이 되어 있었다. '카논'은 오토마타 마니아다. 뱌쿠단식 오토마타에 흥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으로 인해 왕따를 당하는 중이다. 그의 곁에는 오토마타 '미나즈키'가 있다. 그는 왕따 당하면서도 대항하지 않는 카논을 못마땅해 하는데...


특징: 여론조작이 이렇게나 무섭다. 무생물 오토마타도 하렘을 꾸린다.


평가: 학자들이 괜히 로봇(이 작품에서는 오토마타)을 인간형태로 만들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다. 감정이입은 병까지 상사한다.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구분해두지 않으면 윤리적으로 힘들어지는 건 인간이다. 이 작품은 그런 경계를 무너트린다. 인간은 결코 신(神)이 될 수 없다. 어설프게 신 행세를 했다가 어떤 꼴이 일어나는지 이 작품은 잘 보여준다. 인간은 인간답게, 로봇은 로봇답게.


이 작품의 핵심 포인트는 반전에 있다.



꽤 심한 스포일러 주의, 장문 주의



등장인물은 오토마타 기사를 꿈꾸는 '카논'과 그의 사촌 '미나즈키', 그리고 흡혈귀 공주 '리타'다 카논은 헬바이츠 공국에서 학살자로 경멸의 대상이 되고 있는 오토마타 '뱌쿠단식'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이게 이 작품의 키포인트다. 그녀는 왜 학살자라고 정평이 나 있는 오토마타에게 흥미를 가지고 있는가. 이것으로 인해 그녀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중이다. 단순히 나와 달라서 괴롭히는 차원이 아닌 학살자의 대명사인 오토마타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그녀가 못마땅한 건 당연하다. 왜냐면, '뱌쿠단식'은 폭주로 인하여 대량의 인간을 살상하였기 때문에 그것을 추종하는 인간이 좋게 비칠 리가 없는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포인트가 있다. 흡혈귀들은 '뱌쿠단식'오토마타에 속수무책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쉽게 점령을 하였지만, '뱌쿠단식'을 보유한 헬바이츠 공국에서는 계속해서 패전을 거듭해야만 했다. 여기서 냄새가 난다. 적국의 비밀병기를 무력화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군의 수뇌부라면 모든 방법을 동원하려 할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거기에 초점이 맞춰진다. 흡혈귀들은 정공법으로 '뱌쿠단식'과 전투를 벌이는 것보다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가령 흡혈귀의 능력 중 하나인 '매료'로 운용주체를 공략하고 나아가 '뱌쿠단식'을 손에 넣어 인간들을 말살한 게 아닐까.


그리고 폭주하는 '뱌쿠단식'을 어쩌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협력을 뜻을 내비쳐 손을 잡는다. 그리고 얼렁뚱땅 '뱌쿠단식'을 처분하고 인간들에게 빚을 지운다. 그 결과 헬바이츠는 왕권제에서 공화국이 되고, 흡혈귀들이 정치의 중추에 자리를 잡는다. 군에도 흡혈귀들이 자리를 잡는다. 다른 나라를 침공할 때 꼭 정공법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적의 적을 만들고, 내부에서 무너트리면 피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점령할 수 있다. 이렇게 헬바이츠는 공국으로 다시 태어나고 흡혈귀와 공존하는 나라가 되어 버린다. 아직도 세계는 흡혈귀와 전쟁 중이다. 그 전쟁 중인 나라가 헬바이츠 공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시종일관 '뱌쿠단식'의 허점을 드러내면서 위 가설을 뒷받침한다. 령 전략급 병기를 조종하는 마스터의 인증이 너무나 허술하다. 칩에 마스터의 정보를 심어 삽입하는 부분에서 보안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누구나 '뱌쿠단식'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소스코드 접근도 쉽다는 걸 피력한다. 이점을 흡혈귀들이 파고든 게 아닐까, 그런 흐름을 보여주며 다른 가설을 차단한다. '뱌쿠단식'의 오토마타가 천하의 역적이 된 이유, 흡혈귀는 정공법으로는 '뱌쿠단식'에 대항할 수가 없다. 그러니 다시 못 만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용사를 마왕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헬바이츠 공국은 대흡혈귀 전투용 오토마타 만드는 게 금지되었다.



