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1부 책이 없으면 만들면 돼! 3
카즈키 미야 원작, 시이나 유우 외 그림,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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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에게 있어서 분기점이 되는 에피소드입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였지만 번번이 무산되고 제풀에 못 이겨 열병이 도져서 사경을 헤매는, 고블린 슬레이어에 고블린 성애자가 있다면 이 작품엔 도서(종이) 성애자가 있어요. '마인' 전생에 여대생이었던 그녀는 책에 깔려 죽었다가 이세계로 전생을 하였죠. 전생에서도 책이라면 사족을 못 썼던 그녀가 이세계로 떨어졌다고 취미가 고쳐질 리 만무. 그래서 점토판부터 시작해서 파피루스인지 뭔지로 식물지를 연구하다 말아 먹고, 목각(글자 세길 수 있는 나무 쪼가리)을 만들었더니 엄마가 불쏘시개로 써버렸습니다.

 

아, 혈압. 뒷목 잡고 쓰려져서 며칠을 사경을 헤매죠. 삶에 낙이 없어. 이렇게 된 거 진짜 종이를 만들어 볼까? 아니 안 되니까 저 고생을 한 건데. 조금만 걸어도 헉헉대는 저질 체력으로 뭘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마침 옆에 건장한 꼬마가 있네? 어쩌다 마인을 돌보는 입장이 되어버린 '루츠', 앞집에 살며 같은 또래의 마인을 보다 못해 도와주고 있었는데 그만 말이 동업자지 시다바리 확정되어 버립니다. 지혜는 마인이 내고 노동은 루츠가, 사람 잘못 만나 개고생하게 생겼습니다. 뭐 일단 마인에게서 받은 것도 있으니 내빼면 사내가 아니죠. 그보다 장래에 마인을 노리는 걸까? 아쉽지만 그럴 일은 없음...(제목에 스포주의라고)

 

그런데 의욕만 앞섰지 가만 보니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 되어버립니다. 한지같이 제례식 종이를 만드는 장면을 봤다면 알겠지만 틀이라던가 다라이라던가 필요한 게 한두 개가 아니죠. 그러니 맨땅에 헤딩, 모든 장비를 손수 장만해야 되는 고난이 시작돼요.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마침 간이 샴푸를 노리던 '오토(문지기)'의 와이프에게 간편 샴푸를 팔게 된 인연으로 '벤노'라는 상인을 만난 시점에서 마인에게 광명을, 여기가 분기점이죠. 이세계에 신문물을 퍼트려 돈을 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 다른 말로는 물주라고도 합니다.

 

본편인 라노벨에서 루츠에 벤노에 오토까지 등장하며 이거 역하렘인가하는 추측을 하였는데 결국은 아니었군요(누차 말하지만 제목에 스포주의라고). 결과적으로 보면 마인에게 있어서 벤노의 등장은 천군만마라고 해도 될 인물입니다. 후원이라던가 매입이라던가 모든 면에서 편의를 봐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죠. 나아가 마인의 정체가 들통나지 않게 정보 조작까지 해주고 있으니(마인은 모름), 천방지축으로 일을 벌여가는 마인 때문에 늘 두통을 안고 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마인과 벤노의 관계는 깊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마인이 성장하면 벤노와 맺어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낳았죠. 하지만 그럴 일 없음...

 

원작을 안 보신 분이라면 사실 코믹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모를 수 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마인이 앓고 있는 열병의 정체와 벤노가 읊조렸던 신식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 마인도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그런 핑계로 좌절하지 않고 나아갈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원작인 본편을 안 보신 분이라면 이런 의미를 헤아리는데 다소 힘들지 않을까 하는군요. 보통 라노벨이 코믹화되면 이야기가 압축되거나 건너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도 사실 좀 많이 건너뛰고 있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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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슬레이어 8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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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인가 축복인가. 혼자 다녀도 무리 없이 해냈던 일들에 언제부터인지 동료가 늘어나 어깨를 부대끼고 한솥밥을 먹고 야영을 하고 고블린을 쓸어버리는 일이 이젠 익숙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동료라는 단어는 그에게 있어서 아직 낯설기만 하다. 그럼에도 등을 맡길 수 있는 든든함에 고블린 슬레이어는 보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제자리를 맴돌 뿐 뭐하나 구원받은 것은 없고 누나라는 주박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몰려든 동료들은 그의 과거를 굳이 알려 하지 않는다. 딱 하나, 여신관은 그에게서 자신의 과거를 엿보게 되고 그가 안고 있는 어둠에 슬픈 감정만을 보낼 뿐이다.

