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삶 무엇으로 채울까
1995 년 11월 18일, 링컨 센터의 에버리피셔 홀에서 이자크 펄먼의 바이올린 연주회가 열렸다. 이자크 펄먼은 어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인해 항상 양다리에 부목을 대고 목발을 짚고 다녀야 했다.
이날도 그의 음악팬들은 펄먼이 목발을 짚고 무대 한가운데로 천천히 걸어나와 힘겹게 의자에 앉은 뒤, 발의 부목을 떼고 한발은 앞으로 또 한발은 뒤로 뻗은 다음, 허리를 굽혀 바이올린을 집어들고 턱에 고정한 후 비로소 지휘자에게 연주를 시작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그 길고 엄숙한 과정을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러나 거장의 연주가 시작되자마자 예기치 않은 사고가 벌어졌다. 갑작스럽게 바이올린 줄 하나가 '팅' 하고 끊어져버린 것이다.
세줄 밖에 남지 않은 바이올린. 이제 관객들은 연주자가 발에 부목을 다시 대고 목발을 짚고 나가 바이올린 줄을 정비한 다음 절뚝거리며 무대 위로 돌아오기까지 매너를 지키며 조용히 기다려야만 했다.
헌데 이상하게도 펄먼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얼마 후 그는 지휘자에게 음악을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가 홀로 울려퍼지고 펄먼의 세줄짜리 바이올린에서도 열정적이고 힘이 넘치는 연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펄먼은 즉석에서 세줄의 현에 맞게 음악의 조성과 현의 조율을 자유자재로 바꿔가며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음향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긴 연주가 끝나자 이 믿겨지지 않는 광경과 놀라운 연주를 목격한 청중은 모두 기립하여 연주자에게 뜨거운 박수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청중의 환호성이 서서히 가라앉자 이자크 펄먼은 겸손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음악가의 사명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이날 에버리피셔 홀에서 이자크 펄먼을 만났던 청중은 그가 남긴 이 감동적인 말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음악가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조건 속에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더 큰 감동을 만들어냈던 이자크 펄먼의 모습은 가슴 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자신에게 주어진 것보다 부족한 것, 잃어버린 것을 안타까워하며 현재를 망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으로써 삶을 더욱 고되게 몰아간다.
전경린은 「그리고 삶은 내 것이 되었다」에서 "제발 재료 한 두 가지가 없거나 부실하다고 해서 나머지 재료들이 시들어 가도록 요리를 한없이 유보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생은 지금이다."라고 단언했었다.
세 줄의 바이올린으로 이자크 펄먼이 만들어낸 감동적인 음악처럼 재료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새로운 맛을 내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보라고 권하는 전경린처럼 지금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렇게 스스로 삶의 감동을 만들어 가는 것, 그렇게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보고 싶은 열띤 소망.....