미나즈키는 부적합품이다. 10년 전 자신을 만들어준 어머니에게서 그런 말을 듣고 잠에 들었다. 깨어나 보니 조국은 흡혈귀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어머니는 8년 전 학살극에 휘말려 사망하고, 형제들은 모두 박물관에 전시되어 조롱당하고 있다. 그는 이제 유일한 '뱌쿠단식'이다. 그런데 대흡혈귀용으로 제조되어 전선에 서보지도 못하고 동결된 끝에 깨어나 보니 세상은 요지경이다. 그러니 그의 울분은 꽤나 컸을 것이다. 반항기를 겪는 아이처럼 자신의 주인인 '카논'에게 시시때때로 시비를 걸고, 그녀가 왕따 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도와주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 의의 상실은 가슴에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버렸다.


'뱌쿠단식'이 헬바이츠 공국에서 어떤 취급을 받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카논은 거기에 집착한다. 그것으로 인해 왕따를 당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처음엔 뭐 이런 히로인이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진실이 드러나면서 매우 안타깝게 한다. 그녀는 자기 나름대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뱌쿠단식'이 인간을 학살하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왜냐면, '뱌쿠단식' 오토마타 창조주 '하루미 뱌쿠단'이 그녀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 반전이 일어난다. 미나즈키는 하루미 뱌쿠단이 남긴 유일한 오토마타다. 하루미 뱌쿠단은 왜 자신의 딸에게 미나즈키를 남겼을까. 이것을 풀어가는 게 이 작품의 묘미다.


그리고 8년 전 학살극의 진상이 드러난다.



이 작품의 단점: 필자의 주관적이지만, 흡혈귀 공주 '리타'의 싸구려 연애관으로 인해 좋은 소재를 다 갉아먹는다. 첫눈에 반한다는 걸 믿지 못하면 연애는 할 수 없다고는 하는데, 폭주하는 공사용 오토마타를 처리한 미나즈키에게 꽃여서 그가 다니는 학교에 전학하고, 그를 만나자마자 고백하는 등 제정신이 아닌 모습을 보인다. 그런 게 흡혈귀의 특징이라고 서술은 하고 있는데 서술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걸 보는 독자는 학을 떼고 싸구려 이미지를 받아 버린다는 거다. 온갖 아양에, 딴에는 귀엽다고 표현한 장면들은 오글거리는 게 아니라 혐오에서 오는 닭살이 돋는다. 리타를 한마디로 평가하자면 진상 스토커다. 이것이 작중에 상당한 분량으로 들어가 있다. 대체 이 내용이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왜 평범한 연애를 못하냐고.


눈여겨볼 장면들: 주인공 미나즈키가 자신을 동결 시킨 어머니의 참뜻을 알아가고, 카논이 왕따를 당하면서도 '뱌쿠단식'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아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미나즈키의 존재 의의는 흡혈귀 구축이다. 하지만 카논은 그(미나즈키)가 평범하게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것은 초반에 발암으로 다가온다. 자신(카논)의 뜻을 상대(미나즈키)에게 강요하는데 이것은 상대의 마음을 무시하는 태도로 비춰진다. 근데 머리 좋은 사람이 이 작품을 읽으면 초반에 그녀의 진짜 뜻을 알게 된다. 인간을 학살한 '뱌쿠단식'과 평범하게 살아줬으면 하는 마음의 뜻이 무얼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뱌쿠단식'은 학살자가 아니라고.


맺으며: 이 작품의 묘미는 가설을 뒤집는 반전에 있습니다. 가령 '뱌쿠단식'이 학살자가 된 이유가 흡혈귀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하게 하고, 그 추측을 뒷받침하는 가설을 심어놓으면서 믿게 하고, 해답 편에서 진짜 흑막은 따로 있다라는 반전을 보여주죠. 요컨대 필자가 세운 가설은 낚였다는 의미. 이런 이야기들은 추리물에서 흔히 보는 소재이긴 합니다만. 가설과 단서를 워낙 치밀하게 심어 놓다 보니 중반까진 쉽게 속겠더라고요. 은상 받을만하다고 할까요. 그리고 캐릭터들의 변해가는 성격도 볼만하죠. 카논의 행동이 못마땅했던 미나즈키가 그녀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고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의의를 찾아가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카논도 주변이 온통 적 밖에 없는 현실에서 홀로 싸워갈 수밖에 없었던 마음에서는 분함이 묻어 나왔군요. 리타는 진상 스토커, 대체 왜 등장시켰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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