 

세상은 그를 고블린 성애자라 매도하지만 그가 안고 있는 슬픔과 분노는 헤아려주지 않는다. 왜, 다들 크고 작던 그러한 일을 겪고 있으니까. 일까? 그래서 검의 처녀가 그에게서 구원받아 서큐버스같이 닥돌하는 상황은 그에게 있어서 축복일까 저주일까. 그녀가 등장하면 고블린도 등장한다. 그녀가 머물고 있는, 그녀의 의뢰로 들어간 물의 도시 지하 수로에서 단순히 고블린만을 퇴치할 줄 알았는데 날벼락을 선사해도 유분수지 같은, 고블린을 멸종 시키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겠다는 양인 검의 처녀,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다. 높은 지위까지 올랐지만 되려 그것이 발목을 잡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아이러니가 그녀에게 있어서일까...

 

수도까지 호위 좀 해주세요. 난데없이 나타나 휴일을 방해해도 유분수지. 그녀가 나타나면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길목에 고블린이 나온답니다? 고블린?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있어서 사랑스러운 미끼를 물지 않을 리 없다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을 터, 수하 신관들을 동원하면 그깟 고블린 따위 아무것도 아님에도 굳이 그(고블린 슬레이어)에게 의뢰를 하는 의도는 무얼까. 그것은 사모하는 남자를 곁에서 보기 위해? 농밀한 숨을 토해내고 허벅지를 비비고 그가 넘겨준 종이 쪼가리를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그녀에게서 얀데레의 징조가 엿보인다. 농장 일을 돕지 못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소치기 소녀에게 전하는 고블린 슬레이어, 그걸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검의 처녀...

 

아무튼 수도에 도착했습니다. 또다시 시작되는 여신관의 이야기. 고블린 슬레이어와 마찬가지로 과거 고블린에 의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녀는 아직도 과거의 주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첫 번째 모험에서 쓰러져갔던 동료의 무덤에서 현 상황을 보고하는 여신관, 눈을 돌리고 도망도 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마음과 내버려 둘 수 없는 사람의 등을 바라보며 언젠가 그에게 빛이 되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그녀에게서 참으로 기구한 인생을 산다는 느낌을 받게 돼요. 같은 상처를 안고 있기에 모른척할 수 없는, 무섭지만 나아갈 수밖에 없는, 하지만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 두려움이 나아갈려는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어서 안타까움도 자아냅니다.

 

이야기는 제2막으로 넘어갑니다. 새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하늘을 날듯이 모험가를 해보고 싶었던 어느 공주님의 이야기.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살아야 한다는 격언을, 새장을 벗어난 새는 굶어 죽는다는 걸 비웃듯 탈출을 꿈꾸는 공주는 여신관의 장비를 훔쳐 버립니다. 당연하게 이런 이레적인 일은 나쁜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 하지만 처음은 미약해도 끝은 창대 하리처럼 이것이 공주와 여신관에게 있어서 어떻게 해도 뚫을 수 없는 벽이라는 정체를 뚫고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거라고는 지금은 생각 못했겠죠. 스포일러를 싫어하는 분들이 계셔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자세히 못 쓰지만 뭐 결국은 고블린 퇴치라는 아이덴티티가 실행될 뿐입니다.

 

고블린 슬레이어와 같이 다니면서 고블린을 숱하게 쓰러트려도 벗어날 수 없었던 과거라는 주박,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이 필요한지도 모른 채 그저 흘러가기만 했던 여신관은 공주라는 존재에게서 벽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얻게 됩니다. 비로써 자신이 해왔던 일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행위에서 구원받는 이도 있다는 것을 비로써 알아가죠. 이런 점에서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를 연상케 합니다. 서투른 청춘의 방황의 끝에서 무얼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될지 모르는 막막함. 아마도 여신관은 처음으로 과거의 주박에서 벗어나는 1호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맺으며, 무엇에서?이라고 해도 스포일러라서 말씀은 못 드립니다. 아마 2호는 검의 처녀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고블린이 꿈에 나올까 무서워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던 그녀가 여전히 다리가 덜덜 떨리고 오한에 시달리고 무서우면서도 할 수밖에 없었던 후반부 그녀의 행동은 참으로 눈부시다 할 수 있었습니다. 흠... 뭔가 리뷰에 쓸 이야기들을 준비는 많이 했는데 정작 이런 꼴이군요. 아무튼 이번 이야기는 짜임새가 좋습니다. 필자의 필력이 한참 모자라서 10%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는데 검의 처녀와 여신관이 과거의 주박에 묶여 괴로워하는 장면 표현은 참으로 구슬프기 짝이 없었군요. 초중반 고블린 슬레이어가 보여주는 다짜고짜 고블린인가?라는 부분은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중하며 쓰다 보니 두리뭉실해졌군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습니다. 10점을 주고 싶지만 결국 고블린 퇴치에 있어서 틀에 박힌 내용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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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 치트가 너무 최강이라 이세계 녀석들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만. 5 - J Novel Next
후지타카 츠요시 지음, 나루세 치사토 그림, 권미량 옮김 / 서울문화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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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진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싫으신 분은 빽 하세요.

