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에이티식스 3 - Run through the battlefront - 하, Novel Engine
아사토 아사토 지음, 시라비 그림, 한신남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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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권에서 핵심이 되는 스포일러와 3권의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습니다. 싫으신 분은 빽 하세요.

 

 

 

 

세상에 악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하게 착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세상 부조리를 못 본 체하지 않고 불행한 사람들을 도와주려 하죠. 그게 죽어서 좀비가 된 사람이라도요. 흔히 판타지 세계에서 성녀라 칭송받는 이들은 살이 너덜너덜해지고 뼈가 보이고 눈이 튀어나와 무참한 모습으로 우우~ 거리며 걷는 그들을 보다 못해 힐을 걸어줍니다. 힐이란 게임 용어로서 다친 사람을 치료해주는 축복의 효과 중 하나죠. 하지만 좀비는 언데드(어둠) 계열로써 축복은 좀비에게 있어서 곧 죽음을 의미합니다. 자신이 행한 선의가 이렇게 때론 타인에게는 악의로 다가오기도 오기도 하죠.

 

상대가 바라지 않는 선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동정심을 즐기는, 그 선의는 물이 증발해 죽어가는 열대어를 불쌍하다는 이유로 민물에 넣는 만행과도 같습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돼지들의 나라에서 버림받아 죽음을 각오하고 [레기온] 지배 영역을 돌파해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연방'에 도착한 주인공 신과 동료 4명 그들에게 쏟아지는 선의라는 동정심, 내일이라는 미래가 없던 이들에게 내려진 무한이라는 시간의 미래가 그들에게 주어졌지만 그들은 다시 전장으로 돌아갑니다. 왜, 최후의 순간까지 마지막까지 싸우는 긍지 말고는, 모든 걸 빼앗긴 그들에겐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그들에게 연방은 돌아오지 못할 명령을 내립니다.

 

사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 여기지도 않았지만, 연방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사거리 400km에 800mm 구경을 자랑하는 레일건을 탑재한 레기온의 등장으로 인류는 패배를 직감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될 파괴 임무를, 그 임무를 공화국이 마지막에 그들에게 명령했던 돌아오지 못할 임무를, 사람 제일주의로 내세웠던 연방이 그들에게 내립니다. 선의라는 동정심, 잃어도 아깝지 않은 것, 레기온 지배 영역을 한 달가량 걸쳐서 돌파해온 너희들이라면, 잃을 것이 없는 너희들, 지킬 것이 없는 너희들에게 딱 맞는 임무, 괴물이라 칭송하며 이들을 다시 사선으로 집어넣는 연방은 되려 자신들이 괴물이 되고자 합니다.

 

형을 그렇게 보내고 삶의 낙을 잃어버린 '신'은 임무를 받아들입니다. 돌아오지 못할 임무,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될 임무. 그게 우리가 된다고 해서 나쁘다는 고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희들은 에이티식스니까, 레기온 지배 영역을 돌파해온 괴물이니까. 잃을 것도 없고 지킬 것도 없으니 너희들이 딱 맞다'라는 선의 뒤에 숨은 악의는 그냥 공화국과 마찬가지로 멸망해버리면 좋을 것을이라는 감정을 낳게 합니다. 어디에도 안주할 땅도 없고, 어디에도 자신들의 긍지를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그저 좀비에게 힐을 걸어주는 성녀들만 있을 뿐, 이제는 쉬어도 좋다는 말은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긍지마저 빼앗으려 드는 행위라는 걸 자각하지도 못한 채...

 

이전에 언급했던 제국 마지막 여제(女帝) 프레데리카의 싸움도 종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신에게서 자신의 가신 '키리'를 엿보았던 그녀는 레일건에 쓰인 두뇌가 자신의 가신이라는 걸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이전에 언급했나 모르겠는데 [레기온]은 살아있는 사람의 두뇌를 중추신경으로 쓰고 있습니다. 사람이 가진 생각과 기억과 능력과 지혜를 가진 로봇 [레기온], '엄마~'라는 문장이 가져온, 1권에서 이걸로 허를 찔러 주었죠. 정말로 도서 읽다가 소름 돋기는 이 작품이 처음이었습니다. 사거리 400km에 구경 800mm 레일건 레기온을 움직이는 중추 신경에 쓰인 키리라는 두뇌, 이것은 또 다른 주인공 신을 자처하며 주인공 신에겐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되는 벽으로 다가와요.

 

연방을 위시한 주변국이 힘을 합쳐 레기온 군단을 끌어들이는 대규모 양동 작전을 시작으로 신은 동료 4명(+프레데리카)과 보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전장에 몸을 던집니다. 목적이 없는 삶, 이 싸움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자신은 또다시 살아남아서 미래로 가는 걸까. 아무것도 없는 미래. 먼저 간 동료들의 진혼곡을 틀어주는 것처럼 망령들이 내뿜는 포격과 처절한 전투 속에서 신은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키리'와 대적합니다. 그리고 그 끝에, 그 너머에 기다리고 있는 건... 결말을 말하고 싶은데 이거 진짜 스포일러라서 아깝지만 패스해야겠군요. 이걸 알아버리면 3권을 읽을 의미가 없는지라... 

 

맺으며, 쓰고 싶은 건 많은데 글이 길어지니 마무리 지어야겠군요. 이 작품을 요약하자면 형이라는 굴레를 벗어난 주인공이 삶의 목적을 잃고 흘러가면 흘러가고 그러다 죽으면 그만인, 동료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나만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에 혹사를 하게 되고 그러다 오직 그 혹사만을 목적으로 나아갈려는 그를 주변에서 케어해주는 그런 이야기라는 느낌을 받았군요. 왜 말이 두루뭉술하냐면 의외로 독해력을 요구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 40% 정도는 못 알아 들었어요. 작가가 방언 비슷하게 글을 풀어 놓은 데다 '하늘에서 춤춘다'가 맞는 부분인데 '하늘을 춤춘다' 같이 문장을 애매하게 해놓은 구절이 많아서 이해하는데 상당히 힘이 들었군요.

 

어쨌건 또다시 요약하자면 상처받은 영혼을 제대로 된 길로 인도한다는 그런 이야기일 겁니다. 어릴 때부터 전쟁 밖에 모르고 자란 아이들에게 현실을 들이대며 쉬어라고 해봐야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좀비에게 힐을 거는 거나 다름없다는 의미도 있는 거 같았고요. 결국은 걸레질하는 시어머니에게서 걸레를 빼앗지 말라는 격언처럼 그것밖에 모르고 살아온 사람에게 그걸 빼앗는 건 또 다른 차별이자 억압이 될 수 있다는 뭐 그런 의미?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선의와 동정심만 강요하고 그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상한 놈으로 치부해버리죠. 주인공 신은 그게 싫었던 게 아닐까 하는... 여담으로 엔딩 부분은 누구나 바랐던 이상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와서 정말 힐링이란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스포일러라서 뭔지 쓰지 못하는 게 안타깝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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