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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능력은 평균치로 해달라고 말했잖아요! 8 - S Novel+
FUNA 지음, 아카타 이츠키 그림, 조민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심각한 스포일러가 들어가 있을지 모르고, 칭찬보단 악평이 들어가 있을 겁니다. 싫으신 분은 빽 하세요.
이세계로 전생해서 이쪽에서 살았던 기억보다 전생에서의 기억이 더 강했던 게 원인일까요. 자신의 집안 사정과 영지에 대한 미련이 희박하여 가능하다면 영지를 팔아서 호의호식하고 싶었던 '마일'은 영지가 어떻게 되든, 나라가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세계를 유랑 중이었어요. 좀 더 아빠는 쓰레기라도 엄마에 대한 추억이라도 풀어 놓던가 해서 아련한 마음이라도 들게 해주면 좋으련만 어디서 멍멍이가 짖나 싶을 정도로 무관심했죠. 이세계에 각성할 때부터 신에게 받은 힘이 있으면서 아버지가 집안을 찬탈한다는 걸 알면서도, 어렴풋이 아버지가 엄마를 죽인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고 있으면서도 도망치기에 바빴던 그녀...
그래서 사실 기대하면 안 되었던 것입니다. 좋은 기억이라곤 하나도 없는 곳, 자신을 돌봐 주었던 사람들(메이드)도 다 떠나버린 지금은 타지 같은 그곳에 옆 나라 제국이 침략을 시작해요. 마일은 그래도 자신이 태어나고 8년 동안 살았던 고향인데 못 본 채 할 수는 없었어요. 게다가 아직 그 영지의 정통 후계자이고 자작이라는 귀족 계급도 있는지라 다른 건 몰라도 죄 없는 영지민을 외면하진 못하였죠. 착해도 너무 착한,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영지로 급히 돌아가게 돼요. 자, 인간과 고룡의 딱 중간 보통 마법사를 기준으로 해서 6800배의 힘을 가진 마일이 자신의 영지에 쳐들어온 이웃 국가에 맞서 어떤 싸움을 벌일까.
우선 알아둘 건 이 작품은 개그와 중2병으로 먹고살아갑니다. 이거 빼면 시체나 다름없어요. FUNA 작가 특유의 악마 기질도 간간이 보여주긴 하는데 이 작가의 다른 작품 금화 8만 개와 포션빨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기댈 건 개그와 중2병 밖에 없어요. 그런 판국에 진지해진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이걸 뭐에 비유해야 가장 적합하다는 소리를 들을까요. 제국의 5천의 정예 군대를 맞이해서 한낱 헌터(모험가) 나부랭이 4명하고 영지군 300명으로 무슨 영화 300을 찍는 것도 아니고, 진지 빨 건덕지가 없는 겁니다. 사실 '한낱'이라고 폄하하긴 했지만 마일의 경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녀 하나만으로도 사실 상황 종료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래가지곤 재미없다는 듯이 개그로 나가기로 정해 버려요. 사실 이런 흐름에 불만을 가져서는 안 되겠죠. 오히려 먼치킨 주인공 하나로 적군 = 떼죽음 연출을 하는 게 뭐가 재미있겠어요. 아무튼 이 애들 심성은 어찌나 착해 빠졌는지 적군은 우리 쪽 영민을 막 죽였을지도 모르는데 이 애들은 적군이라도 사람이고 이 시대의 하급 군졸들은 징집되어 온 농민들인데 죽이는 건 불쌍하다는 둥, 성모 마리아 납셨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FUNA 작가가 사랑하는 여신 강림 이벤트, 어쩌면 이렇게 세 작품 다 비슷하게 설정을 잡아 놨는지 참 날로 먹어도 유분수지 같은. '마일'의 여신화, 너 님들에게 천벌을~ 하지만 멀뚱히 쳐다보는 적군들...
어쨌거나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서 퇴각하는 옆집 제국 군대, 원래는 뒤쫓아가서 영지민의 복수라도 해줘야 하잖아요. 사실 마일의 영지민은 그렇게 큰 피해는 받지 않았지만 마일의 영지에 쳐들어 오기 위해 들린 옆쪽 백작가의 영지는 초토화되어 버렸어요. 아무리 영지가 달라도 같은 국민이고 같은 사람인데 적군은 살려주고 같은 국민이 고통받은 건 난 몰라. 쫓아가서 혼내준다기보다 식당을 차려 퇴각하는 제국 군대를 상대로 밥장사를 시작합니다. 뜬금없죠? 이전부터 돈 독이 올라 있긴 했지만 여길 분기로 해서 아주 그냥 제대로 돈 독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아니 그전에 아무리 힘이 있다지만 퇴각하는 군대를 상대로 여자애들이 장사를 한다는 건, 이 작품이 얼마나 건전하고 개그 일색인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할 수 있어요.
위선인가 착함인가, 적들은 내 목숨을 빼앗으려 드는데 되받아 치면서 적을 죽이지 않는다. 알이 먼저인가 닭이 먼저인가. 내가 살려준 이 적(에너미)을 여기서 놔줬을 때, 개과천선하면 다행이지만 어딘가에서 똑같은 짓을 저지르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도 내가 막을 수 있을까?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어쩌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을 수 있음에도 죽이거나 깜빵에 처넣지 않고 놔준다는 행위. 그렇다고 이 사람도 생명인데 우리가 죽일 권리가 있을까? 같은 물음. 작가는 한가지 간과하는 게 있습니다. 죽일 작정으로 덤벼오는 적은 자신도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죽임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할 수 있어요.
2002년작 인지 2004년작 인지 헷갈리는데 스파이더 맨에 보면 피터 파커가 도둑인지 강도인지를 놔주게 되면서 큰 희생을 치르게 되죠. 물론 이 작품에서 희생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습니다. 작가는 뭐가 옳은지 같은 답을 내놓지 않아요. 마치 정답을 외면하는 듯한 누구에게나 정의는 있고 그 정의가 옳다 그르다를 판단하는 건 각자에게 맡겨둔다는 듯 흐지부지 시켜버리죠. 그래서 필자는 답답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근데 뭐 사실 이 작품 자체가 몇 번이나 언급하지만 개그에 중2병으로 먹고살다 보니 적군이라고 그렇게 나쁜 놈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답답함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맺으며, 가볍게 읽기엔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복선은 좀 나오지만 그렇게 추리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먼치킨이지만 먼치킨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여자들만 구성된 파티를 노리고 어떻게 좀 해보겠다고 접근하는 남자들도 없고, 정말 클린 그 자체입니다. 뭐 초반엔 좀 있긴 했습니다만. 아무튼 실패와 좌절 그리고 패배를 모르는,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이런 부분이죠. 고룡과의 싸움에서 한번 패배 직전까지 가긴 했지만 뭐 진심이 된 마일 앞에선 나뭇가지 꺾듯이 되는 게 이쪽 바닥의 조무래기 입장이다 보니... 차라리 일러스트레이터의 실력을 믿고 귀여움으로 승부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더군요. 수인 소녀 파릴의 경우를 보더라도요. 그런데 동글동글 귀엽던 마일이 이번부터 홀쭉이가 되어버리는 등 일러스트도 변화를 맞아가고 이야기는 평지에서 맴돌기만 하는데... 이번엔 진짜로 하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