 

 

 

 

괴물 같은 놈을 누가 지상에 풀어 놓았는가. '괴물 같은'이 아니라 괴물 그 자체인 주인공을 지상에 풀어놓은 것도 모자라 학교에 집어넣은 이유가 무엇일까. 어릴 적 주인공을 보살폈던 유모 '아사카'의 강력 추천이 있었기 때문에? 그럴리가요. 그녀(유모)는 어쩌다 면접을 보고 합격해서 애를 돌보는 유모가 되어 버렸지만 본직은 OL이거든요. 그러니까 어디에나 있는 평사원일 뿐 거대한 뒷세계를 움직이는 집단(이하 기관)에서 보자면 한낱 먼지 찌꺼기도 되지 않는 그런 존재이죠. 그렇담 주인공 요기리를 지상에 풀어놓고 학교에 입학 시킨 연유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어요.

 

기관은 그가 무서워서 지하 깊숙이 봉인해두고 유모만 붙여뒀을 뿐 지상과는 철저하게 격리를 해오고 있죠. 그런데 마음이 바뀌어서 주인공을 풀어 놨다? 그가 재채기만 해도 세계가 멸망할지 모르는데 한창 사춘기를 겪을 나이에 욕망과 아귀다툼이 판치는 학교라는 무대는 기름을 짊어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행위나 다름없어요. 근데 독자가 아무리 궁금해해도 작가는 아직 이 연유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외전을 통해서 조금식 그 연유를 밝히고 있기 한데 완전히 풀리려면 아마도 10권쯤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그래서 나름대로 필자가 유추해본 게 1권에서 언급했던 내용인데요.

 

주인공 요기리가 보는 세상은 타의(기관 내지는 마물)에 의해 꾸며진 허상이거나 세트(연극 무대) 혹은 꿈 속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이걸 반증하기라도 하듯이 이번 외전에서 주인공이 아기일 때의 장면이 등장합니다. 거기서 주인공을 지키던 여우 요괴의 말을 빌리자면 아기인 지금도 그의 힘은 방대해서 어쩌다 칭얼거리기라도 하면 세계는 멸망한다고 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고, 거기서 일어나는 주인공의 만행(?)은 이쪽 세계에 미치지 않으니 적어도 아기일 때만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는 대목은 커서도 그러지 말라는 법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물론 필자의 망상일 수 있으니 곧이곧대로 믿진 마세요.

 

참고로 악의만 없다면 주인공은 반응하지 않습니다. 이 또한 여우 요괴가 실증하고 있기도 하죠. 그를 결계에 가두고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얌전히 지내고 있는 걸 보면요. 물론 커서도 얌전해질지는 별개이긴합니다만. 어쩌면 주인공은 매트릭스의 세계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은 네오가 되어 기계군단과 맞서서 싸우는 것일지도 모르죠. 사실 주인공 일행이 떨어진 이세계에는 어그레서라는 다른 세계에서 오는 침입자가 있어요. 그중에 로봇도 있으니 얼추 주인공이 네오역을 맡는다고 해도 아주 다른 말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주인공 요기리는 의욕이 없다는 것이지만요.

