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1부 책이 없으면 만들면 돼! 3
카즈키 미야 원작, 시이나 유우 외 그림,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인에게 있어서 분기점이 되는 에피소드입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였지만 번번이 무산되고 제풀에 못 이겨 열병이 도져서 사경을 헤매는, 고블린 슬레이어에 고블린 성애자가 있다면 이 작품엔 도서(종이) 성애자가 있어요. '마인' 전생에 여대생이었던 그녀는 책에 깔려 죽었다가 이세계로 전생을 하였죠. 전생에서도 책이라면 사족을 못 썼던 그녀가 이세계로 떨어졌다고 취미가 고쳐질 리 만무. 그래서 점토판부터 시작해서 파피루스인지 뭔지로 식물지를 연구하다 말아 먹고, 목각(글자 세길 수 있는 나무 쪼가리)을 만들었더니 엄마가 불쏘시개로 써버렸습니다.

 

아, 혈압. 뒷목 잡고 쓰려져서 며칠을 사경을 헤매죠. 삶에 낙이 없어. 이렇게 된 거 진짜 종이를 만들어 볼까? 아니 안 되니까 저 고생을 한 건데. 조금만 걸어도 헉헉대는 저질 체력으로 뭘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마침 옆에 건장한 꼬마가 있네? 어쩌다 마인을 돌보는 입장이 되어버린 '루츠', 앞집에 살며 같은 또래의 마인을 보다 못해 도와주고 있었는데 그만 말이 동업자지 시다바리 확정되어 버립니다. 지혜는 마인이 내고 노동은 루츠가, 사람 잘못 만나 개고생하게 생겼습니다. 뭐 일단 마인에게서 받은 것도 있으니 내빼면 사내가 아니죠. 그보다 장래에 마인을 노리는 걸까? 아쉽지만 그럴 일은 없음...(제목에 스포주의라고)

 

그런데 의욕만 앞섰지 가만 보니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 되어버립니다. 한지같이 제례식 종이를 만드는 장면을 봤다면 알겠지만 틀이라던가 다라이라던가 필요한 게 한두 개가 아니죠. 그러니 맨땅에 헤딩, 모든 장비를 손수 장만해야 되는 고난이 시작돼요.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마침 간이 샴푸를 노리던 '오토(문지기)'의 와이프에게 간편 샴푸를 팔게 된 인연으로 '벤노'라는 상인을 만난 시점에서 마인에게 광명을, 여기가 분기점이죠. 이세계에 신문물을 퍼트려 돈을 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 다른 말로는 물주라고도 합니다.

 

본편인 라노벨에서 루츠에 벤노에 오토까지 등장하며 이거 역하렘인가하는 추측을 하였는데 결국은 아니었군요(누차 말하지만 제목에 스포주의라고). 결과적으로 보면 마인에게 있어서 벤노의 등장은 천군만마라고 해도 될 인물입니다. 후원이라던가 매입이라던가 모든 면에서 편의를 봐주는 아주 고마운 존재죠. 나아가 마인의 정체가 들통나지 않게 정보 조작까지 해주고 있으니(마인은 모름), 천방지축으로 일을 벌여가는 마인 때문에 늘 두통을 안고 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마인과 벤노의 관계는 깊다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마인이 성장하면 벤노와 맺어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낳았죠. 하지만 그럴 일 없음...

 

원작을 안 보신 분이라면 사실 코믹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모를 수 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마인이 앓고 있는 열병의 정체와 벤노가 읊조렸던 신식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 마인도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는 중이기도 하죠.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그런 핑계로 좌절하지 않고 나아갈려는 의지가 엿보이기도 하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원작인 본편을 안 보신 분이라면 이런 의미를 헤아리는데 다소 힘들지 않을까 하는군요. 보통 라노벨이 코믹화되면 이야기가 압축되거나 건너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도 사실 좀 많이 건너뛰고 있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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