 

이번 이야기는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현자들을 죽이고 현자의 돌을 입수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미 이전에 1개를 손에 넣었고 이번에 두 개를 더 손에 넣어요. 몇 개가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많으면 좋은 듯, 근데 이 말은 현자들의 씨를 말리겠다는 것과 일맥 상통합니다. 현자들은 어그레서를 맞이해 이세계를 지키는 첨병입니다. 현자들을 죽인다는 것은 곧 이세계 멸망을 뜻하죠. 하지만 얼핏 성녀 같은 현자라 여기지 싶지만 일단 현자들의 공통점은 쓰레기입니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내가 너희들을 지켜주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같은 마인드를 가진 현자가 많다는 것이죠. 이건 일반인들에겐 재앙 그 이하는 아닌 것입니다.

 

주인공 요기리는 힘에 취하지도 방사하지도 않지만 악의를 감지하면 자동 방어처럼 능력이 발휘되어 상대가 누가 되었든, 이젠 공간마저 죽이는 경지에 이르렀어요. 이번 이야기도 이런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을 못 알아본 떨거지들이 아무리 강해도 주인공이 '죽어'라거나 마음속에 말을 품어도 상대는 하직. 사실 이런 건 재미없어요. 너무나 강한 주인공 때문에 이세계 시스템에 간섭하는 존재라도 주인공 앞에는 그저 어린애 팔 비틀기에 지나지 않으니 재미있을 리 없죠. 그저 부조리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주인공이 간섭해서 해결하는 카타르시스만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힘을 알아본 몇몇에 의해 주인공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연구라고 해야 할지 분위기가 잡혀간다는 것입니다. 그 첨병으로 흡혈귀이자 현자였던 '레인'이 가능성을 보여주었죠. 하지만 아직은, 그냥 빨리 현자의 돌을 줘서 현실로 돌려보내 버리는 게 이세계를 위한 일임에도 어째서 다들 호전적인지 원. 결국 또다시 현자는 쓰러지고 요기리와 토모치카는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그러고 보면 공간과 시공을 넘어서 단어가 되지 않는 무엇도 다 죽일 수 있는 주인공의 능력이라면 이세계 자체를 소멸 시켜버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면 자기도 죽으려나? 오! 주인공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생겼군요.

 

아무튼 이세계에 있어서 주인공은 하등 도움도 안 되고 걸어 다니는 사신이나 다름없어요. 조그마한 악의라도 보이는 날에는 그냥 뭐, 이번엔 현자에게 볼일 있다고 그(현자)가 만들어 놓은 100층짜리 탑을 기어 올라가면서 거기에 상주하는 파이터들을 죄다 죽여 버려놓고 죄책감 하나 없이 악의를 보내오니 어쩔 수 없잖아. 상대도 날 죽이려 했으니 반격 당해도 할 말은 없긴 한데. 현자의 돌을 찾겠답시고 아무런 감정 없이 해부한다던지 어딘가 결여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군요. 이런 애를 원래 세계가 바라지 않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죠. 악의만 보내지 않으면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지만 세상사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이치...

 

맺으며, 위에서 재미 있니 없니 해놨지만 희한하게 이세계 먼치킨은 경멸하면서 이 작품은 은근히 보게 되더군요. 평소 같으면 나무야 미안해를 수백 번을 말해도 모자를 내용이긴 한데 눈을 잡아당기는 뭔가가 있습니다. 하루 만에 다 읽을 정도로(보통 필자는 한 권 읽는데 며칠 걸림) 몰입도가 좋았다랄까요. 하지만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 아이러니. 아마도 하렘이면서 하렘 같지 않은 상황이라던가 주인공도 딱히 그걸 바라지도 않고 히로인도 튀지 않는 게 주효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뭣보다 이야기가 정체되지 않는다고 할까요.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장황한 상황을 연출할 분위기라도 주인공의 '죽어' 한마디면 다 해결되고 다음으로 넘어가니 오히려 시원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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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에이티식스 3 - Run through the battlefront - 하, Novel Engine
아사토 아사토 지음, 시라비 그림, 한신남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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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권에서 핵심이 되는 스포일러와 3권의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싫으신 분은 빽 하세요.

 

 

 

 

세상에 악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하게 착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세상 부조리를 못 본 체하지 않고 불행한 사람들을 도와주려 하죠. 그게 죽어서 좀비가 된 사람이라도요. 흔히 판타지 세계에서 성녀라 칭송받는 이들은 살이 너덜너덜해지고 뼈가 보이고 눈이 튀어나와 무참한 모습으로 우우~ 거리며 걷는 그들을 보다 못해 힐을 걸어줍니다. 힐이란 게임 용어로서 다친 사람을 치료해주는 축복의 효과 중 하나죠. 하지만 좀비는 언데드(어둠) 계열로써 축복은 좀비에게 있어서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행한 선의가 이렇게 때론 타인에게는 악의로 다가오기도 오기도 하죠.

 

상대가 바라지 않는 선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동정심을 즐기는, 그 선의는 물이 증발해 죽어가는 열대어를 불쌍하다는 이유로 민물에 넣는 만행과도 같습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돼지들의 나라에서 버림받아 죽음을 각오하고 [레기온] 지배 영역을 돌파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연방'에 도착한 주인공 신과 동료 4명 그들에게 쏟아지는 선의라는 동정심, 내일이라는 미래가 없던 이들에게 내려진 무한이라는 시간의 미래가 그들에게 주어졌지만 그들은 다시 전장으로 돌아갑니다. 왜, 최후의 순간까지 마지막까지 싸우는 긍지 말고는, 모든 걸 빼앗긴 그들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그들에게 연방은 돌아오지 못할 명령을 내립니다.

 

사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여기지도 않았지만, 연방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사거리 400km에 800mm 구경을 자랑하는 레일건을 탑재한 레기온의 등장으로 인류는 패배를 직감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될 파괴 임무를, 그 임무를 공화국이 마지막에 그들에게 명령했던 돌아오지 못할 임무를, 사람 제일주의로 내세웠던 연방이 그들에게 내립니다. 선의라는 동정심, 잃어도 아깝지 않은 것, 레기온 지배 영역을 한 달가량 걸쳐서 돌파해온 너희들이라면, 잃을 것이 없는 너희들, 지킬 것이 없는 너희들에게 딱 맞는 임무, 괴물이라 칭송하며 이들을 다시 사선으로 집어넣는 연방은 되려 자신들이 괴물이 되고자 합니다.

 

형을 그렇게 보내고 삶의 낙을 잃어버린 '신'은 임무를 받아들입니다. 돌아오지 못할 임무,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될 임무. 그게 우리가 된다고 해서 나쁘다는 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희들은 에이티식스니까, 레기온 지배 영역을 돌파해온 괴물이니까. 잃을 것도 없고 지킬 것도 없으니 너희들이 딱 맞다'라는 선의 뒤에 숨은 악의는 그냥 공화국과 마찬가지로 멸망해버리면 좋을 것을이라는 감정을 낳게 합니다. 어디에도 안주할 땅도 없고, 어디에도 자신들의 긍지를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그저 좀비에게 힐을 걸어주는 성녀들만 있을 뿐, 이제는 쉬어도 좋다는 말은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긍지마저 빼앗으려 드는 행위라는 걸 자각하지도 못한 채...

 

이전에 언급했던 제국 마지막 여제(女帝) 프레데리카의 싸움도 종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신에게서 자신의 가신 '키리'를 엿보았던 그녀는 레일건에 쓰인 두뇌가 자신의 가신이라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언급했나 모르겠는데 [레기온]은 살아있는 사람의 두뇌를 중추신경으로 쓰고 있습니다. 사람이 가진 생각과 기억과 능력과 지혜를 가진 로봇 [레기온], '엄마~'라는 문장이 가져온, 1권에서 이걸로 허를 찔러 주었죠. 정말로 도서 읽다가 소름 돋기는 이 작품이 처음이었습니다. 사거리 400km에 구경 800mm 레일건 레기온을 움직이는 중추 신경에 쓰인 키리라는 두뇌, 이것은 또 다른 주인공 신을 자처하며 주인공 신에겐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되는 벽으로 다가와요.

 

연방을 위시한 주변국이 힘을 합쳐 레기온 군단을 끌어들이는 대규모 양동 작전을 시작으로 신은 동료 4명(+프레데리카)과 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장에 몸을 던집니다. 목적이 없는 삶, 이 싸움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자신은 또다시 살아남아서 미래로 가는 걸까. 아무것도 없는 미래. 먼저 간 동료들의 진혼곡을 틀어주는 것처럼 망령들이 내뿜는 포격과 처절한 전투 속에서 신은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키리'와 대적합니다. 그리고 그 끝에, 그 너머에 기다리고 있는 건... 결말을 말하고 싶은데 이거 진짜 스포일러라서 아깝지만 패스해야겠군요. 이걸 알아버리면 3권을 읽을 의미가 없는지라... 

 

맺으며, 쓰고 싶은 건 많은데 글이 길어지니 마무리 지어야겠군요. 이 작품을 요약하자면 형이라는 굴레를 벗어난 주인공이 삶의 목적을 잃고 흘러가면 흘러가고 그러다 죽으면 그만인, 동료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나만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에 혹사를 하게 되고 그러다 오직 그 혹사만을 목적으로 나아갈려는 그를 주변에서 케어해주는 그런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군요. 왜 말이 두루뭉술하냐면 의외로 독해력을 요구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40% 정도는 못 알아 들었어요. 작가가 방언 비슷하게 글을 풀어 놓은 데다 '하늘에서 춤춘다'가 맞는 부분인데 '하늘을 춤춘다' 같이 문장을 애매하게 해놓은 구절이 많아서 이해하는데 상당히 힘이 들었군요.

 

어쨌건 또다시 요약하자면 상처받은 영혼을 제대로 된 길로 인도한다는 그런 이야기일 겁니다. 어릴 때부터 전쟁 밖에 모르고 자란 아이들에게 현실을 들이대며 쉬어라고 해봐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좀비에게 힐을 거는 거나 다름없다는 의미도 있는 거 같았고요. 결국은 걸레질하는 시어머니에게서 걸레를 빼앗지 말라는 격언처럼 그것밖에 모르고 살아온 사람에게 그걸 빼앗는 건 또 다른 차별이자 억압이 될 수 있다는 뭐 그런 의미?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선의와 동정심만 강요하고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상한 놈으로 치부해버리죠. 주인공 신은 그게 싫었던 게 아닐까 하는... 여담으로 엔딩 부분은 누구나 바랐던 이상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와서 정말 힐링이란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스포일러라서 뭔지 쓰지 못하는 게 안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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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8 - S Novel+
FUNA 지음, 아카타 이츠키 그림, 조민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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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심각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을지 모르고, 칭찬보단 악평이 들어가 있을 겁니다. 싫으신 분은 빽 하세요.

 

 

 

 

 

이세계로 전생해서 이쪽에서 살았던 기억보다 전생에서의 기억이 더 강했던 게 원인일까요. 자신의 집안 사정과 영지에 대한 미련이 희박하여 가능하다면 영지를 팔아서 호의호식하고 싶었던 '마일'은 영지가 어떻게 되든, 나라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세계를 유랑 중이었어요. 좀 더 아빠는 쓰레기라도 엄마에 대한 추억이라도 풀어 놓던가 해서 아련한 마음이라도 들게 해주면 좋으련만 어디서 멍멍이가 짖나 싶을 정도로 무관심했죠. 이세계에 각성할 때부터 신에게 받은 힘이 있으면서 아버지가 집안을 찬탈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렴풋이 아버지가 엄마를 죽인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고 있으면서도 도망치기에 바빴던 그녀...

 

그래서 사실 기대하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좋은 기억이라곤 하나도 없는 곳, 자신을 돌봐 주었던 사람들(메이드)도 다 떠나버린 지금은 타지 같은 그곳에 옆 나라 제국이 침략을 시작해요. 마일은 그래도 자신이 태어나고 8년 동안 살았던 고향인데 못 본 채 할 수는 없었어요. 게다가 아직 그 영지의 정통 후계자이고 자작이라는 귀족 계급도 있는지라 다른 건 몰라도 죄 없는 영지민을 외면하진 못하였죠. 착해도 너무 착한,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영지로 급히 돌아가게 돼요. 자, 인간과 고룡의 딱 중간 보통 마법사를 기준으로 해서 6800배의 힘을 가진 마일이 자신의 영지에 쳐들어온 이웃 국가에 맞서 어떤 싸움을 벌일까.

 

우선 알아둘 건 이 작품은 개그와 중2병으로 먹고살아갑니다. 이거 빼면 시체나 다름없어요. FUNA 작가 특유의 악마 기질도 간간이 보여주긴 하는데 이 작가의 다른 작품 금화 8만 개와 포션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기댈 건 개그와 중2병 밖에 없어요. 그런 판국에 진지해진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이걸 뭐에 비유해야 가장 적합하다는 소리를 들을까요. 제국의 5천의 정예 군대를 맞이해서 한낱 헌터(모험가) 나부랭이 4명하고 영지군 300명으로 무슨 영화 300을 찍는 것도 아니고, 진지 빨 건덕지가 없는 겁니다. 사실 '한낱'이라고 폄하하긴 했지만 마일의 경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녀 하나만으로도 사실 상황 종료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래가지곤 재미없다는 듯이 개그로 나가기로 정해 버려요. 사실 이런 흐름에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되겠죠. 오히려 먼치킨 주인공 하나로 적군 = 떼죽음 연출을 하는 게 뭐가 재미있겠어요. 아무튼 이 애들 심성은 어찌나 착해 빠졌는지 적군은 우리 쪽 영민을 막 죽였을지도 모르는데 이 애들은 적군이라도 사람이고 이 시대의 하급 군졸들은 징집되어 온 농민들인데 죽이는 건 불쌍하다는 둥, 성모 마리아 납셨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FUNA 작가가 사랑하는 여신 강림 이벤트, 어쩌면 이렇게 세 작품 다 비슷하게 설정을 잡아 놨는지 참 날로 먹어도 유분수지 같은. '마일'의 여신화, 너 님들에게 천벌을~ 하지만 멀뚱히 쳐다보는 적군들...

 

어쨌거나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서 퇴각하는 옆집 제국 군대, 원래는 뒤쫓아가서 영지민의 복수라도 해줘야 하잖아요. 사실 마일의 영지민은 그렇게 큰 피해는 받지 않았지만 마일의 영지에 쳐들어 오기 위해 들린 옆쪽 백작가의 영지는 초토화되어 버렸어요. 아무리 영지가 달라도 같은 국민이고 같은 사람인데 적군은 살려주고 같은 국민이 고통받은 건 난 몰라. 쫓아가서 혼내준다기보다 식당을 차려 퇴각하는 제국 군대를 상대로 밥장사를 시작합니다. 뜬금없죠? 이전부터 돈 독이 올라 있긴 했지만 여길 분기로 해서 아주 그냥 제대로 돈 독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아니 그전에 아무리 힘이 있다지만 퇴각하는 군대를 상대로 여자애들이 장사를 한다는 건, 이 작품이 얼마나 건전하고 개그 일색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할 수 있어요.

 

위선인가 착함인가, 적들은 내 목숨을 빼앗으려 드는데 되받아 치면서 적을 죽이지 않는다. 알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내가 살려준 이 적(에너미)을 여기서 놔줬을 때, 개과천선하면 다행이지만 어딘가에서 똑같은 짓을 저지르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도 내가 막을 수 있을까?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어쩌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 있음에도 죽이거나 깜빵에 처넣지 않고 놔준다는 행위. 그렇다고 이 사람도 생명인데 우리가 죽일 권리가 있을까? 같은 물음. 작가는 한가지 간과하는 게 있습니다. 죽일 작정으로 덤벼오는 적은 자신도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죽임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할 수 있어요.

 

2002년작 인지 2004년작 인지 헷갈리는데 스파이더 맨에 보면 피터 파커가 도둑인지 강도인지를 놔주게 되면서 큰 희생을 치르게 되죠. 물론 이 작품에서 희생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작가는 뭐가 옳은지 같은 답을 내놓지 않아요. 마치 정답을 외면하는 듯한 누구에게나 정의는 있고 그 정의가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건 각자에게 맡겨둔다는 듯 흐지부지 시켜버리죠. 그래서 필자는 답답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근데 뭐 사실 이 작품 자체가 몇 번이나 언급하지만 개그에 중2병으로 먹고살다 보니 적군이라고 그렇게 나쁜 놈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답답함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맺으며, 가볍게 읽기엔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복선은 좀 나오지만 그렇게 추리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먼치킨이지만 먼치킨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만 구성된 파티를 노리고 어떻게 좀 해보겠다고 접근하는 남자들도 없고, 정말 클린 그 자체입니다. 뭐 초반엔 좀 있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실패와 좌절 그리고 패배를 모르는,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이런 부분이죠. 고룡과의 싸움에서 한번 패배 직전까지 가긴 했지만 뭐 진심이 된 마일 앞에선 나뭇가지 꺾듯이 되는 게 이쪽 바닥의 조무래기 입장이다 보니... 차라리 일러스트레이터의 실력을 믿고 귀여움으로 승부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수인 소녀 파릴의 경우를 보더라도요. 그런데 동글동글 귀엽던 마일이 이번부터 홀쭉이가 되어버리는 등 일러스트도 변화를 맞아가고 이야기는 평지에서 맴돌기만 하는데... 이번엔 진짜로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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